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외국인 수행자들이 천일결사 기도에 입재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8시부터 외국인 천일결사 입재자들을 위한 7차 백일기도 입재식에 참석했습니다. 어제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전 세계의 정토행자들이 백일기도를 시작했고, 오늘은 외국어를 사용하는 전 세계의 정토행자들이 백일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외국인 정토행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사회자가 반갑게 환영 인사를 했습니다.
“Hello and welcome to the 7th one hundred-Day Practice Opening Ceremony of the 1st 1000-Day Practice.”
(제1차 천일결사 중 제7차 백일기도 입재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미국, 캐나다, 홍콩, 한국, 중국, 부탄, 이탈리아, 호주, 영국에서 15명의 외국인 천일결사자들이 7차 백일기도에 입재했습니다. 먼저 지난 100일 동안의 열심히 수행해 온 분들의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손을 들고 몇몇 분이 소감을 이야기한 후 영상으로 정토담마스쿨에서 인간붓다 교과를 공부하고 있는 케이스(Keith) 님이 수행 소감을 들려주었습니다.
“I was really happy when I ran into the Jungto Dharma School Intro to Buddhism 1. I learned a lot and I had a great experience in that course. And then following on from that course, I started the thousand-day practice. I think I had some resistance at first with how demanding it is--thinking about the arthritis in my knees--but I really wanted to give it a try because I realized that a challenge for me was shifting from intellectual understanding to really understanding the teachings as an experience. I do feel like I have made some progress, largely thanks to the small group of Jungto practitioners that I practice with most every morning. I feel, when I think about my suffering, I think there's something like a veil over it now that maybe wasn't there before. I think there's a little remove from it. There's a little more equanimity. Progress is gradual, but I do feel like progress is happening. So I have been pleased with that and I'm just very grateful for the ability to be doing this with sangha.”
(정토담마스쿨 근본불교 과정을 알게 되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 후 천일결사기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무릎 관절염 때문에 힘들지 않을까 하는 저항감이 있었지만, 지식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경험으로 가르침을 이해하는 것이 저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 것 같다고 느낍니다. 매일 아침 대부분 함께 수행하는 도반들 덕분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고통에 대해 생각해 보면 전에는 없던 베일 같은 것이 지금은 그 위에 덮여 있는 것 같습니다. 고통에서 조금 벗어난 것 같아요. 조금 더 평정심이 생겼죠. 점진적으로 진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도반들과 함께 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어서 다 함께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외국인 정토행자들을 위해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정토회가 왜 수행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백일에도 정진을 가장 우선으로 해서 활동을 해나가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정토회가 여러 가지 사회적인 활동을 하거나 세상을 위해 좋은 일들을 하는 것은 여러분 개개인의 수행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토회가 수행자들의 모임이라는 것입니다. 수행자들의 모임에서는 개개인이 자기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수행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행이 기초가 될 때 정토회의 모든 활동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수행이 기반이 안 되면 봉사하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에 불과해요.
여러분이 매일매일 정진해서 자신의 마음을 어리석지 않게 하고 밝게 가져야 후회하는 마음도 없어지고 희생한다는 생각도 없어집니다. 그래서 정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야 한다는 관점을 항상 가져야 합니다. 정토회는 붓다의 길을 가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주인이 따로 있고 종이 따로 있는 그런 모임이 아니라 보디사트바의 모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할 때에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의 종류와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그 역할을 맡아서 할 뿐입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앞으로 백일 동안 꾸준히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수행을 하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두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명상을 할 때 격렬한 감정이 일어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명상 중 격렬한 감정이 일어날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After Sunday meditation and your Dharma teaching, when I allowed myself to experience more of my traumas. I’m not actively seeking them, but they seem to surface naturally when my mind is calm. How can I stay grounded while working with intense emotions that arise during meditation, especially when exploring past trauma? I do find moments of calm that lead to deeper insight, but at times the process feels overwhelming, and I find myself needing to pause and return to my breath to re-center. Any guidance on how to balance this kind of emotional exploration with stability would be really helpful.”
(주말 명상과 스님의 법문을 들은 후, 제 트라우마를 더 많이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트라우마를 적극적으로 찾아내려고 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평온해지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명상 중 과거의 트라우마가 떠오르거나 격렬한 감정들이 일어날 때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나요? 저는 깊은 통찰로 이어지는 평온한 순간을 원하지만, 그 과정이 때론 너무 버겁게 느껴져서, 잠시 멈추고 호흡으로 돌아와 중심을 잡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감정을 열성적으로 탐구하는 것과 안정성 사이에 균형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조언해 주신다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응급 처방과 근본적인 처방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응급 처방은 눈을 뜨고 명상을 멈추는 것입니다. 즉 드러난 상처를 다시 덮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발병을 멈추게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냥 두면 너무 폭발적으로 일어나서 어떤 폭력적 행위가 나오거나 정신적인 질병이 발병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임시방편으로 상처를 덮어놓는 것이 아닌 본질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감정을 한번 폭발시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감정을 한번 터트리는 것도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혼자서 하기에는 위험합니다. 폭력적 행위나 정신 질환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서 옆에서 지켜보고 대응해 줄 수 있는 전문가와 함께 해야 합니다.
계속 감정이 올라온다는 것은 호흡을 놓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선의 방법은 아무리 감정이 올라오더라도 계속 호흡으로 돌아와서 호흡 알아차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폭풍이 불 때 밧줄을 잡고 있으면 아무리 바람이 세게 불어도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버틸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밧줄을 놓치면 쉽게 바람에 휩쓸려 버립니다. 밧줄을 움켜쥐고 놓지 않아야 폭풍을 견딜 수 있듯이 아무리 몸의 변화나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호흡 알아차림을 놓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폭풍이 일어났다가 저절로 잦아드는 때가 오듯이 감정의 변화도 잦아드는 때가 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한 번 감정이 올라오는 위기를 극복했다고 해서 트라우마로 인한 상처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에 또 극복하고, 또 이런 경험을 하고, 여러 차례 반복을 하다 보면 감정이 올라오는 강도가 점점 약해집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일상에서도 감정 조절이 자연스럽게 됩니다. 억지로 각오하고 결심해서 감정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림으로써 저절로 조절이 됩니다. 이런 상태에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어릴 때 입은 마음의 상처일수록 치유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어릴 때 경험한 것은 바위에 새겨진 글씨와 같아서 각인이 되었다고 표현합니다. 반면에 어느 정도 성장한 후 형성된 것은 바위에 붓글씨로 써놓은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성장한 후에 생긴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만 어릴 적 상처는 없어진 것 같다가도 다시 나타나는 것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아이를 키울 때도 아이가 어렸을 때는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서 키워야 됩니다.”
“Thank you. I understand.”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마지막으로 사홍서원을 했습니다.
다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영어 7차 백일기도 입재식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곧바로 두북 수련원 사무실로 이동하여 농사팀과 내년 농사 계획과 올해 김장 계획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먼저 내년 농사 계획에 대해 스님이 제안을 했습니다.
“비닐하우스가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것 같아요. 비닐하우스가 있음으로 해서 생산이 효율적으로 되는 작물을 심을 수는 없을까요? 노지에 심어도 되는 작물을 전부 비닐하우스 안에 심고 있거든요.
그리고 봄에 일찍 채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작물은 주로 겨울과 봄에 수확하기 위한 것이잖아요. 그래서 12월에 수확이 끝나면 비닐하우스에 채소 씨앗을 싹 뿌려보면 좋겠어요. 비닐하우스 안에 한번 더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서 이중 비닐을 치면 가장 좋습니다. 그게 일손이 없어서 어려우면 그냥 비닐을 덮어 두기만 해도 됩니다. 그 안에서 겨우내 싹을 틔운 다음에 2월경에 비닐을 걷어내면 바깥에 비닐하우스가 하나 더 있으니까 2월 말이나 3월 초부터 채소를 먹을 수 있어요. 그런데 3월에 씨앗을 뿌리면 싹을 틔우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겨우내 싹을 틔워 놓으면 봄에 기온이 오르는 순간 바로 채소가 자랍니다. 겨울에는 비닐하우스 한 동만 채소 수확용으로 운영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네, 그렇게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어서 김장 계획에 대해 논의를 했습니다. 3일 동안 공동체 대중 전체가 두북 수련원에 모여서 김장 울력을 해야 하는데, 일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어떻게 충원을 할지, 어떤 순서로 김장을 할지 점검을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조계종 원로의원 대궁당 종상대종사 영결식을 하루 앞두고 불국사 무설전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했습니다.
오후 2시경 불국사 무설전에 도착하자 여러 사찰에서 온 스님들의 조문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방명록을 작성한 후 종상대종사의 영전 앞에 삼배를 올렸습니다.
분향을 한 후 문도 스님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조문을 마치고 불국사 주지 종천 스님의 안내로 극락전 옆에 위치한 총지당으로 향했습니다.
“원로회의 의장 스님이 법륜 스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잠깐 뵙고 가시지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총지당 기와지붕에는 울긋불긋 가을 단풍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스님은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자광 대종사님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차담을 나누는 동안 여러 원로의원 스님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여러 스님들과 안부를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눈 후 오후 3시가 넘어 불국사를 나왔습니다.
함께 조문을 하고 나온 유수 스님과 함께 괘릉(원성왕릉)에 들러 잠시 주변을 산책을 했습니다. 산책을 마친 후 유수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실내에서 원고 교정과 업무를 본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실내에서 업무를 본 후 저녁에는 정토회 임원단과 온라인 회의를 한 후 서울로 올라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