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를 문의하는 사람들
기상 콜센터에 문의하시는 분들 가운데 유난히 마음을 힏들게 하는 단골고객이
있읍니다."서울!" "부산!" "날씨 언제 풀려요?" 이렇게 세 마디가 전부고, 세 번째
질문에 답하려고 "내일은 몇 도......." 하는 순간 전화기 저편에서 "언제 풀리냐
니까?" 라는 고함이 이어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3일 후에 풀립니다." 라는 식으로
안내하면서 괜스래 서글퍼지곤 했습니다.
그러던 지난 1월,그분은 다시'3월부터 풀립닊까?""라고 문의하셨습니다 ,
"지금보다 포근해질 것임니다,라고 답하니 "2얼29일까지 춥고 3월 1일부터
풀리냐고 ?" 하셨습니다 그분의 고함에 민감해진 터라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했지만 계절이 칼로 자르듯 정확하게 변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1월이 지나갈무렵 그분의 문의가 "2월 15일 날씨 풀립니까?"로 바뀌었습니다.
확인 가능한 일자를 안내해도 같은 질문을 계속하셨지요. 드디어 당일 예보가
분석되던 날 "오늘보다 훨씬 따뜻할 것입니다. "라고 말씀드리니 "뇌졸증 환자가 외출해도 될 정도입니까 ? 3월에 오려던 어머니가 그날부산에서 오신다고
했거든요 ." 하셨습니다.
"아~!" 건강치 못한 어머니를 걱정해 그동안 계속 날씨가 따뜻해지는 때를
물으 셨던 것입니다. 어머님 을 모셔 와 마음놓고 봉양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날씨 문의를 반복하여 계절과 함 게 달려온 것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전화선 저편에서 "그 쪽도 어머니 게시죠?" 라는 물음이 이어졌습니다.
그분은 내 답에 흡족해하며 다른 질문까지 계속하셨지지만,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오늘은 기상콜센터 전화는 끊이지 않고 울립니다. 내일 날씨 문의부터 위험한
기상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안, 기후 변동에 관한 문의까지 다양한 질문이 이어집니다.
다방면의 지식을 요구하는 고객도 있지만, 장애 때문에 알아득기 힘들 정도로
더듬거리며 수차례 문의하시는 고객도 많아 안타깝습니다.
비록 전화선 저편에서 어떤 상황, 어떤 마음으로 전화하는지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원하는 기상 정보를 안내받고 행복한 내일을 준비하시기 바라며
오늘도 전화를 받습니다.
김현경 님/ 기상콜센터 상담사
(강헌 선집 172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