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와 연습경기를 앞두고 점심을 먹는데 이상한 소리가 나 뒤를 돌아봤다. (정)대현 형이 아이싱하려고 비닐에 ‘후후’ 바람을 넣고 있었다.
그 모습에 박경완 선배가 “아이스 정, 또 하냐”고 농담했다. 대현 형 별명은 ‘아이스 정’이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대표팀에서 형과 같이 뛰고 있다. 매번 느끼는데, 형은 아이싱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경기가 끝나면 허리는 기본이고, 많이 운동한 날은 허벅지부터 무릎·발목·어깨·팔꿈치까지 혼자 다 만들어서 곳곳에 아이싱한다. 트레이너보다 더 잘 한다. 아팠던 곳이 많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테이핑도 근육 결까지 다 알고 꼼꼼하게 잘 한다. “나도 좀 해달라”고 농담하면 또 심각하게 와서 만져보며 “어디가 아프냐”고 진짜 해주려고 한다.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에 대표팀에 와보니 여전히 아이싱을 사랑하는 형의 테이핑 양이 엄청 늘었다.
테이핑은 풀어져있던 몸이 힘을 쓸 수 있도록 근육을 강하게 당겨 고정시켜준다. 아팠던 부위일수록 근육이 안 좋으니 테이핑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지금 형의 테이핑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보통 선수 6명이 써야 한 통이 없어지는데, 형 혼자 매일 한 통을 다 쓴다. 확실히 몸이 안 좋다는 이야기다.
나도 2004년 어깨 수술을 받은 적 있다.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그 절실함을 알 수 없다. 형도 많이 아파봤기 때문에 그렇게 테이핑을 많이 하고 보강 운동에 웨이트와 스트레칭까지 빼놓지 않고 솔선수범한다.
하루에 세 마디 하면 많을 정도로, 말없는 사람이 대현 형이다. 당연히 아프다는 소리 하는 것도 한 번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 형이 하루에 테이프 한 통을 다 쓰는 걸 보고 생각했다. 몸이 저런데도 묵묵히 나라와 어린 후배들을 위해서 이렇게 같이 열심히 해주는 모습이 참 고맙고 가슴 아프다. 걱정도 되면서, 그 끈기가 부럽고 저런 투혼은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 잠실구장에 SK가 왔다 가면 원정 라커 바닥이 항상 테이핑으로 도배가 돼 있었다. 그게 다 대현 형 것이었다.
어제는 처음으로 시뮬레이션 게임을 했는데 형이 3명한테 홈런을 맞았다. 그 말없는 사람이 분했는 지 덕아웃에 들어와서는 옷을 막 벗으면서 “스파이크가 좀 미끄러웠고 테이핑이 잘 안 돼서 그랬다”고 “다시 붙자”고 소리 지르는 걸 보고 우리 모두 엄청 웃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라커룸 안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는 대현이 형은 온몸에 깁스를 한 것처럼 많은 테이핑하고 있다. 그러고도 이렇게 후배들을 위해 말 없이 몸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도 감사하다. 형은 정말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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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칸
[봉중근의 AG일기] (6) ‘아이스 정’의 투혼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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