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상권인사동, ‘한국의 얼’ 어디갔나

[제일송팀장.]

돈되는 상권인사동, ‘한국의 얼’ 어디갔나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인사동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전통관광 명소다. 북촌과 종로 사이에 위치한 인사동에 들어서면 누구나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전통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인사동에는 악세사리 등을 판매하는 관광상품점, 옷가게, 화장품 점 등의 상업성이 짙은 점포들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전통거리에 있어야 할 화랑, 필방, 표구점 등이 건물 2, 3층이나 이면도로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사동 메인거리에는 정작 있어야 할 전통상점들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지만 거리에 있는 상점들은 길거리 관광상품점들이 대부분이다. 점포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대료가 오르자 화랑, 공방, 표구사, 필방 등 전통업종들은 메인거리에서 자리를 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인사동 길에서 30여년간 표구점을 운영한 A씨는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된 후 관광객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건물 전체를 임대해 술집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곳에 있던 전통업종 상인들은 2~3배 부르는 임대료를 감당 못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종로구는 지난 1월 인사동 문화지구의 보존과 효율적 관리를 위해 ‘인사동 문화지구 관리계획’ 내용 일부를 변경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사동 길에는 화장품점·제과점·중국집·마사지점·이동통신제조판매업(대리점 포함)·의료유사업(침구사·접골사 등)·학원·안경점·고시원 등이 신규입점할 수 없게 됐다. 스카이데일리가 인사동 길을 찾아 점포들의 변화, 상인들 반응, 부동산 시세 등을 취재했다.

 

 ▲ 국내외 관광객들이 전통거리로 유명한 인사동길을 즐겨 찾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한국적인 거리로 알려진 인사동에는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하지만 인사동길 주요거리에는 화랑, 표구점 등 전통업종들이 눈에 띄지 않은 채 화장품, 관광상품점, 주점 등의 상업성이 짙은 점포들이 즐비한 상황이다. 사진은 인사동 상권 위치도(상) 및 인사동길 전경. ⓒ스카이데일리

서울에서 가장 한국적인 전통거리로 알려져 있는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는 화장품, 관광상품점, 옷가게 등이 적지 않게 입점해 전통특색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상업성으로 인해 임대료까지 올라 진짜 있어야 할 화랑, 공방, 표구사, 필방 등 전통업종들은 2, 3층으로 이동하거나 이면도로로 밀려나고 아예 인사동을 떠나는 전통점포들이 늘고 있다.

 

3일 인사동 인근 부동산 및 이곳 상인 등에 따르면 최근 10년사이 인사동 문화의 메인거리 내 전통업종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문화 중심지 역사 간직한 ‘인사동’

 

인사동은 조선시대부터 예술문화의 중심지였다. 인사동 이웃 견지동에 자리하고 있는 조계사 인근에는 조선시대 화가를 양성하는 도화서가 있었다. 도화서에서 화가를 선발하는 시험이 치러지자 자연스럽게 지필묵을 파는 가게들이 생겨났다.

 

 ▲ 인사동 역사는 과거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사동 내에는 조선시대 화가를 양성하는 도화서가 자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지필묵을 파는 가게들이 생겨났다. ⓒ스카이데일리

일제강점기부터는 이곳에 골동품 상점들이 들어섰다. 1970년대에는 화랑, 표구점, 필방 등 미술품 관련 상점들이 집중적으로 점포를 열기 시작했다. 인사동은 이후 1980년대부터 국내 전통미술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서울시는 지난 1988년 인사동을 ‘전통문화의 거리’로 지정한데 이어 2002년 4월 제1호 문화지구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인사동의 핵심 거리는 조선시대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길이 700미터의 인사동 길이다. 지난해 인사동길 하루 유동인구는 평일 3만~5만명, 주말과 공휴일에는 7만~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광객들 찾지만 전통업종과 무관한 곳 많아

 

유동인구는 낮 12시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오후 7시에 정점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인사동 상권은 안국역, 종각역, 종로3가역 등에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교통접근성이 뛰어난 곳으로 꼽히고 있다.

 

 

 ▲ 인사동은 인근 안국역, 종각역, 종로3가역 중심에 위치해 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 중 대표적인 명소인 인사동은 일평균 외국인 관광객이 약 6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찾고 있는 배경은 인사동이 화랑, 필방, 표구점 등 전통상권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사동길에 이 같은 전통업종은 대부분 이면도로로 밀려났거나 2, 3층에 자리하고 있다는데 있다.

 

지난 1997년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되자 증가하는 관광객들로 인해 점포가 늘고 덩달아 임대료가 증가하면서 전통업종들은 밀려난 것이다.

 

전통업종들, 임대료 감당 못해 주요 거리서 내몰려

 

인사동 길에서 30여년간 표구점을 운영한 A씨는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된 후 관광객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포주들 중에는 건물 전체를 임대해 술집을 차리기까지 했다. 그곳에 있던 전통업종 상인들은 2~3배 부르는 임대료를 감당 못해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10년 전만해도 1층 거리에는 표구점이 28곳 있었다. 현재 1층 거리에 사람들이 구경하는 것은 정체불명의 악세사리, 옷, 화장품가게 등이다”고 쓴 소리를 했다.

 

 

 ▲ 인사동길 내 전통업종들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건물 2, 3층 또는 이면도로로 내몰렸다. ⓒ스카이데일리

실제 인사동 거리에는 네이처리퍼블릭, 스킨푸드, 에뛰드하우스, 아리따움 등 화장품업종들이 즐비하다.

 

또한 간판은 화랑, 표구 등으로 적혀있지만 내부에는 관광용품을 파는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이면도로에 자리한 한 화랑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미술품 전시와 함께 개량한복을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종로구, 화장품·제과점 등 신규입점 금지시켜

 

C 화랑 관계자는 “매출이 안 나와 자구책으로 개량한복을 팔고 있다. 더한 문제는 이 자리에 호텔을 건립한다고 한다. 오랫동안 전통문화 계승을 위해 전통업종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내몰리게 됐다”고 토로했다.

 

 

 ▲ 인사동길 내에는 화랑, 표구점 등이 지속적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화장품, 제과점 등이 들서며 전통거리 특색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종로구는 지난 1월 ‘인사동 문화지구 관리계획’ 내용 일부를 변경해 발표했다. ⓒ스카이데일리

30여년 동안 한국화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전시하는 70대 S 화랑 B 대표는 “작년과 재작년 적자가 1억5000만원이다. 몇년전 2층에 있다 지금은 4층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각종 편의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인사동의 정체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을 받자 올해부터 인사동 내에 화장품, 제과점 등을 들어올 수 없게 조치하기는 했다.

 

구는 지난 1월 인사동 문화지구의 보존과 효율적 관리를 위해 ‘인사동 문화지구 관리계획’ 내용 일부를 변경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인사동 길에는 화장품점·제과점·중국집·마사지점·이동통신제조판매업(대리점 포함)·의료유사업(침구사·접골사 등)·학원·교습소·안경점·고시원 등이 신규 입점할 수 없다. 하지만 기존에 이미 전통의 의미와는 무관한 상업성 짙은 점포들이 대거 들어와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인사동길 12평 기준 월세는 500~600만원, 보증금 6000만원, 권리금 2억2000만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2층 15평은 월세 200만원, 보증금 3000만원, 권리금 3500만원, 2층 36평은 월세 390만원, 보증금 4000만원, 권리금 6000만원 가량을 나타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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