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데도 수준이 있다?
본다는 뜻을 지닌 한자는 꽤 많다. 가장 많이 쓰는 것은 견(見)·간(看)·시(視)·관(觀)·람(覽) 등이다. 견(見)은 보긴 보는데 눈 뜨고 있으니 보이는 것이다. 영어로 치면 'see'에 해당한다. 간(看)은 글자 모양을 보면 눈 목(目)자 위에 손 수(手)자를 얹었으니, 눈 위에 손을 대고 바라보는 것이다.
영어의 'look'에 가깝다. 시(視)나 관(觀)은 저게 무언가 싶어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영어로는 'watch'다. 그래서 시찰(視察)이나 관찰(觀察)이란 말은 있어도 견찰(見察)이나 간찰(看察)이란 말은 쓰지 않는다. 시인(視人)은 꼼꼼히 살피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남의 나라에 보내 그 곳의 사정을 염탐하는 스파이를 시인(視人)이라고 하였다.
그냥 대충 보아 넘기는 것은 간과(看過)한다고 한다. 람(覽)은 살펴보고 견줘 보는 것이다. 미술 전람회(展覽會)나 도서 열람실(閱覽室)의 람(覽)이 이 뜻이다. 이 밖에 본다는 뜻을 지닌 한자에 도(覩)·도(睹)·사(覗)·첨(覘)·한(覵) 등의 글자가 있다. 도(覩)나 도(睹)는 눈으로 직접 본다는 뜻이 있고, 사(覗)·첨(覘)·한(覵) 등의 글자는 모두 엿본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렇게 보는 데도 다양한 층위가 있다. 눈뜨고 본다고 해서 다 보는 것이 아니다. 건성건성 보아 넘기지 말고 꼼꼼히 보고, 따져서 보고, 찬찬히 살펴서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