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42) 성사 : 일곱성사 (6) 성품성사 (친교성사)
일곱성사 가운데 성품성사와 혼인성사를 친교에 봉사하는 성사라고 부릅니다. 성품성사를 통해서는 특별히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친교에 봉사하고, 혼인성사를 통해서는 부부의 친교와 부부가 가꾸는 가정의 친교에 봉사하기 때문입니다.
성품성사와 세 품계
성품성사는 하느님 말씀과 은총으로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해 교회를 사목하도록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성받게 하는 성사입니다. 달리 말해 성직자로서 하느님 백성에게 봉사하는 데 필요한 은총을 베푸는 성사입니다.
교회 안에서 성직자는 주교, 사제, 부제 세 품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따라서 성품성사를 받는 사람은 주교로서, 사제로서, 또는 부제로서 그 품계에 따른 고유한 성무를 수행함으로써 하느님 백성인 교회를 위해 봉사합니다.
주교품 :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로 축성하는 주교품은 '성품성사의 충만'입니다. 그래서 주교로 축성되면 거룩하게 하는 임무(성화직)와 함께, 가르치는 임무(교도직)와 다스리는 임무(통치직)도 받게 됩니다. 이 축성으로 "주교들은 탁월하고 가시적인 방법으로 바로 스승이시고 목자이시며 대사제이신 그리스도의 역할을 하고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행동하는 것입니다"(교회헌장 21항).
주교는 이처럼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개별 교회의 최고 목자일 뿐 아니라 주교단 일원으로서 형제 주교들과 함께 교회 전체, 곧 보편 교회에 대해서도 공동 관심을 갖습니다.
사제품 : 사제(신부)들은 주교의 협력자로서 주교의 위임을 받아 사제직을 수행합니다. 사제들은 주교에게 속해 있지만 성품성사의 힘으로 대사제이신 그리스도 모습을 따라 참 사제로서 복음을 선포하고 신자들을 사목하며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도록 축성됩니다. 이 성사로써 사제는 유일한 대사제이신 그리스도를 대신해 사제직을 수행합니다. 사제들은 또 자기 주교와 더불어 한 사제단을 이뤄 주교를 도와 자기에게 맡겨진 신자들을 거룩하게 하고 다스리는 직무를 수행하지요.
부제품 : 부제품은 사제직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봉사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받는 성사입니다. 부제들은 특히 성찬례 때 주교와 사제를 보좌하고 성체를 분배하며 혼인성사를 주례하고 복음을 선포하고 강론을 하며 장례식을 거행합니다.
성품성사의 집전자와 수혜자
성품성사를 유효하게 집전할 수 있는 사람은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입니다. 유효하게 서품돼 사도 계승을 한 주교는 주교품과 사제품, 부제품으로 이뤄진 세 가지 품계의 성품성사를 유효하게 집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 성사를 받을 수 있을까요? 교회 전통과 관습에 따라서 세례받은 남자만이 합당하게 성품성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톨릭교회에서 여성은 이 성사를 받을 수 없습니다.
교회는 성품성사와 관련해서 "누구도 성품성사를 받을 권리는 없다"(가톨릭교회교리서 1578항)고 천명합니다. 성품성사는 인간이 받기를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불러주시기에 받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일반적 자격 기준은 있습니다. 세례와 견진을 받고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할 뿐 아니라 봉사 직무 수행에 적합하다고 판단돼야 합니다. 이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책임과 권리는 교회 권위자에게 있습니다. 종신부제를 제외한 서품 성직자들은 성품성사를 받을 때에 모두 독신과 주교에 대한 순명을 서약합니다.
성품성사의 세 품계에 따라서 부제품을 받은 이만이 사제품을 받을 수 있고 사제품을 받은 이만이 주교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 품계의 성품성사에 공통되는 핵심 예식은 주교가 수품자의 머리에 안수하고 그 봉사직무에 적합한 성령의 은혜를 내려주시도록 청원하는 고유의 축성기도를 바치는 것입니다.
주교 서품 때는 주례 주교 외에 형제 주교들이 같은 주교단의 일원으로서 주교 수품자에게 안수를 합니다. 사제 서품 때 역시 주례 주교 외에 형제 사제들이 같은 사제단의 일원으로 안수를 하지요. 그러나 부제 서품 때는 주교만이 안수를 합니다. 이것은 부제가 자신의 봉사 임무에 있어서 특별히 주교에게 속해 있음을 의미합니다.
성품성사의 효과
성품성사는 성령의 특별한 은총을 통해 교회를 위해 그리스도를 닮게 합니다. 그래서 교회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대신해 사제와 예언자와 왕이라는 그리스도의 세 가지 직분을 행할 자격을 지니게 되지요.
또 주교품 사제품 부제품 공히 성품성사 때에는 지워지지 않은 인호가 수품자에게 새겨집니다. 세례 때나 견진 때에 받는 인호와 마찬가지로 이 인호는 두 번 다시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한시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이유에서 성직자는 중대한 이유로 직무를 정지당하거나 면직당하더라도, 서품으로 새겨진 인호가 영원한 것이기에 엄밀하게 말해서 다시 평신도가 될 수는 없습니다.
[평화신문, 2008년 12월 21일,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