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s Best에서 바둑 교수법을 전수받은 현직 교사 이본트 프랑크베즈 씨와 방과후교실로 바둑을 배우는 어린이들. |
LA의 방과후교실 ‘바둑’
미국 바둑이라는 덩어리를 움직이는 단체는 명실상부 미국바둑협회(American Go Association)다.
수장은 앤드루 오쿤(Andrew Okun) 회장. ‘앤디’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왕성한 활동력을 지닌 그는 LA에 거주한다. LA는 한인사회가 잘 형성돼 있고(중국 커뮤니티가 더 발달돼 있다), 한국인이 있는 곳엔 한국인이 즐기는 바둑 또한 빠지지 않는다. 미국 남부 LA는 이런 이유로 미국 바둑의 성장 동력을 가진 곳으로 지목되며 한국바둑과 미국바둑이 만나기 좋은 지점이다. 대한바둑협회가 LA 한인타운 내 나성기원에서 남가주지부를 출범시킨 데는 그런 고려가 있었다.
앤드루 미국바둑협회장은 “대한바둑협회 대표단을 환영한다. 대바협이 미국과 바둑 협력을 본격화할 장소로 LA를 선택한 것은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바둑의 성장에 한국이 도움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의지다. 한국 교민뿐 아니라 여타 미국인들이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어린이들의 바둑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참 반가운 일일 게다. 한데 이미 그런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의 초등학교 방과후교실(After School Program)의 하나로 최근 바둑이 들어갔다. 한국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방과후교실의 강사로 활동하는 것에 비해 미국의 방과후교실 강사는 현직 교사로 구성된다. 따라서 미국은 바둑을 가르치려면 학교 재직 교사가 바둑을 알고 있거나 바둑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미국바둑협회는 6개월 전 현직 교사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LA’s Best’라는 프로젝트를 펼치기 시작했다. 바둑을 가르치는 데 관심 있는 교사들을 모아 바둑 교수법을 가르치고 바둑 용품을 제공해 LA 소재 학교들로 파견하는 것이다. 현재 12군데 학교에서 방과후교실 바둑 수업을 펼치고 있다.
▲ 미국 LA 방과후교실 바둑 수업.
▲ 바둑 서적을 보고 있는 어린이.
▲ 바둑 강의를 듣고 있는 미국 어린이들.
대한바둑협회 남가주지부 현판식 참석을 위해 구성된 한국 대표단은 10월 25일 LA 라토나 애비뉴 학교(Latona Avenue School)를 방문해 바둑 수업을 참관했다. 여교사 이본트 프랑크베즈(Ivont Franqvez) 씨가 자석 바둑판으로 강의를 하며, 어린이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강의를 듣고 실전 대국을 하는 풍경은 장소와 인종만 다를 뿐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주에 1회(1시간)라는 수업 시간은 짧아 보였지만 3주 동안 배운 아이들은 9줄 바둑판에서 자신의 힘으로 계가까지 해냈다. 단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어린이가 있긴 해도 배운 지 총 3시간밖에 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괜찮은 편이라 할 만했다.
교사 이본트 씨는 “‘Go(바둑의 일본식 명칭)’라는 이름부터가 흥미롭다. 영어로‘가다’라는 뜻이니 진취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LA’Best 에 기꺼이 신청해 바둑을 어떻게 지도하는지 수개월간 배웠다.”며 “아이들이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되고 서로 친밀해진다는 점에서 바둑이 참 유익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미국 어린이들의 바둑교재와 바둑판.
▲ 바둑교재 대부분은 일본 것. 한국 교재가 있긴 하지만 적다.
▲ 서대원 대한바둑협회 부회장(오른쪽)이 미국 어린이들에게 간략하게 한국 바둑을 소개하고 있다.
▲ 한 어린이가 선생님이 들고 있는 자석 바둑판으로 바둑 문제를 풀고 있다.
▲ 교실 벽에 바둑 용어 해설이 붙어 있다.
▲ '제가 풀어보겠습니다!'
▲ 김달수 아시아바둑연맹(Asian Go Federation) 사무총장이 미국 어린이 바둑교육 현장을 참관했다.
▲ 김영환 9단이 미국 어린이들의 바둑을 복기해 주고 있다.
▲ 앤드루 오쿤 미국바둑협회 회장이 방과후교실 바둑을 배우고 있는 어린이들과 바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뜨거운 LA의 바둑 열기 ‘카슨배(Cotsen Cup)’
카슨배Cotsen Cup)는 LA의 대표적 바둑 대회 중 하나다. 20년간 매년 열려왔는데 대회 비용 전액을 카슨(Lloyd Eric Cotsenㆍ52)이란 개인이 후원한다. 지난해와 올해는 한국문화센터가 장소를 제공해 부담을 다소 덜었다고 한다.
매년 평균 100여 명의 바둑애호가가 참가하는데 10월 26일~27일 열린 대회에는 150여 명이 참가했다. 바둑에 대한 열정 없이 이렇게 꾸준히 후원하는 건 쉽지 않다. 바둑 대회 개최에 변함 없는 애정을 보내는 카슨은 어떤 인물인가.
아버지는 고고학자 어머니는 미술가인데, 아버지가 80년대 큰 성장을 한 뉴트로지나(Neutrogena)의 창업자다. 카슨은 출판사 프린스턴 리뷰(The Princeton Review) 설립 등 여러 사업을 벌였는데 2007년 출판사를 매각하고 현재는 다양한 분야에 개인 투자를 하고 있다.
그가 바둑을 배운 곳은 대학교였다. 80년대 초 노스웨스턴 경영대학(Northwestern Business School)의 교수가 카슨에게 바둑을 가르쳐줬다. 바둑의 무한한 매력에 빠져, 중국 프로기사로 LA에서 활동하는 양일룬(Yi Lun Yang)에게 25년째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 카슨은 “젊은 바둑인들이 카슨배를 계기로 육성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 카슨배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카슨.
카슨배 성적우수자는 미국입단대회의 본선(8강)에 들어간다. 올해는 공동2위에 오른 앤드루 루(Andrew Luㆍ15) 군이 그 기회를 얻었다. 앤드루 루는 LA에서 보급 활동을 펴는 김명완 9단의 제자이기도 하다. 1위를 한 조범근 아마7단은 미국 국적이 없어 미국입단대회에 나갈 수 없었고, 같이 2위를 한 에릭 루이(Eric H. Lui)는 이미 본선에 진입한 터였다.
미국입단대회 본선은 전기시드 2명, 전미바둑대회 성적우수자 2명, 캐나다오픈 1명, 고담대회(동부) 1명, 카슨컵 1명, 온라인대회 1명까지 8명이 겨루며 내년 1월 2일 시작돼 7일 프로기사 1명을 선발할 예정이다(지난해엔 2명을 선발했지만 2013년 입단자는 1명을 뽑는다).
▲ 카슨배 포스터. 외계인들을 대국석에 앉혀 놓은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 한국문화센터 2층과 3층은 대국장으로 사용됐다. 1층은 전시관이다. 바로 이곳.
▲ 오랜된 바둑판도 있다.
▲ 개회식에서 소개되고 있는 초청 프로기사들. 양일룬(왼쪽부터), 김영환 9단, 김민희 3단, 이하진 3단.
▲ 명국들이 대회장 벽면에 소개된다.
▲ 기보저장은 스마트기기로.
▲ 여성 선수의 진지한 수읽기.
▲ 노소 대결.
▲ 앞쪽은 연인인 듯.
▲ 한마리 바다표범 같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