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56세 삶을 마친 영화 '원스'(Once, 2007)의 남자 주인공 글렌 핸사드(Glen Hansard) 장례식이 4일(현지시간) 더블린의 세인트 패트릭 성당에서 거행된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장례에는 친구들과 가족들의 음악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앞서 전날에는 철야 추모 집회에 많은 이들이 조의를 표했다.
현지 경찰과 소속사에 따르면 핸사드는 지난달 28일 오전 4시 30분쯤 아일랜드 더블린주 루칸 스트로베리 베즈 인근에서 오토바이를 몰다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곧바로 응급 처치를 했으나 고인은 끝내 숨을 거뒀다. 소속사 측은 "가족들이 갑작스러운 비보에 깊은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경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음악계와 팬들은 충격의 늪에 빠졌다. 에드 시런, 보노,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도 추모의 뜻을 보냈다. 수천 명의 팬들이 철야 추모 집회에 고인을 기리기 위해 줄을 섰다. 팬들은 그의 콘서트나 거리에서 버스킹하는 모습을 본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 프레임스'의 팬인 대니 로데는 "현실 같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 크리스 제임스는 25년 전 더블린 그래프턴 스트리트에서 처음 핸사드가 버스킹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내가 본 것 중 가장 멋진 것 중 하나였고, 기타를 시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한 팬은 그의 죽음을 "아일랜드의 손실"이라고 표현했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 역시 "아일랜드 문화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거장의 불의의 사고에 깊은 슬픔을 표한다"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1970년 더블린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핸사드는 삼촌이 남긴 기타를 계기로 음악에 입문했다. 거리 버스킹으로 내공을 쌓은 그는 1980년대 후반 록 밴드 '더 프레임스'를 결성하며 아일랜드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를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린 작품은 2007년 개봉한 저예산 음악 영화 '원스'다. 체코 출신 뮤지션 마르케타 이르글로바와 함께 포크 록 듀오 '스웰 시즌'으로 호흡을 맞춘 그는 직접 음악 작업까지 맡았다. 특히 대표곡 '폴링 슬로울리(Falling Slowly)'는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2008년 제8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주제가상을 거머쥐었다.
거리의 음악가들 꿈과 사랑, 삶을 서정적으로 담아낸 저예산 독립 영화 '원스'는 전 세계에서 2000만 달러(약 288억원) 넘게 벌어들였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도 제작돼 2012년 토니상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8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와 이르글로바는 '스웰 시즌'이라는 이름으로 석 장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핸사드는 솔로 아티스트로도 성공을 거뒀으며, 2016년 앨범 'Didn't He Ramble'은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앨런 파커의 뮤지컬 코미디 영화 '커미트먼트'(The Commitments)에 출연하기 일 년 전에 '더 프레임스'를 결성했고, 이후 'Dance The Devil', 'For The Birds', 그리고 아일랜드 차트 1위를 차지한 'Burn The Maps' 등 여섯 장의 정규 앨범을 녹음했다.핸사드는 2023년 앨범 'All That Was East Is West Of Me'까지 다섯 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3년 전 아버지가 된 이 뮤지션은 노숙인을 위한 기금 모금 활동으로도 자선단체들의 찬사를 받았다. 2010년에는 더블린 시내 중심가에서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 버스킹 공연을 시작했으며, 이 행사에는 시너드 오코너와 셰인 맥고완 등 유명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2010년 버스킹으로 자선단체들에 200만 유로(33억원)를 모금해 전달했다. 핸사드의 친구이자 예술가 콜린 데이비슨은 버스킹이 "그 자체로 국제적인 아일랜드 기관"이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스웰 시즌'은 2009년을 시작으로 2010년, 2015년 등 수차례 내한 공연을 개최해 국내 팬들과 만났다. 영화 '원스'에 출연할 무렵 연인으로 발전했던 둘은 결별했지만 내한공연 때 함께 무대에 서는 사람친구 사이였다. 2009년 첫 내한공연 때 회당 2784명의 관객을 끌어모아 그해 세종문화회관 공연 중 가장 많은 1회 평균 유료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2015년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는 연주 도중 기타 줄이 끊어질 정도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는가 하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직접 눈을 맞추며 호흡해 큰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 중 한국에서만 공연을 한 것에 대해 "한국에 올 때마다 항상 행복하고 즐거웠다. 행복한 추억이 있는 한국으로 다시 온 것"이라고 말하며 팬들에게 "보고싶었다"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인은 유족으로 아내인 시인 마이레 사리차와 아들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