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39) 성사 : 일곱성사 (3) 성체성사
성체성사는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사건을 기념하는 성사, 곧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로 완성된 구원 사업을 기념하고 이를 현재화하는 성사"를 말합니다. '미사' 또는 '성찬례'라고 부르는 성사가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미사에 대해서는 '미사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888호 2006년 9월 17일자~893호 2006년 10월 29일자). 이번 호에서는 「가톨릭교회교리서」(이하 교리서)(1322-1419항)를 중심으로 알아봅니다.
입문성사의 완결인 성체성사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교 입문성사를 완결짓는 성사입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로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나 대사제인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며 왕다운 사제 품위에 올려지지요. 또 견진성사로 그리스도를 더욱 닮게 됩니다. 이제 성체성사로써 우리는 온 교회 공동체와 함께 주님의 파스카 희생제사에 참여하며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받아 모시고 주님과 일치합니다.
교회 생활의 원천이며 정점인 성체성사
성체성사를 "교회 생활의 원천이며 정점"이라고 부르는 것은 다른 여러 성사들이 성찬례 곧 성체성사와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성찬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 성찬례를 통해,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성부께 단 한 번이자 영원히 봉헌하신 찬미와 감사 제사에 교회와 교회의 모든 지체를 참여시키기 때문입니다.
성체성사의 다양한 이름
성체성사 곧 성찬례는 감사 제사, 주님의 만찬, 빵 나눔, 성찬 모임, 희생 제사, 미사 등으로 다양하게 불립니다. 감사 제사는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실 때 빵과 포도주를 들고 '감사를 드리신' 후에 제자들에게 나눠 주신 데서 비롯하지요.
'주님의 만찬'은 주님께서 수난 전날 제자들과 함께 드신 최후 만찬과 관련되고, '빵 나눔'이란 이름은 최후 만찬 때에 빵을 축복해 제자들에게 나눠 주신 것과 관련됩니다. 또 '성찬 모임'은 성찬례가 신자들의 모임에서 거행되기 때문입니다.
'희생 제사'는 성체성사가 그리스도의 유일한 제사를 재현하고 교회의 봉헌도 담고 있기 때문이며, '미사'라고 부르는 것은 이 성사가 일상생활 안에서 하느님 뜻을 실천하도록 신자들을 파견(missio)함으로써 끝나기 때문입니다.
성체성사의 성격
성체성사의 다양한 이름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성체성사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성격을 지닙니다.
첫째, 하느님 아버지(성부)께 드리는 감사와 찬미입니다. 이 감사와 찬미는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 당신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를 구원하시고 거룩하게 하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감사와 찬미제사입니다.
둘째,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희생을 기념하는 제사입니다.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께서 바치신 십자가 희생제사를 재현하며 이를 현재화합니다. 또 이 제사에 교회는 자신을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온전히 봉헌합니다.
셋째,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성령의 힘으로 특히 성체 형상 안에 온전히 현존하십니다. 빵과 포도주 형상 안에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실재로, 그리고 실체적으로 현존하십니다. 빵과 포도주가 사제의 축성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바꾸는 이 거룩한 변화를 '실체변화'라고 부릅니다.
파스카 잔치인 성체성사
성체성사는 영성체를 통해 빵과 포도주 형상 안에 살아 계시는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는 거룩한 친교 잔치입니다. 그러나 이 잔치에 참여해 성체를 받아 모시려면 은총의 상태에 있어야 합니다. 곧 대죄 중에 있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이 대죄 중이라고 생각하는 신자는 먼저 고해성사를 보고 죄를 용서받은 후에야 비로소 성체를 모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모심으로써 우리는 주님과 더욱 깊은 친교를 이룰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죄를 용서받고 대죄를 짓지 않을 힘을 얻게 됩니다. 또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는 교회의 다른 지체들과도 일치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신비체인 교회 전체 일치도 강화되지요.
다가올 영광의 보증인 성체성사
성찬례는 하늘에서 누릴 천상 잔치 영광을 미리 누리게 해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 너희와 함께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이제부터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마태 26,29)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회는 성찬례를 거행할 때마다 이 말씀을 기억하면서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며 기도합니다. 그리고 성체 안에서 힘을 얻습니다.
[평화신문, 2008년 11월 23일,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