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고전압 교육 공백 속 VCC 등 대학들 자체 양성소 지어 대응
제조사 정비 정보 독점까지 장벽… 레드씰 교육 개편 목소리 고조
캐나다의 전기자동차(EV) 보급 속도를 정비 인력 양성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차량 수리와 안전 점검을 맡을 기술자 부족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연방정부가 2035년 신차 판매의 75%를 전기차 등 무공해 차량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기존 자동차 정비 교육은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전압 배터리와 전력전자 장치를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정비 기술자 배출이 전기차 판매 증가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늘지만 전문교육은 부족
전기차는 브레이크와 서스펜션 등 기존 차량과 공통으로 사용하는 부품이 많지만 배터리와 전기모터, 전력변환 장치 등 핵심 구동계는 정비 방식이 크게 다르다. 특히 고전압 시스템은 안전 절차를 제대로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할 경우 감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별도 교육이 필요하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자동차 정비사 자격 체계인 '레드씰'에서도 일반적인 자동차 전기·전자 기술을 다루고 있지만, 전기차의 고전압 안전과 배터리 진단을 집중적으로 배우려는 정비사는 별도의 교육과정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는 제조사마다 다른 전기차 구조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배터리와 주요 부품의 배치, 진단 방식이 업체마다 달라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오래 다뤄온 정비사라도 새로운 안전 절차와 장비 사용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일반 정비소 역시 제조사가 제공하는 기술자료와 진단장비를 확보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전기차 정비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면 교육과 장비에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대학·정비업계 자체 교육 확대
정규 자격 체계가 전기차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자 대학과 정비업계는 자체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정비사를 대상으로 고전압 안전과 배터리 진단, 전기차 시스템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가르쳐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캐나다 천연자원부도 전국에서 운영되는 무공해 차량 정비 교육과정을 별도로 안내하고 있으며, 상당수 과정은 기존 레드씰 정비사나 견습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BC주에서는 밴쿠버 커뮤니티 컬리지(VCC)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정비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VCC는 고전압 배터리 수리와 전자장치 진단, 전기차 안전 등을 다루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청정에너지와 자동차 분야 교육을 한곳에 모은 청정에너지·자동차 혁신센터도 건설 중이다. 온타리오주의 센테니얼 컬리지도 기존 자동차 정비 교육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과목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교육체계를 바꾸고 있다.
전기차 정비인력 확보는 앞으로 차량 보급이 늘수록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차량 판매와 충전시설만 확대되고 정비인력이 충분히 늘지 않으면 소비자는 수리를 위해 더 먼 정비소를 찾아야 하거나 대기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전기차 전환이 실제 운행과 정비까지 이어지려면 기존 정비사가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교육과 신규 기술자를 양성하는 과정도 함께 확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