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 사업논란 - 서울 우이 신설선의 시사점
우이 신설 경전철이 경전철 사업에 줄 수 있는 세가지 시사점

경전철(輕電鐵)이란 가벼운 전철이라는 뜻으로, 기존의 전철(지하철)이 무거운 중전철(重電鐵)이었다는데 상대적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경전철은 지하철보다 건설비용이 저렴하고, 공사 기간이 짧지만, 기존의 지하철이 갖고 있던 정시성, 쾌적성, 친환경성 등을 그대로 갖고 있어, 지하철에 이은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4개의 경전철 노선이 운영 중에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지난 4월 26일 용인경전철이 개통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경전철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부산김해경전철은 적자운행으로 부산시와 김해시가 논란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의정부경전철은 지난 겨울에 눈만 오면 운행이 자주 중단되었다고 한다. 26일 개통된 용인경전철도 무료운행기간이 끝나자 썰물처럼 승객수요가 빠져나갔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경전철은 항상 문제인 것인가? 무엇이 문제였기에 승객이 많지 않고, 이를 극복하려면 애초에 어떻게 했어야 한 것인가? 현재 서울시 최초의 경전철로 한창 공사 중인 우이신설선이 이에 대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우이신설경전철은 교통이 불편한 서울 동북부 지역의 교통난 해소를 위하여 2003년부터 서울시와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추진하고 있는 도시철도 사업이다. 민간제안사업으로 시작되었으며 사업검토와 계획, 설계를 거쳐 2009년 착공하여 현재 공사 중이다. 우이신설경전철은 서울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인 신설동역에서 출발하여, 6호선 보문역,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를 지나 우이동의 북한산입구까지 이어진다. 전체 11.4km에 13개역이 건설된다.
우이신설경전철은 기존 지하철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저심도 승강장, 고가속도 차량, 짧은 운전시격에 의한 열차대기시간 감소, 짧은 역간거리에 의한 접근성 개선, 무인운전을 통한 탄력적인 수요대응 등 기존 지하철보다 개선된 도시철도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우이신설경전철이 경전철 사업에 줄 수 있는 시사점이라면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로 우이신설경전철은 처음부터 높은 수요처를 갖고 있다. 현재 다른 경전철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배경수요가 적은 게 큰 문제이다. 이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 반짝하는 것 외에 낮 시간에는 차내가 한산한 편이다. 고밀도 수송이 가능한 도시철도가 이렇게 한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이신설선이 지나가는 서울 동북부는 서울에서도 소문난 교통혼잡지역이다. 특히 이곳을 지나가는 서울지하철 4호선 북부 구간은 2호선 강남 구간에 버금가는 혼잡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비단 출퇴근 수요뿐만 아니라, 우이신설경전철이 지나가는 곳 주변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대학교 2개, 유원지와 국립공원(북한산) 등 성격이 다양한 수요처들이 산재해있기 때문에 출퇴근시간 외에도 하루 종일 다양한 교통수요가 존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철도 입장에서, 지나가는 곳 주변의 교통수요가 많으면 그만큼 많은 사람의 이용을 기대할 수 있고, 이는 성공적인 도시철도 운영이 가능해짐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듯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려면 충분한 수요처를 끼고 확실히 검증된 수요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절대적으로 인구가 부족한 상황, 타 대중교통이나 도로의 공급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 개발지구로 지정되었으나 개발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 등에서 무리하게 경전철 사업을 시작할 경우, 개통후 낮은 수요에 머무르게 된다.
둘째로 우이신설경전철은 시스템 특성이 기존 지하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경전철이라고 불리는 신교통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우이신설경전철은 철차륜AGT(Automatic Guideway Transit)이라는 모델을 쓰고 있다. 그런데 철차륜AGT는 크기와 편성량수만 줄어들었을 뿐 지하철과 별 차이가 없는 교통수단이다.
기존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철궤도위에서 철바퀴로 달린다. 무인운전을 하는 것이 기존 지하철과 다르지만, 사실 무인운전은 신분당선과 같은 중전철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아울러 우이신설경전철은 전구간이 지하로 되어 있다. 타도시에 운영 중인 경전철이 전 구간 고가이거나, 외곽 구간이 고가인 것과 다르다. 심지어 우이신설경전철은 차량기지마저도 지하에 있다. 차량기지는 지상에 있는 기존 지하철들보다 더 지하철답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이신설경전철은 굳이 경전철이라는 말을 붙일 필요 없이, 그냥 ‘조금 작은 지하철’이라고 봐도 될 정도이다. 이용 승객 입장에서도 기존 지하철과 모습이나 이용방법이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냥 지하철을 이용하듯이 이용하면 된다. 결국 이러한 친숙함이 우이신설경전철을 기존 서울지하철망에 더욱 잘 녹아들어가게 할 것이다.
셋째로 우이신설경전철은 연계체계가 뛰어나다. 지하철 노선이 많은 교통수요를 얻기 위해서는 그물망처럼 촘촘한 네트워크를 갖추어야 하는데, 우이신설경전철은 이 부분이 뛰어나다. 우이신설경전철과 직접 환승되는 지하철노선은 1호선, 2호선, 4호선, 6호선의 총 4개이다.
물론 지방에서 추진되는 경전철과 직접 비교는 어렵겠지만 환승노선 수를 최대한 늘리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용인경전철만해도, 애초에 광교까지 연장하여 한꺼번에 개통했다면 신분당선과 연계되어 승객 수요가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버스와의 연계체계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우이신설경전철은 간선축 도로인 동소문로 및 종로와 십자교차를 하고 있어서, 많은 버스노선과 연계가 가능하다. 그 외에도 기본적으로 버스노선 수와 많고, 버스의 배차시간이 짧은데 이같이 풍부한 연계교통망은 상호간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더 많은 승객들을 우이 신설경전철로 유인할 것이다.

아울러 우이신설경전철을 타고 더욱 다양한 곳에 갈 수 있는 셈이니 편리한 만큼 승객도 더 늘어나는 것이다. 이렇듯 연계 지하철과 연계 버스노선의 풍부함이 경전철 사업의 성공을 가져온다는 것은, 새로운 경전철 사업 기획이나 운영에 있어서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충분한 연계교통망을 준비하지 않고 경전철만 급하게 개통시키는 것은 실패를 불러올 수 있다.
친환경 도시교통수단인 경전철들이 개통 후 낮은 수요에 머물며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대표적인 세금낭비 사례로까지 지적받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경전철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지면 각 지자체들이 경전철 건설에 더욱 소극적이게 되고 꼭 필요한 경전철마저 짓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수도권 1기 신도시 건설후 신도시의 문제점이 여기저기서 부각되자 그 이후로 한동안 정부정책에서 ‘신도시’는 금기어가 될 정도였고, 결국 신도시 계획 없이 주택을 공급하려다보니 수도권 각지에서 ‘난개발’이 일어난 것과 마찬가지이다.
경전철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해서, 경전철 건설 자체가 중단되어 버리면 도로 혼잡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 온실가스 배출, 교통혼잡비용 발생 등으로 사회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무작정 경전철을 멀리할 게 아니라, 우수한 경전철의 시사점을 통해서 보다 나은 경전철 사업을 만들어나가려는 사회적인 노력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출처 : 인터넷레일뉴스 한우진(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 경전철에 승객이 많지 않은 것은 접근성(노선이 대부분 버스 노선과 중복되어 있고, 버스는 도로에서 곧 바로 이용가능하지만, 경전철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이용자의 불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첫댓글 와우~ 용인경전철이 개통되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런 시사점을 가지고 있는줄 몰랐습니다!. 경전철의 장점을 알아 가게 되고, 우리나라 실태 또한 읽어보니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평론 감사합니다.
앞으로 에너지 공급체계가 수소전기에너지로 바뀌면 버스가 경전철로 대체될수도 있기때문에,
지금 경전철 문제를 제대로 뜯어고쳐야 합니다. 안그랬다가는 교통대란 터질걸요? 그런점에서 本 데이타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