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폭포가 된 것처럼 무언가가 조각나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늙은 여자가 아래로 내려가는 나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사이는 멀어지면서 낮아졌다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이 보였다
계단은 어디에서나 나타났다
어린 시절 다락방 올라가듯 숨죽여 오르던 할머니네 난간
백 개가 되기 전에 후다닥 사라지곤 하던 교내의 계단
불규칙한 높이로 근육을 잡아당기던 추락들과
손가락 사이로 떨어지며 계단을 만드는 모래알들
계단 위에서 폭포가 되고
폭포 속에서 계단을 찾는 사람
저린 두 다리를 안고 지나온 낙차를 생각한다 무턱대고 쌓아 온 것들
과 한순간에 무너지던 일기장에 대해서, 새들의 손짓을 읽고 싶어졌다
날개에 숨긴 작고 높은 규칙의 계단들이 흰 무늬로 새겨져 있었다 폭포
의 포말처럼 쏟아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모든 날개에서 쏟아지는 폭포
의 포말처럼 쏟아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모든 날개에서 쏟아지는 작고
힌 계단들이었다
일주일은 신이 오르고 쌓고 부수는 계단, 다 오른 계단 끝에서 떨어지
면서 꿈은 끝나고 그 주의 월요일이 시작되고,
끝장을 모르는 계단 어디에선가 끊어짐을 예비하며 또 다른 계단을
궁리하며
또는 흘러내림으로써 높아지는 모래알들처럼
나선형의 날갯짓처럼
굴러 떨어지는 수많은 꿈들과, 화들짝 깨어날 때 발바닥에 새겨진 작
고 높은 규칙의 흰 자국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