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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는 하나의 기쁨이었다.
코스모스/칼 세이건
엄마, 내가 인어를 봤다니까? 그 아저씨는 분명 바다 깊이 궁전에 사는 인어 왕자님일 거야. 그런데 마녀가 준 약을 먹고 두 다리가 생긴 거지. 인어 왕자님은 누구를 위해 다리를 얻은 걸까? 그러면 역시 언젠가는 물거품이 되어서 아침 햇살에 부서져버릴까?
아가미/구병모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어린왕자/생택쥐페리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새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F. 스콧 피츠제럴드
내 역할은 여기서 끝났어요.
첫눈을 그 만가로 삼아 떠나간 내 마법의 가을처럼 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 것이죠.
드래곤 라자/이영도
노래로는 견줄 자가 없지.
델포이 음악당 구관에 갔던 날 밤, 주피터가 해 준 말이었다. 완전무결하고 완벽한 평온이 찾아들지. 주피터는 또 이렇게 얘기했다. 외롭고 슬픈 기억은 아득한 옛일이 되지. 마음은 충만해지고, 이 세상에서 낙담할 일 같은 건 두 번 다시 없으리라 생각하게 되는 거야.
이스라펠은 저 사람들을 구할 수 없었다.
오직 노래를 불러 줄 수 있을 뿐이었다.
원더스미스2/제시카 타운센드
그대가 풀어놓은 양들이 나의 여름 속에서 풀을 뜯는 동안은 삶을 잠시 용서할 수 있어 좋았다.
양들의 침묵/이현호
예전에 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올리게 하는거라네.
마음/나쓰메 소세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싶진 않았다.
아몬드/손원평
달은 없지만 별들이 반짝였다. 평소보다 더 반짝거렸다. 글럭은 손에 별빛을 모았다. 별빛의 줄기를 감아서 반짝거리고 아른거리는 담요를 짰다. 그걸로 잰을 감싸서 가슴으로 안아 올렸다.
달빚 마신 소녀/켈리 반힐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다.
피프티 피플/정세랑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서시/윤동주
탐험자여, 당신이 이 글을 읽을 무렵 나는 죽은 지 오래겠지만, 나는 당신에게 고별의 말을 남긴다. 당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의 경이로움에 관해 묵상하고, 당신이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기뻐하라.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할 권리가 내게는 있다고 느낀다. 지금 이 글을 각인하면서, 내가 바로 그렇게 묵상하고, 기뻐하고 있기 때문이다.
숨/테드 창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비나 되소서
속미인곡/정철
나는 한낮의 균형과, 내가 행복을 느끼고 있던 바닷가의 예외적인 침묵을 깨뜨려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그 굳어진 몸뚱이에 다시 네 방을 쏘았다. 총탄은 깊이, 보이지도 않게 들어 박혔다.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방인/알베르 카뮈
얼룩이 남는다고 해서 실패한 건 아니다.
별 시대의 아움/이제니
그대가 별들이 불덩이임을 의심하고 태양이 움직인다는 것을 의심하고 진리가 거짓말쟁이라고 의심해도 내 사랑만은 결코 의심하지 마오
햄릿/셰익스피어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모모/미하엘 엔데
땅거미같은 눈이었다. 야밤의 도로로 튀어나왔다가 자동차 전조등에 갇혀버린 날짐승같은 눈이었다. 그러나 미친 자의 눈은 아니었다. 그런걸 어찌 아느냐고 묻는다면, 우리 편이 아닌 놈을 알아보는 동물적 직관이라고 답할수밖에 없다.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
세상만사에 지쳐서, 나는 그저 사라질 작정이었다지.
다만 내가 죽으면, 내 사랑을 홀로 내버려두게 되어서.
소네트 66/셰익스피어
죽고 나면 밤은 로미오를 데려갈 것이고 세상에서 그를 도려내어 작은 별들 사이에 심으니 그러면 그로 인해 하늘의 얼굴은 더욱 더 아름다워지고 밤이면 모든 세계는 사랑에 빠지리라
로미오와 줄리엣/셰익스피어
밤의 몇 페이지를 넘겼는지 아세요?
별을 주워 담아 꿰어도 우울의 실타래는 줄어들지 않아요.
방 안에 어둠이 먼지처럼 떠있고 나의 새벽은 절뚝거려요.
바람은 불고 창문은 턱뼈를 삐걱거리며 내게 말을 걸어요.
듣고 싶지 않지만 나는 알아듣고 있죠.
오늘 내가 확 죽어버릴 것 같대요. 모든 사물이 나를 훔쳐보는 것 같아요.
빛으로 숨고 싶지만 내가 너무 짙어요.
나는 거울에 비치지 않고 벽지의 무늬보다도 희미해요.
너무 무섭게 말이에요.
성대의 주파수를 아무리 바꿔봐도 목소리는 나오지 않죠.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어요.
내가 묻지 못해도 나에게 제발 말해주세요.
내가 행복한 적이 있었나요?
무인도/서덕준
너를 다시 만나게 되는 날이 있을까.
다시 만나게 되는 날에 너는
나를 사랑스럽다고 여겨줄까.
그래서 어느날엔 내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하게 되는 순간이 올까.
계속해보겠습니다/황정은
사랑해요. 난 당신 앞에서 가장 순수했고 자주 뜨거웠고 너무 들떴고 많이 무너졌어요. 사막에 핀 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쏟아부어서라도 당신을 피워내고 싶었고, 당신이 날아갈까 앞에서 숨을 멈추는 것따위 일도 아니었다고.
당신이 빛이라면/백가희
한때 소년이 있었고, 소년이 사랑하던 소녀가 있었다. 소녀의 웃음은 그가 평생을 걸려 대답하고 싶은 질문이었다.
사랑의 역사/니콜 크라우스
그토록 찬란한 순간이 있었으니 이토록 무너진 폐허여도 괜찮다고.
천사에 관하여 : 타락천사편
나의 여름이 모든 색을 잃고 흑백이 되어도 좋습니다
내가 세상의 꽃들과 들풀, 숲의 색을 모두 훔쳐올 테니
전부 그대의 것 하십시오
그러니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도둑이 든 여름/서덕준
내게 금빛과 은빛으로 짠 하늘의 천이 있다면,
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수놓은
파랗고 희뿌옇고 검은 천이 있다면,
그 천을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
내 꿈을 그대 발 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하늘의 천/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겨울이 와서 좋은 이유는 그저 한가지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이 떨어져
건너 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
크리스마스가 오고
설날이 다가와서
당신이 이 마을로 며칠 돌아온다는 것.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도우
우리가 사는 별은 너무 작아서
네 꿈 속의 유일한 등장인물은 나.
우리는 마주보며 서로 지나간 죄에
밑줄을 긋는다.
소행성/신철규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낮은 곳으로/이정하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은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빈집/기형도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사랑 노래/신경림
내가 옆에 있어도 당신은 외로울 수 있고,
우울할 수도 있을 거예요.
사는 데 사랑이 전부는 아닐 테니까.
그런데 갑자기 당신이 문 앞에 서 있었어요.
그럴 땐 미치겠어.
꼭 사랑이 전부같잖아.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도우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근사할 거야! 그렇게 되면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밀밭을 볼 때마다 네 생각이 날 테니까. 그렇게 되면 나는 밀밭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도 사랑하게 될 테니까.
어린왕자/생텍쥐페리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건 그 누군가에게 자기 자신을 지배할 힘을 내어주었다는 것에서 비롯하는거야.
데미안/헤르만 헤세
이제 곧 익숙해질거야
살아서 잠드는 일에 대해
살아서 깨어나는 일에 대해
이름도 모르는 벌판의 낯선 태양과
살아서 마주치는 일에 대해
나무를 모르는 나무/황성희
한 번 제대로 마주한 적 없는 존재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 한 음절이 혈관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마침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아가미/구병모
첫댓글 한 구절 한 구절 읽느라 오래걸렸어. 새벽감성 넘나 충만.. 고마워 여시!
칼세이건은 진짜.... 글 너무 잘쓰는 거 같음
꼭 해봐야지 필사 고마워!!
이거 덕에 필사 다시 시작한다 고마워!
헉...이거 폰트 뭔지
알 수 있을까?
혜민체!
@Rendez Vous 고마웡!
@임윤 앗 아니다! <acc 어린이 마음고운체> 같아.. 헷갈렸으
@Rendez Vous 아 이건 갤럭시
폰트로는 없나보넹 ㅜ ㅜ 고마워 ㅜ
좋다... 나도 필사해봐야겠어
너무좋아..
여시야 ㅠㅠ 너무 고마워❤️
오늘 이거필사갈겨야지
너무 좋다! 나도 한 번 해볼까? 고마워!
조아...나도 필사도전!
대박
필사 구절 찾다가 왔어 글씨체도 존예 고마웡
집에가서 필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