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44) 향주삼덕이란 무엇인가요
향주삼덕(向主三德) 또는 향주덕(向主德)이란 '주님을 향한 또는 주님께 대한 세 가지 덕'이라는 뜻을 지닌 한자어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덕을 말합니다. 이 세 가지를 향주덕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세 가지가 하느님과 직접 관련되기 대문입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향주덕의 근원과 동기와 대상이 한 분이시고 세 위이신 하느님이시다"(1812항)라고 가르칩니다.
믿음 : 믿음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말합니다. 믿음이라는 향주덕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계시하신 것, 또 교회가 우리에게 믿도록 제시하는 모든 것을 믿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관계에서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덕이 바로 믿음의 덕이지요.
그렇지만 이 믿음은 또한 희망과 사랑을 통해서 표현돼야 합니다.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하느님께 희망을 두지 않는다면, 또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런 믿음은 야보고서의 말씀대로 "죽은 믿음"(야고 2,26)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나아가 그리스도인이라면 "믿음을 간직하고 믿음으로 살아야 할 뿐 아니라, 이를 담대하게 고백하고 확신으로 증언하고 전파해야"(가톨릭교회교리서 1816항) 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행동으로 실천할 뿐 아니라 고백하고 증언하고 전파하는 삶을 살아야 참된 믿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믿음의 덕의 근원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 이런 믿음을 주십사 늘 깨어 기도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지요.
희망 : 희망은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에 불어넣어 주신, '행복을 갈망하는 덕'을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말할 것도 없이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영원한 행복에 대한 희망입니다. 이 행복은 죽은 다음에만, 곧 내세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 세상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물론 그리스도인들이 바라는 궁극적 행복은 종말에 가서야 완전히 누리게 되겠지요.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희망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현세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지만 이 세상을 넘어서는 영원한 것을 희망합니다. 둘째, 그리스도인은 사람들이 더는 희망할 수 없다는 상황에서도 희망하는 존재입니다다. 아브라함이 그랬듯이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는"(로마 4,18)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환난과 시련 중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 희망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희망의 향주덕을 주십사 열심히 기도합시다. 이 희망은 무엇보다도 기도 안에서 표현되며 또 지탱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821항 참조).
사랑 : 사랑은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을 닮아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게 하는 덕을 말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먼저 당신 사랑을 우리 마음에 부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에 힘입어 우리는 사랑이신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사랑은 또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새로운 법, 새로운 계명입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사도 바오로는 저 유명한 사랑의 송가에서 이렇게 설파합니다.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와 천사의 언어로 말한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내가 모든 재산을 나누어주고 내 몸까지 자랑스레 넘겨준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1코린 13,1-3).
바오로 사도는 나아가 믿음과 희망, 사랑 가운데서 "으뜸은 사랑"(1코린 13,13)이라며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또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는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주는 끈"이라며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콜로 3,14)하고 당부하고 있지요. 말하자면 사랑은 다른 모든 덕의 바탕이며 또한 완성인 것입니다.
정리합시다
사람에게는 옳고 선한 것을 행하고자 하는 몸에 밴 습성 또는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이를 덕(德) 또는 덕성(德性)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통해서 인간의 윤리성을 판단하게 되지요. 이런 인간적 또는 윤리적 덕 가운데서 가장 핵심이 되는 네 가지 덕 곧 현명ㆍ정의ㆍ용기ㆍ절제를 전통적으로 사추덕(四樞德)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사추덕을 비롯한 다른 모든 인간적 덕들의 뿌리가 되는 것이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향주덕 또는 향주삼덕입니다. 다른 말로는 대신덕(對神德)이라고도 하지요. 이는 그리스도인인 우리에게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다른 모든 것의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화신문, 2009년 1월 4일,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