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쿼터 종료 버저가 아직 안 울렸습니다만, 코비는 벤치로 들어갔고 보너가 나왔으므로 사실상 경기는 스퍼스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3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긴 했지만, 역으로 오늘 경기를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1,2차전 원정을 다 지고, 홈 3차전까지 연속으로 뺏긴다면 그건 우리가 알고 있는 리그 최강 스퍼스가 아니죠 ^^
경기가 시작하고, 스퍼스는 가히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선수들의 몸놀림은 굼떴고, 고갈된 체력이 아직 쉬 회복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반면 레이커스는 코-가-오의 트라이 앵글 패싱이 원활하게 돌아갔고, 특히 가솔은 던컨과의 1:1 로우 포스트 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베르토는 나오자마자 연속 턴오버를 저지르며 팀 오펜스의 흐름을 망쳐버렸고, 얌전히 벤치로 돌아가 앉았습니다. 던컨과 파커의 픽앤팝은 통하지 않았으며 던컨은 골밑에서 가솔 + 오돔의 협공에 시달리며 슛을 놓쳤습니다. 누가 뭐래도, 초반은 레이커스의 기세였습니다.
그런데, 지노빌리가 드디어 약속을 지킵니다. "1,2차전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는 그 한 마디였죠. 마누는 연속 3점슛을 터뜨리며 점수차를 좁혔고, 3명의 수비를 뚫고 거친 더블 클러치를 성공시키며 파울까지 얻어냈습니다. ATT 센터는 순식간에 열광했고 스퍼스의 기세는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마누는 거기에다, 수비수의 완벽한 수비에 허우적거리다가 밸런스를 잃고 냅다 던진 3점까지 메이드하며 버닝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물론 레이커스라고 가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마누가 불꽃 모드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레이커스는 점수차가 벌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코비는 보웬의 끈덕진 시야방해에도 아랑곳않고 3점슛, 돌파를 연속으로 성공시켰고, 분위기는 여전히 박빙이었어요. 레이커스는 파머가 마치 보스턴의 론도를 연상케 하는 나 몰라 돌파 레이업과 3점을 다 성공시키면서 밀리지 않으려고 기를 썼습니다.
그러나.
벤치 플레이어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여전히 빅3의 위용에만 의존한채 10점차(맞나요?)로 전반을 끝낸 스퍼스는 3쿼터부터 완전히 다른 팀이 됩니다. 외곽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얌전했던 베리, 핀리는 3점포를 가동시키며 점수차를 벌립니다. 거기에 보웬이 자기 나와바리(보웬존)에서 여지없이 사이드 3점을 집어넣어 주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스퍼스로 넘어옵니다.
코비는 역시 무서웠습니다. 가솔과 오덤이 갑자기 공수에서 감각을 잃기 시작하자, 그 특유의 롱 레인지 3점을 연속으로 터뜨리며 점수차를 따라잡으려 애씁니다. 거기에, 보웬의 파울까지 얻어낸 3+1 플레이는 가히 예전 티맥타임의 티맥을 보는 듯 했습니다. 추가자유투는 안들어가서 다행이었지만.
그러나 레이커스에 코비가 있다면, 스퍼스에는 살아있는 전설 팀 던컨이 건재했습니다. 레이커스의 던컨 맨투맨 수비는 정말 눈물겨웠으나, 던컨은 디펜더의 손을 바로 앞에 두고도 터프샷을 계속 터뜨렸고, 파울로 얻어낸 추가샷까지 들어갔죠. 여기에 컷 토마스의 중거리포와 벤치멤버들의 야투가 계속 들어가면서(진작 좀 이렇게 하지 !) 레이커스의 추격 의지는 점차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레이커스 선수들은 얼굴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으며 (특히 오돔과 가솔), 때문에 슛이 길고 턴오버가 늘어나며 트랜지션 시에 스피드가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4쿼터, 코비는 계속 득점을 하며 따라왔지만 이때부터 스퍼스의 2:2 공격이 계속 먹혔습니다. 베리 - 오베르토, 던컨 - 파커의 손쉬운 2:2가 이어지면서 점수차는 20점으로 벌어졌습니다. 코비는 계속 공격을 시도했지만 그 먼 장거리슛도 언젠가부터 림을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필 잭슨 감독은 코비를 쉬게 하고 경기를 사실상 포기합니다.
오늘 경기를 승리했지만, 스퍼스 선수들의 체력은 아직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 일정으로 볼 때, 우리 선수들의 체력을 풀로 회복하여 경기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힘들겠지만 그 순간 순간의 집중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루 쉬고 하루 경기한다는 건 참 잔인한 일이지만, 특별한 방법은 없네요.
어쨌든 오늘 우리 팀의 경기력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1,2차전 때는 궁병대나 밴치 멤버들의 외곽슛은 거의 없다시피했고, 던컨의 골밑 1:1이나 파커의 돌파로 어렵게 어렵게 득점을 쌓아갔는데 반해, 오늘 경기에서는 3점이 터지기 시작했고 (제가 볼 때 까지만 해도 9/17) 빅쓰리에 대한 의존도가 그나마 분산되기 시작했으며(벤치멤버들의 득점 가동) 마누 지노빌리가 부활했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막히고 읽히던 2:2 패스 루트가 살아났습니다.
자, 저는 4차전도 충분히 승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레이커스의 젊은 선수들에게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보여줍시다.
GO GO SPURS GO !!
사족 : 1. 로버트 오리 상태가 심각하긴 심각해요 -_-
2. 며칠 전까지만 해도 "코비가 순수한 기량(?)만으로는 이미 조던의 경지에 올라섰다"는 말을 제 주변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들었을 때, 제 대답은 " 글쎄................?"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경기까지 보고 나니 생각이 점점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3. 오늘 파브리치오 오베르토는 `1쿼터에는 불효자. 4쿼터에는 효자`였습니다. 칭찬해 줍시다 ^^
첫댓글 크 역시나 이겨주었군요!! 4차전 기대합니다. 이 시리즈, 우리가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믄요.이길 수 있습니다^^
경기를 보지못했지만.. 다시 "스퍼스"로 돌아온것같군요..4차전만 잡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 GO! Spurs GO!
오랜만에 스퍼스다운 경기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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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커스가 이렇게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오닐-코비 시절 이후 처음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스퍼스의 시대가 간 후에 리그를 지배할 것은 코비가 이끄는 레이커스일것도 같네요 ^^
제국의 역습이라... 스퍼스는 다크사이드가 되는건가요? ^^ 검은 유니폼이 왠지 잘 어울리는듯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좋습니다. 물론 진짜 스타워즈 같이 되면 안되겠지만... ^;;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네요 ^^ 뭐 끝판왕이라고들 하니까...;;
신속한(?) 경기리캡 잘 읽었습니다. 마누도 잘했고, 덩컨의 21 리바운드도 대단했습니다 (참고로 개솔은 5 리바운드). 하지만 제가 오늘 가장 큰 인상을 받은 것은 4쿼터 베리의 두 개의 3점슛과 리딩이었습니다. 포인트가드를 보면서 정말 중요한 시기에 귀중한 어시스트들을 만들어줬습니다 (21분, 6점, 4어시스트). 이런 벤치멤버의 활약이 절실히 필요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베리가 3점 집어넣고 포효하는 모습 보고 눈시울이 찡했습니다.속공 찬스에서 파커에게 대각선으로 찔러주는 패스는 또 어땠구요 ㅠ_ㅠ
정말 오늘 배리의 활약은 너무 멋졌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런 모습 보여주길 바랍니다.
2번은 제가 한말이군요. ^^ 코비의 농구기량은 조던의 경지에 도달했답니다~! 하지만 조던은 시대적인 타이밍에서 훨씬 더 많이 운이 따라서 이와 같은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이죠. 역시 영웅은 운빨도 먹혀야.. 이번주 수요일날 꼭와. 순대국밥 사줄께.
순대국밥 흠흠..... 알겠습니다 ^^
오늘 마누의 경기 중반 활약 정말 눈부셨습니다. 한경기 한경기가 중요한 플레이오프에서 그의 활약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막판까지 이어가지 못한것은 좀 아쉬웠죠. 하지만 팀의 중심인 팀 러셀의 완벽한 보드장악과 막판 대활약으로 스퍼스가 어떤 팀인가를 제대로 보여주었고 무엇보다 마누의 롱레인지 슈팅의 감과 자신감이 되돌아왔다는데에서 앞으로 시리즈는 더 재미있어질 듯 하네요. 아.. 얄미운 스퍼스 ㅠㅠ
베리를 위시한 양궁대가 살아나면 스퍼즈는 도저히 이길수가 없지요... 덩컨이 감기가 걸리지 않는한...
저기 양궁대가 살아나면, 스퍼스가 이길 수 있다는 말씀 아니신가요....
그러니까, 다른 팀이 스퍼스를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는 말씀이신듯 ^^
아~진짜 스퍼스 선수들 개소주 한사발 혹은 누렁이(멍멍)탕 먹여야겠습니다;;;ㅋ힘내세요~~~^^화이팅!!!
저는 이번에 우승하면 지노빌리에게 발모제 좋은 거 구해서 보내주려고요. ^^
죄송하지만.. 오리의 상태가 왜 심각해요?
슈팅 부진때문에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날 감이 좋으면 들어가고 안 좋으면 안 들어가는 게 슛이기는 하지만, 서부 결승에 들어와서는 정작 좀 넣어줘야 할 야투들을 전혀 못 넣고 있습니다. 그것도 림이 아닌 전혀 엉뚱한 데를 맞거나 타겟이 빗나간 슛들이 거의 다거든요. 오랜 시간 출장해서 슛을 많이 던지는 선수도 아니고, 마지막 순간 클러치를 위해 예비된 선수라는 건 알지만, 오리의 최근 모습은 확실히 뭔가 잃은 듯한 느낌입니다. 작년 플옵때만 해도 안 그랬거든요. 금 시즌 끝나고는 정말 은퇴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_ㅜ
그나마 수비에서는 뛰어난 센스로 옥돔을 잘 막아 주었습니다. 앞으로 슛 몇개만 들어가 주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방문] 그래도 오리 응원하세요.ㅋ 레이커스에 있엇을 때도 플옵내내 부진하다가 중요한 순간 꽂아넣는 능력이 있엇으니까요. 지금의 부진도 수비수들을 안심시키는 심리전일수도 ㅋㅋㅋ 그래놓고 중요한 승부처에 많이 넣으려고 ㅋ 너무 가정이 심한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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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차전이 내일로 다가왔네요. GO SPURS GO ! ^^
베리를 많이 기용하면 좋겠습니다. 3점슛은 둘째치고 베리가 들어오니 볼이 굉장히 잘 돌더군요. 수비시에도 센스있는 모습으로 많은 공헌을 해줬고요.
리딩이 괜찮은 선수라 포포비치가 특히 그쪽으로 신임하고 있죠 ^^
보너가 자주자주 나오는 모습을 보고싶습니다 ㅋㅋ
옛 피스톤스의 밀리시치 타임과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