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어린왕자와 사슴. 그리고 칼>
제 2 화
달에게 덤벼들어 봤자야.
비바왕에게 무릎만 꿇지.
달을 잡으려는 자에게 고한다.
당장 그만둬, 당신의 자존심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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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두번째 만남이었다.
그날도 첫번쨰 만남과 같이, 3:00 AM이었다.
이번에는 그가 타코라는 나무에게 기대어있었다.
그는 또 날 똑바로 바라보며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오늘은 즐거운노래를. 명쾌하고 발랄하고 신나는 노래를.
그런 노래를 부르는 그는, 날 반가워해주는 거라고
나 혼자 그렇게 믿으며 살짝 기뻐했다.
"사슴아. 오늘이 몇번쨰로 만나는 날이지?"
"두번쨰밖에 되지않았어."
"아니야. 나는 널 많이보았는걸"
"나를?"
"그래. 나는 꿈속에서 널 보았어.
니가 오늘 오는날까지, 그 동안 계속 꿈을 꾸었지.
꿈을 꾸는 순간만은 니가 보였어.
그래서 계속 자고싶었지. 하지만, 나는 노래를 불러야해.
나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태어났으니깐."
그는 그 얘기를 하며 씨익 하고 눈웃음과 함꼐
입이 움직였다. 굉장히 사랑스러웠다.
"노래?"
"응. 내가 노래를 부르면 타코가 좋아해.
나도 타코를 좋아하지.
타코는 바람을 좋아해.
내가 노래를 부르면 바람이 온다나봐.
내가 타코에게 기쁨을 준다는 건 정말 기쁜일이야.
난 타코를 위해 태어난거야.
타코도 날 위해 기댈 장소를 만들어주기 위해 태어난것이구 말이야"
기분좋은 해석이었다.
그가 정말 우주인이라서 타코라는 나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건 난 도저히 상상못할만큼 비상식적인
얘기였지만, 하지만 그의 사랑스러움이 뭐든지
용서가 되는 것같은 기분이들었다.
"내가 좋니?"
나는 그냥 궁굼했다.
아니 사실 속셈이있었다.
난 그가 좋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그가.
그가 날 좋아하고, 날 반겨주기만 한다면
나는 매일 올수있다.
바쁜일상에 짬을 내서라도.
"응 좋아해.
하지만 사슴아. 나는 널 믿을수없어"
"..."
"왜 어쨰서라고 묻지 않는거야?
난 대답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물어봐줄게. 어째서야?"
"사슴아. 넌 내 친구가 아니야.
이름도 모르는 사이지.
하지만 난 너의 이름을 안다해도
사슴이라고 부를거야. 난 사슴이 좋거든.
그 예쁜 속눈썹을 특히나 말이야."
"...."
난 가만히 그의 얘기를 들어주었다.
그의 얘기는 항상 재미있었다.
난 항상 무표정이었지만,
전보다는 살짝 다정한 무표정을 지을수있게되었다.
"너의 그 예쁘고 긴 속눈썹을 보고 생각했어.
넌 나의 꽃사슴이라고.
하지만 넌 아직 나의 꽃사슴이아니야"
"어떡하면 나는 너의 꽃사슴이 될수있지?"
"나의 꽃사슴이 되고싶니?"
"그래."
난 너의 꽃사슴이 되고싶어.
너의 기분 좋은 노래를 듣고싶어.
나도 너의 타코처럼 될수있을까?
"그럼 나와 친구가 되는거야"
"친구?"
"그래 친구.
피를 걸고 약속하는거야"
"피를 걸고?"
"그래. 너 칼을 갖고있니?"
"미쳤니?. 난 칼을 가지고 다니지않아"
칼을 가지고 다는 사람은 얼마나될까.
항상 준비성이 강해야하는게 탐정이라면
반대로 필요이상으로
항상 준비성이 강한 사람이있다면
그것은 범죄자일뿐이다.
난 범죄자가 아닐뿐더러, 탐정도 아니다.
"그래?. 나와 친구가 될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다음에 만날떄에는
칼을 가져와줄래?."
칼이라..
설마 피를 건다는 것은..
나는 대략 짐작할수있었다.
무서운 일이었다.
피를 보는 일이라니..
하지만 나는 그럴 가치가 있는 만남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도 이런 미친짓까지 할 정도로
가벼운 사람이 아니란 것만은 확신할수있을테니깐.
그와의 세번쨰 만남이었다.
이틀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이미 친구가 될 각오가 되있지만,
고민이됬다. 정말 이럴만큼 가치가 있는 친구인건가.
결정은 났다.
'친구가 되는것.'
의외일것도 없었다.
당연한것이었다.
나는 이미 결정했던것이었고,
나는 칼을 가지고 왔다.
오늘도 3:00 AM 이다.
두번으로 3:00 AM에 그가 있다는 것을 짐작할수있었다.
"안녕, 사슴아?"
"..."
"칼은 가져왔니? 그럴 각오가 되어있는거야?"
"아니 가져오지않았어"
한번 거짓말해봤다.
과연 어떤반응일지 궁굼했다.
"그래? 그거 실망이야.
우리의 인연은 그게 끝인가봐"
"..."
의외로 반응은 싱거웠다.
"가져왔어. 한번 떠본거야.
과연 칼로 피를 걸만큼 너와 나의 관계가
소중한것일까."
"결과는 어떤데?"
"싱거웠어.
뭔가 무척 실망스러웠지.
하지만 이정도는 각오해야한다 생각해.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클테니깐.
난 이미 실망을 겪었고, 더 이상 기대를 하지않으면 되"
"현명한 생각이야"
가끔 그는 날카로울떄가 있다.
이해할수없는 그의 언어세계처럼,
지금의 그도 파악하는 것이라곤
정말 어려웠다.
"그럼 피를 걸만큼의 각오가 된거지?
칼을 줘볼래?"
나는 칼을 순순히 가져다 주었다.
그가 무슨짓을 할지 어렴풋이
예상할 뿐이지, 어떤 행동을 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걸로, 니 팔목을 그어"
"뭐?미쳤니?나보고 죽으라는 소리야?"
"핏줄은 긋지 않아도되. 그냥 딱 한줄로,
피가 나올정도면 충분해."
"하.."
설마 팔목에 피를 보겠다니.
사실, 팔목이아니면 피를 볼 곳이라곤
어딜지 예상할수없었다. 내가 예상한 곳이라면
살짝 두꺼운 팔뚝이었지만.
나는 살짝 그어봤다.
고민되고 또 고민된다.
이칼은 날이슬지 않아서 왠만한 힘을 주지않으면
한줄로 피가 나올정도라는것은 조금 어려운일이다.
설마 내 손으로 내 손목을 그을줄이야.
내 손은 두려움에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칼을 들던 그 손은 어찌나 떨던지.
잘못그었다가는 큰일 날것같았다.
"아직 각오가 안된거야.
나와 친구가 되기위해서는
의리만이 살것이오
배신은 곧 죽음이오
친구라는 관계가 깨지는 순간
자살을 택하라.
그것이 친구라는 관계.
나와의 관계에서는 굉장히 진지할거야."
"믿을수없어.
성격차이로 절교하는 것도 자살이야?"
"응."
"만약 니가 내게 질린다면?"
"나만 죽길 바라는거야?"
"그러면?"
"같이 죽을거야.
같이 손잡고,
같이 칼을 붙잡고
피를 내서.
이 방법말고도 있어.
그냥 약 한번 먹고 죽는거야.
어때?
그런 약 파는 곳은 의외인 곳에 있어.
찾기 쉽다구.
그것도 아니면 저기 백화점옥상에서
뛰어드는거야."
미쳤다.
싸이코적인애다.
친구라는 관계가 동반자살까지 간다니.
무섭다.
하지만 그러면 의리로 산다는 얘기는.
그만큼 관계가 깊다는 뜻이겠지.
"만약 타코를 누가 잘라내려한다면
나는 가차없이 그, 누구를 죽여버리겠어.
내 친구를 건드는것은 절대 용서치못해.
그게 내 정의야."
굉장히 무서운 어린왕자다.
"널 괴롭히는 '무언가'가 있다면 내가
널 지켜줄게, 그러는 대가로 너도 날 지켜줘.
서로 기사가 되고, 감싸주는 사람이 되는 관계가
바로 내가 말하는 친구관계야.
니가 살인자가 되어도 난 아무말하지않을게
난 널 위로해줄게.
대신 너 또한 내가 살인자가 되어도
나와 영원히 친구가 되어줘."
나는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서운 관계라니.
상상조차 못하는 일이다.
"일주일의 시간을 줄게.
일주일간은 이곳에 오지도마.
일주일이 지나면 이 시간에 이곳에와
난 언제든 이 시간에 이곳에 올게.
그것이 나와 타코의 약속인 것처럼.
너도, 나와 너의 약속이 되는거야.
일주일의 시간을 줄테니,
그 후에는 와.
친구가 아니든,
친구가 됬든간에 그 후에는 와.
끝장은 봐야하지 않겠어?"
맞는 말이다.
그 후로 나는 절대 가지않았다.
그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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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루를 남기고, 남은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결정을 했다.
내일부터 친구가 되는거야.
무섭고도, 강렬한. 멋진 친구관계가 될테지.
두려워마라.
나는 버텨 내고 말테다.
그와의 친구가 되어, 무섭고 끔찍한 관계가 되는거야.
이것은 시험.
나와의 시험.
누가 이길진 모르겠지만.
꼭 내가 이겨보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