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명 : 천사의 발톱
일시 : 1월 31일 수요일 7시30분
장소 :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더블캐스팅 : 김도현/이찬미
지난번 하루의 난(?)도 있고 해서 창작뮤지컬에 초연, 거기에 공연이 시작된지 일주일 밖에 안된 작품이라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공연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엇! 시작부터 뭔가 포스가 느껴지는게 이눔! 정말 공들여 만들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대 : 돈과 노력이 들어간게 보이더군요. 어찌보면 무대는 단순합니다. I 빔으로 만들어진 철공소 내부의 양쪽 구조물과 중앙에 철제 계단과 난간이 보입니다. 거기에 한쪽 구석 천정에 매달려있는 두개의 천사는 실제 구리를 녹여 주물로 만들어진걸로 보입니다. 일두가 이놈을 망치로 땡땡 두드리죠. 그 반대편엔 쇳물을 녹이기 위한 화로(?), 용광로(?) 암튼 정확한 용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보이고 그것이 시체처리장소로 쓰여지죠...ㅎ
철공소 작업 장면에서는 실제 철공소에서 쓰이는 전기쇠톱(? 죄송합니다. 단어가 딸려서....ㅠ.ㅠ)도 나와서 실제 쇠를 깎는 모습도 보여주구요.
자 이 사진이 철공소 밖 모습입니다. 오래되어 녹슨 양철 슬레이트 벽면의 질감과 색감을 잘 보여준것 같아요.
그 외에 반투명스크린을 이용한 몽환적 분위기의 사용과 그 스크린에 글자를 쏘아 보여주는등 나름 노력한게 보입니다.
철공소 세트만 해도 돈이 꽤 많이 들어갔겠구나 싶은데 그래서 그런지 그 세트가 철공소도 되고 깡패조직 장면에서도 그대로 쓰이고 졸업식에서도 그대로 쓰이고 별로 큰 변화는 없습니다. 대신 철공소 뒤 깊이까지 공간이 열리면서 다양한 면을 보여주긴 하지만요.(무대 정말 깊던데요^^)
조명 : 나름 많이 신경쓰고 노력한것 같은데 세련미는 조금 떨어집니다.
안무 : 프로그램을 봤더니 안무를 세분이나 했더군요. 도데체 어떻게 했길레 3분이나 하나 싶었더니 앙상블의 안무가 괜찮더군요.
공연을 보면서 많은 앙상블이 동원된것 같았는데 커튼콜때 보니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더군요. 무대를 다 쓰면서 다양한 안무를
보여주는데 춤의 문외한인 제가 본걸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음향 : 오늘 사고가 있었습니다. 1막 뒷부분에서 상당히 긴 시간(5~10분)정도 일두의 마이크가 나갔었죠.
다행이 무대 앞쪽에 있었기에 마이크 없이도 노래와 대사가 다 들렸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자나~~~~~~~
거기에 제가 무대 중앙이 아니라 사이드 쪽에 앉아서 였는지 노래보단 음악이 더 크게 들려서 아쉬움이 남더군요.
차용된 이야기 : 이 뮤지컬에 차용된 이야기는 돌연변이 천사이야기와 네버랜드 입니다. 천사중에 어떤 돌연변이 천사는 발톱이 자라는데 그 발톱의 힘이 천사 내면에 숨겨진 악마를 이끌어 낸다 라는 이야기... 주인공 이두는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기 위해 20년전 발톱을 뽑고 일두로 변신하죠.
또 하나는 바로 제 닉네임 이야기인 네버랜드 이야기 입니다. 네버랜드에 사는 모든 사람은 발톱을 모두 뽑았지만 뽑지 않은 사람이 바로 후크선장과 웬디 두사람이랍니다. 그래서 그 둘은 그 공통점으로 서로 끌릴 수 밖에 없다라고 후크는 말하죠.(여기서 후크는 이두, 웬디는 희진, 피터팬은 태풍으로 이야기 됩니다)
캐릭터
일두/이두(김도현) : 일두와 이두는 일란성 쌍둥이 입니다. 하지만 성격은 정 반대지요. 일두는 바보에 너무도 착한 천사라면 이두는 야망과 욕망에 사로잡힌 악마의 이미지 입니다. 이두는 우연히 일두를 죽이고 이두로 변신해서 자신의 본모습을 감춘채 속죄하는 마음으로 주워온 아이 태풍을 키우며 20년간 살아가죠. 1막은 주로 착한 일두의 모습이, 2막에선 악마 이두의 모습이 주를 이루는데요. 오늘 김도현씨가 그 극과 극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시더군요. 연기도 뛰어나시고 노래도 수준급이고, 유준상씨를 못봤지만 노래는 당연히 김도현씨가 나을것 같고 연기도 크게 꿇릴것 같지 않더군요.
희진(이찬미) : 희진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특이한 캐릭터 입니다. 전세계로 공연을 다니는 바쁜 엄마덕에 비뚫어지기 시작하는 여고생희진, 엄마는 그녀에게서 미술재능을 발견하고 미대교수님 집에 맏기고 떠납니다. 같이 대입을 준비하는 수줍음 많은 교수아들은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하고 장난삼아(?) 교수를 유혹했다가 그 모습을 본 교수아들은 자살을 합니다. 충격을 받은 희진은 가출해서 원조교제를 하며 지내다가 어리숙한 중년남 일두를 만납니다. 처음엔 경제적인 목적으로 접근하지만 어느새 그를 사랑하게 되죠. 일두 역시 그녀를 사랑하지만 너무나 많은 나이차이에 고민하게 되죠. 그러나 희진은 태풍의 접근을 거부하지 않고 그와 사랑을 나누다 그 모습을 일두가 보게 되면서 짝귀로 인한 철공소 부도와 사랑의 배신등으로 일두는 이제 이두로 변신을 하게 됩니다. 근데 또 희진은 터프한 이두에게 또 반해 버리네요.
어떻게 보면 희진이는 오는 남자 막지 않고 너무 가까워 지면 도망가는 바람둥이에다 아주 개념이 없는 비행소녀지만 그녀도 불쌍한 여자죠. 그녀를 사랑하는 모든 남자는 불행해 졌기에 사랑을 두려워하게 되고 그것이 그런식으로 표출되었다고도 이해가 됩니다.(하지만 여러 리뷰를 보면 많은 분들이 희진을 이해 못하고 나쁜뇬 정도로 보시더군요....ㅎ) 당연히 나쁘긴 하지만 불쌍하다고나 할까...
그 희진의 역할을 이찬미씨와 최선희씨가 나눠서 하는데 제가 본 공연에선 이찬미씨 였습니다.
뮤지컬 브루클린에서 무척 좋게 봤었는데 제 착각이였었나요? 아님 오늘 컨디션이 안좋았었나요? 오늘 노래가 무척이나 마음에 안들더군요. 만일 또 볼 기회가 된다면 최선희씨걸로 보고 싶은데 더블캐스팅은 유준상/김도현 씨만 발표하더군요.....ㅠ.ㅠ
짝귀(양준모) : 밀수조직 두목이며 이두의 배신으로 한쪽귀를 잃어버린 남자죠. 그러나 마담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을 간직한 순정파이기도 합니다. 양준모씨는 카리스마 넘치는 깡패두목의 모습과 사랑에 힘들어 하는 순정파의 모습을 너무나도 멋있게 보여줍니다. 연기도 노래도 너무 멋져요~
마담/횟집아줌마(구원영) : 짝귀의 여자 마담역과 어리숙한 일두를 짝사랑하는 수다쟁이 횟집 아줌마의 1인 2역을 너무나도 멋지게 소화해 주신분.
너무나도 궁금해서 네이뇬한테 물어봤더니 글쎄 올해 27살의 한양대 연영과 휴학생이시랍니다. 허걱 관능미 넘치는 40대 마담의 역할과 촌스럽고 수다스러운 횟집 아줌마를 그렇게 멋지게 연기하신분이 겨우 27살? 거기에 휴학생? 대단하시다! 연기도 노래도 정말 환상이였는데~ 나 이분 팬클럽 만들까부닷~
(위 사진은 분장하지 않아서 젊어 보이지만 극중에선 정말 관능적인 40대 마담으로 보인다)
태풍(이신성) : 이분은 뭐랄까 톡톡 튀는 느낌이랄까? 연극배우나 뮤지컬 배우라는 느낌보다는 신세대 탤런트 느낌이 강합니다. 내공있는 연기라기 보단 실제 그 배역에 맞는 사람을 데려다 놓은 양 불량소년 태풍역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화해 주신다.
프로필을 보니 뮤지컬 그리스도 하셨구나. 톡톡튀는 연기는 굿! 하지만 노래는 아직 미흡하다고나 할까? 오늘만 그런건지 모르지만 고음에서 목이 쉬어 악을쓴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 또 보면 어떨런지....
할아범(박성준) : 전문 나레이터, 혹은 배우가 직접 나레이터의 역을 번갈아 하는 특이한 구조속에서 전문 나레이터 역과 오랫동안 일두와 이두 그리고 태풍을 지켜봐온 철공소의 최고참이자 한 식구이자 집사의 역할같은 할아범. 이분의 프로필을 보니 주로 연극, 그중에서도 정극을 주로 하신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본상에 출연신이나 대사의 분량은 많지는 않지만 은근히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장난이 아니네요. 거기에 안정된 발성에서 나오는 나레이터까지... 극중 한쪽 구석에서 물끄러미 주연들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신경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지만 거기서도 내공이 팍팍 느껴져 나옵니다.
헉헉 쓰다보니 정말 길어졌네요.
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의 힘을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물론 멋진 창작뮤지컬도 많았죠. 제가 본것만 해도 명성황후, 김종욱찾기, 오당신이 잠든사이, 밑바닥에서.... 등등 명성황후보단 작지만 김종욱찾기 등 보다는 큰 중간규모 랄까요? 좀더 다양해지고 좀더 튼튼해진 창작뮤지컬의 힘을 느꼈습니다. 정말 몇몇 유명한 배우에 기대는 뮤지컬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하는 노파심도 들었지만 제 편견을 날려버린 정말 공들여 만든 뮤지컬이였습니다. 물론 일부 부족한 점이 눈에 띄긴 합니다만 이제 첫 발을 내딛었으니 내년, 또 내후년에 좀더 완벽해진 멋진 공연이 기대되는 작품이였습니다.
추신 : 위 사진들은 http://blog.naver.com/joonhoo1004/10013557688 아랑님의 블로그에 올려진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첫댓글 요즘 올라온 공연 중에.. 제일 보고싶은 뮤지컬~^^; 프리뷰로 예매했다가 자금의 압박^^;으로 예매취소 했던 작품인데.. 내내 아쉽네요^^ "천사의 발톱"처럼 멋진 창작뮤지컬이 나와서 좋은 반응을 받을때면.. 막 기특(^^;)하고 뿌듯한거 있죠~^^
도현이하고 찬미가 나왔구나... 음 언제 한번은 보리라...
자세한.. 후기.. 감사드려요~ ^^ 잘 보았습니당~
나도 보고싶음
완전 보고 싶어요! 태양님 번개나 정모 안하시나요?@.@
꼭! 보고 말리라... 다짐합니다...ㅋㅋㅋ
3월 1일 저녁으로 할까요? 김도현이던데 ㅋㅋㅋ
번개 확정되면.. 전.. 나중에 꼽사리...ㅋㅋ ^^;;
이왕이면 낮 타임으로 부탁 드려요 호호
낮타임은 유준상이던데.... ㅠㅠ
흠.... 제가 너무 호평만 한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괜히 높은 기대치로 보고나서 저한테 욕하는건 아니실련지...ㅠ.ㅠ
리뷰가 진짜 세밀하네요
공감.. 공감..^^
김도현걸로 한 번, 유준상걸루 한 번 이렇게 질렀는데, 평들이 다들 괜찮아서, 기분 좋아요...자세한 후기 진짜루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