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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법 쌀쌀한 가을의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 길가의 가로수마다 곱게 물들었던 단풍이 벌써 떨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빠르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오늘은 정토회 2차 만일결사, 1차 천일결사 중 제7차 백일기도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에는 아침 일찍부터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봉사자들이 북적거렸습니다. 스님도 아침 9시 30분에 행사가 열리는 지하 대강당에 자리했습니다.
타종, 예불, 반야심경을 봉독 한 후 사회자 김병조 선생님의 활기찬 인사와 함께 7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극복하고 바로 이 땅에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실현하고자 큰 서원을 세우고 시작한 2차 만일결사가 벌써 600일이 지나고, 700일에 접어들었습니다. 국내외에서 6천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큰 박수와 함께 입재식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먼저 정토회 대표 전해종 님이 무대 위로 올라와 인사말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 저녁을 먹는데 어머니께서 TV를 보시다가 남북관계, 여야갈등, 세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소식들을 보면서 ‘반짝하고 조금 살다가 끝날 인생인데 왜 이리들 싸우는지 모르겠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님이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루하루 정진해서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는 여러분들의 모습에 대해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백일마다 도반을 만나는 오늘이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이어서 지난 100일간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펼쳐진 많은 활동들이 15분의 영상 속에 알차게 담겼습니다.
다음은 지난 백일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해 온 행복운동특별본부 경남지회 이삼순 님의 수행 사례담을 들어보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객석 곳곳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수행이란 무엇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6차 백일기도 회향식
이어서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을 모시고 제1차 천일결사 제6차 백일기도 회향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모든 것에 앞서서 수행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오늘은 제2차 만일결사 제1차 천일결사 중 제6차 백일기도 회향일입니다. 정토회가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고 오늘로써 600일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400일을 더 정진하게 되면 우리는 2차 만일결사의 첫 번째 천일결사를 마치게 됩니다.
지난 백일의 발자취를 돌아보면, 첫째, 여러분들은 보이지는 않지만 매일 개인 정진을 열심히 하였습니다. 둘째, 불교대학, 경전대학, 행복학교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전법을 하였고, 또한 각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셋째, 으뜸 절을 비롯한 실천 장소, 지역, 그리고 전 세계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서 많은 실천 활동을 하셨습니다. 외부에서 볼 때는 이런 결과만 보고 정토회가 많은 활동을 하여 성과가 많다고 평가하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이것은 여러분들 한 명 한 명이 매일매일 정진하고 전법하고 봉사한 결과물입니다.
정토회가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 있는 이유
외부 사람들이 정토회의 활동을 보면서 가장 큰 감동을 받고 배우고 싶어 하는 점이 바로 ‘자원봉사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본인들도 자원봉사 시스템을 자기 나라와 자기 단체에 도입해 보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래서 제가 웃으면서 물었습니다.
‘밖에서 보니 좋아 보이죠? 월급도 안 주고 사람들이 와서 열심히 일하니까 자원봉사 시스템을 도입하면 돈도 적게 들고 일도 많이 할 수 있겠다 싶으시죠?’
그런데 방법적으로만 자원봉사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과연 활성화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정토회가 운영될 수 있는 이유는 자원봉사자 한 명 한 명이 자기 수행의 기초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도나 시스템을 잘 마련해서 대중들이 효과적인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하지만, 제도나 시스템 때문에 대중들의 자원봉사 활동이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토회는 바로 수행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원봉사 활동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수행이란 지금 내가 괴로워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미움이든 원망이든 화든 짜증이든 스트레스든 슬픔이든 외로움이든 근심이나 걱정이든 불안함과 초조함이든 그 무엇이든 우리의 심리 상태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총칭해서 ‘괴로움’이라고 말합니다. 팔리어로는 ‘두카(dukkha)’라고 합니다. 괴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가 ‘열반’입니다. 수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열반에 이르는 것, 즉, 괴로움이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입니다.
정토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바로 수행자로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지 일반인이 자원봉사를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우리는 일이 목적이 아닙니다. 수행을 통해서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경지에 이르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 길로 나아가는 데 보시하는 마음을 내는 게 필요하고, 봉사하는 마음을 내는 게 필요하고, 계율을 지키는 게 필요한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계율도 지키고, 선정도 닦고, 지혜도 증득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삶이 힘들고 괴로웠는데 불교대학을 다니고 나서, 또는 즉문즉설을 듣고 나서, 또는 깨달음의 장에 다녀와서 괴로움이 줄어들었다고 말합니다. 사람마다 괴로움이 얼마만큼 줄어들었는지의 차이만 있지 대다수는 괴로움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괴로움이 확연히 줄어서 삶이 바뀌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삶이나 생각이 얼마나 바뀌었으면 집을 떠나 공동체로 출가해서 들어오겠습니까?
괴로움에 빠져서 살다가 그 괴로움이 조금 줄어드니까, 첫째, 마음에서 고마움이 생깁니다. 고마운 마음이 들면 ‘나도 뭐든 나눠주고 싶다’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위가 바로 보시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좀 더 적극적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봉사입니다. 보시하기는 좀 쉽지만, 봉사는 조금 부담이 됩니다.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다 봉사하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보시하는 사람은 광범위하지만, 봉사하는 사람은 그에 비해 수가 적습니다. 이렇게 법문을 듣고 자신의 인생이 행복해진 사람들을 기반으로 해서 정토회의 자원봉사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봉사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수행에 대한 지원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정토회가 봉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수행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사람들도 자원봉사를 계속해나가는 것입니다. 또한 수많은 사람 중에 이만큼밖에 봉사를 하지 않는 이유도 정토회가 그만큼 지속적인 지원을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도 처음에는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고마움의 표시로 봉사를 열심히 했는데, 어느 정도 보시나 봉사를 하면 그 은혜를 다 갚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거기다 수행적으로 더 이상 도움 받을 게 없다고 생각하면 봉사활동을 그만두게 됩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외형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결과물일 뿐이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수행입니다. 여러분들이 수행을 통해서 점점 자기가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할수록 보시와 봉사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수행에 진척이 없으면 봉사도 지속성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정토회가 어떤 일을 해서 성과를 얼마나 냈느냐를 중요시하지 않습니다. 그건 결과물일 뿐입니다. 결과물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요. 바깥으로 드러난 결과물을 보고 외부에서는 상을 주거나 칭찬을 하지만, 제 관심은 늘 여러분들의 수행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결과물은 재벌회사에서 돈을 주고 만들 수도 있고, 종교단체에서는 미래에 복을 준다고 약속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가 만든 결과물이 소중한 이유는 여러분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수행의 결과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단체와 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수행이 깊어질수록 봉사가 자기 일이 됩니다
그래서 수행 정진을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해외로 파견을 가든, 집에서 활동을 하든, 공동체에서 생활하든, 자기 수행이 기초가 되어야 보시와 봉사가 수행의 부산물이 될 수가 있습니다. 자기 수행이 기초가 안 되면 봉사가 부담이 되고 섭섭함이 자꾸 생깁니다. ‘내가 정토회에 얼마나 기여를 많이 했는데 이런 식으로 대우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거래하는 심리로 바뀌게 됩니다. 마치 여러분들이 사랑해서 결혼해 놓고 사랑의 대가를 못 받아서 섭섭해하고 미워하면서 헤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섭섭한 마음이 커지면 결국 봉사를 그만두는 쪽으로 가게 됩니다. 특히 정토회에 기여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정토회에 기여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자기도 모르게 정토회에 대해 바라는 마음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바라는 마음이 채워지지 않으니까 결국은 섭섭해지고, 실망하게 되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자꾸 일어나게 됩니다.
수행이 깊어질수록 봉사가 자기 일이 됩니다. 법륜스님이 하는 일을 돕는 것도 아니고, 정토회의 일을 돕는 것도 아니고, 나라를 위해서 하는 일도 아니고, 자기 일이 되어야 합니다. 봉사가 자기의 일이 될 때 가장 높은 단계의 수행을 하게 되는 겁니다.
정토회 활동이 나의 일이 되면, 법륜스님이 있는 게 큰 도움이 되겠죠. 법륜스님이 없으면 내 일이 잘 안 돌아가니까요. 그래서 정토회 활동이 나의 일이 되면 ‘스님이 계셔서 고맙다’, ‘법사님이 계셔서 고맙다’, ‘도반이 있어서 고맙다’ 이렇게 됩니다. 그런데 나의 일이 안 되면 항상 ‘스님이 왜 나를 안 알아주나’, ‘법사님은 왜 나를 안 알아주나’, ‘도반들이 내 공을 왜 안 알아주나?’ 이런 심리가 자꾸 일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계속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나를 알아주길 바란다면 그 사람은 봉사를 하긴 하는데 주인이 아니라 객이 되어서 하는 겁니다.
‘이 일은 내 일이 아니다. 이 일의 주인은 정토회이고, 법륜스님이고, 법사님들이고, 지부장이고, 지회장이고, 팀장이고, 모둠장이다. 저 사람들의 일인데 내가 지금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든다면 내가 객이 되어 있는 겁니다. 객이 되면 계속 ‘나를 좀 봐달라’ 하고 요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내가 이 일의 주인이 되면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자꾸 고맙다고 인사를 하게 되고, 그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쪽으로 가게 됩니다.
수행을 하면 자기희생이 없어집니다. 그런데 수행을 안 하면 자기가 희생된다고 여깁니다. 처음에는 내가 막 좋아서 했지만 아무도 안 알아주면 ‘돈도 안 받고 내가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데 나 혼자 뭐 하는 짓인가?’ 이런 생각이 들고, 결국 그만두면서 ‘내가 지난 5년 동안 쓸데없는 일을 했다’ 하고 후회를 하게 됩니다. 이것은 봉사가 자기희생이 되는 거예요. 세상에서는 희생을 아주 높이 평가합니다. 나라를 위해서 희생하거나 가족을 위해서 희생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존경합니다. 그런데 수행 차원에서 희생은 고통이에요. 여러분 대부분이 가족을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하잖아요. 내가 남편이나 자식들 뒷바라지를 했다고 여기니까 나중에 남편이나 자식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섭섭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부처님의 법을 배우면서 내가 종이 아니라 주인이 됩니다. 내가 주인이 되면 다른 사람을 어여삐 봐줄 수 있어요. 자기 인생의 주인 역할을 하는 것이 부처이고, 늘 남을 쳐다보고 의지하고 구걸하는 존재가 중생입니다. 옛 선사들은 ‘수처작주(隨處作主)’라고 해서 어디를 가든 항상 내가 주인이 된 자세를 가지라고 했어요. 이것이 바탕이 되어야 수행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토회는 여러분의 수행을 기초로 해서 세계 곳곳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가장 핵심이 봉사이고, 봉사의 기반은 수행입니다. 그러나 수행이 허물어지면 자원봉사 시스템도 허물어지고, 자원봉사 시스템이 허물어지면 다른 활동도 허물어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정토회는 임금을 주고 전문가를 고용해서 운영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활동을 안 하면 정토회는 따로 활동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보시를 안 하면 정토회의 재정은 고갈됩니다. 왜냐하면 국가나 기업과 같은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이 일절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백일 동안 여러분 모두 정진하고 전법하고 여러 가지 사회 실천 활동을 해온 것에 대해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동안 정진에 조금 소홀했다면 7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하는 오늘 다시 새로운 마음을 내어서 또 백일 정진을 해 나갑시다.”
회향 법문을 마음속에 새기며 20분간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새로운 백일을 시작하며 예비 천일결사자 결의식을 진행했습니다.
“정토행자는 자기 생각을 바꾸어서 행복해지는 자기 변화와 사회를 바꾸어서 행복해지는 사회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며 수행, 보시, 봉사를 통해 이 땅에 정토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정토행자는 이 땅에 정토세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10가지 약속을 해야 합니다. 첫째,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자 매일 새벽 5시에 정진하겠습니까?”
“예, 매일 새벽 5시에 정진하겠습니다.”
......
“여러분은 이제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이루기 위한 천일결사에 동참하여 정토행자로서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기존 천일결사자들은 수행자의 길로 동참하게 된 예비 천일결사자들을 힘찬 박수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7차 백일기도 입재식
다음은 7차 백일기도를 시작하며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오늘은 정토회 천일결사 제2차 만일결사, 제1차 천일결사 중 제7차 백일기도 입재를 하는 날입니다. 이번 백일기도 기간은 겨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외부 활동이 좀 적은 편입니다. 일정한 활동이 있긴 하지만 봄이나 가을보다는 적은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첫째, 자기 정진에 좀 더 집중해서 헐떡거리는 마음, 할까 말까 망설이는 마음을 정리해 봅시다. 내년 봄에 진행되는 다음 백일기도는 2월부터 5월까지이기 때문에 활동력이 좀 많이 필요할 거예요. 그러니 이번 백일은 정진에 좀 더 비중을 둬서 다음 백일에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좀 보충해 봅시다. 지난 백일 동안 에너지가 소진이 되었다면 충전도 좀 하시고요. 또한 다음에 사용할 여분의 에너지를 좀 모으기 위해서도 정진에 집중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진에 집중하는 백일
늘 강조하지만 수행이 가장 기본입니다. 수행을 하지 않으면 보시와 봉사도 지속적으로 할 수 없습니다. 결국은 하다가 중단하게 됩니다. 최근에 제가 정토회가 약간 정체된 것 같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러분들이 정진을 등한시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모든 시스템이 온라인으로 바뀌니까 개개인의 정진 점검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정진이 뒷받침되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들어오는 만큼 나가게 됩니다. 정토회 전체 차원에서 활동을 좀 못하더라도 정진에 좀 더 힘을 실어줘야 활동에 지속성이 생깁니다. 여러분 개개인도 정진에 힘을 실어줘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백일에는 꾸준한 정진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마음을 가지고 시작해 봅시다.”
큰 박수와 함께 새로운 백일을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다음은 이번 백일 동안 천일결사자 모두가 다 함께 실천해야 할 약속을 발표했습니다. 백일 동안 모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행복학교를 널리 확산시켜 보기로 했습니다.
정토행자들이 걸어온 길들은 돌아보면 세상에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길들이었습니다. 세상에 희망이 되기 위해 울고 웃으며 이어온 많은 정토행자들의 활동을 행복운동특별본부 도반들이 공연으로 준비해서 보여주었습니다.
감동과 웃음이 함께한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서 사회자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입재식 공연에서 오랜만에 보는 무아의 경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법사단 단장의 닫는 인사를 듣고 다음 입재식인 2월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7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다 함께 사홍서원과 산회가를 힘차게 불렀습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현장에 참석한 행복운동특별본부 회원들은 도반들과 함께 삼삼오오 흩어져서 각자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김홍신 작가님, 김병조 선생님, 박지나 JTS 대표님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부터 평화재단 접견실에서 로힝야 난민캠프에 세수 비누와 빨래 비누 총 636만 개를 지원하기 위한 계획에 대해 박지나 JTS 대표님과 회의를 했습니다. 비누 전달식 날짜를 확정하고 스님과 대표님을 비롯하여 함께 참석할 사람들의 비행기 편을 어떻게 할지 의논을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행복운동특별본부의 날 행사를 지하 대강당에서 시작했습니다. 행복운동특별본부 구성원 전체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했습니다. 정토회 대표님과 평화재단 기획위원장님의 격려 말씀을 들은 후 행복본부원들의 여는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서울제주 북부지회에서 합창 공연과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보여 주었습니다.
여는 공연을 하면서 행복운동특별본부의 날 행사의 열기가 한껏 달아올랐습니다. 다시 마음을 차분하게 한 후 다 함께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왜 행복운동특별본부가 만들어졌는지 그 목적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행복운동특별본부는 원래 ‘통일특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정토회 제1차 만일결사 중 제9차 천일결사 때 시작되었습니다.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생긴다면 우리는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우리의 평화를 지켜내겠다는 특별 임무를 맡았습니다. 그러나 긴급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평상시에는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서 행복학교를 진행합니다. 사실 지난 2017년도에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발생했죠. 그때 1만 대중이 광화문 앞에 모여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행진을 했습니다. 아직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는 것입니다. 이것을 행복운동특별본부에 있는 여러분들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터지고, 또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남북관계의 긴장도 점점 더 고조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 일상 업무에서 손을 놓고 우리에게 주어진 특별 임무에 집중해야 될 때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러나 좀 더 기다려보자 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6월에는 용성조사 탄생 160주년을 기해서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성이 점점 높아지는 시점에 사람의 힘뿐만 아니라 천지신명과 불보살의 도움을 얻어서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자고 해서 6.13 만인 대법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현재의 전쟁 위기가 조금 진정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려면 내년 1월 20일까지 두 달여 이상을 기다려야 되기 때문에 그전에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면 우리는 몸을 사리지 말고 기꺼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나서야 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지금 시기를 지켜봐 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립니다.”
기조 법문을 한 후 이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봉사활동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가고 남편도 잔소리를 한다며 활동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데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몸에 무리가 되니까 활동을 하기 싫은 마음이 듭니다
“지금 행복운동특별본부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2년째에 들어섰습니다. 직장 생활과 행복학교 진행, 행복시민들을 지원하는 일을 온오프라인으로 하면서 1년 동안은 참 재미있게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2년째 들어서서 무리한 활동으로 인해 몸이 많이 아팠어요. 감기로 시작해 코로나에 걸리고, 다리를 다쳐서 정진을 못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 옆에 있는 남편이 저만 보면 ‘그렇게 무리를 하는데 안 아프고 배기겠냐’ 하고 야단을 칩니다. 예전에는 ‘네, 알겠습니다’ 하고 넘어갔는데, 제 마음에서도 조금씩 ‘진짜 하기 싫다’ 하는 마음이 올라옵니다. 더군다나 얼마 전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더니 경계성 종양이라고 하면서 수술을 해야 될 것 같다고 합니다. 활동을 하기 싫은 마음이 들 때마다 ‘이런 마음이 드네’ 하지만,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습니다. 7차 백일기도 기간 동안 어떤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좋을까요?”
“그럴 때는 ‘다리가 아프네’ 하면서 활동을 하면 됩니다. ‘싫어하는 마음이 드네’ 하면서 활동을 하면 됩니다. ‘힘이 좀 드네’ 하면서 활동을 하면 됩니다. ‘남편이 잔소리를 하네’ 하면서 활동을 하면 됩니다. 뭐 어렵다고 그래요?”
“네, 말씀하신 것처럼 그냥 하겠습니다.” (웃음)
“질문자도 무리한다고 하지만 스님도 무리하고 있습니다. 질문자만 무리하는 것이 아니에요. (웃음) 저도 무리를 하지만 그렇다고 죽을 지경이 될 정도로 무리하지는 않아요. 아무리 좋은 일도 다 살려고 하는 거잖아요. 일부러 건강을 더 나쁘게 하려거나 일부러 죽을 꾀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살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저도 요즘 다리가 많이 안 좋아져서 걷는 것을 조심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무리해서 산에 올라간다든지, 너무 장기간 산행을 한다든지, 이런 행동은 자제를 하고 있어요.
수행이란 알아차림입니다. 예를 들어, 졸음이 올 때는 ‘졸리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중도입니다. 잠을 자자는 것도 아니고, 이를 악다물고 자지 말자는 것도 아닙니다. 명상할 때 다리가 아프다면, 다리를 펴는 것도 아니고, 이를 악다물고 참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다리에 통증이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겁니다. 가능한 무리는 하지 않되 그렇다고 아예 안 하지도 않고 내 상태를 알아차리면서 조절해 나가면 됩니다. 이렇게 조금씩 알아차림이 있으면 조심을 하게 됩니다.
또 의사가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해야겠지만, 수술을 안 해도 된다고 하면 가능한 수술은 안 하는 것이 좋아요. ‘몸에 칼은 안 대면 좋다’ 하는 옛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칼을 안 댈 수가 없는 상황일 때는 또한 칼을 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몸이 자꾸 아프다는 것은 늙어간다는 반증 아니겠어요? 늙으면 주름살이 생기듯이, 늙으니까 눈이 안 보이고, 머리도 희어지고, 무릎도 아픈 것입니다. 이것은 자연의 순리인데 어떻게 막을 수 있겠어요? 관재수가 들어 갑자기 다리가 아픈 것은 아닙니다. 치료가 필요하다면 적절하게 치료를 받되 가능하면 수술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그러나 억지로 고통을 참고 수술을 안 하는 것도 올바른 자세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조금 아프다고 막 병원에 가서 칼부터 먼저 대는 것도 올바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지금 질문자의 마음이 조금 흔들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육조단경에 보면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도량의 장대에 걸어놓은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자 대중 사이에 ‘바람으로 인하여 깃발이 움직이는가? 깃발이 움직여 바람이 있는가?’ 하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러자 육조대사가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대들 마음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그것처럼 지금 경계에 부딪혀서 질문자의 마음이 흔들리는 겁니다. 행복시민들 중에 불평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일도 많아지고, 다리도 아프고, 거기에다가 남편까지 잔소리를 하니까 지금 질문자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 현상 속에서 그런 마음이 든다’ 이렇게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런 마음이 든다고 활동을 중단하거나 이를 악다물고 참고하는 것은 중도가 아닙니다. ‘그런 마음이 드네’ 하면서 하는 거예요. 그렇게 하다가 정 몸이 아프든지, 어떤 일로 도저히 못 할 것 같으면, 그때 사표를 내든지, 호소를 하든지, 병가를 내든지 하면 됩니다. 지금은 ‘그런 마음이 드네’, ‘요즘 마음이 흔들리네’ 하면서 중단 없이 가보세요.”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질문에 대해 모두 답변하고 나니 오후 4시가 넘었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다음에 같이 또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수고들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수고해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함께 촬영하고 사홍서원을 한 후 행복운동특별본부 대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다시 평화재단 접견실에서 박지나 JTS 대표님과 로힝야 난민캠프에 비누를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회의를 한 후 이어서 평화재단 사무국장과 다가오는 14일에 진행되는 평화재단 20주년 기념식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오후 5시에 회의를 마치고 서울을 출발해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해가 저물었습니다.
밤 9시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외국어를 사용하는 천일결사자들을 위한 영어 7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온라인으로 생방송한 후 오후에는 불국사 회주 종상 스님이 입적하여 불국사 무설전 분향소를 조문하고 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