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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회원들을 위한 정기 수행법회를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3일 전에 2차 만일결사 제1차 천일결사 중 여섯 번째 백 일을 마치고 이제 일곱 번째 백 일을 시작해서 오늘로 3일이 지났습니다. 스님은 백 일 동안 어떤 마음으로 정진을 해나가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옛말에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죠. 여러분은 3일간 정진을 빼먹지 않고 하셨나요? 아니면 벌써 정진을 빼먹었나요? 정진을 3일 안 빼먹고 갈 수 있으면 7일을, 7일을 안 빼먹고 갈 수 있으면 21일을, 21일을 안 빼먹고 갈 수 있으면 49일을, 49일을 안 빼먹고 갈 수 있는 힘이 있다면 100일을 안 빼먹고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천일결사 기도는 처음이 매우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기도를 빼먹게 되면 나중에는 내가 천일결사자라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그냥 일상생활에 젖어서 살게 됩니다. 처음에 조금 힘이 들더라도 그 힘듦을 이겨내고 꾸준히 해나가면 뒤쪽은 그냥 저절로 되게 됩니다. 혹시 정진을 하루 이틀 빼먹었더라도 우리가 7차 백일기도를 시작한 지 이제 3일밖에 안 됐으니까 오늘 법회를 들은 이후에라도 발심해서 적어도 초반에 21일까지는 빼먹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시기를 바랍니다.
다만 마음을 알아차릴 뿐
우리는 우리의 마음이 일관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마음의 성격 자체가 이랬다저랬다 합니다. 한마디로 ‘시뚝빼뚝’ 하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죽 끓듯이 하는 게 마음이에요. 그래서 부처님께서 마음은 항상함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금방 좋아했다가 금방 싫어했다가 하는 게 마음이에요. 부부끼리도 관계가 좋을 때는 ‘다음 생에도 만나서 살아야지!’ 했다가 싫은 마음이 들 때면 ‘꼴도 보기 싫다. 당장 헤어지고 싶다!’ 하잖아요. 이렇게 마음은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고 늘 바뀌는 거예요. 이 마음이 바뀌지 않도록 하는 게 수행이 아니에요. 한 번 마음 먹으면 그대로 쭉 가도록 하는 것이 수행이 아니라 마음은 늘 바뀌는 줄을 알아서 마음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수행입니다. 마음은 ‘하고 싶다’, ‘하기 싫다’ 하고 늘 뒤바뀌기 때문에 다만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하고 싶어 하는구나’, ‘하기 싫어하는구나’, ‘좋아하는구나’, ‘싫어하는구나’ 이렇게 마음을 알아차릴 뿐이지 하기로 한 건 그냥 하면 됩니다. 이것을 다만 알아차린다고 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기도하기로 했으면, 하고 싶은 날도 하고, 하기 싫은 날도 하면 됩니다.
첫째, 마음이 어떻게 일어나든 마음이라는 게 원래 이랬다저랬다 하는 줄을 알아야 합니다. 둘째, 그때그때 일어나는 마음에 구애받지 않고 하기로 한 것은 꾸준히 해야 합니다. 처음 계획대로 꾸준히 하는 것을 초심(初心)을 지킨다고 말합니다. 초심(初心)을 지키는 것을 한마음이라고 해서 일심(一心)이라고도 합니다. 한마음이라는 건 딱 마음먹으면 그냥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에요. 마음이라는 건 늘 이랬다저랬다 변덕을 부리는데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하기로 한 것을 그냥 꾸준히 해나가는 것을 일심(一心)이라고 합니다. 또 신심(信心)이라고 해서 믿는 마음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마음은 늘 이랬다저랬다 하지만 하기로 했으면 꾸준히 해나가는 것을 믿음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천일결사에 입재해서 백 일 동안 매일 정진하는 거예요.
수행이란 마음에 휘둘리지 않는 것
꼭 이렇게 천일결사에 입재해서 부처님한테 기도하는 것만 자기 변화의 효과가 있는 게 아니에요. 하느님한테 기도하든, 산신님한테 기도하든, 마음이 꾸준히 지속될 때 변화가 일어나는 기초가 됩니다. 무엇을 믿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도 ‘세상은 덧없다. 부지런히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이랬다저랬다 하면 그에 따라 우리의 마음도 이랬다저랬다 하게 됩니다. 그러니 일어나는 마음에 집착하지 말고, 그 마음을 탓하지도 말고, 부지런히 정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운동량 부족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운동을 하기로 했으면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처음 며칠은 마음 내서 확 하다가 몸살이 나면 안 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적은 양이라도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이것을 정진이라고 합니다.
이제 시작한 지 3일밖에 안 됐으니까 3일간 놓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오신 분은 그대로 꾸준히 해나가고, 설령 3일 중에 하루 이틀을 벌써 놓쳤다고 하더라도 지나간 건 놔두고 오늘부터 꾸준히 정진해 나가 보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세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 국민들의 선택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걱정스런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 선출한 미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이 되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그동안 공약을 통해서도 불법 이민자들을 적대시하고 그들을 혐오하는 발언을 일삼았습니다. 팬데믹을 가짜 뉴스라고 치부하며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위기 상황을 대처하기 보다는 아시아계를 혐오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갔습니다. 당시 미국 곳곳에서 아시안계에 대한 묻지마 폭행이 만연했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그에 편승하는 사람이 득세하면서 사회적 차별이 당연시되거나, 유색인종 전반에 대한 혐오 범죄가 생길까 염려가 됩니다. 게다가 한국의 방위비 부담을 지금보다 10배 더 올리겠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번에는 상원과 하원이 모두 공화당이 다수입니다. 한국의 경제적 손실도 걱정이 됩니다. 성범죄, 탈세, 사기 등 확정된 범죄만 10건이 넘는 중범죄자를 다시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 국민들의 선택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에 따른 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역사적으로 볼 때, 국가를 통일하거나 외침을 막아내거나 국내에 어떤 문화사업을 확장하는 일을 행한 사람을 개인이 도덕적인가를 살펴보면, 일치할 때도 있고,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조선의 세조는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했지만 여러 가지 문화사업을 했습니다. 태종은 형제를 죽이고 왕위를 장악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왕위에 오르는 과정과 그들이 국가를 자리 잡게 한 성과는 조금 별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평가를 할 때 윤리 도덕적인 평가를 중심에 둘 것인가, 아니면 그 사람의 역할, 다시 말해 대통령이면 대통령, 장군이면 장군, 이런 역할에 더 비중을 두고 평가할 것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남자가 여러 여자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오히려 장부다움이라고 보면서 나쁘게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술을 좋아하는 것도 나쁘게 평가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오늘날은 이렇게 술을 과하게 마시거나 여성을 여럿 사귀면 나쁘게 평가합니다.
유럽과 한국은 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과 같은 사회 지도층 인사가 배우자가 있는데 다른 상대를 만나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사표를 내야 하는 심각한 문제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프랑스 같은 국가에서는 정치하고 직접 관계가 없는 개인의 문제는 국민이 별로 문제로 삼지 않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 사회에서는 평화를 옹호하고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남녀 평등을 추구하는 진보 세력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로 인해 상당 부분 평등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 안에서는 그러한 변화를 추구했지만, 국외적으로는 미국의 이익과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타국의 독재자를 옹호하고 다른 나라를 무력 침공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미국을 비판하는 세계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죠.
당시 미국은 세계에서 최강국이자 동시에 최고 부국이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미국이 아직도 세계 최강국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최고로 부유하다고는 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백인 노동자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해서 월급을 받으면 그걸로 학자금도 갚고 가정생활도 유지하면서 중산층으로 생활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자본주의가 금융자본주의나 투기 자본주의로 바뀌면서 빈부격차가 극심하게 벌어졌고,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구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구해도 학자금 갚기도 어렵고, 생활이 안정적으로 보장되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 사회가 디지털화되거나 자동화 기술이 도입되면서 외국에서 이민해 온 동양인의 수익이 자기들보다 더 많거나 심지어 여성들도 자기들보다 수익이 더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텃세 비슷하게 속으로 나쁜 감정을 갖게 되었지만, 학교에서 평등 교육과 인권 교육을 받다 보니 겉으로는 그런 감정을 표현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등장해서 이런 감정을 대변해서 표현하기 시작한 겁니다. 트럼프는 일반적인 도덕적 기준에서 보면 진짜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샤이 트럼프(shy Trump)라는 게 있는 거예요. 드러내 놓고 트럼프를 지지하기엔 좀 창피하지만 자신의 마음속에는 ‘그래, 그의 말이 맞다. 속이 시원하다’ 하고 느끼는 겁니다. 그래서 여론조사로는 나타나지 않는 표가 있어서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여론조사 상으로는 해리스 후보가 더 높게 나오거나 아슬아슬하다고 했는데 결론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질문자가 우려하는 일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는 볼 수 있어요.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동양인이나 여성이 길거리에서 테러당하는 일들이 벌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예전에는 100만 명당 한 건이 있었다면 100만 명당 두세 건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1만 명당 한 건이 생긴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렇게 현재의 상황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원래 백인 남성 위주였는데, 여성이 너무 사회적으로 진출하니까 흑인 남성도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일부 하게 되었습니다. 백인이나 흑인이냐로 보면 백인 지지가 많고, 여성이나 남성이냐로 볼 때는 남성의 지지가 많습니다. 특히 젊은 남성의 지지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회에서 차별이 있다가 사라지면 차별을 받던 사람들은 열광하지만, 우대를 받던 사람들은 무엇인가 상실감을 느낍니다. 그런 반발이 트럼프 현상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단지 범죄자, 나쁜 놈, 성폭행범이라는 주장만으로 이런 현상을 이해할 수도 없고 해결될 수도 없죠. 트럼프를 선택한 사람들은 트럼프가 그런 줄 모르고 찍은 게 아니에요. ‘여자관계가 좀 복잡한 게 뭐가 문제냐!’ 이렇게까지 나오는 거예요. 나라를 잘 이끌어서 경제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기에게 특별히 손해가 나지 않고, 앞으로 이익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지지하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인인데 드러내놓고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하기는 약간 좀 낯간지러우니까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고 투표장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주는 겁니다. 이것이 제대로 안 읽혔기 때문에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벌어진 거예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세계적으로는 불확실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기존의 지도자들은 규칙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행동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데, 트럼프는 그 규칙대로 하지 않거든요. 스스로 ‘나는 미친놈이다. 나를 건드리지 마라’ 하고 말하기까지 하니까요. 그래서 이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심리가 약간 불안해지는 겁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정말로 완전히 미친 사람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트럼프는 부동산 투자를 할 때도 약간 미친 사람처럼 행동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치 안 사면 큰 손해를 입을 것처럼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데 능숙한 사람인 거죠.
미국의 군수산업에 기반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점잔을 빼며 세계평화를 이야기하지만, 세계 곳곳에 전쟁이 계속 일어나야 이익을 얻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군수산업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리고 트럼프 당선자는 돈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돈 드는 걸 싫어해서 돈이 많이 드는 한미 군사훈련은 하지 말자고 합니다. 군사훈련 한번 할 때마다 1,000억이 드니 훈련을 하고 싶으면 한국이 훈련비를 내라는 것입니다. 왜 하냐고 하면서 군사훈련도 중지해 버렸습니다.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은 약속이나, 지금까지 해온 관행, 이런 것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중간에 멈추지를 못해요. 그런데 트럼프는 평가 기준이 아주 간단합니다. 규칙을 지키는 사람은 동맹과 적을 굉장히 따지는데, 트럼프는 적이라도 돈이 되면 손을 잡고, 동맹이라도 손해가 나면 깬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질서로 볼 때는 매우 혼란스럽지요. 그래서 지금 세계 전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게 된 거예요. 미래를 예측하면서 가야 안정적인데, 예측하지 못하니 불안정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불안정성이 더 높아졌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나서 세계가 엉망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에 대해서 처음에 10퍼센트 올리고, 그다음부터는 향후 5년간 매년 물가 상승만큼 올린다고 계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 계약을 바꿀 수도 있어요. 트럼프는 관행이나 약속을 별로 중요시하지 않아요. ‘현재 한국 국민들이 미국 국민들보다 잘 사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미국 사람들의 집집마다 텔레비전도 삼성이고, 냉장고도 LG이고, 다 한국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잘 사는 나라면 자기 나라 방위를 자기가 해결해야지 왜 미국이 한국의 방위비 부담을 해야 하느냐는 겁니다. 그러니 이제는 한국의 방위는 한국이 알아서 하라는 거예요. 트럼프가 생각할 때는 한국이 북한보다 인구도 더 많고 경제력도 월등하게 높은데, 왜 자기 나라를 자기가 못 지키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주한미군 철수를 하겠다고 말하는 거예요. 한국이 필요해서 주한미군이 주둔해야 하면 그 유지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는 거죠. 관점이 이렇게 단순합니다. 물론 주한미군의 주둔이 북한을 상대로 한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아마 본인도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선거 국면에서 일반 국민에게 이렇게 단순하게 말하면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가 얼마나 쉬워요?
만약 한국이 중심을 딱 잡고 ‘그동안 도와주어서 고맙다, 이제 우리 방위는 우리가 할 테니 주한미군을 철수시켜도 좋다’ 이렇게 나가면 문제를 풀기가 쉬울 텐데, 주한미군이 있어야 한다고 매달리니까 돈을 더 내야 하는 고민이 생기는 겁니다.
북한의 핵무기 문제도 그동안의 미국 대통령과는 관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전에는 NPT 체제를 마련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북한의 핵 보유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하면서 계속 원칙을 강조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어찌 되었든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가졌다면 잘 달래서 안정을 시켜야 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핵무기를 가진 상대를 건드려서 괜히 갈등을 일으킬 필요가 있느냐는 거죠. 우크라이나 전쟁도 영토를 뺏었느냐 안 뺏었느냐 이렇게 보지 않고,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나토를 이길 수도 없고, 나토가 러시아를 밀고 들어갈 수도 없는 상태에서 사람만 죽고 돈만 많이 들고 시설만 계속 파괴되니 과거가 어땠는지 상관없이 일단 전쟁을 중지하자는 거예요. ‘과거에 내 땅이었는데 너희가 침공해 들어왔다’ 이렇게 계속 따지니까 전쟁이 끝나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 일단 전쟁은 멈춰놓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하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뺏긴 땅을 찾아야 하니 멈추지 못하겠다 할 테니까 ‘그래, 그럼 알았다. 이제부터는 원조는 안 하겠으니 알아서 해라’ 이렇게 말하고, 또 러시아한테는 ‘전쟁을 멈추지 않고 계속 밀고 들어오면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무기 지원을 할 테니 해 볼 테면 해라’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하루 만에 전쟁을 멈출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이유가 그런 거예요. 이런 사고방식이니까 그대로 두면 계속 해결을 못하고 있는 것을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는 거죠.
물론 트럼프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여러 이유에 묶여서 ‘내가 잘했니, 네가 잘했니’ 이렇게 계속 밀고 당기면서 문제 해결을 못 하는데, 트럼프는 매듭을 푸는 게 아니라 칼로 팍 잘라버리는 식으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완전히 해결이 될지는 물론 불확실합니다만. 그러나 지금의 바이든 정부보다는 그럴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도 낮아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높아지다가 현재 멈춘 상태이고, 한국 정부도 군사적으로 계속 강경 목소리를 내다가 요즘은 말을 아끼고 가만히 있잖아요. 이렇게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높아지던 전쟁 위기가 현재 약간 멈춘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실제로 트럼프가 전쟁을 좋아하거나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좀 있는 사람이죠. 사람을 쓸 때도 국가 인재를 쓰는데 관례를 안 따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국방부 장관을 소령 출신으로 임명한다고 합니다. 이건 미국 역사에서 유례가 없었던 경우입니다. 적어도 별 3개는 달아야 국방부 장관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령 출신에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40대 초반의 사람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을 했습니다. 이렇게 예측 불허의 면이 있는 반면에, 좋게 해석하면 어려운 것을 해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전쟁의 위험을 완화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에 주한미군 주둔비 문제나 통상문제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봐야 합니다. 면세를 해 준다는 바이든 정부에 홀려서 우리는 이미 미국에 엄청나게 투자를 했잖아요? 그런데 면세도 취소해 버린다잖아요. 또 우리가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가 많으니까 통상 문제에서도 앞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죠.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의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 버렸습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따지면 손실이 아주 많아요. 그러나 그것이 전쟁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겁니다. 지금의 남한 정부나 북한 정부, 그리고 국제관계가 전쟁의 위험이 워낙 높기 때문에 적어도 전쟁을 막는 것이 일단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부터 일단 해결하고 나머지는 점차 방법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상황이 좋다, 나쁘다, 기회다, 아니다, 이렇게 접근하지 말고 주어진 현실을 냉정하게 지켜보고 진행되는 상황을 봐가면서 길을 찾아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룰을 흐트러트리고 자기 마음대로 약속을 파기하는데도 우리는 룰을 지켜야 한다고 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우리도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대응하는 게 나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북한이 당장 핵 폐기를 할 수 없으니까 일단 동결을 시키고, 남한의 핵 재처리 문제를 해결한다든지요. 현재 남한의 원자로는 재처리를 위해 모두 외국으로 보냈다가 다시 가져오잖아요. 재처리하는 과정을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는 것입니다. 일본 같은 경우 재처리를 모두 본인들이 합니다. 이렇게 지금까지는 안 되던 것들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고요. 어떤 것을 주고 어떤 것을 얻을 거냐 하는 데 있어서, ‘이것은 절대 못 준다’ 이렇게 할 게 아니라 줄 수밖에 없는 것은 주는 겁니다. 대신에 지금까지 우리가 얻으려고 했는데 못 얻은 것을 얻는 것이죠. 이런 관점에 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국 안에 있는 유색인종이나 이민자들이 조금 불리해졌다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것은 조금 감수를 하셔야 해요. 우리는 미국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밖에 있으니까 급한 것이 전쟁 위기를 막는 것인데, 미국 안에 있는 사람은 자기의 신분 보장과 같은 문제가 더 중요합니다. 질문자의 우려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런 우려가 조금 높아졌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미국에서 도저히 못 살겠다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 것을 조금 감수하시고 적응해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네, 세세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치인의 능력과 도덕성을 결부시킨 것부터 우선 저의 착오였던 것 같고요. 또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잘 알았습니다. 저는 미국에 살고 있는데, 제 개인적인 안위보다 한반도의 평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자도 한국 사람이니까 당연히 그렇겠지요. 그런데 한국계가 아닌 대다수의 미국 사람들은 한국이나 중동에서 사람이 얼마나 죽느냐 하는 것보다는 자기들 기름값이 얼마나 싸냐가 더 중요합니다. 지금의 세계 변화는 이런 이해관계가 깔려있습니다. 트럼프 현상의 가장 핵심은 안보 문제도 아니고, 환경 문제도 아니고, 경제 문제입니다. 이 경제 문제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수출이라든지 투자라든지 이런 숫자로 표현되는 거시경제는 바이든이 잘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금 수출이 호조라고 하고, 이런 것은 지금 정부가 잘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인플레이션입니다. 물가가 오른 것이 피부로 느껴지잖아요. 인플레가 심하면 대부분 정권이 바뀌게 되어 있습니다. 피부로 느끼는 것이 사람들에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11시 30분이 되어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2시부터는 JTS와 정토회 국제협력팀과 함께 내년도 JTS 사업과 해외 일정에 대해 의논을 했습니다. 만약 내년 상반기에 백 일 특별정진과 백 일 법문을 하게 될 경우 어떻게 스님의 해외 일정을 조정하면 좋을지 의논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실내에서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본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평화재단 창립 20주년 심포지엄과 기념식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