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500년 동안의 국시는 성리학이었다.
그 바람에 매사가 부모 위주, 남자 위주, 권력자 위주로만 재단되었다고들 짐작한다.
심지어 오늘날 한국의 많은 며느리들이 전통이란 미명 아래 명절증후군과 고부갈등에 시달리는 것 역시 무턱대고 ‘충효열’만 강요하는 성리학 탓이라는 비판이 없지 않다.
<소학>을 자세히 읽어보면, 천만뜻밖의 주장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최고 권력자인 왕이 존재할 이유는 백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왕에게는 백성이 곧 하늘이라, 백성의 수를 기록한 호적문서 같은 것은 왕도 절하며 공손히 받아 모시는 법이란다.
이쯤 되면 명백하지 않은가, 아무리 왕이라도 백성을 속이고 업신여기면 당연히 모가지 감이었다.
충성은 아무 때나 무조건 강요될 사항이 아니라 왕이 먹여주는 밥의 대가였다. 적어도 이론은 그랬다.
자식이 부모를 섬기고 따르는 효도 맹목적이지만은 않았다.
<소학>은 자식의 효도를 말하기 앞서 부모의 극진한 사랑이 이미 존재함을 강조한다. 사랑은 부모자식 사이뿐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근본 원리였다.
같은 맥락에서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대하는 법도 일방적으로 억누르거나 마음대로 부려먹는 것은 틀렸다고 못 박았다.
부부 관계에서는 분별심이 중요했다.
서로가 상대방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함부로 간섭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부부는 상대의 언행에 시비를 따져 바로잡아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
한 쌍의 부부가 사랑과 존중 및 충고의 토대 위에 가정을 이룰 때, 비로소 효도와 충성의 윤리가 세상을 지배할 것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이런 성리학은 우리가 통념으로 아는 것과는 영 딴판이다. <소학>에서 새롭게 찾아낸 성리학은, 이 세상을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과 정의의 공동체인 국가로 대별한다. 옛것을 무조건 두둔하려고 꺼낸 말이 아니다. 제대로 알고 보면 행여 허깨비들을 쉬 물리칠까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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