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신양명(立身揚名)
자신의 뜻을 확립하고 이름을 드날린다는 뜻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유명해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立 : 설 립(立/0)
身 : 몸 신(身/0)
揚 : 날릴 양(扌/9)
名 : 이름 명(名/0)
(유의어)
등달(騰達)
등용문(登龍門)
부귀공명(富貴功名)
입신출세(立身出世)
출전 : 효경(孝經) 第1章 개종명의장(開宗明義章)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드날림 또는 후세에 이름을 떨쳐 부모를 영광되게 해 드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출세(出世)는 누구나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출세다. 그러나 출세는 어렵다. 불교에서 말하는 속세를 버리고 성자의 수행에 들어가거나, 부처님이 중생(衆生)을 제도하려고 나타나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보통 말하는 출세는 세상에서 떳떳한 자리를 차지하고(立身) 이름을 날리는(揚名) 것을 말하는데 이것도 쉬울 리가 없다. 모든 사람이 이것을 원하고, 이것을 위하여 피나는 경쟁을 한다.
이것을 잘 말해주는 시조가 있다. 조선 숙종(肅宗) 때의 가객 김유기(金裕器)의 작품이다. "장부로 생겨나서 입신양명 못할지면, 차라리 떨치고 일없이 늙으리라. 이 밖의 녹록한 영위에 거리낄 줄 있으랴."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고 이름을 떨치는 출세가 효도라는 것이 유교 경전 '효경(孝經)'에 나온다.
BC 430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개인의 수양에서 천하의 질서에 이르기까지 도덕의 근원이 되는 '효(孝)'에 대해 깊이 있게 설명하고 있다.
'효경'은 공자가 직접 쓴 글이라고도 하고, 제자인 증삼(曾參)과 그 문인들이 지은 것이라고도 하는데, 실제로는 전국시대에 들어와 증삼학파 문인들이 엮은 것으로 추정된다.
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 부터 독서삼품과(讀書三品科)를 설치했을 때 시험과목으로 들어갔다고 하고, 유교를 중시한 조선에선 효경언해(孝經諺解)가 간행되어 널리 가르쳤을 정도다.
이 책의 끝 발문(跋文)에 서애(西厓)선생이 요약한다. "백 가지 행실이 효도가 아니면 서지 못하고, 만 가지 선행이 효도가 아니면 행해지지 못한다."
百行非孝不立.
萬善非孝不行.
효도의 시작과 끝이 무엇인가 말하는 이 책의 유명한 구절은 많이 인용되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내용을 옮겨보자.
사람의 사지와 머리카락, 피부는 모두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다. 감히 이것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니라.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몸을 일으켜 도를 행하고 이름을 후세에 드날려서, 부모를 빛나게 하는 것이 효도의 마지막이니라.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
그러면서 효도는 부모를 섬기는 데서 시작하여 임금을 섬기고 제 몸을 세우는 것으로 완성된다고 했다. 이름을 떨치는 것이 효도의 큰 부분이지만 자기는 물론 부모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름을 알리는 출세를 하고서도 자칫 잘못하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변변찮거나 하찮은 사람이 신분이 바뀌어 거들먹거리면 '미꾸라지 용 됐다'거나 '뱀이 용 되어 큰소리 한다'고 모두들 손가락질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여기서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고 집안을 다스리는 수신제가(修身齊家)가 우선이다. 자신의 비행은 감추고 남에게는 매섭게 꾸짖는 '내로남불'로는 이름이 남아도 오명(汚名)이고 그 냄새는 만년까지 간다.
⏹ 입신양명(立身揚名)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떨친다는 뜻이다. 원래는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뜻이 강했다. 그러나 입신양명의 좋은 취지는 변질돼 이미 조선조에서 부터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출세주의를 뜻하게 되었다.
김재영은 "양명의식은 그동안 우리 역사에서 어떻게든 높은 지위를 차지해야만 안심할 수 있다는 관료주의적 사고가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이러한 지위에 집착하고 있는가는 그동안 조상신에 대한 신앙의 형식으로 신주에까지 관직명을 붙이고 비석을 세웠으며, 지금도 가보, 명함, 각종 모임 등에서 직함을 붙여 호칭을 사용하는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자신의 내면 세계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예컨대,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는 맛)에서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자녀의 결혼과 부모의 장례도 그 행사 자체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려드느냐 하는 숫자에서 자신의 살아온 과거에 대한 평가와 미래의 전망을 내리며 남들 역시 그렇게 본다.
반드시 입신양명(立身揚名)을 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또 '정치 과잉'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입신양명(立身揚名), 욕망은 한국 정치판의 주요 동력이다.
정운찬이 서울대 총장 시절 '월간중앙'에 인터뷰에서 밝힌 다음과 같은 솔직한 증언은 고위 관직에 대한 한국인들의 열망이 매우 강하다는 걸 잘 말해준다.
그는 "조선시대 고위 관료로 출세한 조상 분들의 묘를 보고 뿌듯해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습니다. (···) 어머님은 항상 저한테 '자네'라는 호칭을 쓰셨습니다. 이를테면 학창시절의 제게 '자네, 우리 집안에 정승이 3대째 끊긴 것을 아는가'라는 식의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최재천 교수와 도정일 교수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최교수가 "저희 할아버지도 늘 저만 보면 '언제 강릉 시장이 될래?'라고 하셨다니까요. 서울대학을 졸업하고 또 유학을 간다고 하니까 이해를 못하셨어요. 대학교수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대학교수 오래 할 것 없다. 사람은 모름지기 나라의 녹을 먹고 살아야 하느니라'고 하시더라고요. '강릉 시장이 모자라면 강원도 도지사를 해라' 이러시더라고요"라 했다.
이에 도교수가 "나도 엇비슷한 이야기가 있어요. 영문과에 간다니까 외삼촌 왈, '그거 해서 뭐가 되는데?' 치과대학에 다니던 외사촌 형이 옆에 있다가 '영어 잘하면 미국 대사도 할 수 있죠'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외삼촌이 또 말했어요. '그게 다냐?'"
⏹ 입신양명(立身揚名)
효경(孝經)에 나오는 말이다. '효경'은 유가(儒家)의 십삼경(十三經) 중 하나이며 효(孝)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책이다. 제1장인 개종명의장(開宗明義章)에는 책 전체의 개요를 밝히고 있는데 그 중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신체의 머리털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감히 손상하지 아니함이 효도의 시작이다.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
입신 출세하여 도를 행하여 후세에 이름을 드날려,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도의 마침이다.
효(孝)를 실천하기에 앞서 그 시작과 끝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입신(立身)은 자신의 기반을 세워 사회적으로 남들에게도 인정받는 것이다. 부모에게서 받은 몸으로 함부로 행동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줄 만큼 바른 뜻을 펼치는 것이 효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말이다.
효의 실천내용으로 전하는 말인 입신양명(立身揚名)은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고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본래의 뜻도 있지만, 효도의 목적보다는 권세나 부귀를 얻어 스스로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것을 의미하는 쪽으로 쓰이는 경향이 있다.
비슷한 말로 입신출세(立身出世), 등달(騰達), 등용문(登龍門), 부귀공명(富貴功名)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