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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릉성(零陵城) 공격(攻擊)과 입성(入城) (下) -
형도영(邢道榮)이 말에서 떨어지자 조자룡(趙子龍)의 창(槍) 끝이 그를 꼼짝 못 하게 하였다.
"여봐라! 이 자(者)를 결박(結縛)지어라!"
형도영(邢道榮)은 달려든 유비(備擬)의 군사(軍士)들에 의해 온몸이 오라에 꽁꽁 묵인 채 유비(劉備)의 앞으로 끌려왔다.
장비(張飛)가 오랏줄에 묶인 채 꿇린 형도영(邢道榮)의 대갈통을 쥐어박으며 소리친다.
"이놈! 네놈이 아까 날 보고 이름뿐인 백정(白丁) 놈이라고 하며 큰소리치지 않았더냐! 그런데 어찌 이런 꼴이 된 것이냐!"
그러자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던 형도영(邢道榮)이 장비(張飛)를 올려다보며,
"용서하십시오! 사실(事實)은 제가 백정(白丁)이었습니다. 그런 점을 봐서라도 용서(容恕)해 주십시오!" 형도영(邢道榮)은 장비(張飛)를 향(向)해 비굴(卑屈)하게도 연실 쩔쩔매었다.
"헹! 너 같은 놈은 당장(當場) 물고(物故)를 내어야 돼!"
"아이고 장군님! 용서(容恕)하십시오! 어떡하다 보니 영릉(零陵) 태수(太守 : 유도(劉度) 밑에 들어가 장군(將軍)이 되었을 뿐 그저 머릿수만 채웠습니다. 제발!..."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유비(劉備)가 단호(斷乎)한 어조(語調)로 입을 열어 명한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냐 늦었다! 처형(處刑)해라!"
"엥? 에에에?.." 형도영(邢道榮)은 처형(處刑)하란 소리를 듣고 명(命)을 거행(擧行)하려는 달려든 병사들이 잡아끌자 끌려 나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며 연신 사정(事情) 조의 비명(悲鳴)을 질러댄다.
"아아아...! 대인(大人)! 소인(小人)에게는 팔십(八十) 노모(老母)가 계시고 자식(子息)놈들이 있사옵니다요. 부탁(付託)드리오니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하고 발악(發惡) 발악(發惡) 소리를 지르며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쳐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장비(張飛)가 손가락질을 하며 말한다.
"덩치도 큰 놈이 이렇게 졸장부(拙丈夫)같이 놀고 있냐 엉?.. 그깟 쓸데없는 머리통 하나 잘린다고 이런 난리(亂理)를 피우냐! 나는 너 같은 겁쟁이가 제일 싫어, 좋다! 내가 직접(直接) 베어주마!"
장비(張飛)는 이렇게 말한 뒤에 형도영(邢道榮)의 뒷덜미를 우악(愚惡)스러운 손으로 잡아당겼다.
"가자!"
"안돼요. 안돼!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요!" 형도영의 이런 사정(事情) 조의 외침은 전혀 장군(將軍) 답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던 공명(孔明)이 형도영(邢道榮)을 끌고 나가려는 장비(張飛)를 만류(挽留)하며 불러 세운다.
"아, 장군(將軍), 잠깐만요!" 장비(張飛)가 그 말을 듣고 형도영(邢道榮)의 뒷덜미를 놓아주었다.
공명(孔明)이 자리에서 일어나 형도영(邢道榮) 앞으로 나서며,
"형 장군(邢將軍), 그대는 어찌하여 우리 장 장군(張將軍)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한 것이오." 하고 안쓰러운 어조로 말하자,
"소인(小人)이 미처 몰랐습니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예, 맹세(盟誓)합니다요!" 형도영은 공명(孔明)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사정 조로 말한 뒤에 장비(張飛)를 향해 통사정(通事情)을 한다.
"장군(將軍)님! 소인(小人)이 잘못했습니다. 말을 잘 못한 제 혀를 차리리 베어버리십시오. 그러나 목숨만 살려주시면 됩니다. 소인은 팔십된 노모와 어린 자식이... "
여기까지 말했을 때 공명(孔明)이 그의 말을 끊고 말한다.
"그만하게!"
"예, 예!..."
"자네의 효심(孝心)이 깊은 것을 봐서 기회(機會)를 주도록 하겠네, 만약(萬若) 우리를 도와 공(功)을 세운다면 장 장군(張將軍)도 용서(容恕)할걸세."
"소인(小人)을 풀어만 주신다면 성(城) 안에서 도와드리면서 유씨(劉氏) 부자(父子)를 붙잡을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요!..."
그 말을 듣고 장비(愚惡)가 우악(愚惡)스러운 말을 해 보인다.
"그 말을 어찌 믿지?"
"정말입니다!... 어찌 장군을 속이겠습니까?..." 형도영(邢道榮)은 장비(愚惡)를 올려다보며 애절(哀切)한 눈빛으로 말하였다.
"아!, 장 장군(張將軍)! 진심(眞心)인 것 같으니 용서(容恕)해 주시지요." 공명(孔明)은 이렇게 말하면서 유비(劉備)를 향(向)한다.
그리고 묻는다.
"주공(主公), 어찌할까요?"
"좋소, 선생(先生) 말대로 합시다."유비(劉備)의 대답(對答)은 짧고 간결(簡潔)했다.
"아! 감사(感謝)합니다. 대인!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형도영(邢道榮)은 연실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感謝)를 표(表)했다.
그러자 공명(孔明)이 즉시(卽時) 명(命)한다.
"여봐라! 형 장군(邢將軍)을 풀어줘라!"
"예!" 형도영(邢道榮)은 그를 끌고 나가려던 병사(兵士)들에 의해 결박(結縛)이 풀어졌다.
장비(張飛)가 그를 향해 묻는다.
"어찌 보답(報答)할 거야?"
형도영(邢道榮)은 유비(劉備)를 애절(哀切)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며 두 손을 맞잡고 말한다.
"오늘 밤 삼경(三更 : 밤11시~ 01시 사이)에 영릉성(零陵城) 성문에 오십시오. 횃불로 신호(信號)하고 성문(城門)을 열어 장군님을 맞이하겠습니다."
"알았네, 여봐라! 형 장군(邢將軍)을 배웅하라."
"예!" 대답(對答)은 공명(孔明)이 하였고 형도영(邢道榮)은 공명의 명에 따라 유비(劉備)의 군영(軍營)을 나와 영릉성(零陵城)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고맙습니다. 대인! 고맙습니다. 장군!" 형도형(邢道榮)은 유비의 군막(軍幕)을 나가면서도 연실 유비(劉備)와 공명(孔明), 장비(張飛)와 조운(趙雲)에게 사례(謝禮)의 말을 해 보였다.
형도영(邢道榮)을 보내 놓고 공명(孔明)을 시작(始作)으로 유비(劉備)와 장비(張飛), 조운(趙雲)까지 형도영을 비웃는 웃음을 한바탕 웃었고, 유비가 유쾌(愉快)한 얼굴로 공명을 부른다.
"선생(先生), 저 자(者)가 실력(實力)도 부족(不足)한데 다가 간사(奸邪)하기가 이를 데가 없구려 방금(方今) 자기(自己) 주인(主人)을 몇 번이나 팔아먹었소? 저런 소인배(小人輩)를 믿어도 되겠소?"
"솔직(率直)히 말해 형도영(邢道榮)은 절대(絶對) 믿을 수 없는 자(者)입니다. 돌아간 뒤에 자신(自身)이 혈(血戰)을 펼쳤고 포위망(包圍網)을 뚫고 살아 돌아온 것이라고 허풍(虛風)을 떨어 댈 것입니다. 우리에게 보답(報答)은커녕 매복(埋伏)을 하고 기다리고 있을 자(者)입니다. 그럼 우리는..."
"역이용(逆利用)하면 되겠구려!"
"그렇지요!"
"음, 좋소! 자룡(子龍), 익덕(益德)! 잘 듣게 솔직(率直)히 말해서 우리가 형,양(荊襄)의 사개 군(四個郡)을 치는 것은 어렵지 않네 한 가지 어려운 일이 있다면 바로 그곳 백성(百姓)들의 민심(民心)을 얻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싸움을 피할 수 있다면 가능(可能)한 피해서 병사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도록 노력(努力)할 것이네. 그래야 민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야. 그러니 명심(銘心)하게 현직(現職) 관원(官員)과 원한(怨恨)을 맺지 말고, 백성(百姓)들의 원망(怨望)을 듣는 일이 없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네개 군(四個郡)을 주공(主公)의 영토(領土)로 보시고 관리(管理)하시려고 하시는군요." 하고 공명(孔明)이 대꾸하였다.
그러자 유비(劉備)가 미소(微笑)를 지으며,
"선생은 역시 내 속을 꿰뚫고 있구려!" 하고 말하며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 하하!...."
한편,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영릉성(零陵城)으로 돌아온 형도영邢道榮)은 태수(太守) 유도(劉度)에게 아뢴다.
"소장(小將)은 일부러 잡혀갔던 겁니다."
"뭐요? 당신(當身)이 일부러 잡혀간 것이라고?" 유도(劉度)의 아들 유현(劉賢)이 놀라며 물었다.
"소장이 출전해서 보니까 적군의 기세(氣勢)가 등등해서 아무래도 강공(強攻)보다는 지략(智略)을 쓰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해서, 장비(張飛), 조운(趙雲)과 교전(交戰)하며 능히 제압(制壓)할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지는 척하며 조운(趙雲)에게 잡혀갔던 겁니다."
"그런 뒤에는?" 태수(太守) 유도(劉度)는 다음 말이 궁금하여 재촉하였다.
"그 후, 유비(劉備)의 막사로 끌려갔는데 유비가 저를 보더니 친히 포박(捕縛)을 풀어주면서 소장에게 고관대작(高官大爵)에 봉(封)해주고 상(賞)을 내리겠다고 회유(懷柔)하면서 자기 친 딸까지 주어서 사위를 삼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성내(城內)에서 내통(內通)을 해달라고 회유했습니다. 그래서 소장은 못 이기는 척하며 응했더니 오늘 밤 삼경에 횃불을 신호로 기습(奇襲)하기로 약조(約條)를 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것을 역이용(逆利用)해서 궁노수(弓弩手)를 집중(集中) 배치(配置)하여 삼경에 성문(城門)으로 들어오는 유비(劉備)와 그의 장수(將帥)들을 쏘아 갈기면 모두 몰살을 면치 못할 겁니다. 이어서 제가 군사를 이끌고 관우(關羽)가 지키고 있는 형주(荊州)를 공격해서 쳐부숴 버리면 형양(荊襄) 구군(九郡)은 주공 손에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음!..." 유도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신음과도 같은 소리를 내었다.
"묘책(妙策)이야, 묘책(妙策)! 유비(劉備)를 아주 보기 좋게 속였구먼!" 유현(劉賢)은 크게 기뻐하다 말고 갑자기 칼을 뽑아 형도영을 겨눈다.
"한데, 이건 우릴 속이려는 수작(酬酌)일 수도 있지!"
형도영(酬酌)은 울상이 되면서 말한다.
"공자(公子)?... 공자께서 소장을 이렇게나까지 의심하시다니 정말 섭섭합니다! 공자, 소장은 지난 십년간(十年間) 주공을 따르면서 한없는 은혜(恩惠)를 받은 몸인데 어찌 주공(主公)을 배신(背信)할 수가 있겠습니까? 만일 제가 주공을 배반(背反)할 마음을 먹었다면 하늘의 천벌(天罰)이 내릴 겁니다."
"음! 형 장군(邢將軍)은 곧은 사람이다. 더구나 형 장군 머리에서 매복(埋伏)을 하겠다는 묘책(妙策)이 나올 리가 없다. 이 계책(計策)은 제갈량(諸葛亮)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분명(分明)하다. 그렇지만 형 장군, 어디 장군의 계획(計劃)대로 해보게!" 마침내 영릉(零陵) 태수(太守) 유도(劉度)의 용서(容恕)와 허락(許諾)이 떨어졌다.
"예! 명에 따르겠습니다!"
이윽고 이날 밤 삼경(三更)이 되어 형도영(邢道榮)은 약속(約束)한 대로 영릉성(零陵城) 성루(城樓)에 횃불을 밝혀 올렸다.
이것을 보고 성문(城門) 앞으로 다가간 장비(張飛)가 성루(城樓)를 향(向)해 말한다.
"형 장군(邢將軍)은 어딨냐? 우리 주공(主公)께서 보자 하신다!"
그러자 성루에서 다음과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유황숙(劉皇叔)은 오셨냐?"
장비(張飛)가 뒤를 돌아다보며 말한다.
"여기 오셨다!" 장비(張飛)의 말과 함께 어둠 속에서 갑옷과 투구를 쓴 유비(劉備)가 나타나 성루(城樓)를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유비(劉備)가 등장하자 성루(城樓) 위에서는 아래를 향하여 소리친다.
"성문을 열어라!"
영릉 성문이 활짝 열렸다.
"가자!"
장비(張飛)는 측근의 정례병(精銳兵)을 데리고 성안으로 말을 달려 들어갔다.
"형도영(邢道榮)은 나와라!" 장비(張飛)가 이렇게 외치자 그와 동시(同時)에 성루(城樓)에서 형도영이 나타나며,
"이 백정(白丁) 놈아 너는 포위되었다. 당장(當場) 말에서 내려 항복(降伏)하라!" 하고 아래를 굽어보며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매복(埋伏)에 걸렸다, 주공(主公)을 보호(保護)하고 철수(撤收)하라!" 장비(張飛)가 짐짓 놀란 소리를 지르며 앞서 성문(城門)으로 들어온 군사(軍士)에게 명(命)하자
형도영(邢道榮)이,
"여봐라! 빈틈없이 포위(包圍)하고 모두 활을 쏘아라!" 하고 명한다.
그와 함께 성루(城樓)에선 성 아래로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장비(張飛)의 군사(軍士)들은 방패(防牌를 쳐들어 화살을 막으면서 순식간(瞬息間)에 성(城) 밖으로 빠져나갔다.
승기(勝機)를 잡았다고 생각한 형도영(邢道榮)은 준비(準備)한 추격군(追擊軍)을 출동(出動)시켰다.
"놈들을 놓치면 안 된다! 빨리 쫓아가라!" 추격 군의 선봉(先鋒)은 영릉(零陵) 태수(太守) 유도(劉度의 아들 유현(劉賢)이 맡았다.
그리하여 어둠 속에서 퇴각(退却)하는 장비(張飛)와 유비(劉備)를 십여 (十餘) 리(里)를 추격(追擊)하였다.
그러나 유비군(劉備軍)의 뒤를 쫓다가 보니 적(敵)의 군사(軍士)는 의외(意外)로 적은 게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란 유현(劉賢)이 말을 멈추는 순간 좌우 숲속에 매복(埋伏)해 있던 조자룡(趙子龍)이 들고일어난다.
"형도영(邢道榮)아! 창(槍)을 받아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형도영(邢道榮)의 목이 조자룡(趙子龍)의 창(槍) 끝에 낙엽(落葉)처럼 날라가 버린다.
그 바람에 유현(劉賢)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사로잡혔다.
"투항(投降)하면 살려준다 무기(武器)를 버리고 말에서 내려라!" 장비(張飛)의 호통으로 우왕좌왕(右往左往)하던 영릉성(零陵城) 병사(兵士)들은 모두 무기(武器)를 버리고 말에서 내렸다.
한편 그 시각(時刻), 유비(劉備)와 공명(孔明)은 바둑을 두면서 영릉성(零陵城) 공격(攻擊)의 결과(結果)를 기다리고
그때 군막 밖에서 말 울음 소리가 들리며 땅을 박차는 발소리가 들리자 공명(孔明)이 손을 멈추고 말한다.
"아, 익덕(益德)이 왔군요. 발소리를 들으니 대승을 거뒀나 봅니다." 그 소리를 듣고 유비(劉備)가 얼굴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핫!.." 장비(張飛)는 웃음소리를 앞세우고 들어왔다.
그리고 두 손을 맞잡고 두 사람을 향하여,
"군사(軍師)! 군사(軍師)의 결정(決定)은 귀신(鬼神)같소! 형도영(邢道榮) 그 머저리 같은 놈이 궁노수(弓弩手)를 매복(埋伏)하여 날 포위(包圍)하지 않았겠소? 행! 한데 그놈이 그런 간계(奸計)를 쓰고 우릴 추격해 오는 바람에 영릉(零陵) 태수(太守) 유도(劉度)의 아들 유현(劉賢)을 사로잡아 올 수가 있었습니다. 하하 하하!..."
"어디 있습니까?" 공명(孔明)이 반색을 하며 일어난다.
"저기 마구간(馬廐間)에 묶어 놨지요."
"어허? 객(客)을 그렇게 대접해서야 되나? 어서 가서 모셔오게." 유비(劉備)가 나서며 말한다.
그러자 공명(孔明)이 말을 이어받으며,
"익덕(益德)! 큰 공을 세웠소. 유현(劉賢)을 잡았으니 영릉(零陵)은 이제 우리 겁니다."
"어?... 무슨 말이오?"
"말씀드렸지만 유도(劉度)는 마음이 약한 자라 독자(獨子)를 자기 목숨처럼 끔찍이 아낍니다. 영릉성(零陵城) 내부의 대, 소사를 모두 유현(劉賢)이 맡고 있으니까요. 두고 보십시오. 내일 아침이면 유도(劉度)가 성문에 투항(投降) 깃발을 내걸고 아들 유현(劉賢)의 목숨과 맞바꾸기 위해 영릉(零陵) 태수(太守)의 인장(印章)을 바칠게 분명합니다."
"저 녀석을 성(城)과 맞바꾼다고요? 헤헤~ 잘 됐군! 잘 됐어!..." 장비(張飛)는 공명(孔明)의 말을 듣고 손뼉을 치며 좋아하였다.
공명(孔明)의 예측은 적중하였다.
날이 밝자 영릉성(零陵城) 성루(城樓)에는 항복을 알리는 백기가 내걸리고 영릉 성주(零陵城主) 유도(劉度)가 성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좌우로 대소신료(大小臣僚)들을 도열(堵列)시키고 유비(劉度)를 맞았다.
유비(劉備)가 말에서 내려 유도(劉度) 앞으로 다가서자 유도가 두 손을 올려 허리를 굽히며 말한다.
"영릉(零陵) 태수(太守) 유도(劉度)가 유황숙(劉皇叔)을 뵈옵니다!"
이와 동시에 영릉성(零陵城) 신료(臣僚)들이 함께 복창(復唱)한다.
"유황숙(劉皇叔)을 뵈옵니다!"
유비(劉備가) 허리를 굽히고 있는 유도(劉度)의 손을 잡아 일으킨다.
"유 형(劉兄)! 예(禮)는 거두십시오. 같은 황족(皇足)의 후예(後裔)끼리 이제야 뵙게 되는군요."
"아이 별말씀을요. 소인이 감히 어찌 유황숙(劉皇叔)과 비교되겠습니까?" 패장 유도는 유비 앞에서 쩔쩔매고 있었다.
장비(張飛)가 뒤를 향해 손짓해 보이자 한 대의 수레가 천천히 다가온다.
그리고 그 안에서 <쪼르르> 달려 나오는 청년 하나가 있었으니 그는 유도(劉度)의 <금쪽같은 내 새끼> 유현(劉賢)였다.
"파파! (죽음의 문턱을 넘다 보니 짱깨가 영어를 씨불였다)"
"살아 있었구나! 으흐흑!...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구나!..."
"아버님! (짱깨가 제 정신을 차렸다) 투항(投降)하십시오."
"오냐, 오냐!..." 유도(劉度)는 뒤로 돌아서 시종이 들고있던 영릉성(零陵城) 태수(太守)의 인장함(印章函)을 받아들고 유비(劉備)의 앞에 보이며,
"죄인(罪人) 유도(劉度)가 여기 영릉(零陵) 태수(太守) 인장(印章)을 바치오니 유황숙(劉皇叔)께서 받아 주십시오!" 하고 말하며 무릎을 꿇어 보인다.
그러자 유비(劉備)는 꿇어앉은 유도(劉度)를 붙잡아 일으키고,
"말씀은 익히 들었습니다. 태수(太守)로 계시는 십 년 동안 백성들은 배불리 먹고 도적들이 난입을 못 했다니 감히 청컨대 유형(劉兄)께서 영릉성(零陵城)을 계속 맡아 태수(太守)로 남아 주십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유도(劉度)가 깜짝 놀라며,
"유황숙(劉皇叔)? 이곳 영릉(零陵)이 외지고 백성도 많지 않지만 그래도 엄연한 일개 군(郡)인데 그냥 이대로 버리려고 하십니까?"
"어렵게 얻은 곳인데 버릴리야 있겠습니까?"
"황숙(皇叔), 그러면 황숙의 친족(親族) 중에 한 사람을 앉히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유형(劉兄)이 바로 제 친족(親族) 아닙니까? 저와 같은 유씨(劉氏)니까요. 유형(劉兄) 외에 그 누가 어울리겠습니까."
"허허 허허... 유황숙(劉皇叔)! 유황숙의 도량 (度量)은 정말 바다보다 넓으십니다. 허허 허허!..."
"허허 허허... 영릉(零陵)에 봉화 주가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이곳 태수(太守)께서 한잔 청해 주시죠. 이젠 배가 고프군요." 유비(劉備)가 공명(孔明)과 장비(張飛), 조운(趙雲)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자 술이라면 사족(四足)을 못쓰는 장비(張飛)가,
"그래야죠. 당장(當場) 갑시다. 한잔해야죠. 술 냄새가 여기까지 나네!" 하고 말하는 바람에 모두가 함께 웃는 중에,
영릉(零陵) 태수(太守) 유도(劉度)가 기쁨에 넘치는 얼굴과 어조로,
"황숙(皇叔), 아니, 아니... 주공(主公)! 자, 자.. 어서 들어가시죠!" 하고 말하면서 앞장서서 유비(劉備) 일행을 성 안으로 안내하였다.
삼국지 - 205회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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