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아미파의 무공사부.(1)
장염은 아침부터 초옥으로 찾아온 세 명의 아미파 제자들을 맞이해야 했다.
'소협, 오늘 저희 사부님께서 소협을 금정사 본전으로 꼭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정현의 말에 장염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세 명의 아미파 스님을 바라보았다.
'저희들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정현이 말끝을 흐리자 장염이 조용히 바라보았다.
'장문인께서 소협과 만나려고 한다는 것밖에...'
'네? 아미파 장문인께서 저를 왜?'
'아마... 저희들에게 전수해주신 무공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장염이 정현과 정원, 정경을 차례로 바라보았지만 그녀들의 얼굴에 떠오른 한
결같은 기색은 '나도 모른다'였다.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무심이 나섰다.
'장사부, 내가 모시고 가리다.'
'그래주시면 고맙죠...'
사실 장염이 아미파 여제자들에게 업혀서 올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무심이 장염을 업고 금정사에 오른 것은 점심나절이었다. 아미파의 제자들은
이무심과 장염이 금정사로 들어서자 힐끗거리며 바라보았다. 여승들만 거하는 절
이기 때문에 남자들의 발걸음이 끊긴 탓이기도 했지만, 워낙 두 사람이 특이했기
때문이다.
이무심은 정현과 정원, 정경이 이끄는 대로 앞만 보고 걸었다. 한동안 걸어가
던 정현과 두명의 스님은 보현전(普賢殿)이라고 쓰인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사부님, 장소협을 모셔왔습니다.'
'오 그래...'
안에서 파경사태의 음성이 들리더니 이윽고 문이 활짝 열렸다. 장염이 바라보
니 안은 거대한 대전이었는데 벽에 커다란 그림이 하나 걸려 있었다.
그림에는 흰 코끼리를 탄 보살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앞에 놓인 향로에서 은은한
향이 타오르고 있었다.
향로 앞의 탁자를 중심으로 몇 사람의 여승이 앉았다가 일행을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미타불... 반갑습니다.'
사람들이 걸어 나오며 인사를 하자 파경사태가 한 명 씩 소개하며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이분은 아미파 방장이신 파진사태입니다. 그리고 저 세 분은 아미삼로(峨眉三
老)이신 운현(雲玄)노사태, 운청(雲淸)노사태, 운거(雲巨)노사태이십니다. 그리고
제 옆에 계신 분은 무승 사범인 진명스님 이십니다.'
장염은 이무심의 부축으로 서 있다가 일일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것이었
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 허리를 숙이며 절을 하자 다른 아미파 사람들도 절로 허
리가 숙여졌다.
'저는 장부득이라 하옵고, 이분은 이무심이라 합니다.'
서로간의 인사가 대충 끝나자 파경사태는 이무심에게 장염을 의자에 앉혀 달라
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미파 원로들과 장염의 첫 대면이 시작되었다.
'소협께서 마침 도가일맥(道家一脈)이라 하시니 서로간에 세속의 범례를 따르
지 말고 마음에 있는 얘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한참만에 장문인이 운을 띄웠다.
'저는 여러 노사태들게 가르침을 받고자 할 따름입니다.'
장염이 조용히 말하자 아미파 사람들은 갑자기 할말을 잃고 말았다.
그들이 모여 장부득이라는 사람을 부른 것은 그가 정말 현문정종 무공의 고수
인지를 알아내고, 그를 통해 아미파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장부득이라는 사람을 보니 무공은 한 초식도 펼칠 수 없
는 몸에다가, 나이마저 젊었다. 누구를 가르치기에는 아직 연륜이 적은 것이 아
닌가 하는 의아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가 가르치겠다고 자청한 것도
아니고 파경사태의 고집으로 이 자리가 마련된 마당에 어찌 그가 가르칠 자격이
있다 없다 운운할 수 있겠는가?
'장소협, 나는 사실 장소협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느닷없는 파경사태의 이야기에 좌중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파경사태의 고
집과 자존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 젊은 폐
인에게 배웠다고 선언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파경사태의 음성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그녀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었다.
파경사태가 좌중을 잠시 둘러보더니 말을 이었다.
'사실 저는 장소협이 무공이 있고 없음을 떠나... 처음에는 그저 그 넓은 도량
을 제자들이 배울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철모르는 제자들이 장
소협에게 배워온 무공요결을 듣고 저는 심검지로에 접어들 수 있었습니다.'
'오오...'
'어찌 그럴 수가...'
사람들이 웅성거리자 파경사태가 말을 이었다.
'오늘의 이 자리도 사실은 장소협에게는 매우 거북한 자리일 것입니다. 왜냐하
면 장소협은 제게 아미파의 제자에게 무공을 가르치겠다고 말한바가 없기 때문입
니다. 장소협은 그저 제가 전해준 고약 한 항아리가 고마워서... 제 제자들에게
약간의 가르침을 내려준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고약 한 항아리는 실로 값진 것이 됐군요.'
'그렇습니다. 장문인. 저는 그 고약 한 항아리로 일생의 기연을 만난 것입니
다. 그리고 아미파를 위해 장소협에게 몇 가지 가르침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어이쿠... 사태님 천부당 만부당하신 말씀입니다. 저는 그저 누굴 가르치겠다
는 생각이 없이 그저... 말이 나오는 대로 주절거렸을 뿐입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당황한 장염이 두 손을 내저으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만약에 아미파에서 제가 주절거린 것이 거슬리셨다면... 앞으로 절대로 주절
거리지 않겠습니다.'
아미삼로가 문득 장염의 모습을 보니 세상에 이런 기인이 따로 없었다. 그는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파경사태에 대해
서는 젊은 시절부터 지켜봐서 잘 안다. 그녀의 외골수적인 기질에 적당한 타협은
없었다. 지금도 그녀는 결코 허튼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만약에 그녀의
주장이 근거 없는 소리였다면 장문인이 삼로까지 부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득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로군...'
운현노사태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도를 얻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런데 저 젊
은 기인은 자기도 모르게 도(道)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장소협께 한가지 물어 봐도 되겠습니까?'
장염이 아미삼로를 바라보았다.
'소협께서 도인의 길을 가시는 것 같아 그저 궁금해서 물어 보는 것입니다. 도
(道)를 아십니까?'
운현노사태는 질문을 던진 운청을 바라보았다. 운청은 평소 불제자가 아니면
여도사가 됐을 거라고 말해왔었다. 그 깊은 도(道)에의 갈망이 아직 잠들지 않았
던 것일까?
'저는... 잘 모릅니다. 그저 남들과 얽혀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도움이 못
되 죄송합니다. 노사태.'
'...'
무리들이 조금은 한심하다 싶을 만큼 간단한 부정에 넋을 잃고 장염과 운청노
사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도움이 못 되다뇨. 이미 충분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허허헛...'
운청노사태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음을 터뜨렸다.
'사매는 뭐가 그리 즐거운가?'
'도(道)를 모르겠다니 그저 웃음이 나서요. 어허허헛...'
운현은 연신 웃고만 있는 운청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함께 아미파의 제자
로 들어온지 어언 한 갑자의 세월이 지났다. 그 동안 운청은 거의 웃음을 보이지
않았었다. 자기가 물어 보았는데 상대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이 그렇게 웃긴 일이
란 말인가?
운청노사태가 웃음을 멈추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본래 도는 귀신도 모르게 터득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허허헛...'
그렇다면 이 젊은이는 정말 도라도 터득했다는 소리인가? 아미파 노사태들은
운청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시 모를 일이었다.
'진명 스님께서는 달리 하실 말씀이 계신가요?'
장문인의 물음에 진명스님은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아미삼로와 장문인
틈바구니에서 가만있기도 숨가쁜데 저 젊은이는 시장바닥에 나와있는 사람같이
자유롭다. 진명스님은 그것이 바로 자연의 기도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
다.
좌중이 조용하자 장문인이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오늘 장소협을 뵈니 왜 진작 만나 뵙지 못했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모두들 장문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장문인이 이 젊은 기인을 아미파에 받아
들이느냐 마느냐가 모두의 관심사가 되고 말았다.
'장소협께 어려운 부탁을 하나 드려야겠습니다.'
장염이 무슨 소린가 하여 장문인을 바라보았다.
'소협께서 따로 시간을 내주시어 아미파 제자들의 무공을 지도해 주실 수 있겠
는지요?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복호사에 말해 두 분이 거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배려해 드리겠습니다.'
'네? 지금처럼 말씀이십니까?'
장염이 지금 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을 계속 가르치라는 말로 알아듣고 되묻자
장문인이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미파 무승들의 사부가 되어달라는 말씀입니다.'
'제가 어찌 감히... 안될 말씀입니다.'
장염이 펄쩍뛰며 사양하자 파경사태가 장염에게 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장소협, 세 사람에게 가르치나 백 명에게 가르치나 다를 것이 뭐가 있겠습니
까? 이 모든 것이 다 인연이니 계시는 동안이라도 아미파와 연을 맺어 주십시오'
장염이 한동안 거절하다가 마침내 아미삼로의 간청을 듣고서야 더는 사양하지
못했다.
'장사부 잘된 일입니다. 이번 기회에 저도 사냥이나 나무를 하러 다니지 않고
장사부에게 본격적으로 무공을 지도 받아야겠습니다. 하하핫...'
옆에서 이무심마저 덩달아 기분이 좋아서 웃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마치자 아미파 장문인은 자기가 직접 이무심과 장염을 데리고 복호사
(伏虎寺)로 찾아갔다. 금정사는 여승들만 기거하는 곳이라 함께 있을 수가 없었
던 것이다. 다행히 복호사는 남자 승려들이 기거하는 곳이니 그곳에 이무심과 장
염을 위한 방을 마련해 줄 수 있었다.
본래 아미산은 도교의 보금자리였다. 복호사(伏虎寺)만 해도 처음에는 도교의
도관(道冠)이었다. 도교의 순양자(純陽子)가 아미산의 호랑이를 굴복시킨 후 그
자리에 세운 것이 복호사였던 것이다. 그러나 후에 불교가 들어와 융성하여져서
아미산의 도관이 거의 다 사라졌고, 복호사도 절로 바뀌게 된 것이었다.
아미파가 복호사에서 출발하였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제자들의 수도 많아지고,
남자 제자들도 받으면서부터 여승들은 금정사로 남승들은 복호사로 거처를 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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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세워리님 넘 감사해유~~
매일 헛걸음에,,마음도 상햇고......
초록장미님이 뭔일이있으신가,,걱정엿는대..ㅎㅎ
훨훨부엉이님 반갑습니다...
마음까지 상하셨나요? 에궁...
맞아요 매일 오라 오던 연재 게시물이 올라 오지 않으면 궁금증을 더해 걱정 까지 앞서게 되지요
늘 고운 걸음에 감사합니다
행복한 설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
고운 시간 되셔요...
고운 걸음 주시어 감사합니다 *^^*
세워리님
일 없었던거죠
다시금 접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네 멋진생활님... 별일 없었습니다 ㅎ
바쁘다는 이유로 우리님들 뵙기가 그랬었습니다 ㅠ
늘 마음은 우리님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편안한 머뭄 되시길 바랍니다 멋진생활님 ㅎ
고운 명절 보내시구요...*^^*
오랜만에 접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보내셔요...
감사합니다 *^^*
ㅈㄱ~~~~~~~~~`````````````````````
좋은 하루 되셔요... *^^*
매일 헛거음했는데

잘보고갑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더욱 좋은 일들 많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즐감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본래 도는 귀신도 모르게 터득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허허헛...'
즐감
감사합니다.
즐독요
즐감
감사
잘 읽고 갑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