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이 선사하는 대자연 속초
속초, 어떤 이에겐 미시령과 한계령, 그 험난한 고개를 굽이굽이 돌아서 넘어갔던 미지의 땅이었다. 속초는 더 이상 동해안의 끝자락, 강원도 산골짝이 아니다. 서울에서 2시간이면 설악의 웅장함과 동해바다의 거센 파도를 두 눈과 마음에 한가득 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산과 바다, 체험과 먹을거리 등 우리가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거의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설악산국립공원
천하제일 단풍명산, 설악산국립공원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고 적어도 한 번쯤은 가본 설악산. 하지만 막상 잘 알지 못하는 산이기도 하다. '설악(雪嶽)'은 최고봉인 대청봉(1708m)이 1년 중 반년 가까이 눈에 덮여 있어 붙은 이름이다. 설악산은 주봉인 대청봉을 중심으로 서쪽 인제 방향의 내설악, 동쪽 속초·고성 방향의 외설악으로 나뉜다. 남쪽 양양 방면은 남설악이라고 한다. 설악산국립공원은 1970년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국립공원이 되었다. 1982년에는 유네스코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설정하였으며, 2005년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은 설악산을 카테고리Ⅱ(국립공원)로 지정하였다. 실로 수려한 자연 속에서 수많은 동식물이 더불어 사는 자연생태의 보고라 할 만하다.
400㎢에 달하는 설악산국립공원은 봄에는 눈부신 신록,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시원한 계곡,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 겨울에는 빼어난 설경을 자랑한다. 그리하여 1년 365일 언제나 등산객으로 붐빈다. 그중 10월 단풍철이 절정이다. 자칫했다가는 사람 구경만 잔뜩 하고 와서 ‘그 산이 그 산이더라’는 푸념을 털어놓기 십상이다. 설악산의 진면목을 좀 더 오래 기억하고 싶다면 설악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의 해설 프로그램 ‘설악산을 한눈에’를 이용하면 좋다. 설악산의 지리와 자연경관은 물론 설악산국립공원의 생태를 속성으로 알 수 있다. 전시관에서 설악산에 얽힌 이야기와 설악산의 멸종위기 동식물을 만날 수 있으며, 대형 모형을 통해 설악산국립공원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설악산국립공원 사무소(033-636-7700)에 예약 후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 운영시간은 30분이다.
본격적인 등산을 계획했다면 기상특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후와 기간에 따라 탐방로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설악산국립공원 홈페이지(www.knps.or.kr
- 주소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 문의 033-636-7792, 7700(설악산국립공원 사무소)
- 이용시간 상시
- 이용요금 문화재구역 입장료-어른 3500원, 어린이 500원
설악산국립공원 입구의 반달가슴곰상
권금성 등산로의 단풍
설악산국립공원 신흥사 입구
속초신흥사부도군(문화재자료 제115호)과 어우러진 외설악
설악을 사랑하는 스마트한 방법, 설악케이블카
설악산 소공원 입구 반달가슴곰상을 지나서 가장 처음 만나는 설악산의 신스틸러는 깎아내린 듯한 바위산을 유유히 오르내리는 케이블카가 아닐까 싶다. 설악케이블카는 설악산을 스마트하게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케이블카 탑승객 중에는 고어텍스에 쌍지팡이를 든 산악인도 있지만, 검은 구두에 재킷을 걸친 아저씨, 이제 막 걸음을 뗀 아이도 섞여 있다. 이 모든 게 설악케이블카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케이블카는 5분~15분마다 권금성으로 출발하며, 탑승인원은 50명이다. 권금성 승강장까지 5분 정도 소요된다.
케이블카에도 명당이 있다. 올라갈 때는 뒤쪽, 내려올 때는 앞쪽이다. 설악산 소공원 안에 있는 출발장을 떠나 고도가 점점 올라가니 신흥사가 한눈에 들어오고, 왼쪽으로 울산바위가 늠름하다, 오른쪽으로는 속초 시내와 동해바다가 그림같이 펼쳐진다. 속초의 여러 항구 모습도 보인다.
가을단풍 시즌에 케이블카를 이용하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오전 6시 20분부터 발권을 시작하니 6시까지는 도착해야 1시간 정도 줄을 서서 표를 살 수 있다. 점심때가 되면 오후 승차권이 모두 동이나 표를 사기 힘들 수도 있다. 출발 전날 매표소에 미리 전화하여 케이블카 운행 여부와 대기시간 등을 문의하는 것이 좋다. 바로 출발하는 케이블카가 없으면, 아예 1시간 30분 후 표를 산 다음 가까운 신흥사에 다녀와도 좋다. 케이블카 승강장 주변은 이른 새벽부터 시장통처럼 활기가 넘친다. 파전집부터 카페에 패스트푸드점까지 다양한 식당이 있다.
- 주소 강원도 속초시 설악산로 1085
- 문의 033-636-4300
- 이용시간 08:00~17:30 (※기상 상황과 절기에 따라 변동됨, 사전 문의 필요)
- 이용요금 중학생 이상 1만 원, 37개월~초등학생 6000원
- 홈페이지 www.sorakcablecar.co.kr
단풍철에 설악케이블카 표를 사려면 긴 줄을 서야 한다.
설악케이블카에서 권금성 승강장까지 5분 정도 소요된다.
설악케이블카에 오르면 외설악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권금성
설악케이블카를 타고 5분이면 권금성 승강장에 내리고, 걸어서 5분 남짓 더 오르면 권금성에 도착한다. 케이블카가 출발할 때 시작된 감탄사는 권금성 정상에서 절정을 이룬다. 해발 700m에 위치한 권금성은 속초 시내를 조망하고 외설악의 장대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산세가 이리 웅장하니 신라시대 때 권(權)씨와 김(金)씨 성을 가진 두 장군이 돌을 쌓아 난을 피했다는 얘기가 단박에 이해된다. 실제 권금성은 1253년(고려 고종 40)에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운 대규모 연곽식 산성으로 지금은 성벽이 거의 허물어져 터만 남아 있다.
권금성 정상에 오르니 공룡능선, 만물상, 울산바위 등 외설악의 주요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 방문객이 권금성의 절경을 보며 연신 “와 예쁘다”라고 감탄한다. 하지만 권금성을 비롯해 우뚝한 수백의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는 설악산은 예쁘다는 말보다는 ‘아름답고 멋진 산’이라는 수식이 더 적합해 보인다.
권금성 주변에는 산솜다리, 산오이풀 같은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국화과, 장미과의 다년초 들이 있다. 그러나 사람이 붐비는 등산로 주변에서는 찾을 수 없어 이곳에서도 탐방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다. 설악산국립공원은 해설사가 동행하여 권금성의 역사와 주변 경관, 주변 동식물을 설명해주는 ‘몽골의 침입을 막아낸 권금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원은 30명 이하, 1시간 코스로 진행되며 전화로 사전 신청을 해야 한다.
권금성의 바위 비탈 정상에 있는 봉화대까지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아찔한 절경을 감상하기에 충분하니 절벽 쪽으로 너무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바닥이 오랜 침식작용으로 울퉁불퉁하니 등산화나 트레킹화를 싣고 가는 것이 좋다.
신흥사 사천왕문에서 바라본 신흥사의 범종과 외설악의 능선
신흥사 극락보전
신흥사 앞 산책로
신흥사 유물전시관
온천뿐 아니라 숲길·족욕탕도 만점, 척산온천
산행의 피로를 푸는 데 온천만 한 것이 없다. 척산온천은 설악산 산행을 마무리하는 최고의 코스다. 설악산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온천 품질도 최상급이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온천은 수온이 30℃ 미만이어서 온천수를 가열하여 사용한다. 이에 반해 척산온천수는 53℃이기 때문에 온천수를 가열하지 않고 용출한 천연온천수를 그대로 사용한다. 실제로 척산온천휴양촌에는 온수보일러가 없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땅이 얼지 않았고, 더운 김이 피어오르는 웅덩이 주변에서는 동네 아낙들이 빨래를 했으며, 조선시대에는 피부병을 앓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몸을 씻고 효험을 보았다고 한다. 1940년 일본인이 이 지역을 개발하려고 여러 차례 고온수를 얻어 시험했으며, 1965년에는 국립지질조사소(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이 온천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척산온천휴양촌은 1974년 용출온도 53℃의 온천공을 확보하여 슬레이트 지붕의 ‘척산온천탕’으로 온천업을 시작했으며, 지금은 연간 40만 명이 다녀가는 속초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성장하였다.
척산온천 휴양촌 주변에 약 1km로 조성된 ‘솔바람길’은 명품 숲길이다. 수령이 수십 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아름드리 금강송으로 뒤덮인 송림이 일개 온천장의 산책로다. 한 방문객은 “오늘 운동은 이 숲길 세 바퀴 도는 걸로 대신한다”면서 여유롭게 숲길을 걷는다.
온천을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척산온천과 이웃한 ‘척산족욕공원’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노천족욕탕으로 온탕과 냉탕이 있으며 일행과 쉬어가기에 딱 좋은 곳이다. 이용료는 없으며, 동절기를 제외하고 연중 쉬지 않고 개방한다. 족욕공원 안에는 쿠키 만들기와 피자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이 있다. 1만5000원에 온 가족이 재미있는 체험도 하고 출출한 배도 채울 수 있다.
- 주소 척산온천휴양촌 강원도 속초시 관광로 327 / 척산온천장 강원도 속초시 관광로 288
- 문의 척산온천휴양촌 033-636-4000 / 척산온천장 033-636-4806
- 이용시간 척산온천휴양촌 05:30~21:00(토·일요일 21:30) / 척산온천장 주중(일~목요일) 06:00~20:00, 주말(금·토요일) 06:00~21:00
- 이용요금 척산온천휴양촌 – 어른 9000원, 어린이 5000원 / 척산온천장 어른 7000원, 어린이 4000원
- 홈페이지 척산온천휴양촌 www.choksan.co.kr / 척산온천장 www.chocksanspa.co.kr
척산온천휴양촌
척산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들
척산족욕공원
설악산 식생을 한곳에, 설악산자생식물원
설악산자생식물원은 설악산 권역의 멸종 희귀식물 및 고산지대 식물을 위주로 조성한 식물원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설악산의 자생식물을 한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 총 123종 5만여 본의 수목과 꽃나무를 식재한 설악산자생식물원은 암석원, 수생식물원, 야생화단지, 미로원, 숲속탐방로, 자연산책로로 구성되어 있다.
암석원과 야생화단지에서는 설악을 상징하는 바위와 함께 설악산에서 자생하는 설악솜다리, 설악눈주목, 바람꽃, 만주송이풀, 털진달래, 모데미풀, 산비장이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수생식물원에서는 습지와 네가래, 수련, 갯버들 등 수생식물을 볼 수 있다. 미로원과 숲속탐방로, 자연산책로는 사철나무의 작은 미로에서 아이들과 장난치거나 숲길을 천천히 산책하는 곳이다. 설악산자생식물원에는 커다란 유리온실이나 설악의 기후와 맞지 않은 열대식물이 없다. 인위적 조성을 최소화하고 설악의 자연환경에 친화적으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해설 프로그램이 없어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설악산자생식물원은 식물에 대하여 공부하자고 덤벼드는 곳이라기보다 평온한 마음으로 걸으며 꽃에게 다가가는 곳이다.
사람이 많지 않고, 숲·개울·잔디·나무데크와 벤치, 산책로 등 갖출 것은 모두 갖추고 있어 가벼운 산책에 제격이다. 접근성도 좋다. 속초IC와 가까워 속초나 설악산을 오갈 때 경유지로 쉬어가기에 적합하다.
- 주소 강원도 속초시 바람꽃마을길 164
- 문의 033-639-2928
- 이용시간 09:00~18:00
- 휴무 연중무휴
- 이용요금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