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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한 바와 같이 본인의 소소한 장비 변천기를 한번 올려 봄. 가격은 굳이 넣을 필요가 있을까 했다가 혹시 제품 구매에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 참고로 넣었음.
1. 컴퍼넌트 오디오 : JVC UX-G70 - 30만원 (2007.03)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오디오 살 돈 있으면 CD를 몇장 더 사자’ 라는 주의라서 요거 사기 전까지는 포터블 CD 플레이어에 완전 저렴이 스피커(Britz 같은) 붙여 듣는 게 다였음. 그러다 최소한이라도 좀 갖춰놓고 살자 싶어서 1)한방에 모든 걸 해결할 수 있고, 2)저렴하고, 3)어디선가 이름은 들어 본 메이커라는 조건으로 인터넷을 뒤지다가 대충 이 넘아 샀음. CD, 카세트, FM 라디오 되고, 큰 기대 안 하면 그럭저럭 듣는 용도로 딱 돈값 만큼 함.
특이한 건 당시 유행하던 기능인데, 한번에 CD 여러 장(최고 5장까지)을 트레이에 넣어 놓으면 차례대로 플레이 되는 기능이 있었음. 정말 과잉친절이다 싶은데, 그 시절엔 CD 갈아 끼는 것조차 귀찮은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허나 트레이 하나씩 빼내서 CD 5장 채워 넣는 게 더 번거로와서 본인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음)
그건 그렇고 당시에는 보시다시피 스피커를 저렇게 아래 구석에 박아 놓고 들었음. 참 아무 생각 없었다 싶은데, 단지 인테리어상 깔끔하다는 이유였음 ㅎㅎㅎ
2. CD리시버/앰프 내장 : 데논 RCD-M39 - 37만원
스피커 : 마그낫 모니터 슈프림 202 - 39만원 (2015.06.)
기기 업그레이드에 대한 나의 목마름은 항상 클래식을 들을 때의 아쉬움에서 비롯 되었음. 팝을 들을 땐 안 그런데, 클래식을 들을 때면 항상 느끼는 그 허전함. 그래서 ‘앰프랑 스피커가 분리된 오디오 세트로 갖춰 놓으면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기를 좀 찾아 봄. 사실 거의 무지한 상태로 네이버를 서칭해서 그럴 듯한 사용기가 있는 걸로 대충 골랐음. ㅎㅎ
처음 샀을 때 잠깐은 나름 저음의 느낌도 괜찮았고 들을 만 하다고 느꼈는데, 갈수록 해상도가 떨어지는 게 느껴져 답답했음. 특히 클래식 관현악을 들을 때 소리가 뭉쳐 들려서 영 파였음 ㅜㅜ 오케스트라 각 악기의 음을 제대로 잡아 주지도 못 하고 중고음의 선명도도 만족스럽지 못 하고…
(나만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에 새 물건을 들여 놓았을 땐 꽤 좋게 들리던 사운드가,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부분은 익숙해지고, 아쉬운 부분은 점점 드러나기 시작하는 괴랄한 상황이 반복된다. ㅜㅜ 그게 또 끊임없는 지름병, 오디오병을 유발하고… 이것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3. 스피커 : 오로라 A 1 – 중고 28만원 (신품 38만원) (2019.06.)
유튭에서 기즈모 채널을 즐겨 보는 편인데(이 아저씨 약간 약빤 스타일임), 이 오로라 스피커는 기즈모의 강추 제품이었음. 국산제품인데 ‘볼륨을 낮추고 들어도 음악이 선명하게 들린다’는 둥 ‘200만원으로도 이 정도 사운드 내는 조합은 쉽지 않을 거’라는 둥 입광고가 장난 아니었음. 나중에 좀 더 검색을 해보니 오디오 초보자들의 광고성 블로그글이 가득했고, 전문적인 리뷰는 별로 찾아 볼 수가 없었음.
암튼 그와 별개로 이 녀석도 역시 처음 샀을 때는 상당한 소리의 개선이 느껴졌음. 악기별 음이 또렷해지고, 선명도도 확실히 올라 갔음. 한동안 잘 듣긴 했는데, 들을 수록 중고역대에서 너무 타이트 하고 쎈 소리가 나서 오래 듣고 있으면 금방 피곤해지는 단점이 있었음. (내가 나이 먹어서 그런가… ㅜㅜ) 또 소리가 좀 뻣뻣하게 느껴져서 여전히 클래식을 들을 때 아쉬움이 컸음.
참고로 요넘은 액티브 스피커라 앰프 없이도 휴대폰 등에 꼽아서 바로 쓸 수 있음.
4. 스피커 : 미션 ZX-1 - 76만원 (2020.08.)
앰프 : NAD C375bee – 중고 100만원 (신품 210만원) (2020.09.)
앞에서 얘기했다시피 오로라 스픽의 경우 팝음악을 들을 때는 그럭저럭 들을만 했지만, 클래식을 듣고 있노라면 밋밋하고 평면적인 소리에 너무 갑갑했음. 그런 상황에서 구매하게 된 요 미션 스피커도 유튜브에서 추천 받은 제품인데, 부드러운 성향에 클래식을 듣기에도 좋다 하여 간택 받았음.
NAD의 C375bee 앰프는 사용자들보다 평론가들이 특히 좋아하는 제품인데, 파워가 좋고 균형감 있고 맑은 사운드를 내주지만 모니터링적 성격이 강함. 덕분에 사용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중립적인 사운드를 선호하고, 또 중고로 꽤 좋은 상태의 제품을 반값에 구할 수 있어서 망설임없이 겟! 이 넘은 특히 힘이 좋아서 고가의 까다로운 스피커들도 잘 울려서 헤라클라스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음.
기존에 앰프로 쓰던 데논 리시버는 CD소스기로 활용함. 자연스럽게 추가적인 프리앰프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음 ㅎㅎ
암튼 이렇게 둘을 매칭해 놓으니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소리가 나기 시작. 20, 30점짜리 소리를 듣다 갑자기 60, 70점 짜리로 점프를 한 느낌. 이 정도 돈은 풀어야 진정 질감이 다른 소리가 나는구나 하고 깨달음.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아쉬움과 불만족은 아주 단순한 이슈였던 거임. 그냥 가격대만큼 소리가 나오는 건데 싸구려(?)를 붙잡고 머가 부족하네, 머가 아쉽네 고민했던 것. 쩝… ‘비싸고 안 좋은 스피커는 있어도 싼데 좋은 스피커는 없다’는 어느 현자의 말이 절절히 와닿음 ㅎㅎㅎ
소스기기로는 위에 언급한 데논 CD리시버와 함께 스트리밍용(타이달)으로 LG V20 스마트폰을 중고로 구매해서 연결함. 큰 기대는 없이 그냥 보조적인 소스기로 생각을 했는데, 블루투스 송신기까지 연결해 놓으니 엄청 편하기도 하고, 의외로 CD 대비 음질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안 들었음.
(다만 엉뚱하게도 음악에 따라 타이달 vs. CD의 음질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어떤 음악은 초 단위로 음악을 비교해 들어봐도 타이달과 CD의 음질 차이를 못 느끼는 데, 어떤 음악은 아무 생각없이 탁 틀었는데 헉 얘 음질 왜 이래? 하고 깜딱 놀란 경우가 있을 정도. 심지어 타이달 마스터 음원인데도 턱없이 음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불가사리하다…)
암튼 CD와 스트리밍을 오가는 풍요로운 음감생활의 기반을 마련. ㅋ
5. 스피커 : B&W 705S2 - 중고 200만원 (신품 280만원) (2022.02)
사실 본인이 팝음악만 들었다면 저 위쪽의 오로라 A1 정도에서 만족하고 끝냈을 수도 있었을 것임. 한마디로 ‘물론 더 좋은 소리가 나오면 좋겠지만, A1으로도 나름 만족함’ 정도랄까. 하지만 문제는 클래식… 기기를 업그레이드할수록 클래식을 들었을 때의 목마름은 더해 감.
머 이런 거지. 이전 스피커로는 팝음악 70점, 클래식 20점만큼의 음질로 들렸다 치자. 70점의 팝은 나름 들을만 한데, 클래식을 들을 땐 너무 부족하여 기계를 업그레이드함. 그랬더니 팝음악은 80점까지 10점이 올라가는데, 클래식은 25점으로 겨우 5점 개선되는 느낌이었음. 즉 기기 업그레이드를 하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절대 만족도는 소폭 올라가긴 하지만, 팝음악과의 체감되는 음질 차이는 오히려 더 커지고(50 -> 55) 클래식 땜시 스피커를 업그레이드 했는데, 답답함은 더 커지는 환장스러운 상황이 연출됨.
그래서 클래식에 강점이 있다는 몇몇 아이들을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B&W가 클래식 ‘대편성’에 강하다는 얘기가 많이 들림. 오케이, 그렇다면 가격도 함 질러 볼만 하고(신품 200 초반대) 전반적으로 무난한 706 S2를 중고로 고려해 보기로 함.(올초에 회사 다니면서 첨으로 보너스다운 보너스가 나왔다.) 그렇게 중고시장에 계속 잠복해 있었는데, 덜컥 그 상위 모델인 705 S2 중고가 발견됨. 음…
사실 어차피 갈거면 한방에 705 S2로 가는 게 나을 거라는 얘기를 많이 듣긴 했는데, 가격도 부담스럽고(신품 280만) 스피커 정수리에 달린 구식 마이크? 혹은 사이렌? 같이 생긴 요상한 모양의 트위터가 영 꼴 사나워서 맘에 두지 않고 있었는데…
아… 이게 가격도 너무 괜찮고(200만에서 몇천원 빠짐) 제품도 신품이나 다름 없어 보였음. 고민 끝에 이거 놓치면 분명 나중에 오늘의 나를 원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확 질러 버림, ㅎㅎ
확실히 이름값을 함. 판매량으로 (아마) 세계 Top인 B&W의 북쉘프 시그니처급 제품 아닌가. 대편성 관현악을 들으면서 첨으로 악기 소리 하나하나가 명징하게 입체적으로 들리는 걸 경험했음. 이제 관현악 대편성에 대해서도 70점 이상을 줄 수 있을 거 같음. 클래식에 강하다지만 팝음악도 당연히 환상적으로 뽑아 줌. 스피커나 앰프나 모두 중립적인 성향이라 착색은 최소화되어 있지만, 성능 자체가 기본 이상을 하다 보니 팝, 재즈, 가요 등을 들을 때도 탁월한 질감의 사운드를 뿜어 줌. Harry Connick Jr.의 She 앨범을 듣고 있으면 그 비트에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음… (다만 너무 헤비한 메탈 음악은 이런 조합과 잘 안 맞는 것 같다. 드림 씨어터 정도 간신히 커버 가능할까나?)
근데 소리란 게 참 단순하지 않아서 똑 같은 음반을 똑 같은 세팅으로 들어도 매번 똑같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떤 날은 정말 예쁘고 입체적인 소리가 나는데, 어떤 날은 평범한 AM라디오 소리처럼 들리고 음악 자체도 지루하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생각을 해보니 몸과 맘에 다 이유가 있지 싶다. 클래식(특히 관현악)은 그냥 앉아서 넋을 놓고 있으면, 누가 입에 밥 떠먹여주듯이 귀에 음악이 들어와 꽂히지는 않는다. 악기 하나하나 음률 하나하나를 catch하려 노력하면서 들어야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가 있고, 또 사운드의 분리감, 입체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당연히 마음이 심란해서 딴 생각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면 집중력을 잃으면서 좋은 사운드도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또 다른 측면은 몸이 안 좋을 땐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모래 씹는 느낌인 거랑 비슷하다 하겠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혀가 맛을 못 느끼는 것처럼 당연히 귀도 몸 상태에 따라 느끼는 감각의 정도가 다르지 않겠나. 그래서 소리도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듯. 솔직히 팝은 언제 들어도 큰 차이가 없는데, 이 것도 결국 클래식(특히 관현악)에 해당되는 얘기. 이래저래 클래식을 듣는 일은 손이 많이 간다는 ㅎㅎ
내 딴엔 할만큼 했다 싶고 오디오질도 이제 대충 여기서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과연 확실히 멈출 수 있을 지 자신이 없다 ㅋ
첫댓글 여윾시
말을 끝까지 해라 ㅡ.,ㅡ
조금 지출이 있지만 좋은 취미인데요.
우려되는 부작용이 많습니다...ㅎㅎ;;;
'처음에 새 물건을 들여 놓았을 땐 꽤 좋게 들리던 사운드가,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부분은 익숙해지고, 아쉬운 부분은 점점 드러나기 시작'
<--- 강력 공감.
나도 기기 변천사를 올릴까 말까 고민중.
예전에 나의 음감사에 대해서 시리즈로 쓰면서 기기 변천도 같이 올리려 했는데
쓰기 귀찮아져서 딱 한편 쓰고 말았음 ㅋㅋㅋ
나도 B&W CM1 처음 들었을때 클래식 들어보고는 감동을 먹었기에
더 급이 높은 스피커로 바꾸기 전에는 이걸 내칠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클래식 듣는게 귀찮아지고 청음 환경이 원래 안좋은 관계로
관리하기 편한 액티브 스피커로 변경 했는데
가끔 B&W 소리가 그리워 짐.
예전에 오랜만에 얼굴 봤을때 나에게 오로라를 들였다고 하면서
스피커가 좋다고 칭찬 했을때 내가 지었던 미묘한 표정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그 스피커가 첫 인상은 좋은데 오래 두기 어려운 성향 때문임.
- 본문에 언급하신 설명이 딱 맞음.
첫 인상은 좋은데 오래 듣기 힘들기에 처음에는 만족 하다가도
어느샌가 조용히 처분하고 더 상위 기종으로 바꾸는 분들이 많음.
ㅋ 그 미묘한 표정은 기억이 안 나지만, 많이들 비슷하게 느끼나 보네. CM도 평이 상당히 좋았던 거 같은데 악근의 오디오질 히스토리도 기대해 보겠음~ ㅋ
@박상규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이제 음악 들을 때 음악 자체보다는 음질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는 거... 음질이 떨어진다 싶으면 음악이 귀에 안 들어옴. 이건 레알 망한 듯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