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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나온 복거일의 평론집 "保守는 무엇을 보수하는가' 라는 평론집에 대한 서평입니다. 지금 새로 읽어도 집권 보수정당 새누리당에 대한 성찰과 충고로서 의미가 있을 듯 싶어 앞에 우양이 올린 보수- 진보 비교론의 댓글로 다시 올립니다.(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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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무엇을 보수하는가.’
(전략)총선 시국을 맞아 12월의 대선까지를 염두에 두고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 소설가이면서 대표적 논객인 복거일이 지난해 11월에 펴낸 ‘보수는 무엇을 보수 하는가’이다.
책을 펼치기에 앞서 제목만보면 ‘보수는 무엇을 보수保守’하는가' 인지, 혹은 ‘보수는 무엇을 보수補修’하는가’ 인지’ 헷갈릴 수도 있다. 책 제목에 한자를 표기하지 않는 것이 출판 관행처럼 굳어진데서 오는 병폐다. 이를 감안하고 책을 소개하면 우선 제목은 ‘보수는 무엇을 보수保守(보존하고 지킴)하는가.’를 뜻하지만 책 후반부에는 대한민국의 보수는 ‘무엇을 보수補修(보완하고 고침)해야 하는가.’ 라는 저자의 생각도 소상히 제시돼 있다.
책은, "보수는 보존保存과 수호守護를 뜻한다."는 짧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부연설명이 이어지는데 이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보수라는 말은,그러나 대상이 무엇인지 가리키지 않는다. 그래서 그 말이 쓰이는 상황에 따라 잇고 감싸는 대상이 결정된다. 이 점이 잊혀 지면 논의에 혼란과 오류가 나온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책은 우리 사회가 보수와, 그것의 대척이념으로 인식돼온 ‘진보’에 관련한 논란에서 얼마나 혼란과 오류誤謬를 범해 왔는가를 서술해 간다.
저자는 우선 “보수는, 우리 사회처럼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구성 원리로 하는 사회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자본주의 체제를 잇고 감싸는 태도와 그런 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말한다."고 간명하게 정리하고 우리 사회의 이념과 체제를 따르지 않고 다른 이념과 체제로 대치하려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진보라고 부르는 것은 오류라고 비판한다. “한 사회의 이념과 체제를 크게 바꾸거나 아예 다른 것으로 대치하려는 태도는, 즉 보수의 대척적 존재는, 진보라고 불릴 수 없다. 그것은 ‘대체’나 ‘변혁’이라 불려야 한다. 진보의 역逆은 퇴보임을 떠올리면 이점은 또렸해 진다.”
저자는 이와 관련해서 한 사회에서의 정설正說(orthodoxy)과 이설異說(heterodoxy)을 구분한다. 어떤 사회든 특정이념을 자신의 구성 원리로 삼기 때문에 그 구성 원리가 된 이념은 정설이 되고 다른 이념들은 모두 이설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이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지향함으로 ‘보수’ 또는 ‘우파’라 불리는 자유주의는 우리사회에서 정통성을 지닌 정설이고 ‘진보’ 또는 ‘좌파’라 불리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민족 사회주의 같은 이념들은 이설임을 설명한다. 저자는 이어 “우리 헌법 기구나 거기 구현된 이념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과의 이념적 타협은 우리 사회의 바탕을 가장 근본적 수준에서 허문다.”고 주장한다.
복거일의 모든 저술이 그러하듯 이 책 역시 목차만을 찬찬히 살펴보아도 전체 내용의 논리적 짜임새를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할 수 있다. 15장으로 구성된 책의 목차 순서에 따라 책 내용이 명료하게 압축돼 있기 때문이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각 장의 제목을 그대로 옮긴다.
<보수주의의 뜻-자유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내재적 위협- 시장경제에 대한 회의- 대안적 체제들-한국사회의 이설-좌파정권들의 정책과 실적-합리적 대북한 정책-북한 핵무기에 대한 대책 -보수가 침체한 이유- 대한민국의 성취- 대한민국의 이상적 미래- 보수의 전략- 보수의 각오>- 각 장의 내용은 소제목으로 따라 붙은 몇 개의 글로서 소상히 설명되는데 이 목차의 순서만으로도 저자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했는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복거일의 글은, 마치 좋은 자재를 써 정성들여 지은 건축물 같다. 그의 칼럼들이 특히 그렇다.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정도의 서술인데도 그것들을 단순한 시론∙시평이라고 하기에는 글 속에 논거로서 동원되는 지식이 학술논문 못지 않게 그 폭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고 깊다. .
(전략) 복거일의 논설은 그 논증이 명징하고 냉철하면서도 문장의 흐름은 참으로 담담해서 비판적 글을 주로 써온 입장로서도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틈새를 찾기 어렵다. 적어도 내 판단은 그렇다. 세상을 보고 해석하는 그의 논리는 그만큼 치밀하고 진솔하다. 진보를 자칭하는 좌파들의 논리에 제대로 대응 할 수 있는 논객으로서 복거일의 존재는, 그래서 보수진영으로서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그의 책 ‘보수는 무엇을...’은 그 행운에 대한 증거로서도 읽어 볼 가치가 있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대한민국 보수 세력의 과오가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10년 이어진 좌파정권시대를 청산하고 보수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야할 책무를 지니고 출범한 이명박 정권이 어떤 점에서 시대적 요구를 거슬렀는가에 대한 복거일의 분석은 조용하지만 엄정하다. 논지를 요약하면 우선 이명박 정권의 실책들은 모두 이념에 대한 무지와 자유주의 경시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에 대한 냉담, 이해와 믿음의 부족은 지지계층의 이탈은 물론 민중주의로의 필연적인 기울기를 초래했고 진정한 자유주의자들의 참여기회가 대폭 줄어들게 함으로써 정권이 연약해 졌다고 분석한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었는가. “좌파 세력이 차지한 이념적 고지들을 되찾을 기회를 잃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목표는 잊혀 졌고, 우리사회의 정설을 지키려는 우파 세력과 이설을 도입하려는 좌파 세력 사이의 이념적 전선은 노무현 정권아래서 형성된 상태에서 고착되었다.” - 책속 저자의 지적은 그 관측의 정확성이 노무현의 정치적 적자摘子임을 자처하는 세력들이 새롭게 부활하고 있는 작금의 정치 현상에서 여실히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자~ 그렇다면 보수는 어떻게 해야 재집권 할 수 있는가. 저자가 보수의 과오를 분석한 뒤 제시하는 방책은 과감하다. “보수는 ‘그르게 이기는 길’보다 ‘옳게 지는 길’을 골라야한다’는 것이다. '새 누리당'으로 간판까지 바꿔 단 여당 ‘현직’의원 제씨의 시각으로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전략일지도 모르지만, 달리 보면 그것만이 확실한 승리의 길일 수도 있다. 지금 박근혜의 새누리당 비대위가 내놓는 여러 총선관련 ‘정책복안’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새누리당은 지금 자유주의가 아니라 좌파들이 매달려온 민중중의의 유혹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이를 염두에 두고 복거일의 논리를 들어 볼 필요가 있다. “민중주의적 정책을 내놓고 싶은 유혹은 (선거를 치러야하는 정당들에게) 당연히 크다. 다른 편으로는, 그런 민중주의적 정책들은 나라의 활력을 앗아간다. 선거가 그런 정책들의 대결이 되면, 원래 민중주의에서 이념적 자양을 얻은 좌파 정당들에 끌려가는 형국이 될 터이고,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정치적 지형을 좌파에게 유리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런 정치지형이 바로 노무현 적자들에 의해 이미 단단하게 구축되고 있는 셈인데 그렇다고 해서 새누리당이 민중주의에 영합한 정책들로 그들과의 싸움에서 이겨 재집권이 가능할까. 저자는 책 속에서 이를 부인한다.
“민중주의적 정책들로 절망적 분노를 느끼는 시민들을 달래서 선거에 이기려는 것은 현명한 전략이라고 보기 어렵다. 차라리 선거에서 져도 자유주의를 따른 처방들이 옳다는 점을 주장하겠다는 각오가 오히려 이길 가능성이 있는 전략이다. 지금 우리가 맞은 경제적 어려움은 누구도 (쉽게) 풀 수 없고 민중주의적 처방은 문제를 키울 뿐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 우리의 정설인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따른 처방들이 그래도 가장 낫다는 주장을 외치면서 ‘옳게 지는 길’ 을 고르는 것이 훨씬 희망적인 길이다.”
‘옳게 지는 길’을 걸어가 최종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국민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가. 저자가 책에서 내놓은 처방전은 자유주의의 기본적 덕목-바로 ‘도덕성 고양 ∙ 법치法治∙ 재산권 보호 등으로 압축된다. 이는 물론 총선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 여러 측면에서 절박한 새누리당 사람들에게는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저자가 감성적 수사修辭로 일깨우는 우리 선조들의 '생존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길목에서 보수는 겨우내 배고픔을 참으면서 씨앗을 간수한 선조들의 지혜를 떠올려야 한다.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어린것들을 물리치고, 씨오쟁이를 베개 삼고 누워 천장도 없어서 그대로 드러난 서까래들을 올려다보는 가장家長의 형형한 눈빛보다 더 강인한 것이 있었을까? 그는 잘 알았다. 당장의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씨곡을 먹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임을. 오쟁이에 씨곡이 들어있는 한, 아직 먼 봄은 또렷한 희망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그렇다. 새누리당이 정강政綱에서 ‘보수’를 팽개치지 않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는 정당으로 재집권하겠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면, 복거일이 책에서 제시한 세 가지 처방전은 결코 도외시할 수 없는 선거 전략이라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권 말기에 권력 주변에서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는 여러 부정∙비리 의혹들을 떠올리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도덕사회 만들기는 재집권 공약으로서 가장 절실하다. 박근혜가 이끄는 새누리당은 부정부패의 추방을 통한 우리 사회의 도덕성 회복을 공약으로 내놓고 그것을 국민이 신뢰 할 수 있도록 온갖 정치적 역량을 동원해야 겨우 승리를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치와 재산권 보호의 필요성과 그 실천을 위한 방책은 부연 설명이 필요 없겠다.
앞서 목차목록에서 소개한 대로 책은 마지막 부분인 14~15장에서 ‘보수의 전략’과 ‘보수의 각오’를 제시한다. 거기서 설명된, 보수가 재집권해야 할 이유는 줄을 치며 음미해야 할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어느 사회에서나 집권정당은 보수로 분류되는 정당이 되는 것이 정상적이다....우리 시민들의 다수가 (우리) 헌법을 지지하는 한 헌법을 따르는 보수가 집권하는 것이 당연하다.” 저자는 이어 책의 후기를 이렇게 끝맺는다.
“지금 이 땅의 보수가 조심스러운 낙관으로 앞날을 맞으려면 그들은 먼저 자신들이 보수(保守)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보수의 가치를 홀대하면서 총선 대책의 일환으로 당명도 바꾼 새누리당 비대위의 박근혜 위원장을 비롯해서 위원 제씨, 그리고 당 공천에 목매단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 보아야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논단 2012년 3월호-조규석/ 언론인>.
첫댓글 내 마음에 드는 후보는 없지만 그래도 정규재의 말 마따나 우리는 次惡이라도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