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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조거(獻琴遭拒)
거문고를 받쳤는데 거절을 당했다는 말이다.
獻 : 받칠 헌(犬/16)
琴 : 거문고 금(王/8)
遭 : 당할 조(辶/11)
拒 : 막을 거(扌/5)
출전 : 욱리자(郁離子) 양동(良桐)
명(明)나라 초기 문인이자 정치가인 유기(劉基)의 욱리자(郁離子)에 좋은 오동나무(良桐)로 만든 거문고의 이야기가 나온다.
공지교(工之僑)라는 사람이 질이 좋은 오동나무를 발견하고, 그 오동나무를 베어다가 거문고를 만들어 현을 설치하고 연주해 보니 금종(金鐘)소리와 옥(玉)소리가 호응하듯 좋은 소리가 나서, (공지교) 스스로 천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문고라 생각하고 태상(太常; 벼슬 이름)에게 받쳤다.
工之僑得良桐焉, 斲而為琴, 弦而鼓之, 金聲而玉應, 自以為天下之美也, 獻之太常.
태상이 그 거문고를 나라에서 유명한 장인(匠人)에게 감정을 하게 하니, 장인이 '옛 거문고 같지 않습니다'라 해서, 거문고를 공지교에게 돌려주었다.
使國工視之, 曰 : 弗古. 還之.
공지교가 거문고를 가지고 돌아와 옻칠하는 장인에게 균열이 생긴 것처럼 무늬를 그려 넣고, 또 전각하는 장인에게는 옛날 문자를 새겨 넣게 하여 옛날 거문고처럼 보이게 했다. 그리고 나서 거문고를 상자에 넣어 흙속에 1년 동안 묻어 두었다가 꺼내어 시장으로 팔러 갔다.
工之僑以歸, 謀諸漆工, 作斷紋焉; 又謀諸篆工, 作古窾焉; 匣而埋諸土, 期年出之, 抱以適市.
어느 귀인이 지나가다가 이 거문고를 보고 100금을 주고 사서 조정에 바쳤다.
貴人過而見之, 易之以百金.
조정의 악관(樂官)들이 살펴 보고나서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세상에서 보기드믄 진구한 거문고입니다.'
獻諸朝, 樂官傳視, 皆曰 : 希世之珍也.
공지교가 이 말을 듣고 탄식하며 말했다. '세상 인심이 참으로 슬프도다! (본질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점) 이렇게 겉만 보고 평가하는 일이 어찌 거문고뿐이겠나? 세상일이 다 그렇구나. 내가 일찍이 내 처신을 결정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사회풍조와 함께 망하고 말 것이로다!'
工之僑聞之歎曰 : 悲哉世也! 豈獨一琴哉, 莫不然矣. 而不早圖之. 其與亡矣!
공지교는 즉시 살던 곳을 떠나 탕명산(宕冥山)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도 그의 종족을 알지 못했다.
遂去, 入於宕冥之山, 不知其所終.
물건의 진위나 우열에 대한 분별 능력이 전혀 없이 겉만 보고 맹목적으로 옛것을 좋아하는 삐뚤어진 사회풍조를 풍자한 우언이다. 자기편만 보고 함성 지르는 우리의 세태는?
▶️ 獻(드릴 헌, 술두루미 사, 위의 있을 의)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개견(犬=犭; 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세발솥의 일종(一種)을 뜻하는 글자 鬳(권, 헌)으로 이루어졌다. 옛날에는 이것에 개고기를 담아서 종묘(宗廟)에 바쳤다. 때문에 鬳(권)과 犬(견)을 합쳐, '바치다', '존장에게 진상하다', '드리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獻자는 '드리다'나 '바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獻자는 鬳(솥 권)자와 犬(개 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鬳자는 호랑이 무늬가 새겨진 '솥'을 뜻한다. 고대에는 호랑이 무늬가 새겨진 솥이 신성함을 상징했기 때문에 제사를 지낼 때 사용됐었다. 이렇게 신성함을 상징하는 솥과 犬자가 결합한 獻자는 솥에 제물을 넣어 바친다는 뜻이다. 그러니 獻자에 쓰인 犬자를 반드시 '개'로 해석하기보다는 제물로 바쳐지는 '동물'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獻(헌, 사, 의)은 ①드리다 ②바치다 ③올리다 ④나타내다 ⑤표현하다 ⑥보이다 ⑦권하다 ⑧나아가다 ⑨좋다 ⑩맞다 ⑪바치는 물건(物件) ⑫어진 이, 현자(賢者) 그리고 ⓐ술두루미(술을 담는 두루미)(사) ⓑ(거칠게)새기다(사) 그리고 ㉠위의(威儀)가 있다(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드릴 정(呈), 바칠 공(貢)이다. 용례로는 자기의 피를 다른 사람에게 뽑아 주는 일을 헌혈(獻血), 신명을 바쳐 일에 진력함을 헌신(獻身), 돈이나 물품을 바침을 헌납(獻納), 돈을 바침 또는 바친 돈을 헌금(獻金), 헌상하는 물품을 헌물(獻物), 술잔을 올림을 헌작(獻爵), 물품을 올림을 헌정(獻呈), 책을 바침 또는 그 책을 헌서(獻書), 꽃을 바침을 헌화(獻花), 사찰에 드리는 등을 헌등(獻燈), 신 또는 좋은 일 따위를 기리어 추는 춤을 헌무(獻舞), 교회나 절 따위에서 하느님이나 부처에게 올리는 쌀을 헌미(獻米), 술잔을 드림을 헌배(獻杯), 책을 바침 또는 그 책을 헌본(獻本), 정성을 다하여 바침을 헌성(獻誠), 지어 바치는 시를 헌시(獻詩), 절에서 문앞이나 대문 앞 등의 시식돌에 두어 잡귀에게 음식을 바침 또는 그 음식을 헌식(獻食), 임금에게 의견을 말씀 드림을 헌언(獻言), 의견을 드림을 헌의(獻議), 지은이나 발행자가 그 책을 다른 사람에게 바치는 뜻을 적은 글을 헌제(獻題), 환갑잔치 같은 때 오래 살기를 비는 뜻으로 잔에 술을 부어서 드림을 헌수(獻壽), 변변치 못한 미나리를 바친다는 뜻으로 윗사람에게 물건을 선사할 때나 자기 의견을 적어 보낼 때에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헌근(獻芹), 사회를 위하여 이바지함 또는 공물을 나라에 바침을 공헌(貢獻), 옛날의 제도나 문물을 아는 데에 증거로 되는 기록이나 서적을 문헌(文獻), 물건을 받들어 바침을 봉헌(奉獻), 돈이나 물품을 바침을 납헌(納獻), 제사 지낼 때 두 번째 잔을 올리고 네 번 절함을 아헌(亞獻), 미나리를 바치는 정성이라는 뜻으로 옛날 햇미나리가 나면 제일 먼저 임금에게 바친 데서 정성을 다하여 드리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헌근지성(獻芹之誠), 남에게 물건을 선사할 때 겸사하여 이르는 말을 헌근지의(獻芹之意), 참고하거나 생각해 볼 책이나 글을 일컫는 말을 가고문헌(可考文獻), 남의 꽃을 빌려 부처에게 바친다는 뜻으로 남의 물건으로 선물하거나 자기 일을 봄을 이르는 말을 차화헌불(借花獻佛), 제사 지낼 때에 축문이 없이 술을 한 잔만 올림을 일컫는 말을 무축단헌(無祝單獻) 등에 쓰인다.
▶️ 琴(거문고 금)은 ❶상형문자로 琹(금)은 통자(通字), 珡(금)은 고자(古字)이다. 거문고의 몸통을 자른 면을 본 떠서 거문고의 모양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琴자는 '거문고'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琴자는 두 개의 玉(옥 옥)자와 今(이제 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今(이제 금)자는 '이제'라는 뜻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琴자는 우리의 거문고와 같은 중국의 현악기를 뜻하는 글자이다. 소전에 나온 琴자를 보면 두 개의 玉자 사이로 줄이 둘려 있는데, 이것은 거문고에 있는 '괘'와 '줄'을 함께 표현한 것이다. 지금은 거문고에 있던 줄이 今자로 바뀐 것이다. 그러니 琴자에 있는 玉자도 '옥'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래서 琴(금)은 (1)당악(唐樂) 현악기(絃樂器)의 한 가지. 거문고와 비슷하고, 줄이 일곱으로 되어 있으며 손가락으로 뜯어서 소리를 냄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거문고(우리나라 현악기의 하나) ②거문고 타는 소리 ③거문고를 타다 ④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기러기발을 금휘(琴徽), 거문고 소리를 금음(琴音), 거문고나 가야금을 가르치던 선생이나 벼슬아치를 금사(琴師), 거문고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를 금조(琴操), 거문고의 줄을 금현(琴絃), 거문고의 곡조를 금곡(琴曲), 거문고의 이치와 타는 법을 금도(琴道), 거문고를 타며 책을 읽음을 금서(琴書), 깊이 간직하고 있는 마음을 금선(琴線), 거문고의 곡조를 적은 악보를 금보(琴譜), 거문고를 받치는 도구를 금상(琴狀), 거문고의 소리를 금운(琴韻), 거문고를 타서 신령을 맞아 길흉을 판단하는 점을 금점(琴占), 거문고와 비파로 부부 사이의 정을 금슬(琴瑟), 마음을 거문고 소리에 부침이라는 뜻으로 부인에 대한 애모의 마음을 금심(琴心), 어떠한 자극을 받아 울리는 마음을 거문고에 비유하는 말을 심금(心琴), 혹이 빈 둥근 나무에 짐승의 가죽을 메우고 긴 나무를 꽂아 줄을 활 모양으로 건 민속 악기를 해금(奚琴), 우리나라 현악기의 한 가지를 현금(玄琴), 사다리꼴 오동 겹 널빤지에 받침을 세우고 철사 열 넉 줄을 매어 채로 쳐서 소리를 내는 동양 현악기를 양금(洋琴), 거문고나 가야금 등을 탐을 탄금(彈琴), 거문고를 타는 일을 명금(鳴琴), 실로폰으로 나무토막을 벌여 놓고 두드려서 소리를 내게 만든 악기를 목금(木琴), 아무런 장식도 없는 소박한 거문고를 소금(素琴), 거문고와 비파의 조화로운 소리라는 뜻으로 부부 사이의 다정하고 화목한 즐거움을 이르는 말을 금슬지락(琴瑟之樂), 거문고와 비파 소리가 조화를 이룬다는 뜻으로 부부 사이가 다정하고 화목함을 이르는 말을 금슬상화(琴瑟相和), 거문고와 비파를 타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부부간에 화락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고금슬(如鼓琴瑟), 사람의 죽음을 몹시 슬퍼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인금구망(人琴俱亡), 소를 마주 대하고 거문고를 탄다는 뜻으로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리 도리를 가르쳐도 알아듣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대우탄금(對牛彈琴) 등에 쓰인다.
▶️ 遭(당할 조)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한바퀴 '돌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曹(조)로 이루어졌다. '돌다'의 뜻이, 전(轉)하여 돌고 돌아서 '만나다', '해후(邂逅)하다'의 뜻이 되었다. 그래서 遭(조)는 ①(우연히)만나다 ②(나쁜 일을)당하다 ③두르다 ④둘레 ⑤번(횟수를 세는 말) ⑥바퀴(둘레를 세는 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만날 봉(逢), 만날 우(遇), 만날 해(邂)이다. 용례로는 만남 또는 우연히 서로 만남을 조우(遭遇), 재난을 만남을 조난(遭難), 상사를 당함을 조제(遭制), 탄핵을 당함을 조핵(遭劾), 화나 재앙을 만남을 조화(遭禍), 고난이나 부끄러움을 당함을 소조(所遭), 재난을 당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조난자(遭難者), 재난을 당한 배를 일컫는 말을 조난선(遭難船), 재난을 당한 곳을 일컫는 말을 조난지(遭難地), 때를 만난 것이 불우함을 일컫는 말을 조시불우(遭時不遇),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회피할 수 없는 경우로 일이 나쁜 형태로 공교롭게 마주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독목교원가조(獨木橋冤家遭) 등에 쓰인다.
▶️ 拒(막을 거, 방진 구)는 ❶형성문자로 距(거)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巨(거; 막다)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손으로 막다의 뜻이 전(轉)하여 거절하다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拒자는 '막다'나 '거부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拒자는 手(손 수)자와 巨(클 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巨자의 금문을 보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목공(木工)들이 사용하던 큰 '자'를 그린 것이다. 拒자는 이렇게 큰 자를 그린 巨자에 手자를 결합한 것으로 무언가를 '(손으로)막는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참고로 소전까지만 하더라도 止(발 지)자가 쓰인 歫(막을 거)자가 발길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는 뜻으로 쓰였었지만, 해서에서는 拒자가 '(손으로)막는다'라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拒(거, 구)는 ①막다, 거부하다 ②거절하다 ③막아 지키다, 방어하다 ④겨루다, 적대하다 ⑤문을 닫다 ⑥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그리고 ⓐ방진(方陣: 병사들을 사각형으로 배치하여 친 진)(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막을 옹(壅), 막을 저(抵), 막을 저(沮), 막을 방(防), 막을 장(障), 막을 두(杜), 거리낄 애(碍), 금할 금(禁), 막을 어(禦), 막을 고(錮), 가로막을 알(閼)이다. 용례로는 거절하여 받아들이지 않음을 거부(拒否), 남의 제의나 요구 따위를 응낙하지 않고 물리침을 거절(拒絶), 윗사람의 명령이나 뜻을 어김을 거역(拒逆), 거절하여 배척함을 거척(拒斥), 항거하여 막음을 거지(拒止), 쳐들어 오는 적군을 막아 싸움을 거전(拒戰), 막아서 지킴을 거수(拒守), 세금 내기를 거절함을 거납(拒納), 죄인이 체포에 맞섬을 거포(拒捕), 대항함이나 버팀을 항거(抗拒), 서로 다투며 맞서서 겨룸을 힐거(詰拒), 배척하여 거절함을 척거(斥拒), 완강히 버팀을 견거(堅拒), 굳이 거절함을 뇌거(牢拒), 공격하여 오는 적군과 마주 싸워 버팀을 영거(迎拒), 아주 거절함이나 굳이 거절함을 뇌거(牢拒), 완강하게 거절함을 완거(頑拒), 요구나 요청 등을 엄정한 태도로 거절함을 준거(峻拒), 거절하여 문안에 들이지 않음을 거문불납(拒門不納), 권력이나 압제 따위에 눌리지 않고 대항하여 일어서는 운동을 일컫는 말을 항거운동(抗拒運動),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힘은 헤아리지 않고 강자에게 함부로 덤빔을 이르는 말을 당랑거철(螳螂拒轍), 범인이 체포 당하지 아니하려고 맨손으로 포졸에게 저항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공수거한(空手拒捍), 오는 사람을 막지 말라는 뜻으로 자유 의사에 맡기라는 말을 내자물거(來者勿拒)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