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살 것인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화두는 ‘어디에서 살 것인가’이다. 그래서 그런지 21세기 현대인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서 한 달 살기, 일 년 살기가 유행이 되었다. ‘살 곳을 가려서 정한다’는 뜻을 지닌 이중환의 <택리지>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당시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어디에 살 것인가’를 고민할 때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었다. 현재에도 한 권의 책으로 우리나라 전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포괄적인 교양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귀중한 책이다.
이중환은 38세 때까지는 잘나가던 관료였다. 신임사화에 연루돼 국문을 받고 유배생활을 한 뒤 풀려난 그는 오랜 세월을 헤맨 끝에 이 책을 남겼다.
그가 택리지를 쓰게 된 문제의식은 ‘혼란한 사회에서 어디에 살 것인가?’의 귀결이다. 사민총론, 팔도총론, 그리고 복거총론, 총론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살 만한 곳을 지리, 인심, 산수, 생리가 좋은 곳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자연지리를 산맥 체계가 아닌 우리 전래의 지리 개념인 산경표에 근거한 백두대간 체계로 서술하고 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택리지>를 남긴 그는 ‘이 땅에 살 만한 곳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지만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을 살 만한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십리 밖이나 반나절쯤 되는 거리에 경치가 아름다운 산수가 있어 시름을 풀고, 혹은 하룻밤쯤 자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둔다면 자손 대대로 이어질 괜찮은 방법이다.”
이중환은 재산이 목적이 아니고, 삶터로서의 거처를 정할 때 현대인들이 귀담아들을 말을 남긴 실학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