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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평화재단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하루 종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심포지엄과 기념식에 참석하며 평화재단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했습니다.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오전 8시에 백범김구기념관으로 출발했습니다.
스님이 백범김구기념관에 도착하자 오늘 기념식에 참석하는 주요 인사들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백범 김구 묘소로 걸어갔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한평생 헌신한 백범 선생의 뜻을 기리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평화재단 20주년 기념식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백범 김구 묘역 참배
묘소 앞에서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두 줄로 선 후 흰 장갑과 국화를 손에 들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묘역으로 올라갔습니다.
스님은 묘역에 도착해 백범 선생의 묘 앞에 국화를 바치며 마음을 모았습니다. 참석자들도 차례로 헌화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대표로 분향을 하며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국민의례와 묵념을 하며 선열들의 뜻을 되새긴 후 묘소를 배경으로 스님의 인사말을 했습니다.
“평화재단을 창립할 시기에는 아직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국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이었습니다. 그때 저의 생각은 이러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패권 경쟁을 하기 전에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 만약 이 기회를 놓치게 되면 한반도의 통일은 고사하고 평화도 지켜내기가 어렵겠다.’
각계각층의 마음을 모아서 미국과 중국을 방문하여 의견을 교환하고, 일본까지 가서 사람들을 만나는 등 평화재단을 시작할 때 발걸음은 빠르고 분주했습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나 놓고 보니 예측은 옳았으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은 부족했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들의 실천 역량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측면으로 볼 때 지금 한반도가 전쟁 위기 사태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깊은 자책감을 갖게 됩니다.
오늘 평화재단 창립 20주년을 맞으면서 지난 시간을 반성하는 마음이 큽니다. 1940년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을 때 우리는 ‘독립의 꿈은 이제 끝났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독립을 포기하고 전향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때 태평양 전쟁이 발발할 때조차 주저앉지 않고 독립운동을 더욱 굳건하게 해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는 원리를 잘 몰라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들도 똑같은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미중 패권 경쟁과 남북 갈등으로 ‘통일은 끝났다’ 하고 생각하는 이 시점이 어쩌면 평화와 통일의 문 앞에 와 있는 때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 희망을 갖고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어 보면 좋겠습니다. 한반도에 절대로 전쟁은 안 된다는 각오와 다짐을 하고, 그런 평화를 딛고 오랜 숙원인 통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20주년이 있기까지 함께 이 길을 묵묵히 걸어오신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님의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 함께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평화재단의 20년 역사를 축하하며 한마음으로 환하게 웃었습니다.
참배를 마치고 스님과 참석자들은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하기 위해 천천히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1부 국제 심포지엄 : 세계 평화
오전 10시부터 대회의실에서는 ‘세계 평화’를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등 각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세계 평화와 국제 질서의 다극화, 분쟁 확산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심포지엄의 문을 열며 토론의 주제를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과거와 다르게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화가 단순히 나라와 나라, 사람과 사람과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도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과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그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팬데믹이라고 하는 큰 과제를 던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힘을 합쳐도 해결이 될까 말까 하는데 오히려 코로나 팬데믹 때 우리가 봤듯이 각 나라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류의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각 나라의 상황과 최근에 등장하는 지도자들을 볼 때 나라와 나라가 서로 협력해서 평화를 지켜내고 인류의 공영을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쪽으로 점점 강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어떻게 평화를 유지할 것인가?
특히 이번에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앞으로의 세계는 좀 더 불확실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세계적인 분쟁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정반대의 전망이 현재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어떻게 우리가 세계 평화를 지켜낼 것인가?’에 대해서 여러분들께서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함께 경청하겠습니다.”
첫 번째 발표는 데릭 그로스먼 박사(Derek Grossman, RAND Corporation 선임 국방 분석가)가 맡았습니다. 그는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다극화된 세계 질서에서 강대국 간의 경쟁이 새로운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을 분석했습니다.
“남중국해는 글로벌 다극화 시대의 주요 갈등 지역으로, 강대국과 신흥국 간 협력과 갈등이 교차하는 곳입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90%에 주권을 주장하며, 인공섬을 군사화해 주변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의 ‘십단선’ 주장이 필리핀과 베트남의 주권을 침해하며, 군사적 확장이 국제법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강압적 활동을 억제하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 발표는 나루시게 미치시타 교수(Narushige Michishita,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교 부총장)가 진행했습니다. 그는 한반도와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국제 안보 환경과 일본의 대응 전략을 분석했습니다.
“중국의 국방비 증가는 역내 안보 균형을 위협하고 있으며, 일본은 이를 대응하기 위해 국방 예산을 증액하고,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는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미국과 일본의 방위 자원을 분산시키고, 중국이 이익을 얻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세 번째로 주펑 교수(Zhu Feng,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는 현재 국제 질서에서 다극화 가능성과 중국의 역할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세계는 다극화로 나아가는 중이지만, 여전히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가 강력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에 대한 균형을 맞추기 위한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는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여전히 강력하지만, 중국은 군사 현대화를 통해 균형을 맞추려 노력 중이라고 설명하면서 강대국 간의 경쟁이 과잉 반응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지적하고, 협력을 통해 국제 사회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 발표는 스와란 싱 교수(Swaran Singh, 뉴델리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가 맡았습니다. 그는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선 성공이 세계 평화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분석하며, 다자주의 기반의 쇠퇴를 경고했습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주요 국제 협약에서의 탈퇴를 가속화하며, 다자간 기구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후퇴할수록, 인도와 같은 중견국은 세계 평화와 번영을 재구성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인도와 같은 중견국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며, 국제 평화를 재구성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스님은 발제자들의 논의를 경청하며, 국제 사회에서의 협력과 상생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어서 한국 패널들이 발제를 듣고 한 명씩 돌아가며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패널들은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질서와 중·러 연합 간의 경쟁을 설명하며, 트럼프 재선이 국제 사회에 미칠 불확실성을 경고했습니다.
이수형 박사는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구상이 중국 봉쇄를 위한 전략적 계산임을 강조했으며, 남기정 교수는 북러 협력이 북한의 경제적 재기를 돕고 지역 역학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국제 질서가 무극화 상태로 전환되면서 분쟁이 확산되는 위험을 우려했고, 민정훈 교수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와 비개입주의로 인한 힘의 공백을 우려했습니다.
해외 발표자들은 다극화 시대에서 중견국과 강대국의 역할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스와란 싱 교수는 인도의 사례를 통해 중재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이 쿼드(QUAD)와 브릭스(BRICS) 참여를 통해 국제적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음을 언급했습니다. 주펑 교수는 중국이 세계 중심 역할보다 경제 발전과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북러 군사 협력이 중국의 전략적 입장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나루시게 미치시타 교수는 한미일 협력이 북한 억제뿐만 아니라 대만해협의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했으며, 데릭 그로스먼 박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국제사회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습니다.
황재호 교수는 종합토론을 마무리하며 미국의 양극화가 국제 사회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한국이 다극화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규범과 표준을 수립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대국 간 경쟁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과 명확성을 조화롭게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국제 사회의 도전과 협력에 대해 논의하면서 평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1부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바로 옆 강당에서 참가자들과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2부 심포지엄 : 한반도 평화
오후 1시부터는 세계 평화에 이어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2부 심포지엄이 이어졌습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의 발제로 시작하여, 이혜정 교수(중앙대학교), 함형필 박사(한국국방연구원), 이정규 전 스웨덴 대사, 문성묵 박사(한국국가전략연구원)가 참여하는 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전봉근 교수는 한반도가 강대국 경쟁의 단층선 위에 놓여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강조하며, 남북관계 및 북미·북일 관계의 난제를 분석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대국의 경쟁 속에서 한반도는 끊임없이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지정학적 비극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는 자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을 통해 이 위기를 타개해야 합니다. 정권마다 대북 정책이 바뀌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생존을 위해 일관된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는 과거 대북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던 점을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적 합의와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조 발제를 듣고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이혜정 교수는 남북 간 상호 신뢰 구축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외교 전략에서 경제와 기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정학적 갈등을 넘어서기 위해 경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며, 기술 협력은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함형필 박사는 북핵 문제와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며, 강력한 억제력과 군사적 명확성을 기반으로 한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우발적 충돌이나 의도적 도발은 언제든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한미동맹의 신뢰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정규 전 스웨덴 대사는 핵 억제력 확보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이를 통해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핵 억제력은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문성묵 박사는 북한의 비핵화와 강력한 억제력을 병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비핵화는 어려운 과제이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과 강력한 억제력을 동시에 강화해야 합니다.”
또 이수형 박사는 한국의 안보 자율성을 강조하며, 전시 작전권 회수와 재래식 전력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필요성을 지적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전시 작전권을 갖지 못한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전시 작전권도 갖지 못한 나라가 핵무장화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재래식 전력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능력을 갖춘 뒤 동맹을 활용해야 합니다.”
배기찬 박사는 주한미군 주둔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언급하며 다양한 협상 전략을 제안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과도한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사회자인 고경빈 박사는 토론을 마무리하며, 평화재단과 한반도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평화재단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날, 우리는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20년 전에 우리가 처한 환경과 과제를 비교했을 때 오늘 논의했던 내용들은 좀 더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침울하게 합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평화재단은 고민할 게 많고, 과제가 늘어서 좋겠습니다. 평화재단의 과제들을 다시 확인하면서 2부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2부 심포지엄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도전과 해법을 모색하며 다양한 관점을 공유한 의미 있는 자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잠시 휴식을 한 후 3부에서는 좌담회를 이어갔습니다.
3부 좌담회 : 평화재단 20년 성찰과 과제
오후 3시부터는 ‘평화재단 20년 성찰과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시작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조민 전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평화재단 20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라며 좌담회의 의미를 소개했습니다. 심포지엄에는 윤여준 전 장관, 김홍신 작가, 고경빈 평화재단 연구위원장, 조성렬 교수, 이태호 소장,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 등 평화재단과 함께 해온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습니다.
먼저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한반도의 도전과 기회를 살펴본 후 평화재단의 지난 20년을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전문가들의 토론 내용을 경청한 후 스님도 평화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처음에는 남북 관계의 갈등이 심했습니다. 그러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관계의 긴장이 조금 풀어지고, 평화적인 협력 관계가 맺어졌습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말기부터 김대중 정부 내내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르는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 사회가 붕괴되고 거의 해체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저는 평화와 인권을 떠나서 인도적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이곳저곳을 다니며 울며불며 호소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대량 아사를 막기 위해서 동분서주했고, 아무런 연고가 없었던 미국에 가서 관계자들을 만나 호소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시작될 수 있었고, 2000년대 초반에 북한 주민의 대량 아사는 어느 정도 멈추게 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난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그때 두 가지를 느꼈습니다.
첫째, 북한의 인권 문제와 식량 문제는 인도적 지원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의 인권이나 식량위기보다 그들의 안보가 더 우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다만 임시 처방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이 되어야 인도적 지원도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고, 인권은 개선될 수 있고 향후 지속 가능한 시스템도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이 일을 계기로 미국 조야를 방문하면서 두 가지 좋은 점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미국에서는 안보 문제 전문가가 의회나 행정부와 같은 정부기관에서 일을 하다가 나오게 되면 싱크탱크라는 민간 기관으로 옮겨서 같은 업무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정부기관에 참여해서 일을 했습니다. 이렇게 민(民)과 관(官)이 순환하는 시스템을 미국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정부 기관과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점심시간에 간단한 도시락만 하나 제공하면 CIA에서도 오고, USAID(국제개발처)에서도 오고, 국방부에서도 오고, 싱크탱크에서도 오고, 하원에서도 오고, 상원에서도 와서 오늘 우리들처럼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듣고 질문을 하고 각자 자리로 돌아가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이런 두 가지 좋은 점은 한국에는 없는 것이어서 우리도 그들의 좋은 점을 배우면 민과 관, 또는 관과 관 사이에 상호 협력체제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에 돌아와서 우리 사회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 108명을 선정하여 3개월 간 만나러 다녔습니다. 그때 호응을 해주신 분들과 함께 힘을 모아 평화재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평화재단을 창립하고 나서 초기에 우리의 목표는 우리가 제안하는 살아있는 정책을 정부가 수용해서 미중 패권 경쟁이 시작되기 전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미중이 패권 경쟁을 하게 되면 과거처럼 남한은 미국의 편이 되고, 북한은 중국의 편이 되어 통일은커녕 평화도 지키지 못하고 전쟁의 위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 중국을 방문하여 정책 교류를 하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005년 9.19 합의 때는 제가 디트라니 북핵 특사를 만나서 제안했던 것들이 어느 정도 그들에게 받아들여져서 추석 아침에 ‘스님이 준 조언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하고 메일을 보내오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초기에는 어느 정도 활성화가 잘 되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간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것을 일부 차단하다 보니까 미국 정부와의 관계가 잘 작동하지 않게 됐습니다. 미국 인사들과의 만남이 개인적인 인맥만 유지되었지 정부 기관 간의 협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서 활동이 조금 위축되었지만, 저희들은 그 시기에 평화운동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 보자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여 평화교육원을 설립했습니다.
그 이후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와의 협력이 더욱 차단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약간의 방해를 받는 정도였지 정부와 대화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평화재단이 정부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많이 떨어지게 되었고, 그 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는 민간의 인재를 정부가 데려가서 정부 사업으로 하는 바람에 민간의 활동이 오히려 위축되는 결과가 생겼습니다. 보수 정부는 아예 남북관계를 단절해 버려서 민간 활동을 할 수가 없었고, 진보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다 해버리니까 민간 활동의 영역이 갈수록 축소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평화재단이 다른 단체와 다른 점은 재정을 통해 운영하는 단체가 아니고 전부 자원봉사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고, 평화를 위하는 헌신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을 해왔는데, 많은 연구위원 분들이 이에 동의하여 희생적으로 참여를 해주셨기 때문에 평화재단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해결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시작을 했다면, 지금은 ‘암담한 상태에서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릴 것이냐’ 아니면 ‘암담한 지금 이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다시 일어설 것이냐’ 하는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트럼프 2기 출범이 한반도 평화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
저는 트럼프 당선인이 하고자 하는 일들이 지금까지 미국이 세운 기존 질서를 미국이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소위 진보라고 부르는 민주화의 큰 물결, 그리고 국제 협력, 나아가서는 세계화라고 부르는 시대적 흐름을 모두 미국이 주도해서 만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로 미국 안의 생산력이 다 외국으로 나가게 되었고, 미국은 주로 금융 자본주의만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미국은 기존 질서가 본인들에게 손실이 된다고 생각해서 기존 질서를 허무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질서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은 상황이 예측불허라고 할 정도로 혼란스럽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긍정적으로 보는 점은 기존 질서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해결을 할 수 없었던 문제의 경우에는 오히려 기존 질서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북 문제와 북미 문제가 바로 거기에 해당이 됩니다. 우리처럼 기존 질서 안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기회인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트럼프의 1기 집권 때도 상황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관점에서 추이를 지켜봤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되는 트럼프 집권 2기는 1기보다 변화가 조금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트럼프 2기에 대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과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우리나라가 기존 질서에서 이익을 보고 있던 문제는 손해가 덜 발생하도록 이를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 것인지입니다. 둘째, 기존 질서에서 해결을 못했던 문제를 이 기회를 통해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입니다. 외교와 안보는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사안인데, 지금 우리나라는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민간이 외교와 안보를 주도적으로 맡을 수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나라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트럼프 정부 때 제가 미국에 가서 했던 얘기가 미국은 ‘아메리카 퍼스트’라고 하면서 계속 ‘차이나 퍼스트’ 정책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대북 문제는 결과적으로 더 그랬습니다. 저는 미국이 중국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삼는다면 러시아를 굳이 적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를 적대하게 되면, 러시아와 인도, 러시아와 튀르키예, 러시아와 중동의 관계가 긴밀하기 때문에 이런 나라들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서 국제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봉쇄 조치가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을 좀 풀게 되면 오히려 인도까지도 중국을 견제하는 데에 더 협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휴전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전쟁의 판도가 어느 한 나라로 기울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자꾸 옳고 그름을 따져서는 안 되고, 일단 전쟁을 중지하고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6.25 전쟁 때도 이승만 대통령이 끝까지 반대해서 휴전 사인을 하지 않았듯이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일단 휴전을 하게 되면 북한 군인의 파병이나 북러 군사협력은 주춤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다음 순서로 북미 간의 대화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과 미국의 외교관계 정상화는 일본과 북한의 외교관계 정상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의 노력보다는 국제 정세의 변화로 인해서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회가 왔을 때 민간 차원에서든 정부 차원에서든 그 기회를 살려서 남북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평화재단에서도 많은 제안과 연구를 해나가겠습니다.
지금 평화재단이 어떤 역할을 하기에 마땅치 않은 입장에 놓여 있지만, 앞으로의 국제 정세 변화를 잘 살펴서 다시 한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평화재단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사회 원로 분들과 전문가들이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윤여준 전 장관은 평화재단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높이 평가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재단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남북관계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과 북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지금, 민족 공조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습니다. 이 상황에서 평화재단 같은 민간 조직이 중심을 잡고 국민들에게 미래의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스님께서 이 역할을 계속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김형기 전 차관은 평화를 농사에 비유하며, 지속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평화는 그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농사를 짓듯이 한 땀 한 땀 정성과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평화재단이 걸어온 길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앞으로도 평화를 ‘짓는’ 일을 멈추지 않길 바랍니다.”
김홍신 작가는 인류의 갈등과 전쟁 역사를 돌아보며, 평화재단의 역할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만성적인 울분 상태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쟁이라도 나서 함께 죽기를 바라던 시대적 고통이 있었습니다. 평화재단은 지난 20년간 이러한 분열과 갈등 속에서 사랑, 용서, 평화의 가치를 전하며 어두운 시대를 밝히는 등불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그 길을 걸어주길 바랍니다.”
윤수경 평화재단 여성 리더십 아카데미 대표는 법륜스님과의 첫 만남과 평화에 대한 꿈을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스님께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알리기 위해 단식하셨던 모습을 뵙고 깊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이런 꿈을 꿉니다. 언젠가 세상 사람들이 ‘저 태평양 연안의 조그마한 나라가 정말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하고 말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 중심에 평화재단과 법륜스님이 계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고경빈 평화재단 연구위원장은 남북관계의 역사적 맥락을 짚으며 평화재단의 역할을 격려했습니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베트남에 해외 파병을 한 지 60년 되는 해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북한이 러시아에 해외 파병을 했습니다. 비극적인 역사의 반복 속에서도 평화재단은 지속 가능한 평화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을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조성렬 교수는 초창기 평화재단의 활동을 회고하며 민간 싱크탱크로서 평화재단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민간의 영역이 축소된 지금, 평화재단이 대안적인 정책을 제시하며 민간 싱크탱크의 역할을 지속해 주길 바랍니다.”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은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제안했습니다.
“한국은 평양과 워싱턴, 그리고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 저궤도 위성 같은 신산업과 협력하며 경제적 연대를 구축하고, 남북 간 실질적인 평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태호 소장은 평화재단의 젊은 세대와의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며 새로운 비전을 제안했습니다.
“평화재단은 20년간 깊은 뿌리를 내렸습니다. 이제는 젊은 세대와 글로벌 청년들과 협력하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때입니다. 국제 사회에서 평화와 통일 문제를 문화적 접근으로 풀어갈 가능성을 모색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좌담회를 마무리하며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동안 수고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역전의 용사들이 앞으로 다시 뜻을 모아서 옛 인연을 이어서 계속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20년 동안 똑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다 보니까 예전에는 머리가 다 검었는데 지금은 머리가 하얗게 변했습니다. 앞으로 젊은이들이 조금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그렇게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참석자들은 평화재단의 새로운 도약을 함께 응원하며 스님의 말씀을 끝으로 좌담회를 마무리했습니다.
4부 평화재단 창립 20주년 기념식
오후 5시부터는 평화재단 20주년 기념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평화재단과 함께 해온 사회인사 150여 명이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 자리했습니다.
스님은 바쁜 가운데 평화재단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발걸음을 해준 사회인사 분들을 정성껏 맞이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바쁘신데 와주셔서 감사해요.”
“당연히 와야죠. 축하드립니다.”
먼저 뷔페식으로 다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테이블별로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은 후 참석한 내빈들 모두가 무대 앞으로 나와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사회는 김병조 선생님이 해주었습니다.
“역사적인 평화재단 20주년을 맞아 감개무량합니다. 그럼 평화재단 20주년 기념행사를 우렁찬 박수로 시작해 볼까요?”
기념식의 첫 순서로 평화재단 이사장인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세월이 빠르게 느껴지네요. 평화재단을 창립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그때 우리가 한반도의 미래 정세를 예측한 것은 맞았지만, 실제로 변화를 시키지 못했고, 그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돈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뜻을 모아서 한번 해보자
처음에는 우리 사회의 원로들과 전문가 108명을 선정해서 제가 3개월간 한분 한분 다 만나러 다녔습니다. 그 가운데 윤여준 전 장관님도 계셨는데요. 그때 제가 윤 장관님에게 대뜸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경력을 보니까 굉장합니다. 기자 출신에다가 국정원 출신에다가 외교관 출신에다가 청와대에 있었고 장관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다 국가의 녹을 받고 일했더군요. 국가의 녹을 받고 일했으니까 당신이 한 그 모든 경험이 당신 개인의 것이 아니고 국가와 국민의 것이 아닌가요? 은퇴했다고 그 경험을 사장시키면 안 됩니다. 그동안 월급 받은 것을 토해내지는 못하더라도 당신의 경험은 토해내 주십시오. 향후 10년간은 무료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스님이니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겠죠. 다른 사람이 이런 얘기를 했으면 아마 귀담아듣지도 않으셨을 겁니다. 제가 그렇게 당돌하게 얘기해서 윤여준 장관님을 초대 평화재단 연구원 원장님으로 모셨습니다. 그 후 경험과 재능을 가진 분들을 한분 한분 모시면서 이렇게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가 돈을 받고 연구를 하지 말고, 뜻을 모아서 한번 연구해 봅시다. 개인에게는 이익이 안 돌아가더라도 이 일을 하는데 드는 경비는 부담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평화재단의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는 정부가 평화재단의 정책 제안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고, 워싱턴 D.C에서도 미국 의회, 국무성, 싱크탱크를 운영하는 전문가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평화재단과 많은 교류를 했습니다. 그때 저희들은 ‘중국이 G2로 성장하기 전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통일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한번 해보자’ 이렇게 야심찬 꿈을 가졌습니다.
20주년 기념식이 부끄럽고 죄송한 이유
지금 지나 놓고 보면 다 맞는 얘기예요. 그런데 그걸 내다보는 눈은 있었는데 그것을 만들어낼 역량이 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통일의 꿈은 고사하고 내일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주년 기념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매우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20년이 됐으니까 한번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겠다 싶어서 이렇게 20주년 기념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10년간은 활발하게 활동을 했지만, 그 후 10년은 활동이 조금 위축되는 시기를 보내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오늘 20주년을 기해서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만큼은 우리가 어떻게든 실현해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가 지난 반세기 넘게 일궈놓은 경제와 민주주의 그리고 한류, 이 모든 걸 잃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정치적인 통일은 다음 세대에 넘기더라도 적어도 교류와 협력은 할 수 있는 남북관계를 만드는 것까지는 우리가 해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오늘 기념식에 사회 원로분들, 종교계 어르신들, 그리고 여야 정치인들을 비롯해서 시민사회의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어요. 이 자리를 빌려서 평화재단이 다시 한번 발심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이어서 참석한 내빈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년간 평화재단이 걸어온 길에 수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먼저 평화재단 20년이 있기까지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준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상근활동가, 고문과 지도위원들을 영상으로 소개했습니다.
화면에는 한 명도 빠트리지 않고 수백 명의 이름이 빼곡하게 채워져서 지나갔습니다.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이어서 현장에 참석한 내빈들을 스님이 직접 소개했습니다. 사회 원로 분들을 먼저 소개하고, 이어서 종교인, 평화재단 지도위원, 전문가들을 소개했습니다.
전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하여 많은 정치인들이 참석했습니다. 한 명씩 호명할 때마다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평화재단 연구위원, 기획위원, 이사, 감사, 평화리더십아카데미와 여성리더십아카데미 동문회, 평화재단 통일의병, 행복운동특별본부, 정토회, JTS, 그리고 오랫동안 평화재단을 후원해 온 분들, 그동안 상근활동가로 봉사한 경험이 있었던 분들, 현재 상근활동가로 봉사하는 분들, 오늘 행사장 곳곳에서 봉사하는 분들까지 소개하자 점점 더 박수와 함성이 커져 나갔습니다.
다음은 평화재단 20년의 역사를 담은 기념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굶주린 북녘 동포를 구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시작한 평화재단의 창립 정신을 일관되게 실천해 온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지난 20년간 초심을 유지해 온 끈기와 노고에 모두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내빈들에게 축사를 청해 들었습니다. 먼저 박남수 천도교 전 교령께서 무대로 올라왔습니다.
“105년 전에 우리 선조들이 일으킨 3.1 운동에는 일원화, 대중화, 비폭력이라는 위대한 3대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기독교, 천도교, 불교가 종파를 초월해서 독립운동을 했듯이 오늘날 평화재단에서도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다양한 종교인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 종교인들도 평화재단의 새로운 20년을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을 약속하면서 오늘을 축하드립니다.”
다음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축사를 해주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반도의 상황은 전쟁의 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법륜 스님과 평화재단 활동가들이 많이 지쳐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절대 지치지 마시라는 겁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더욱 힘을 내서 나아가야 합니다. 서로를 격려하면서 힘을 모으는 오늘이 되었으면 합니다. 심기일전해서 계속 전진해 나갑시다.”
해외에서도 많은 분들이 축사를 담은 영상을 보내주었습니다.
“통일, 화해, 종교 간 화합과 모두의 행복을 향한 이 중요한 활동을 계속해 나갑시다.” - 슐락 시바락사(국제불교참여연대 공동창립자)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추구하며, 특히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 실현과 분단의 아픔을 완화하기 위해 기울여 온 노력에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 니와노 히로시(니와노 평화재단 이사장)
“평화재단이 생성하는 참신한 정책과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평화는 반드시 찾아올 것입니다.” - 존 브라우스(전 USAID 부차장)
“법륜 스님의 조언과 지도는 2005년 9월 6자 회담 공동성명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평화재단의 활동은 모든 국가와 NGO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 조셉 디트라니(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특사)
“평화재단은 한국 사회 내 화합을 증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을 이루어왔습니다. 지난 20년을 기념하며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 수잔 아판(라몬 막사이사이상 재단 대표)
“이 어려운 시기에 희망의 등불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화를 향한 법륜 스님의 길이 항상 밝게 빛나기를 기원합니다.” - 세실리아 라자로(라몬 막사이사이상 재단 이사장)
다음은 평화재단 20주년을 축하하는 건배를 했습니다. 내빈 모두가 잔에 음료수를 따랐습니다. 참석자들의 건강과 안전한 귀가를 위해 무알콜 음료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윤여준 전 장관께서 건배사를 하고, 이어서 신낙균 장관께서 건배사를 했습니다.
“평화! 상생! 평화! 공존!”
다 함께 환호를 하며 건배를 했습니다.
다음은 이사장인 법륜스님, 창립부터 함께한 김기숙 님, 초창기 통일의병을 이끌어주신 조성식 님이 앞으로 나와 국민행복, 지속가능한 국가발전, 한반도의 평화, 모든 전쟁의 종식을 염원하며 기념 케이크 커팅을 했습니다.
“하나, 둘, 셋!”
이어서 평화재단 20년을 함께해 준 고마운 분들에게 공로패 수여를 했습니다. 자리에 참석해 준 한 분 한 분이 모두 고마운 분들이지만, 창립 초기부터 각 방면에서 기여해 준 12명의 공로자를 선정했습니다. 한 명씩 호명되자 무대 앞으로 나왔습니다.
올해 별세를 하셨지만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이끌어주셨던 고 김명혁 목사님께 첫 번째로 공로패를 수여했습니다.
“탁월한 경륜과 헌신적인 활동으로 한반도 평화와 국민 대통합의 힘든 여정을 함께 개척하고, 평화재단의 오늘을 만들어주신 공로를 치하하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패를 드립니다.”
이어서 윤여준 전 장관, 최상용 교수, 김홍신 작가, 조민 박사, 김형기 전 차관, 김영수 교수, 고경빈 원장, 조성렬 박사, 김기숙 회계팀장, 윤영화 자원활동가, 노희경 작가에게 스님이 직접 공로패를 수여했습니다.
다음은 축하 공연을 함께 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시민합창단 봄날이 ‘착한 전쟁은 없다’ 노래를 불렀습니다. 합창곡 "착한 전쟁은 없다"는 법륜스님이 2023년 막사이사이상 시상식에서 발표한 기조연설에서 문구를 가져와 노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 공연은 평화재단 행복학교의 전 과정을 이수한 행복시민들이 함께 준비한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여러 가지 꽃들이 모여 하나의 화단을 이루듯이 각자의 다양한 개성이 모여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한다는 내용을 한 편의 연극으로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한 분은 외국인인데 행복학교 전 과정을 이수하고 함께 공연을 펼쳐주어서 더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세 번째 공연은 대한민국 국민가수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박창근 님의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무명 시절에 법륜스님 즉문즉설 강연장에서 노래 공연을 여러 번 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의 인연을 기억하며 평화재단 20주년을 축하해 주기 위해 재능기부로 노래 세 곡을 연달아 불러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평화재단 20년을 기념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민정 평화재단 사무국장을 비롯하여 조한범, 남기정, 김수암, 동용승, 네 분의 연구위원이 무대 위로 올라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실현되는 그날까지 이어갈 ‘평화재단 20주년의 다짐’을 낭독했습니다.
인도·태평양을 둘러싼 미중 전략경쟁은 상수가 된 지 오래며, 러·우 전쟁 발발로 유럽의 평화 시기는 사실상 종막을 고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중동 전체의 화마로 번지고 있습니다. 돌아온 트럼피즘은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와 약육강식의 국제질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남북을 전쟁관계로 전환한 김정은 정권은 헌법을 개정해 자신들만의 영토, 영공, 영해를 규정하고 통일과 민족 개념을 삭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줄곧 대결적 대북정책을 통해 북한의 실체를 부정하고 사실상의 흡수통일론인 8.15 통일독트린을 공표했습니다. 전 세계와 한반도의 평화가 동시에 위협받고 있으며, 다시 냉전의 망령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신냉전’이라는 용어가 버젓이 회자되는 암울한 현실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세계와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의지와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평화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권리입니다. 파괴될 두려움 없이 삶을 살아나갈 권리, 자연이 제공한 그대로 공기를 숨 쉴 수 있는 권리, 미래의 세대들이 건전한 생활환경을 누릴 권리. 그것이 평화입니다. 우리의 힘이 비록 미약할지라도 약자는 안전하고, 강자는 정의로운, 평화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앞으로도 한결같이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과업 앞에서 무기력하지도 않고 절망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당당하게, 두려움 없이, 파괴의 전략이 아니라 평화의 전략을 향하여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평화재단은 2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2025년 광복 80주년을 앞둔 이 자리에서, 이 땅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유명무명의 순국선열과 3.1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염원을 새기며 다음과 같이 다짐합니다.
하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됩니다. 이를 위해 창립정신의 초심을 유지하며, 평화연구와 교육, 운동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하나.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북핵 동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로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여론조성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하나. 한반도 평화를 지지하는 국민은 누구나 함께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단 한 사람도 배제되거나 낙오되지 않도록 국민 대통합에 더욱 기여하겠습니다.
하나. 우리는 평화와 통일, 국민 대통합에 적극 동참하고 내가 가진 재능을 조금씩 나누는 모자이크 평화재단의 일원이 되어 응원과 격려를, 비판과 질책을 함께할 것을 다짐합니다
2024.11.14.
평화재단 20주년 기념 이사장 법륜 외 회원 일동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향해 다시 힘차게 나아갈 것을 다짐하며 다 함께 합창을 했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평화, 꿈에도 소원은 평화 ♬
이 정성 다해서 평화, 평화를 이루자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
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손잡고 힘차게 불렀습니다.
스님은 참석한 내빈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하고, 봉사자들은 내빈들이 가시는 출구에 서서 답례품을 하나씩 나눠주었습니다.
내빈들이 모두 돌아가고, 스님은 평화재단 연구위원과 현안진단팀, 기획위원, 오늘 공연을 해 준 행복운동본부, 행사 진행을 맡아준 봉사자들과 일일이 사진을 함께 찍어주었습니다.
저녁 8시가 훌쩍 넘어 백범김구기념관을 나와 서울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주 한국 일본 대사 미즈시마 고이치 님이 정토회를 방문하여 함께 대화를 나누고, 정토사회문화회관 활성화 TF팀과 온라인으로 회의를 한 후, 지하 대강당에서 금요 즉문즉설 강연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