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님제공]
복면 기왕
요즘 인기가 높은 '복면가왕(覆面歌王)'을 바둑판으로 옮긴 '복면기왕(覆面棋王)'이다
. 두 사람이 얼굴을 가린 채 혼신의 힘을 다해 바둑 대결을 하고,
승부가 가려진 뒤에 패자는 가면(복면)을 벗고 형님하면서 무릅을 꿇는다.
공식 이름은 제1회 SGM배 월드바둑챔피언십. 우선 우승자 상금이 1억 원으로 규모부터 만만치 않다.
게다가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에도 문호를 개방한 국제 행사다.
프로와 아마 모두에게 개방하고 성별 연령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1인당 10분에 40초 5회만 제공하는 쾌속 초 속기 방식을 택한 것도 흥행 요소로 꼽힌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대국자에 대한 선입견 없이 백지상태에서 관전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의외의 인물이 깜짝 쇼를 연출하는 등 반전도 기대된다.
대국이 끝나면 복면을 벗고,
패자는 인터뷰를 통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우승자는 결승전이 끝날 때, 비로소 복면을 벗는다.
손놀림만 보고도 누군지 알아맞히는 '관전 고수'가 많다.
손을 가릴 묘책은 없으나,
복기(復棋)를 할 때 육성을 내보여 신원이 드러나는 일은 없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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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공명과 부채
제갈공명은 항상 깃털 부채를 들고 다녔다.
아내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화나는 일이 있더라도 참고,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말라는 당부가 부채를 권하는 이유이다.
부인은 재능이 뛰어나고 인품이 출중했다.
남편이 승상 자리에 오르는데 큰 힘이 되었다.
부인이 제갈량에게 말했다.
소첩은 승상께서 친정아버지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당신은 포부가 크고 기개가 드높은 위인이라는 걸 알았어요.
유비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표정이 환해졌어요.
하지만 조조에 대해 말할 때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군요.
손권을 언급할 때는 고뇌에 잠긴 듯이 보였습니다.
소첩이 감히 느낀 바를 말씀드린다면,
큰일을 도모하려면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침착해야 해요.
부채로 얼굴을 가리세요.
바둑 둘 때는 속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책략을 숨길 수 있고 침착할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프로 기사들은 겨울철에도 부채를 들고 기전에 임한다.
마음은 고요해야 한다.
태연함을 유지해야 이성을 잃지 않는다.
침착하라는 의미다.
"욱"하는 성질 때문에 순간을 참지 못하고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이 창창한 앞길에 걸림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