742편. 봄 찾아 나섬
긴 겨울을 지나 봄으로 가는 길목 아직 남은 추위에 봄이 언제 오려나 대문 밖 서성일 때 저 먼 남쪽 섬에선 슬며시 다가온 봄이 문을 똑똑 두드린다 언 땅 뚫고 움튼 파릇한 봄나물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섬마을 우체부 손에 고향 엄마 품에 살포시 내려앉은 봄 반갑고 설레는 봄 찾아 남쪽 섬으로 떠나보자 1부. 그녀들의 해방촌, 연도 -
여수에서 남쪽으로 두 시간 더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섬 연도. 갱년기 우울증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연도를 만나고 위안을 얻었다는 김영윤씨는 8개월째 도시와 섬을 오가며 덕포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1년 살이 촌집에 거주 중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나이 들고 나니 허탈감만 남았던 시기. 늘 반겨주는 이웃들 덕에 찾아갈 곳이 생겨 사는 힘이 된다는데. 겨우내 얼었던 몸과 마음을 녹여줄 봄을 찾아서 이번엔 친구 윤석예, 윤명희씨와 함께 연도로 향한다. 이웃들에게 나눌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배를 탈 때부터 설레는 마음 한가득 안은 세 사람. 도시에 돌아가고 나면 아른거린다는 연도의 명소 소룡단과 쌍굴 경치 눈에 담고 오롯이 자신들만의 시간을 갖는다. 방풍이 유명한 연도는 벌써부터 초록빛 봄나물이 파릇파릇한데 이 순간만은 봄처녀가 되어 양손 가득 방풍을 뜯고, 향긋한 봄전 부쳐먹으며 햇살 내리쬐는 갯바위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다 보면 도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한 봄 기운으로 충전! 가족, 일, 걱정 모두 잊고 친구들과 함께 나로서 온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곳. 엄마들의 해방촌 연도로 봄 마중 떠난다. 2부. 봄 배달 왔어요, 평사도 -
섬과 섬을 잇는 섬마을 우체부 김성화씨. 외딴 섬 고사도와 평사도 주민들에게 우편물과 택배를 전하고 있다. 우편물 배달 뿐 아니라 공과금 납부부터 마트 심부름까지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어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는 이곳의 봄과 같은 존재. 육지서 딸이 보내온 사과 상자 하나에 이래서 자식 키우는 보람 있다며 기분 좋아지신 이장님. 우체부가 가져온 희소식에 어르신들의 얼굴엔 웃음이 한가득이다. 성화씨의 근무지는 고사도와 평사도 두 섬. 인적 드문 낙도 섬마을에 찾아오는 우체부 만큼 반가운 이가 없다는 어머니들은 늘 그냥 돌려보내지 못 하고 커피라도 한 잔 내어주는데 그러다 보니 하루 커피만 열잔을 마실 때도 있다고. 사실 성화씨는 톳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일을 돕기 위해 고향인 평사도로 들어왔다 섬마을 우체부가 됐다. 고사도·평사도를 통틀어 유일한 청년으로 섬에 사는 사람들이 줄면서 고향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는 성화씨. 고향을 지키며 섬마을 전령사로 살아가는
우체부 성화씨 손에 깃든 봄을 따라가 본다. 3부. 봉쥬르 섬시세끼 -
10년 전 한국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프랑스인 레아모로씨는 국내 가이드 일을 하며 한국 여행전문가를 꿈꾸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역시 ‘미식’! 한국 곳곳을 여행 중인 그녀가 이번엔 겨우내 지친 몸과 마음 달래러 신시도로 봄 마중 미식 여행을 떠난다. 하루 묵으면 세 끼를 먹을 수 있다는 신시도 민박집. 20년째 민박을 운영 중인 정판철·고미희 부부는 신시도 갯벌과 바다에서 매 끼니 직접 잡아온 제철 재료들로 음식을 내어주는데, 도착하자마자 내어준 점심 첫 끼는 봄 제철 맞은 도다리와 숭어 회. 푸짐한 밥상과 입 안 가득 퍼지는 봄맛에 레아모로씨, 친구들에게 자랑할 사진 찍으랴 밥 먹으랴 정신이 없다. 벌써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신시도 앞바다. 저녁은 정판철씨가 갓 잡아 올린 봄 주꾸미 샤브샤브다. 다음 날 맞이한 마지막 한 끼로는 갯바위에서 직접 채취한 봄 해초 지충이 나물과 레아모로가 제일 좋아하는 게장까지 국과 반찬만 15가지에 달하는 푸짐한 봄 밥상이 차려진다. 맛있는 음식뿐 아니라 아름다운 풍경까지 더해져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는 레아모로씨다. 1박3끼 민박이 있는 신시도는 고군산군도에 속해있는 섬으로, 여러 섬이 연륙교로 연결되어 있다. 선유도 해변에서 스쿠터를 타고 무녀도 버스카페에서 차 한 잔 즐기며 봄맛도 보고 섬의 아름다운 풍경도 만끽할 수 있는 레아모로씨의 봉쥬르 섬시세끼 미식 여행을 만나본다. 4부. 오십은 늘 봄이다 -
일주일에 4일을 비금도에 있는 엄마 집으로 여행 간다는 임문숙씨. 사춘기보다 무서운 갱년기를 맞아 인생의 후반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중 15살에 도시로 나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엄마가 떠올랐다. 버킷리스트로 ‘엄마와 놀기’를 정하고 고향에 홀로 계신 83세 엄마와 일주일에 사흘을 함께 지낸다. 비금도는 지금 섬초 수확이 한창이다. 겨울부터 4월 봄까지 소일거리 삼아 시금치 농사를 짓는 엄마 일을 돕는 것도 엄마와 노는 일과 중 하나. 엄마의 섬초밭에 시금치가 줄어들수록 봄이 성큼 성큼 다가온다는데 도시에서도 시금치 향을 맡으면 늘 엄마가 생각이 났다는 문숙씨. 시금치 파스타를 비롯한 서양식 시금치 요리를 만들어 엄마와 동네 어르신들에게 대접하기도 한다. 이제는 딸이 올 날만 기다려진다는 엄마에게 문숙씨는 봄이란다.
비금도에 오면 문숙씨는 섬 곳곳을 걸어 다니며 셔플 댄스를 추는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1만 시간 걷기를 하면서 좀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발동작 중심인 셔플 댄스를 추게 됐는데, 이왕 하는 거 고향 비금도를 알려보자 싶어 영상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자식들 다 키워놓고 오롯이 자신의 삶을 생각할 수 있는 오십부터가 인생의 봄이라 말하는 문숙씨. 해보고 싶은 건 용기 내서 다 해보자 싶었다는데. 자식이 오면 따뜻한 봄날 같다는 어머니와 오십 대에 인생의 봄을 만났다는 딸. 비금도에서 함께 맞이한 모녀의 봄날을 들여다본다. 5부. 피었네, 꽃 -
‘26살 이장입니다’ 평균 연령 68세 완도 용암리에 정착한 26살 이장 김유솔씨. 주민들의 신임을 받으며 3년째 마을 일을 도맡아 하며 어르신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을회관에 자주 오가며 어르신들이 챙겨주시는 밥을 먹다 보니 그 넘치는 사랑에 살이 20kg이나 쪘다는 김유솔 이장. 봄나물 달래, 취나물로 한창 차려낸 할매표 봄 밥상의 유혹을 떨칠 수가 없다는데. 함께 달래장에 밥 비벼 먹으며 올해도 할매들과 함께 새봄을 맞았다. 사진사이기도 한 유솔씨가 봄을 맞아 카메라를 들었다. 인생에서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인 할매들의 모습을 남기고 싶다는데. 화장도 고치고 모처럼 카메라 앞에서 설레는 할매들. “우리 이장은 꽃처럼 예쁘지. 지금 한창 막 피고 있잖아요.” 유솔씨 자체가 꽃이라고 하는 할매들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핀다. 꽃보다 아름다운 할매들과 꽃청춘 이장. 섬마을 달동네에 깃든 봄날을 찾아가 본다. ‘향기로운 꽃차 한잔에 움튼 봄‘ 고향 여수 돌산도로 돌아온 젊은 귀농인 곽은옥씨. 꽃차를 만들며 도시 생활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잊어 가는 중이다. 꽃이 피는 봄을 누구보다 기다린 은옥씨. 갓 움트기 시작한 매화를 보면 작은 아이가 그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어찌 이리도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지 참 대견하기도 하다. 매화와 동백으로 꽃차를 만들고 어머니와 함께 화전을 부치며 새봄을 만끽하는 은옥씨. 이 맛 때문에 이 계절이 기다려진다는 어머니는 꽃 같은 딸이 돌아온 요즘이 늘 봄 같다. 봄꽃, 사람꽃, 웃음꽃 만발하는 봄 섬에
봄꽃처럼 피어오른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