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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현실을 초월한 사람들의 반현실적 이야기]
#5
사실은.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마음속 어느 한 구석에서는 간절히 믿고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그런 것 따윈 분명 거짓일 것이 뻔하니까.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 뻔하니까.
....그래서 무시한다,신경쓰지 않는다.그렇게 자기 자신을 눌러 왔는지도 모르겠다.
'팟'
낡고 녹이 슨 오래 된 피의 냄새같은 철골에서 천천히 손이 미끌어진다.제멋대로 휘날리는
앞머리 사이로,속눈썹 사이로 당황한 씬의 얼굴.재빨리 손을 뻗어보았지만 이젠 끝났다라는
듯한 얼굴이다.사람은 당황하게 되면 참 몹쓸 것이 되어버린다.
'휘이이이이이'
내가 그 웃기지도 않은 투신자살 쇼를 했던 때였나?그때도 내 몸을 사정없이 치는 매서운 바람과
맞서야했는데.글쎄,이건 또 이거대로 상황이 틀리다.무언가를 꼭 감싸안은 손 안은 따듯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놓쳐야할까,놓지말아야 할까.내 손은 그 짧은 순간 망설이고 있었다.
간신히 마주친 눈에는 공포가 가득하다.죽이고싶지 않은데.......죽어서는 안되는데.자꾸만,자꾸만
머릿속에 또다른 내가 말을 건다.어쩔까.
'꼭'
옷자락을 잡는다.무언의 항의.이상하지,정말 이상하지.솔직히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려하다니.산다는거,포기했는데.
"........진..........!!!"
그녀석이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
.........................
".......듣고있는 겁니까?"
"엉?"
내가 한눈을 팔았나보다.유이치 녀석 날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본다.앞에는 설계도 비스무리한
것이 펼쳐져있다.뭐,작전을 설명한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더니,하나도 긴박감이 안 든다.
"당신밖에 없다고 말했지 않습니까."
"뭐가?"
"휴.다시 처음부터 설명해 드려야겠군요."
몹시 못마땅한 얼굴로 내 얼굴을 보며 한숨을 쉰다.이 망할녀석,사람 면전을 앞에두고 한숨을
쉬면 복 달아나.
"당신은 유일히 '제펠' 에게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입니다.이걸로 변장해 주십시오."
켁.나는 최대한 미간을 찌푸리며 그것을 바라보았다.설마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너?
"저는 쓸데없는 말은 하지않습니다."
그러고는 떠넘기듯 내게 그것을 넘긴다.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상당히 충격에 빠졌다.정말로
이걸 입어야하는 건가.끔찍해,이거야 원.오타쿠들이 좋아할 만한 의상이 아닌가.
"그걸 입으시고 제가 지시하는 대로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니까.......별로 입고싶지 않다만.
"그럼 출발하도록 하죠."
이 자식아,사람이 말을 하면 무시하지 마!
...
................
또각또각.아,이게 왠 망신인가.변장도 변장 나름이지.옆에는 책략가 처럼 생긴 필이 건들거리며
쫒아온다.뭐,이 의상대로 맞춰 대답을 한다면 이래야 하는건가.'오,주여 이 어린양을 굽어살피소서'
"이 곳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입니다."
"아,저는 르웰 성당을 대표해서 온 안젤리카 수녀라고 합니다.니콜 에티엔의 문병을 하고싶어
미리 연락드리고 찾아왔는데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호오.꽤나 경비가 삼엄하다.뭔가를 의논하는 듯 하더니 곧 길을 터주었다.아마도 내 복장덕에
반은 먹혀들은 모양이다.
"들어가십시오."
"감사합니다.그럼."
필이 거들먹 거리면서 내게 말한다.
"연기 잘하는데 그래?"
"뭐,이것도 '은둔형 외톨이' 의 능력 중 하나지."
"그게 뭐야?초능력이야?"
"그런게 있어."
나는 대충 대꾸하고는 하얀 병실문을 두드렸다.VIP용 개인병실이라.'제펠' 이란 기관도
참 돈이 썩어나는 곳인가 보다.곧 어떤 여성의 음성이 들린다.
"누구시죠?"
"어제 연락드린 안젤리카 수녀입니다."
"어머,수녀님이시군요.들어오세요."
실은,바꿔치기다.오늘 올 예정이었던 안젤리카 수녀는 변장한 나와 바꿔치기 된 것이다.
마리아가 치밀한 계획을 미리 세워서 수녀복까지 준비되어있었던 것이다.
"처음뵙겠습니다."
"꽤 일찍 오셨네요.3시에 오신다고 하시더니."
"네.예정이 그렇게 되었네요."
"아,지금 나가서 마실 거라도 준비해올께요.여긴 있는게 없어서.조금만 얘기하고 계시겠어요?"
"네,물론이죠."
다행히 간병인은 곧 나간다.니콜 에티엔.새로운 '사이코' 라.평범하다.평범한 소년.조금 갸날픈
이미지의 프랑스 소년이다.나보다 한 4살 쯤 어리다고 하던 것 같은데 실제로 보니 좀 더
어린듯한 느낌이다.날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을 건다.
"수녀님."
"응?"
"저기....기도는 안하나요?"
아,맞다.처음 들어서선 기도를 한다고 했지.뭐,간병인이 예상외로 빨리 나가주었으니까 더이상
지체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나는 답답한 수녀용 베일을 벗어버렸다.후- 더워라.땀에 젖은
한국인 전형의 내 검은 머리가 반동에 흔들린다.
"수,수녀님?"
"안녕-에티엔.난 강 진 이야.진이라고 불러."
"수녀님이 아니세요?"
내가 수녀가 될 턱이 있나.그런 건 죽어도 싫다.
"시간없으니까 빨리 설명할께.난 널 대리러 온 초능력 개발 관리본부 라고 하는 허접한 집단에서
온 사람이야.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해줘."
[허접한 집단이라니 너무하잖아- ]
씬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린다.아,참고로 씬의 능력은 텔레파시다.우습나?나도 우습다.하하.
"시끄러.허접한 집단인건 확실하잖아?이동수단이고 뭐고 하나도 없으면서."
"에.....저기,누구랑 말씀하시는거예요?"
이녀석,근본적으로 착한 녀석인가 보다.이런 타락적인 수녀를 보고도 친절하게 굴다니.난
잠시 그 착하디 착해빠진 소년을 바라본 뒤,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음.절대 믿기지 않겠지만.아니,그래.믿지않는게 좋을지도 몰라.이건 미친 집단이니까.어쨌든
부탁이 있어.오늘 산책할 때,이 병원의 동쪽 건물의 외진 곳으로 와 줘."
"왜 그런 부탁을 하는거죠?"
왜냐니.그야 이 방에는 순간이동을 방해하는 파동트랩이 있기 때문이지.하여튼 관리본부고
'제펠' 이고 돈은 썩어난다니까.내가 횡설수설 설명한 말에 소년은 친절하게도 물어본다.
"글쎄.그냥 너가 안 오면 좀 곤란한 사람들이 있거든."
"..내가 멋대로 사라지면 여기에도 곤란한 사람들이 있어요........저기,죄송하지만 그냥 돌아가
주시면 안될까요?........난 제멋대로 행동하면 안되요."
나 참.나는 다시 수녀용 베일을 썻다.슬슬 돌아올 시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니까.나는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착한 눈동자.사람은 눈동자를 바라보면 진심을 알 수 있다고 한다.전혀 내게
나쁜 생각을 품은 것도 아니고 착한 척 하며 연기하는 것도 아니다.이녀석은 그냥.그냥 착한 것
뿐이다.
"네 맘도 잘 알겠지만.넌 답답하지 않아?뭐,우리한테 와도 답답하긴 하겠지만......그래도
이런 병실에 쳐박혀 있는 것 보다는 낫잖아.그리고,내가 아는 무지하게 고지식한 녀석이 그러는데
널 멋대로 이용해 먹으려는 녀석들이 있다고 말했어.굳이 여기있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넌 지금 이대로 여기 있어도 좋은거야?"
아무래도 돌아가면 엄청 혼날 것 같은 기분이다.반드시 설득하라고 했는데 이거야 뭐,더 오지
말라고 부채질을 해버렸으니.나는 머리를 긁적였다.그녀석은 내 말을 듣더니 아무 말도 못한체
그저 나를 멀거니 바라본다.아무래도 실패다.하- 아.돌아가면 책망 꽤나 받겠는걸.
"미안.멋대로 찾아와서 이런 말이나 지껄여대고.그치만 거짓말은 아니야.혹시라도 맘 바뀌면
오늘 산책시간 때 꼭 동쪽 건물로 와 줘."
사실 거짓말이였으면 좋겠지만.
'달칵'
"오래기다리셨죠?잔돈 거스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어머,벌써 가시게요?"
"네.에티엔 과는 충분히 얘기도 나누었으니까요.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저희야 말로.자,에티엔 인사드려야지."
"아,네.아........안녕히가세요,수녀님."
꾸벅.인사를 하고 나왔다.나오니 필이 여전히 거들먹거리는 얼굴로 얼쩡대고 있었다.
"설득은 한거야?"
".......글쎄."
분명히 실패야.돌아가서 잔소리를 한바탕 들을 각오나 해야겠군.
"저,수녀님."
"어?"
뒤를 돌아보니 그 녀석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참으로 귀여운 녀석이로세.
"........기다려주세요,그곳에서."
"에.......저,정말?"
"네,안녕히 가세요,수녀님."
인사를 허둥지둥 하고는 곧 들어가 버린다.헤에......이게 어떻게 된 거야?오겠다고 한거..맞지?
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꼈다.어쨌든 이걸로 유이치 녀석의 잔소리는
듣지않아도 되는건가?
나는 뭐가 뭔지 알 수 없다는 얼굴로 멍하니 서있는 필에게 말했다.
"돌아가자,필."
첫댓글 '허접한 집단'이라는 부분에서 순간 웃겼어요<-헤헤; 잘 읽었습니다아♡
으음,허접한 집단...맞죠.진 한테는 허접한 집단이......맞겠죠?하핫.리플 정말 감사드려요.이베님 최고예요- [나 무슨 소릴 하는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