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내년 초에 시행할 백일 정진 및 백일 법문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내년도 일정 전체를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정토회 법사단, 임원단에게 내용을 공유하고 온라인으로 조언을 들었습니다.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JTS에서 진행 중인 사업을 점검했습니다. 시리아에 지진으로 무너진 500여 개의 학교를 복구하는 문제, 난민 아이들을 위한 문맹 퇴치 프로그램 진행 방안, 부탄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확대하는 방안, 동티모르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 사업 등 내년에 새로 개척해야 하는 사업들을 하나씩 검토하고, JTS 대표님과 사무국장과도 전화로 의논했습니다.
이어서 내년 초에 진행하려고 검토 중인 백일 특별 정진과 백일 법문에 대해 점검하고, 실제로 어떤 프로그램을 마련해 볼 수 있을지 계획을 짜보았습니다.
하루 종일 문서를 검토하고, 프로그램 구상을 하다 보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정토회 법사단, 임원단 일부와 만약 스님이 직접 백일 법문을 하게 된다면 그 내용을 어떻게 할지 자문을 구하는 임시 회의를 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오늘 임시 회의를 마련한 취지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지난번에 정토회 임원단이 문경 선유동 정토연수원에 모여서 많은 토론을 거친 후 정토회의 정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우선 정토사회문화회관을 활성화시켜 보자고 합의를 했습니다. 그후 TF팀을 꾸려서 논의를 계속 진행해 왔습니다. 당시에 제가 제안한 내용은 장기적으로 정토회의 자립성을 높이고 스님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기 위해 이번 특별정진에는 스님이 결합하지 않고 대중들이 중심이 되어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논의 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이슈가 그렇게 했을 때 과연 힘이 붙겠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해보려고 했던 정토 사회대학 강의를 스님이 직접 진행해 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결국 법륜스님이 직접 강의를 해줘야 사람이 모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어차피 국내에 있어야 하니 정토불교대학도 다시 한번 스님이 직접 강의를 해주면 좋겠고, 그렇다면 백일 법문을 한번 진행해 보자고 제안이 되었습니다. 오늘 논의하고자 하는 안건은 기존에 진행해 온 온라인 정토불교대학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백일 법문은 추가로 진행하는 방안입니다. 이에 대해 여러분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스님이 내년 상반기 백일 동안 정토사회대학, 정토불교대학, 금강경과 반야심경 강의, 수행법회, 금요 즉문즉설, 1,000배 정진, 일요 법회, 명상 수련, 외부 인사 특강 등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진행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해 큰 틀에서 구상해 본 내용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분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법륜 스님의 백일 법문을 언제 시작할지,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직강으로 한다면 어느 요일 어느 시간대가 좋을지, 기존에 진행해 온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프로그램과는 어떤 연관성을 가질지, 수행법회는 이 기간 동안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좋을지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회의 참석자들에게 다시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이 회의는 의사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조언을 구하려고 마련한 자리입니다. 최종적으로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스님의 나이와 건강을 생각해야 하고, 또 스님이 당분간 JTS 해외 개척 사업에 집중을 해야 하고, 또 정토회가 스님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고 자립성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스님이 이 특별 정진에 결합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한 번 손들어 보세요.”
한 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이 사업에 힘이 붙으려면 스님이 전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좋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한 번 손들어 보세요.”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손을 들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 활성화를 위한 TF팀을 만나서 공식적으로 회의를 해서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밤 9시가 넘어서 회의를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온 스님은 농사팀장과 다음 주 김장 계획에 대해 의논한 후 9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차로 3시간 30분을 이동하여 새벽 1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지난 9일 울산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 강연에서 있었던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아내가 헬스장에서 남자를 만나고 다닙니다.
"제가 두 달 전에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1년 전에 제가 간이 크게도 아내에게 ‘살이 좀 찐 것 같다’라고 말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는 말이더군요. 그 일을 계기로 아내는 화를 내면서 헬스장에 등록했습니다. 저는 그게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헬스장에서 옆집 언니를 만났다고 해서 밤길도 덜 무섭고 운동도 함께 할 수 있으니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언니랑 커피를 마시고 오기도 하고, 밥을 먹고 오기도 하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날도 생겼습니다. 늦게 올 때는 새벽 1시까지 먹고 들어왔지만, 그래도 운동을 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
"헬스장에 가서 운동한 다음에 밤늦게 뭘 먹었다고요? "
"네, 그런데 살이 10kg 가까이 빠졌습니다. 살이 빠지니까 저는 속으로 잘됐다고 생각했고, 아이는 내가 볼 테니 운동을 계속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을 보고 집에 들어가던 중 아내가 언니에게 커피 한 잔 마시자는 연락이 왔다고 했습니다. 별다른 생각 없이 데려다줬는데, 아내 앞에 어떤 40대 남자가 앉아 웃고 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많이 상했습니다. 항상 저에게는 언니를 만나러 간다고 했고, 그날도 언니를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남자가 있는 걸 보고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고민이 되었습니다. 의심도 들고 해서 저도 아예 헬스장에 등록했습니다. 저도 몸을 한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등록했는데, 거기서 그날 봤던 그 남자를 다시 만났습니다. 알고 보니 돈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니, 그 남자가 아주머니 세 명과 함께 자주 술을 마시는데, 제 아내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 너무 화가 났고, 그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8개월 동안 계속되어 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동안 고민을 하다가 증거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해 아내의 카톡을 확인했습니다. 카톡을 보니 유부남, 유부녀 세 명이 있는 방에서 하루에 몇백 통씩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 남자의 이름이 ‘김 언니’로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제가 싫어할 것 같아 말을 안 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기업의 현장 관리자로 출장이 잦았고 술도 많이 마셨습니다. 가정에 소홀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아내를 외롭게 해서 아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고, 나 몰래 이렇게 했겠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마음이 다 풀린 건 아니지만, 이 상황에서 제가 마음속의 화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세세하게 해 주셨네요. 이렇게 세세하게 이야기하는 건 우선 스님을 못 믿어서 그래요. 대충 이야기하면 스님이 못 알아듣고 엉뚱한 이야기를 할까 봐 자세히 말하신 것 같은데, 약간의 의심병이 있는 분 같습니다. 어쨌든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셨으니, 박수를 한 번 쳐주세요. (모두 박수)
만약 제 나이 정도 되는 70대의 고민이라면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40대인 질문자가 이런 고민을 하는 걸 보면 질문자의 사고방식이 시대에 조금 뒤떨어지는 것 같아요. 나이는 젊은데 사고방식은 나이 든 사람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네요. 요즘은 결혼해서 배우자에게 통장을 보자는 소리도 하면 안 된다고들 하잖아요. 스님인 저도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직 이런 얘기 못 들어봤어요? 그만큼 젊은 사람들은 결혼을 해도 수입은 각자 관리하면서 산다는 거예요. 또, 어디에 다녀왔는지 캐묻는 것도 실례라고 합니다. 상대가 의심스럽다고 따라다니면서 추적하면, 옛날에는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라고 봅니다. 상대방이 싫다는데도 계속 쫓아다니면 옛날에는 간절한 사랑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스토킹이라고 합니다. 상대가 싫다는 데도 계속 따라다니거나, 집 앞에 무릎을 꿇고 기다리거나 하는 일이 세 번을 넘어가면 경찰에 신고해서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자칫 성추행으로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결혼했다고 해서 배우자가 내 소유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내가 남편의 소유가 되거나, 남편이 아내의 소유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부부란 마음이 맞지 않으면 헤어질 수도 있는 관계입니다. 과거에는 결혼하면 이혼이 불가능하다시피 했습니다. 심지어 가톨릭에서는 이혼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옛날이 좋았고 지금이 나쁘다고 할 수도 없고, 옛날이 나빴고 지금이 좋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시대와 사람들의 생각이 변했을 뿐입니다.
가족 제도도 크게 변화했습니다. 예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 자녀까지 대가족으로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와 자식 정도만 함께 사는 소가족을 넘어, 1인 가구가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30퍼센트에 이르고, 앞으로 40퍼센트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요. 이는 사회 구조 전반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요즘 시대에는 결혼했다 하더라도 서로의 자유를 존중해야 합니다. 큰 틀에서의 약속은 지켜야 하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과거에는 이런 통제를 사랑의 표현으로 받아들였지만, 오늘날에는 강제나 속박으로 여깁니다. 특히 20대와 30대는 이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질문자는 40대이기 때문에 중간 세대에 속합니다. 40대와 50대 중에서도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반면, 질문자처럼 과거 부모 세대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상대에게 자꾸 적용하려고 하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아내에게 '살쪘다.' 하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요즘에는 모욕이 될 수 있습니다. 현대에는 타인의 신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결례로 여겨지며, 심한 경우 모욕으로 간주합니다. 과거에는 면접 자리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결혼 여부를 묻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물어보면 안 돼요. 이는 회사 업무와 관련 없는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는 물론 사회적 관점에서도 이런 질문은 부적절하게 여겨집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의 말을 듣고 헬스장에 등록하게 되었고, 헬스장에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을 것입니다.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회사와 집을 오가며 아이를 돌보다 보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여유가 거의 없어요.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 동료일 뿐입니다. 그러나 헬스장은 다릅니다. 또 살을 빼러 온 사람들도 있겠지만 몸매를 가꾸기 위해서 온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몸매가 괜찮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일상에서는 옷으로 몸매를 가리고 다니지만, 헬스장에서는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는 경우가 많잖아요. 남성 입장에서는 몸매가 괜찮은 여성들이 보이고, 또 여성 입장에서도 몸매가 괜찮은 남성들이 보이니까 서로 끌리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헬스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대체로 생활에 여유가 좀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헬스장은 돈을 내야 다닐 수 있는 곳이니까 어느 정도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살이 찌면 밥을 줄이고, 그래도 살이 안 빠지면 일을 더 많이 하지, 굳이 가지도 않는 자전거를 타고 난리를 피우지 않습니다. (웃음)
또 헬스장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대화의 주제도 다릅니다. 보통 헬스장에서는 노는 이야기, 몸매 이야기, 맛있는 음식을 먹은 이야기 등이 대화의 주제가 됩니다. 스님을 만나러 오는 분들이 노는 이야기나 귀걸이가 얼마인지 같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헬스장이나 여가생활과 관련된 공간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런 주제가 주요한 대화 소재가 되곤 합니다. 집에서는 남편과 주고받는 이야기가 고작 ‘밥 먹었어?’ 라거나 ‘애들은?’ 같은 내용뿐이지만, 헬스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훨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재미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부간에도 결혼 초에 나누는 대화와 시간이 흐른 후의 대화가 그 내용이 달라집니다. 남자와 여자가 연애할 때는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지만, 결혼 후 10년이 지나면 대화 주제가 주로 생활 문제나 아이들 이야기로 한정됩니다. 각자 자기 살기 바쁘다 보니 다른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거의 없죠.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직장에서 동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집에 머무는 사람은 주변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입니다.
가족 문화의 차이도 있습니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 같은 나라는 가족 중심의 문화를 즐깁니다. 주말이 되면 가족이 함께 교회나 성당, 절을 찾아가거나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족이 따로따로 움직이는 문화가 더 일반적이에요. 아이는 친구와 놀러 나가고, 아내는 아내 친구와 어울리며, 남편은 또 남자들끼리 술을 마시거나 놀러 나갑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동네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죠. 이렇게 우리 사회는 ‘끼리끼리 문화’가 강한 편이고, 가족 문화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문화 차이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상담을 하다 보면, 교민사회에서 부부 갈등이 생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아내는 가족 문화를 원하는 반면, 남편은 ‘끼리끼리 문화’를 원하거나, 그 반대인 경우입니다. 특히 전자의 경우가 많습니다. 아내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원하지만, 한국 남자들은 어디를 가든 친구들끼리 어울려 술 마시는 걸 더 선호하곤 합니다. 이런 차이가 갈등으로 이어질 때가 많습니다.
질문자의 아내도 특별히 잘못이 있는 건 아닙니다. 무슨 딴생각이 있어서도 아니고, 나쁜 의도가 있어서도 아니에요. 단지 새로운 환경에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즐기며,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상황에 놓인 것일 뿐입니다. 헬스장에서의 대화는 맛있는 음식이나 여행 이야기,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집에서 남편과 나누는 대화보다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합니다.
이 상황에서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아내가 즐길 수 있는 환경을 허용해 주는 것입니다. 아내 역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으니 단조로운 가사 생활 속에서 여가 활동을 통해 숨통을 틔울 기회를 주는 겁니다. 둘째, 질문자가 아내의 요구를 더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든지, 대화의 주제를 다양화해 보는 겁니다. 대화를 할 때도 아이나 집안일 이야기만 하지 말고 여행이나 새로운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거예요.
상대방의 요구를 무시한 채 ‘당신은 내 아내니까 그런 곳에 가면 안 돼! 계속 가면 이혼이야.’ 이렇게 억압하면 일시적으로는 통할지 몰라도 그게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억압을 하는 건 일시적으로는 통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길게 지속되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어차피 통제하기가 어려워져요. 아내도 억압하면 당장은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사람의 마음이란 게 계속 억압을 받게 되면 어느 순간에 ‘그래, 이렇게 사느니 까짓 거 이혼하지 뭐’ 이렇게 나오게 됩니다. 꼭 이혼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이혼을 압박용으로 사용하게 되면 처음에는 약간 움츠리다가도 내면의 압박이 강해지면 자기도 모르게 ‘까짓 거 그러자’ 이렇게 말이 막 나오게 되는 거예요. 그때는 수습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지금은 질문자가 잘못한 것도 아니에요. 만약 핸드폰을 집어던지거나 폭언했다고 하면, 그건 해서는 안 되는 가정 폭력입니다. 그런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폭력에 해당하는 거예요. 옛날에는 아이를 때려도 사랑의 매라고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대를 때리는 건 무조건 폭행입니다. 여기에는 어떤 이유도 있을 수 없어요. 고함을 치거나 물건을 집어던져서 상대를 두렵게 했다면 그것도 일종의 위협으로 격리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위협하는 건 일종의 협박죄에 들어가는 거예요. 이렇게 요즘 사회는 개인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워낙 가부장적인 문화와 군대 문화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살아왔잖습니까. 학교 다닐 때도 늘 선배가 후배를 때리고, 툭하면 학교 뒤에 있는 화장실로 오라고 해서 때리고, 군대 가도 때리고, 무슨 모임에 나가도 특히 체육과 관련된 모임에 가면 기합 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게 당시에는 자연스러운 생활 문화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질문자의 아내에 대해서도 ‘잘했다.’, ‘잘못했다.’ 이렇게 판단할 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내도 평소 생활에서 말 못 할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헬스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면서 약간의 재미를 붙이게 된 거예요. 그 재미에 중독이 되다 보니까 그걸 쉽사리 그만두기가 어려운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이 상황을 깊이 이해한다면 아내에게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 남자가 나보다 돈이 많다거나 나보다 신체가 건장한 것에 열등의식을 갖지 마세요. 세상 사람들이 열등의식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이유는 항상 배우나 모델과 자신을 비교하기 때문이에요. 평소에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 사람이 성형수술을 많이 합니다. 어릴 때부터 예쁘다는 소리를 들은 사람은 자기가 예쁜 줄 알았는데 배우와 비교를 해보면 코는 이게 문제다 싶고, 눈은 이게 문제다 싶은 거예요. 코가 조금 문제다 싶어서 코 수술을 하고 나면, 이제 눈이 문제다 싶어서 눈 수술을 하게 되고, 눈을 해결해 놓고 나면 턱이 약간 문제다 싶어서 또 수술합니다. 그렇게 계속 성형수술을 하게 되는 거예요. 저처럼 처음부터 대충 생긴 사람은 아예 신경을 안 씁니다. (웃음)
얼핏 생각하기에는 아주 못생긴 사람이 성형수술을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성형에 대한 수요 자체가 평소 외모에 대해 좋은 소리를 듣고 자란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는 거예요. 그러니 질문자도 자꾸 그 남자하고 비교하지 마세요. 게다가 그 남자가 한 사람만 만나는 게 아니라 1대 3으로 만나고 있으니까 너무 불안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많이 부러웠습니다." (웃음)
"한 남자가 세 여자와 커피를 마신다고 하면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그러려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들고, 연구도 많이 해야 해서 머리만 아픕니다. 혼자서 지내는 즐거움을 알면 그런 게 하나도 안 부러울 텐데, 지금은 그걸 모르니까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거예요.
아내에게 문제가 있다는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걸 용서할지 말지 고민하는 관점에서는, 용서와 분노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아내에게 어떤 잘못이 있는 게 아닙니다. 다만 아내가 결혼을 해서 살면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그걸 해소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일 뿐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질문자도 회사 일에만 몰두하지 말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려보세요. 또 아내가 사람을 만나는 것을 막으려 하거나, 그 남자와 경쟁하려는 태도는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다 해결됐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JTS, 국제협력팀과 함께 내년도 사업 계획에 대해 점검하는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