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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스포츠클럽에서 주최하는 포럼에서 모 대학의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 한국의 스포츠는 3.0 Version(버전)이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1.0 Version은 국가주도형 스포츠이고, 2.0 Version이 삶의 질과 관련된 생활체육의 형태였다면 3.0 Version은 스포츠는 하나의 비즈니스며 수익을 창출하는 Tool(도구)이라는 것이다. 단계별 발전과정이나 여러 스포츠 종목에 적용하는 것이 적정한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한국의 ‘프로야구’, 최소한 LG 트윈스의 현주소 그리고 향후 방향과는 정확하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트윈스의 성공적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수익증대를 위해 현재 모습의 반성과 조심스러운 제안을 해본다.
프로야구단은 판매 중심의 서비스업이다
프로야구단은 야구경기를 소비자인 팬에게 파는 회사이다. 질(質) 높은 상품(경기)을 제공하여 팬의 사랑을 받기 위해 선수단을 구성하는 투자, 코칭스태프 및 프런트를 통한 관리와 지원을 하고 회사들이 공동으로 만든 유통망에 상품(경기)을 판매한다고 간단하게 비교해보면 틀리지 않다.
또, 회사(팀)의 브랜드를 판매한다. 팬은 만족하는 상품(경기)을 제공하는 회사(팀을)를 선호하게 되고 점차 그 브랜드가 강화되면 선수단이 착용하는 옷이나 모자 등의 상품을 시작으로 명명권과 광고매체 등 파생상품으로의 확대가 활발히 일어나게 된다. 선호하는 팀의 구장을 방문하는 팬들에게는 놀이공원이나 워터파크 등과 같이 먹을거리와 즐길 거리 등 편의시설에 대한 판매도 병행한다. 궁극적으로는 야구에 대한 추억과 사랑,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전달하는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모기업 가치의 동반 상승은 물론이다.
내 표를 사줄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면 ‘천만의 말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인구가 천만이라는 말이다. 2010년 서울의 3개 팀 구장을 찾아주신 팬들은 250만 여 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약 25%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적지 않은 수치이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서울의 위성 도시를 모두 포함하면 1700만 명이다. 14.7%. 야구장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성인남녀의 연간 평균 야구장 방문 횟수는 4회, 따라서 단순한 계산으로는 약 63만 여 명이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것이고 이는 서울시민의 6.3%, 주변도시를 포함한 인구의 3.7%이다.(2009년 12월 갤럽, 프로야구 고객만족도 조사)
따라서 첫째로 시장을 키워야 한다. 많은 사람이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장을 찾고 즐겁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 구단이 할 수 있는 마케팅적인 시장 확대 방법은 어떤 것들일까? 고객관계관리(CRM)의 중요성이 다시금 대두된다. LG 트윈스가 보유한 성인회원 데이터는 5만 명을 웃돈다. 서울시민의 0.5%, 배후상권 포함 0.2%로 적은 수치이다. 하지만 2010년 LG 트윈스의 관중 100만 명 중 트윈스를 응원하는 60만 명의 절반은 5만 명의 충성고객이 채워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한다면 구단의 CRM이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트윈스는 회원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통해 승전보를 보내고, 각종 홈경기 이벤트 안내 및 경기 진행상황과 결과에 대한 문자메시지(SMS)를 보내고 있지만 팬들과 원활하게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두 번째로, 신규고객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 어린이 회원을 모집하고 각종 혜택과 기념품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말고 처음 써 본 야구모자의 브랜드가 각인될 수 있도록 더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2010년 트윈스는 1루에서 홈까지 그라운드를 뛰어보는 키즈 런(Kids Run)이나, 가족단위 2군 구리구장에서의 피크닉, 야구 교실, 만화 캐릭터 데이, 만화영화 시사회 등을 실시했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방학기간을 이용한 어린이 야구교실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 K리그 유소년 축구교실이나, KBL(프로농구) 모든 구단이 의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유소년 농구교실을 야구에 접목시킨 형태로 첫해는 파일럿트 개념으로 진행했지만 향후 보다 잘 짜인 프로그램으로 많은 어린이들이 야구를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직접 야구를 해본 아이들이 커서 야구를 더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모든 구단이 상시적인 어린이 야구교실 설립에 나서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최근 야구장의 새로운 트렌드인 여성들도 트윈스 마케팅의 타깃이 되고 있다.
야구 자체 혹은 야구선수, 응원문화, 야구장 이벤트 등 무엇이 여성의 확대를 가져왔는지를 분석하여 지속적으로 야구장을 찾고 나아가 트윈스를 응원하는 팬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경기장을 100% 활용해야 한다
야구는 그라운드에서 이뤄진다. 보다 질 높은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그라운드 상태가 수준 높고 최상의 상태로 관리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고객과 구단 마케팅의 접점은 그라운드와 선수단 덕아웃을 제외한 공간, - 물론 그라운드가 전혀 아닌 것은 아니지만- 팬들이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곳, 바로 야구장이다. 여기에서 야구장은 표를 사는 곳, 야구를 관전하는 곳, 식음료나 기념품과 야구모자를 구매하는 곳, 화장실 및 편의시설 등등 모든 곳을 포함한다. 그렇다면 구단의 마케팅팀은 팬들과 만나는 야구장을 최상의 상태로 관리해야 하며 그 곳에서 팬들의 만족을 이끌어 내고 나아가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엿보아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야구장을 소유하는 것은 지자체이지만 관람객에게 서비스를 하는 것은 구단이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손님은 왕이다’라는 개념에서 서비스를 한다면, 공공기관보다는 민간기업이 더 고객 지향적으로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그 이유이다. 결국 지자체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시민에 대한 봉사’가 더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임대 기간이나 임대료 등은 각각의 구단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프로야구단이 흑자구조가 아니며 여러 가지 사회공헌 활동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과 국가주도로 시작된 프로야구의 구단들이 지속되어 국민의 사랑을 받고 국민 여가생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자체의 협력을 요청한다. 최소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면 더 많은 임대료를 내야 하는 방식은 창의적인 노력을 방해하지 않을까 싶다.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입장수입이다. 트윈스의 2010년 입장료는 좌석 별로 최고 5만 원에서 최저 7000원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평균 입장료는 여러 할인을 감안하여 8600원 수준이다. 2007년에 4400원이었으니 100% 가까운 증가이다. 영화관 가격은 9000원에서 1만2000원 수준이다. 매일매일 다른 경기를 현장에서 라이브로 관람할 수 있으니 상식적으로 봤을 때 야구장 입장료가 영화 관람료보다 비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최근 한국야구의 위상이 높아지고 야구경기의 품질도 좋아져 반대의 목소리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수준에서 가격을 더 올리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간단한 예로, 극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 새롭게 리뉴얼도 하고 각종 편의 시설을 설치하며 쾌적한 관람을 위해 관람객 중심으로 변화를 꾀하지만 야구장은 1983년과 비교했을 때 심지어 야구장 건물의 색상도 그때와 똑같은 실정이다. 물론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의자교체, 테이블석 확대, 화장실 변기 교체, 매점과 상점의 다양화 등이 있겠지만 “그래서 9000원까지 올라온 거야”라고 한다면 더 할 말이 없다. 결국 시설과 입장료 인상은 같이 가야 한다. 한국 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응원단과 치어리더의 문화는 하드웨어의 개선 없이 관중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구단들이 만들어 낸 노력의 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 수입원은 명명권(Naming Right)을 포함하는 광고권이다. 잠실야구장 정면에는 ‘야구장’이라고 크게 쓰여 있다. 야구장에 야구장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당연할 수 있지만 큰 금액으로 명명권을 판매하는 외국의 사례는 부러울 따름이다. 트윈스는 홈경기마다 특정 스폰서와 함께 제휴 마케팅을 펼치는 ‘데이 이벤트(Day Event)’를 실시하고 있다. ‘OOO과 함께하는 LG 트윈스 홈경기’가 그것이다. 대가는 팬들에게 돌아가는 기념품과 경품 등이다.
이런 활동이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그 범위가 야구장 전체로까지 확대되면 잠실야구장을 잠실야구장이라고 부르지 않고 예를 들어 “LG 휘센 스타디움” 또는 “LG INFINIA 볼파크”라고 부르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또한 우리 야구장의 여러 공간을, 조금은 상업적이지만 화려하고 활기찬 곳으로 만들 수 있는 광고매체를 개발해 낸다면 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만약에 누군가 잠실야구장 외야에 에어컨이 나오는 쾌적한 공간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야구를 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면 그 곳에 그 회사 이름을 붙여주고 광고물을 부착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런 시설이 생기면 팬들이 싫어할까? 잠실야구장의 다소 어두운 내야 복도에 조명을 추가하는 개념으로 많은 사인보드를 설치하고 다양한 먹을거리와 살 거리 시설들을 화려하게 만든다면 어두운 점도 보완하면서 마치고 아케이드에 와서 즐겁게 쇼핑을 즐기는 것 같은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경기장에서의 발생 수입은, 먹거리 판매와 유니폼, 모자 등의 상품 판매일 것이다. 우선 유니폼과 모자 등 상품의 품질을 높이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야구장 판매시설의 대형화와 외부 유통 확대도 필요하다. 팀 자체 브랜드를 판매하는 것이니 품질이나 상품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각 구단에서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상품의 중심은 유니폼과 모자 정도가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LG 트윈스의 위상이 높아지면 문방구류, 팬시류, 인테리어 소품, 주방용품, 욕실용품 등의 잡화로 확대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트윈스는 2010년 상품판매 매출이 20억 원 상당으로 예상된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MLB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시장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KBO에서 통합 라이센싱을 통해 외부 유통망 확대와 각 구단의 상품개발 및 야구장 판매시설 개선에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야구장의 먹을거리는 어떤가? 야구가 진행되는 시간이 대부분 저녁시간으로 출출하기도 하고 맥주도 한잔 할 수 있다 보니 먹을거리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다. 그런데, 야구장에 3번만 와 보면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먹을 수 없다.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자꾸 외국의 사례를 들었으나, 이 부분은 미국이나 일본을 철저히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회사를 넘어 새로운 업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누군가가 잠실야구장에 50가지 정도의 음식을 높은 품질로 서비스 할 수 있다면(대형마트의 푸드코트와 같이) 야구장 복도와 외부 공간을 모두 제공해서라도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구단이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우리 모두 변해야 한다
모두에서 말했듯이 프로야구 구단은 엄연히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이다. 영리를 추구한다. 더 이상 구단 운영을 모기업의 홍보수단이나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한 방법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KBO는 그런 회사들의 연맹이다. 구단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각 구단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대표로서 방송 중계권료의 인상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여기서 파생되는 미디어 컨텐츠적 가치의 향상과 판매 루트 개발도 담당해야 한다. 또한 경기장 시설 개선과 소유 등의 제반 문제 해결을 위해 각 지자체와의 적극적인 가교역도 요청한다. 지자체 또한 프로스포츠를 통한 지자체 홍보와 가치증대 그리고 연관 산업 활성화의 효과를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프로야구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
트윈스는 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끊임없는 변화를 모색 중이다. 트윈스가 판매하는 원초적인 상품은 ‘야구 경기’이기 때문에, 깨끗한 매너와 근성 있는 플레이로 승리를 거두고, 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지상 과제이자 최우선적인 목표라는 것에는 이론이 없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했을 때 경기력에는 가변적 요소가 너무 많기에 성적에 앞서 더 바탕이 되어야 할 마케팅 베이스를 찾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트윈스라는 이름과 이미지를 판매하는 회사로서, 우리 구장을 찾아서 경기를 관람하고 응원하는 관객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야구를 접하는 팬들, 우리 상품을 구입하고 아껴주는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베이스볼 클래식 | 글. 정성태 LG 트윈스 구장관리팀장(전 마케팅 팀장) / 사진 제공.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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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년에 평균 8 - 10 차례 야구장을 찾는 저로서 공감가는 부분이 참 많네여..특히 먹거리..치맥 치맥 하지만 그것도 한 두번이지..치킨..먹다보면 물립니다..운전땜에 1회에 한 캔 마시는 맥주가 전부..;;
저도 마찬가지네요. 저도 일년에 10번 이상은 야구장을 찾는데 응원하면은 신나긴 하지만 먹을 거리가 없네요. 인천 문학 야구장 처럼 야구장을 꾸미면 좋을것 같은데. 말로는 표한하기가 그렇고. 참 그러네요.
길어서 다는 못 읽었지만... 명명권 같은 경우는 엘지나 두산의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와 정부의 스포츠 운동 시설과 관련된 법규를 바꿔야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 현실상 대형 운동 시설을 기업이나 개인이 함부로 못짓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업이 마음대로 경기장을 짓고 이름도 바꿀 수 있었다면... 삼성이 대구구장을 버리고 진작에 새로 지었겠죠. 문학 구장 같은 경우는 SK가 따로 매입을 했을 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