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45) 도덕성의 판단 기준 - 도덕성의 세 가지 원천
인간은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들과 가장 큰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자유 의지가 있다는 것은 다른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의도를 가지고 결정하고 선택한다는 것을 뜻하지요. 이렇게 자유의사로 선택한 행위는 도덕적 성격, 곧 선하거나 악한 성격을 지니게 되고, 그 사람은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됩니다.
윤리신학자들은 인간 행위의 도덕성을 판단할 때 두 가지 규범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객관적 윤리규범인 도덕률(하느님의 법, 자연법, 십계명, 예수님의 법, 교회법, 국가법 등)과 주관적 윤리규범인 양심입니다. 인간 행위가 양심에도 합당하고 객관적 도덕률에도 합당하다면 그 행위는 윤리적으로 선한 행위가 됩니다. 반면에 양심과 도덕률에 다 부합하지 않을 때는 윤리적으로 악한 행위가 됩니다.
인간 행위의 도덕성을 이루는 세 가지 근원
그런데 인간 행위의 윤리성 또는 도덕성을 판단할 때는 단순히 그 행위 자체만을 놓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목적으로 그런 행위를 하게 됐는지, 그런 행위를 하게 된 배경이나 주변 상황은 무엇인지, 또 그 행위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해 판단하게 되지요. 윤리신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인간 행위의 윤리성을 이루는 요소로 세 가지를 제시합니다.
행위의 대상 또는 행위가 일으키는 직접적 결과, 행위자의 지향 또는 의도하는 목적, 그리고 그런 행위를 하게 된 상황 또는 정황이 그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인간 행위의 도덕성을 이루는 근원 또는 원천이라고 이야기하지요. 「가톨릭교회교리서」를 중심으로 이 세 가지에 대해 좀 더 알아봅니다.
◇ 행위의 대상 또는 행위의 결과
대상이란 선택한 행위 또는 그 행위의 직접적 결과를 말합니다. 이렇게 선택한 행위 또는 그 결과는 그 자체로서 도덕적 판단 대상이 되지요. 예를 들어 거짓말은 아부를 하기 위해서든 또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든 사실과 다른 것을 말하는 것으로, 그 자체는 언제나 도덕적으로 악이 됩니다. 반면에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할머니의 짐을 대신 들어주는 행위는 짐을 들어주는 행위 그 자체로는 언제나 도덕적으로 선이 되지요.
그런데 할머니의 짐을 들어주는 이유가 그 할머니 댁에 가서 돈을 뜯어낼 의향이라면 짐을 들어주는 행위 자체는 도적적으로 선이 되겠지만, 그 사람이 한 행위 전체로 놓고 본다면 오히려 도덕적 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행위의 윤리성을 판단할 때에는 행위의 대상(결과)이 지니는 윤리성과 함께 행위자의 의향이나 부대상황(정황)까지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 행위자의 지향 또는 의도
무슨 목적을 가지고, 어떤 지향으로 그 행위를 했느냐에 따라 그 행위의 도덕성이 달리 평가됩니다. 어떤 행위가 도덕적으로 선한 행위가 되려면 행위 자체가 선해야 할 뿐 아니라 그 행위를 하는 사람의 의향이나 목적이 선해야 한다는 거지요.
예를 들어 자선 자체는 선하지만, 허영심에서 자선을 행한다면 그런 행위는 자선이란 행위 자체와 상관없이 악한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좋은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행위의 대상 또는 결과 자체가 도덕적으로 악한 것이라면 그 행위 역시 도덕적으로 선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남을 도와주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하더라도 그 거짓말이 도덕적으로 선이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목적이 좋다 하더라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도덕적으로 나쁘다면 그 행위는 도덕적 선이 될 수 없습니다. 교회가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가르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행위의 정황
마지막으로, 행위의 정황 또는 그 행위를 하게 된 주변 환경이나 저간의 사정도 행위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황이 행위의 대상, 곧 행위의 결과가 지닌 도덕성 자체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강요에 의해서(정황) 도둑질(도덕적 악)을 했다고 해서 도둑질 자체가 악에서 선이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행위의 악이나 선의 크기를 가감할 수는 있습니다.
정리합시다
어떤 행위가 도덕적으로 선한 행위가 되려면 행위의 대상(결과)과 행위의 목적(지향) 그리고 정황(상황)이 선이어야 합니다. 행위의 대상(결과) 자체는 선하더라도 목적이 좋지 않다면 그 행위를 오히려 타락시키는 것이 됩니다. 예를 들어 단식과 기도가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단식과 기도라면 단식과 기도가 지닌 본래 성격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평화신문, 2009년 1월 11일,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