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나를 몰아세우던 목소리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잔인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일이.
브로콜리 펀치, 이유리
나는 어쩌고 싶은 걸까. 계속하고 싶은 걸까, 그만두고 싶은 걸까. 계속하면 어떻게 되고 그만두면 어떻게 되나. 안으로 깊어지지도, 바깥으로 넓어지지도 못한 채 고이고 고여 단단해지는 그런 생각들을 알처럼 품다가 잠들곤 했다.
일기, 황정은
오랫동안 이 말을 마지막 인사로 써왔다. 불완전하고 모호하고 순진한 데다 공평하지 않은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늘 마음을 담아 썼다. 당신이 내내 건강하기를 바랐다. 지금도 당신의 건강, 그걸 바라고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우리가 각자 건강해서, 또 봅시다. 언제고 어디에서든 다시.
여자들의 사회, 권김현영
여성이 팀의 일원이 아니라 팀 그 자체로 등장한 게 중요한 이유는 여성이 집단으로 등장해야 비로소 개인으로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사회에서 여자들은 웃고 울고 싸우고 경쟁하고 좌절하고 실망하면서 인간으로서 폭넓은 잠재성을 가진 복잡한 존재임을 드러낼 기회가 생긴다. 그런 모습이 드러날수록 여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강박도 규범도 더 가벼워질 수 있다. 여자의 적이 여자는 아니며, 여자들이 무조건 서로 친구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남성과의 관계에서만 여성의 이름과 역할이 부여되는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는 여자들의 사회에 대한 해석과 재해석이 넘쳐날 것이다.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반쯤 넘어진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아, 당신처럼, 살고 싶어서 너를 떠나는 거야. 사는 것같이 살고 싶어서.
새 마음으로, 이슬아
계절이 바뀌고 해가 지고 해가 뜨고 아침마다 집에 빛과 바람이 든다는 사실에 언제까지나 놀라고 싶다. 새 마음으로. 새 마음으로.
날마다 만우절, 윤성희
엄마, 눈 한 번 깜빡일 시간에 빛이 지구를 일곱 바퀴나 돈대. 딸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눈을 감았다 뜨곤 했다. 눈 깜빡할 시간. 그 시간에 빛이 지구를 몇 바퀴나 돈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고민은 하찮게 느껴진다고 했다.
내가 되는 꿈, 최진영
해결될 일이라면 걱정하지 말고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면 걱정하지 말자.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지금과 같은 나를 상상한 적도 없다. 과거가 아깝다. 살아갈 날보다 내가 분명히 살아온 지난날이 너무 아까워. 겨우 이렇게 되려고 그렇게. 아무도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남이 될 수 없다.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자칫하면 나조차 될 수 없다.
- 한국 여성작가의 책 여덟 권을 모았어 책과 함께 2022년, 더 풍성하게 보낼 수 있길 바라
첫댓글 동시대 여자작가들 개좋아진짜 다들 천재
종이책 좋아해서 종이책이지만….!! 최은영작가 내무사 정말정말 좋아하는 책이라 밝은밤도 샀당!!! 지금 읽는책 다 읽고 볼거야 ㅠㅠ기대돼
꼭꼭 읽어볼게 고마워🫶🏻
고마워 꼭읽어봐야지
고마워 읽어볼게!
헉 황정은 에세이?! 다재밌겟다
차근차근 하나씩 읽어야겠다! 고마워👍🏻
일기, 작별하지않는다, 내가되는꿈 읽었네 셋 다 좋았어~
다 너무 좋다 고마워 하나씩 읽어볼게!
가볍게 다시 책읽기 시작하고싶었는데 마침 추천이 올라왔네 고마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