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결과- “대한민국이 패배했다.”
뻔하다. 신문마다의 대문짝만한 표제는 거의 똑같다. 요약하면 ‘여당 완패, 야권 완승’ 혹은 ‘국민의 냉철한 정권심판’ 등등이다. 그러나 그런 總評은 상투적이다. 초야의 늙은 세대로서 4/13 총선결과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이렇게 된다. “대한민국이 패배했다”
집권여당이 참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선거결과로 나타난 20대 국회의 의석 분포는 사상 최악이라고 지탄받은 19대 국회보다도 더 최악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는 구도로 짜여 졌기 때문이다.
20대 국회는, 말하자면 鼎立구도다. 원내 교섭단체로 역할을 할 수 있는 3개 정당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여야 정당과 의원들이 조금이라도 이성적이라면 정립 구도가 나쁠 리 없다. 이른 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제 3당의 존재가 조정과 타협의 정치에 윤활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으로서는 그런 희망적 전망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번 총선결과는, 20대 국회가 국민기대에 부응할 만큼 긍정적으로 기능하지 못할 것임을 예고한다.鼎立한 세 당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적 혹은 정략적 ‘合從連衡’을 한다고 해도 議案처리를 통한 국회의 입법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
#더민주 123+국민의 당 38=161, #새누리당 122+ 국민의 당=160석이다. 여기에 무소속11과 정의당 6을 합해 더한다고 해도 어느 경우건 180석에 미치지 못한다. 3당이 합의하지 않는 한 어떤 방식으로도 의안의 본회의 상정처리를 위한 재적 5/3(180석)을 만들 수가 없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의 벽을 순조롭게 넘을 수 있는 길이 차단된 구조다.
20대 총선에서 가장 큰 재미를 본 건 안철수다. 정치 입문 후 처음으로 ‘안(不)철수’하고 뚝심 있게 진영을 지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가 확보한 38석으로는 더민주, 새누리 어느쪽과 連衡해도 의안의 본회의 상정-처리를 할 수가 없다. 따라서 그가 국회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영역에는 어차피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3당 정립구도가 입법 권력의 按配라서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평자들도 있다. 특정 정당의 전횡을 막고 타협의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기대로 보면 그와 같은 견해는 타당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의 누적된 前科로 판단하면 이번 총선 결과는 사실상의 입법기능 마비를 더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지경이다. 이른바 ‘식물국회’를 만든 가장 결정적 원인인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의석수에서 제2당으로 전락함으로써 재집권 가능성도 희박해진 새누리당으로서는 20대 국회에서 계속 선진화법 개정을 고집할 이유도 없고 그럴 기력도 소진됐을 것이다. 더민주당이 정권교체의 희망이 있다고 해서 그 선진화법의 개정을 뒤늦게 추진할 리도 없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정략적 ‘꼼수’인데다 국민의 당을 설득할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향후의 국정에 대한 전망은 간명하다. ‘大韓民國號’는 상당기간동안 표류할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내외적 격랑이 일고 있는데도 국가 리더십의 사실상 실종상태가 될 공산이 크다. 당장에 시작될 박근혜의 레임덕을 우려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내년에 어떤 정당이 집권한다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청와대도, 국회도 국정을 이끌어 갈 동력확보가 대단히 어려운l 정치지형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4/13 총선결과를 대한민국의 패배로 규정하는 이유이다.
적어도 우리 같은 늙은 세대의 눈으로 파악하면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정황은 위기다. 나라를 지탱해주는 두 개의 기둥- 경제와 안보가 그렇다. 경제는 어떤 처방으로도 쉽게 회복할 수 없을 만큼 重症인데 이번 총선결과로 그 처방을 마련할 길조차 막히게 된 셈이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북핵 위협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총선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명료하고 원대한 비전을 제시한 정당도, 후보도 없었다. 리더십도, 비전도 없는 공동체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나라의 역사, 민족의 운명에는 어떤 싸이클이 있다는 견해가 있다. 그것이 맞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당장은 거스르기 힘든 내리막 싸이클에 들어섰는지 모른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4200만 유권자는 정권 심판의 명분으로 아주 나뿐 선택을 한 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책임 소재를 따지려면 장황해 진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나쁜 선택의 결과 대한민국이 패배했다는 사실이다. 지나치게 비관적인 해석인가. 늙은 세대의 개인적 誤判, 부질없는 杞憂이길 바랄 뿐이다.<4월 14일 오후, 울적한 마음으로 마포사무실에서>
첫댓글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를 완패당한 원인은 일단 집권 여당의 오만 과 무능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박통이 선거의 여왕이라지만 이번 선거를 보니 전략도 없고 전술도 없이 싸움판에 나선 장수와 같았습니다.
내년 대선이 문제입니다. 만약 종북이 대통령이 나으면 이 나라는 끝장입니다.
대한민국이 패배했다니 어느 집권자, 어느 정당이 아닌 대한민국이 패배했다(?) 국민이 대한민국을 망쳤다는 얘기? 정권과 국체를 혼동하신것 아닙니까? 혹시.
그냥 대한민국을 擬人化해서 풀어본 상징적 의미로 이해해 주시길!
되지 못한 dj와 노무현 씨가 자신들이 국가 라는
망상에서 국민을 배신 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 . 저는 멀리 캐나다에 사니, 할말이 없는 사람입니다만, 여기 캐나다에 근래 왜 그리
대한민국에 애국심이 극진해 박근혜 대통령을 욕하고 기를 쓰는 사람들이 많은지 ? - - - 우리나라가 잘 되야 우리 모두가 행복할텐데, 걱정입니다.
이러다간 아무래도 종북 빨갱이 대통령이 나올것 같은데 그 전에 빨리 정은이가 몰락하고 남북통일이 되였으면 좋겠읍니다.
글쎄요,
지금 막 떨어진 불이 초가삼간을 태울 수도 있고
불빛이 온사방으로 비춰 밝은세상을 만들 수도 있으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지 말고 현명한 한민족의 저력을
차분히 기다리면서 국민으로서 음으로 양으로 동참하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단 경제회복은 일시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므로 천천히,
안보 특히 종북좌파 문제는 한시도 게을리 해서는 안되며.....
완벽한 정의로운 정치도 정권도 인류史에서 찾기 힘듭니다. 다만 추구하는 정책의 방향이 사회를 위한 정의성을 지녔는 지 개인과 파벌을 위한 것인지가, 지도자 자리에 있는 자들을 국민이 판별 하는 것이 선진국민들이 가추어야할 역량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박근혜는 전자에 속하는 지도자 라고 생각합니다.
동감입니다.다만 글쓴 사람으로서 걱정하는 것은, 그런 '정의성'을 지닌 박근혜의 국정운영 동력이
4/13 총선결과로 급격히 취약해 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뒷메 그것도 의식있는 국민들의 몫이겠지요. 여론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해야할 일들이 나라 장래를 위해 막중합니다. 상당 부분 정치하는 이 들은 바람에 민감하지요.
바람이 부는 것을 알면 "It's a matter of days"
I belie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