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에 대해 2017년 3월 10일 헌재소장 권한대행 이정미가 읽은 결정문 요지 전문을 한 단락씩 잘라서 순서대로 분석해 보기로 한다. ㅡ
[1~2부 요약]
제1부에서는 국회가 헌재에 제출한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헌법 위배 5건, 법률 위배 8건을 포함하는 총 13건의 소추사유들 중에 상당수(특히 헌법 위배 사유)가 사실관계와 적용법조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서 탄핵심판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았는데도 헌재가 이를 각하하지 않고 임의로 보정해 주는 잘못을 저질렀음을 살펴 보았다.
또 제2부에서는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때에 사실인정의 근거로 삼은 21건의 자료라는 것이 대부분 증거로 삼기에는 부적합한 공소장과 신문기사 따위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에 회부하여 추가적인 증거 조사를 하지 않았고 헌재는 이를 국회의 자율권이나 재량권 행사라고 두둔하고 각하하지 않는 안일하고 비겁한 견해를 보였음을 지적한 바 있다.
우리 헌법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헌법개정안만큼 중대한 안건으로 취급하여 둘 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65조, 128조, 130조)하고 있음에도 이처럼 부실하게 작성한 탄핵소추안을 졸속으로 처리한 경솔한 국회나 그것을 눈감아 준 무책임한 헌재의 자세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탄핵심판 재심 청구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탐색할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 논점 제3번: 국회가 탄핵소추안에 대한 토론도 없이 표결을 해도 적법한가?
[선고 요지]
다음 이 사건 소추의결이 아무런 토론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의결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토론 없이 표결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나, 국회법상 반드시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미리 찬성 또는 반대의 뜻을 국회의장에게 통지하고 토론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토론을 희망한 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으며, 국회의장이 토론을 희망하는데 못하게 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분석 비판]
(가) 정말로 토론을 희망한 의원이 한 사람도 없었나?
당시 언론들이 보도한 기사들을 종합해 보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2016년 12월 8일 오후 2시 45분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고 12월 9일 오후 3시에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개회되어 3시 54분에 투표를 끝마치고 4시 10분에 정세균 국회의장에 의해 찬성 234표로 가결이 선포됐다.
투표에 앞서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발의자들을 대표하여 박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했을 뿐 토론은 없었다. (이상한 점은 김관영 의원이 헌법 위반 사항은 5가지로 설명했지만 법률 위반 사항은 8가지가 아니라 3가지를 거론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9일 본회의에 앞서 새누리당에서 유승민, 나경원 의원 등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고,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신청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당시 국회 상황을 비교적 소상히 보도한 프레시안의 기사를 인용해 본다.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싶다는 일부 의원들의 신청이 있었으나, 야당이 거부 입장을 밝힘에 따라 정세균 의장은 표결 전 의사진행 발언을 허용하지 않았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의사진행 발언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못 한다"며 "모든 변수를 없앴다"고 말했다.
의사진행 발언을 하려던 이는 새누리당 친박계 조원진 의원과 비박계 유승민 의원 등이었다. 조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의사진행 발언이 거부될 확률이 높다"며 자신이 의사진행 발언 등을 통해 하려고 했던 주장을 미리 밝혔다. 조 의원은 "국정조사와 특검이 진실과 진상규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왜 지금 탄핵을 하고 있는 것인가?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인가?"라며 "조기 대선을 위한 정략적 의도는 없는지 참으로 의심스럽다"고 탄핵안 표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의사진행발언 요지에서 "국회는 국민의 뜻,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며 "대통령이 과연 탄핵 소추를 당해야 할 죄를 저질렀는가? 지금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11월 20일 공개된 검찰의 공소장뿐인데, 이 공소장을 읽고 저는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의사진행 발언에서 탄핵소추 찬성 취지 의견을 밝히려 했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공소장에 대한 상식, 그것은 헌법이 정한 탄핵이다. 국민들의 생각도 이 상식과 다르지 않다"며 "오로지 민주공화국의 내일만을 생각하면서 이 역사적 탄핵에 동참해 달라"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신속한 의사진행을 위해 발언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 정세균 의장은 전날 여야 3당(새누리, 민주, 국민의당) 원내대표들과 만나 "각 당 의원총회 등으로 늦어지지 않도록, 국민이 투표결과를 바로 볼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었다.
이날 본회의장 4층 방청석에서는 세월호 유가족 40명 등 100여 명의 방청객들이 투·개표 전 과정을 지켜봤다.》
ㅡ 기사 제목: 국회, 234표로 박근혜 탄핵 가결
(프레시안 2016.12.09)
https://m.pressian.com/m/pages/articles/145820
이 기사를 살펴보면, 탄핵소추안 표결에 대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 찬성, 반대로 의견이 나뉘어 있었고 찬성측에서는 유승민 의원, 반대측에서 조원진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의 형식으로 찬반 토론을 강력히 희망했지만, 야당의 거부와 정세균 의장의 불허로 무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 탄핵의 가장 중요하고 실질적 사유였던 세월호 사건의 유가족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와 있고 반대 투표 가능성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한 여권의 신상공개 압박 등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방해하는 강압적 분위기에서 민주당과 국회의장이 토론을 원천봉쇄한 것이지 찬반토론 희망자가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이 아니다.
(나) '국회법상 반드시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는 헌재의 판단은 옳았는가?
국회법 93조에 따르면 이 탄핵소추안처럼 위원회의 심사를 따로 거치지 않은 본회의의 안건은 제안자의 취지 설명을 듣고 반드시 질의와 토론을 거친 다음에 표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국회법 106조와 108조를 보면, 의장은 각 교섭단체별로 질의와 토론에 있어서 최소 1인씩 발언 기회를 주어야 한다.
따라서 정세균 의장은 김관영 의원의 제안 설명 뒤에 새누리당, 민주당,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질의와 토론을 할 기회를 주어 조원진 의원과 유승민 의원을 포함 최소 6인의 의원들이 질의 및 찬반 토론을 하도록 의사진행을 해야 했음에도 소추안의 신속 처리만 강조하는 위법을 했다고 판단된다.
우리 헌법이 헌법개정안만큼이나 중대한 안건으로 간주하고 있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면서 이렇게 국회가 법사위 조사는 물론이고 질의ㆍ토론조차 배제한 것은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었고, 헌재가 이를 간과하고 적법한 의안 처리로 판단한 것도 명백한 위법으로서 추후 탄핵심판의 재심 절차를 통해 반드시 바로잡혀야 할 것이다.
국회법 130조 2항이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최소 24 시간, 최대 72의 시간 여유가 있었으므로 '신속 처리'가 질의ㆍ토론 거부의 명분이 될 수도 없었다.
결국 세월호 사건을 앞세운 속칭 '국민정서법' 또는 '떼법'에 이끌려 국회와 헌재가 다함께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부끄러운 역사라 할 것이다.
[관련 법령]
○ 국회법 제93조(안건심의)
: 본회의는 안건을 심의함에 있어서 그 안건을 심사한 위원장의 심사보고를 듣고 질의·토론을 거쳐 표결한다. 다만,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아니한 안건에 대하여는 제안자가 그 취지를 설명하여야 하고, 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안건에 대하여는 의결로 질의와 토론 또는 그중의 하나를 생략할 수 있다
○ 국회법 제106조(토론의 통지)
1항: 의사일정에 올린 안건에 대하여 토론하고자 하는 의원은 미리 반대 또는 찬성의 뜻을 의장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2항: 의장은 제1항의 통지를 받은 순서와 그 소속교섭단체를 고려하여 반대자와 찬성자를 교대로 발언하게 하되 반대자에게 먼저 발언하게 한다.
○ 국회법 제108조(질의 또는 토론의 종결)
1항: 질의 또는 토론이 끝났을 때에는 의장은 그 종결을 선포한다.
2항: 각 교섭단체에서 1인 이상의 발언이 있은 후에는 본회의의 의결로 의장은 질의나 토론의 종결을 선포한다. 그러나 질의 또는 토론에 참가한 의원은 질의나 토론의 종결을 동의할 수 없다.
3항: 제2항의 동의는 토론을 하지 아니하고 표결한다.
○ 국회법 제130조 2항
: 본회의가 제1항에 의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하지 아니한 때에는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이 기간내에 표결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탄핵소추안은 폐기된 것으로 본다.
[외국 사례]
미국 연방하원은 2021년 1월 13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제2차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찬반 토론을 실시했었다.
캘리포니아 공화당 소속 톰 맥클린톡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변호하고 탄핵 소추에 반대하는 감동적 연설을 했다.
맥클린톡 의원은 1월 6일 워싱턴 디씨 집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언은 '발언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고 '정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만일 우리가 자신의 열렬한 지지자들 앞에서 열변을 토한 정치인들을 모두 탄핵한다면 이 의사당이 텅비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청문'이나 '적법 절차'도 없이 탄핵안을 밀어부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선거에서 이미 패한 대통령을 임기 만료 1주일을 앞두고 탄핵하는 것보다 더 쪼잔하고 보복적이며 쓸모 없는 짓은 없습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I cannot think of a more petty, vindictive and gratuitous act than to impeach an already defeated president a week before he is to leave office,” McClintock said.
https://nypost.com/2021/01/13/republicans-in-congress-warn-against-politicizing-impe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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