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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을 잇는 벽. 그나마 지금 유일하게 작게나마 숨을 틔워주는 이것. 길고, 희고, 쓰고, 또는 달고.
뽀옥. 안쪽으로 볼이 패이게 연기 한 모금을 빨았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손에는
"옜다!"
막 옷을 갈아입으려던 것인지 유난히 희고도 가느다란 목선과, 그 뒤로 도드라진 뽀얀 어깨선이 드러난
"체육 시간 직전에 잠입해서 몰카 했단다."
네가 있다. 움켜쥐면 그뿐일 그 손바닥 크기 밖에 안 되는 액정속에, 미치도록 갖고 싶은, 갈망하는, 네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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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것. 유일한 것.
그래서-라고 했다.
특별하니까, 유일하니까,
어떻게 해서든 갖고 싶은 거라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기피 대상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꿋꿋이 버티며 곁을 지켜주던 몇 안 되는 친구들마저도 버거움에 힘겨움에 지쳐 떨어져 나가 버렸다. 그래서 결국엔, 녀석이 원하는 대로 철저히 혼자가 되어 버렸다.
"자자, 얼른들 제비 뽑고, 맞는 번호끼리 알아서 짝 정해서 자리에 앉도록 하렴"
모두 기대 반, 설렘반으로 교탁 위에 올려진 단지에서 색색으로 길게 접힌 종이를 차례대로 뽑았다.
"자 마지막 하나 남았다. 30번 보나, 얼른 나와서 가져가렴"
단지 속에 남은 노란색 종이를 든 담임이 보나를 불렀다. 그 소리에 왁자지껄 떠들썩하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일제히 짜기라도 한 듯 멈추었다. 끼익. 조용한 가운데 한 개의 의자 소리가 선명히 퍼졌다. 중앙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에 덕지덕지 무언의 시선들이 들러붙었다.
"예쁜 보나랑 짝이 되는 행운의 주인공은 누가 되려나? 훗. 누군지는 몰라도 영광이겠는걸?"
얼마 전 본 담임인 여선생이 출산휴가로 학교를 쉬게 됐다. 임시직으로는 소라가 대신 2학기 담임직을 맡았다. 그러나 그녀는 채신 고에 부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아직 학교에 대한 적응은 물론, 주변 상황 파악조차 덜 이루어졌다. 당연히 짝을 정하는 제비뽑기 또한 처음이었다.
"아무나요."
"응?"
"백 휘만 아니면 상관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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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똬리 틀듯 끈적하니 엉겨붙어선 상대의 목을 휘감고서 붉은 입술로 목 언저리를 눌렀다. 크지만 여자 것처럼 가느다란 손길은 그녀 등의 굴곡을 느릿하게 쓸어내려 갔다. 여자의 것보다 요염한 손길이 막 엉덩이에 닿았을 때, 탈 칵-하며 문이 열렸다.
테이블 위로 나뒹굴듯 어질러져 있는 고급 양주병들. 눈앞에 펼쳐진 적나라한 모양새와 쿵 짝이 맞는 끈적끈적한 재즈선율. 아마도 영화 무릎 위에 앉힌 여자의 손길이 닿아 만져놓은 듯한 헝클어진 머리. 대놓고 드러낸 여자의 어깨에 가만히 턱을 얹고선 짓는 미소와 비웃음의 경계선의 기분 나쁜 웃음.
차창 밖으로는 무수한 것들이 참 쉽게도, 빨리도 스쳐 갔다. 알싸한 술냄새와 여자의 냄새가 혼합돼 이것도 저것도 아닌 향을 차 안 가득 메웠다.
"춥다. 조금만 더 가까이 붙어"
거짓말, 따뜻해 노곤해져 잠이 올 지경인데. 하지만 알면서도 속는다.
보나의 작은 움직임에 닿을 듯 가까운 거리만큼 공간이 좁혀든다. 그녀 어깨쯤에 툭 떨어뜨린 고개를 더욱 아래로 숙여 가슴 아래로 그는 제 옆 얼굴을 비비듯 묻었다. 취해 풀린 몽롱한 눈빛은 본래의 선명한 또렷함을 드러냈다.
*
어제 정해진 새로운 짝과 친해져 수다를 떨고, 장난을 치며, 웃고 떠드는 아이들 틈 사이로 어중간한 위치, 마치 앞니가 빠진 것처럼 티가 나는 빈자리 하나. 책상 상단 끄트머리에는 작게 29번이라는 숫자가 찍힌 네모난 스티커가 붙어 있다.
"백 휘 돌아 오려면 며칠이나 남았느냐?"
"곧 이지 아마? 일주일쯤?"
"아 제기랄, 좋은 날도 다 갔네"
"쉬쉬, 닥쳐 새끼야. 백 휘 그 녀석만 없을 뿐이지. 사방팔방 다 그 새끼가 뿌려놓은 개미들 천지다."
일기장 일정 표에 날짜 하나를 골라 '생일'이라 적어넣은 빨간 펜의 움직임이 도중 멈칫! 했다. 가라 할 때는 안 가고, 가지 말라고 할 때는 정말 미련없이 가고 있었다. 시간이라는 것은.
'명심해라, 네 눈길 한번에 그 새끼 눈알은 알아서 접수하라는 뜻으로 알 테니'
멋대로 오해하고, 맘대로 해석하고, 결국엔. 자폭해버리고 마는 시한폭탄. 그 누구를 막론하고 나와 조금만 가까워져도 눈알이 뒤집혀 그 즉시 폭주해버리는 미치광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로는, 그는 지금 제 부모도 감당못해 결국 정신병원에 강제로 감금된 상태라 했다. 좀 더 명확하게는, 보나를 보기 위해 약 7번 도주를 시도했고, 6번 모두 담당 경호원의 몸에 상해를 입히곤 붙잡혔다고 한다. 그리고 일곱 번째는 끝끝내 도주에 성공해,
이름이 큼지막하게 박힌 병원복을 입고선 한 손에는 큼지막한 케이크를, 댜른 한 손엔 제 키만 한 커다란 곰인형을 안아 들고선 멍청하게 웃었다. 더욱이나 멍청하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축하한다고, 생일 축하한다고,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무관심한 얼굴로 창 아래를 내려다보는 보나에게, 평생받고도 한참 남을 축하를 질리게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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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여사님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실물이 훨씬 더 근사하세요."
"어머니께서 제 외모를 무척이나 부담스러워 하시니까요."
"네?"
"아들이 잘나도 너무 잘나다 보니……하하"
"어머, 호호호."
영화의 유머러스함에 맞선녀의 호감도는 플러스 알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 사이엔 약혼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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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는 주방 아주머니에게서 건네받은 홍차가 담긴 쟁반을 거실 앞쪽으로 가져 나왔다.
"그래 잘 생각했어. 영화 너도 이제 좋은 짝 만나서 행복해져야지."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해요."
"감사라니, 당연히 그랬어야 옳아. 그래 그 아가씨는 어떤 사람이니?"
"보영이처럼 밝아요. 긍정적이고, 무엇보다 그 아가씨가 제가 아니면 안 된다네요. 하하"
테라스로 향하던 보나의 두발이 멈췄다. 크리스털 잔을 채운 붉은빛이 쟁반을 쥔 그녀의 떨리는 손길에 작게 일렁였다.
"보영이보다……"
"……"
말끝을 잇지 못하는 어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곧이어 어김없이 새어나오는 애달픈 흐느낌. 멈춰둔 두발은 언제나 그러하듯 이번에도 전진이 아닌 후진. 물러섬.
"진정하세요. 물 가져다 드릴게요."
움츳. 가까워지는 음성에 보나는 물러서던 걸음을 옆 블라인드 뒤로 황급히 몸을 숨겼다. 타박타박. 또렷한 슬리퍼 소리가,
멀어지지 않는다.
스락.
"찾았다. 작은 고양이"
*
"그 녀석 각막 손상이 커서, 앞을 볼 확률이 10프로 미만이라더라. 대체 어쩌자고 너란 놈은……"
"10프로나 된단 말이지?"
"그 녀석네 부모가 합의 안 해준다고 해서, 아저씨 아줌마가 얼마나 고생한 줄이나 알고 그런 소리하냐?"
"황보나는"
"뭐 똑같지. 결석 한번 없이 꼬박꼬박 학교 나오고, 참, 어제 보니까 쫙 빼입고 엄마 같은 여자랑 차 타고 어딜 가더라고"
"엄마 같은 여자?"
손에 잡히는 족족 집어던져, 요원들은 물론 담당의까지 부상을 당해 결국 침대맡에 설치된 안전장치에 의해 두 손은 결박 되었다. 젠장 할.
황보나를 안 본 지 벌써 50시간이나 지났다. 니코틴 중독도 아니고, 알코올 중독도 아니고, 계집애 하나에 금단 증상이라니.
"야 조쌍."
"뭐 인마."
"심부름 하나만 해라."
"심부름?"
드르륵.
"휘야, 부탁한 만화책 빌……마, 맙소사! 비상 비상이요!!! 휘, 휘가 또 탈출해 도망갔어요!!!!!!!!!!"
좀 전까지 백 휘가 누워있던 자리에는 묵직한 절단기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
돌아왔습니다.
반갑습니다.
첫댓글 오오오! 재밌는 소설 발견 +_+! 열심히 보겠습니다! 다음편 기대되요ㅎㅎ
감사합니다. 꽤 오랫동은 글을 쓰지않아 지금은 열심히 감을 찾고 있습니다. 하하
잘보고가여
잘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님들의 댓글 그리웠습니다 ㅜㅜ
재미있겠어요!!근데 궁금한 것은 보영이가 누구인가요??그리고 보나와 엄마사이가 안 좋나요?
보영이는 보나의 언니입니다. 흠 내용면에 대해선 편수가 더해갈수록 하나씩 밝혀집니다. 기다려주세요 헤헤
오오!!!!!ㅋㅋㅋ 소유욕소설인가요!!!!!!!! 완전 기대해요 ~ 오랫만인것같아요
네 소유욕입니다!!!!!!!!! 돌아왔습니다 마리아가!!!!!!!ㅋㅋㅋ
아!!소ㅅ유욕너무기대되요!!!!기대하겠슴니당!
마리아님.! 마리아님과 함께 연재를 따라가게 되어 영광입니다. 히히.. 저녀석이 또 탈출을 감행했군요. 보나를 만나러 간거겠죠? 다음편으로 저 갑니다!
어뜩해!! 정말 반가워요~ 재밌게 볼께요 ㅋㅋㅋㅋ
반갑습니다 엄청 오랜만에 오셨네요 ㅋㅋㅋㅋ 너무너무 재밌을것 같네용
우악진짜재밋어요ㅋㅋ!!소유욕쨩짱ㅇ....
우와와 오랜만이에요!!!!ㅎㅎㅎ 기대할께요 ㅎㅎ
너무 팬이에요!! ㅜㅜ 소설 많이많이 기대할께요~!
속박되다를 얼마나 재밌게 봤는데요ㅋㅋㅋㅋㅋㅋ 아진짜 소유욕은 작가님이 진리인듯ㅋㅋㅋㅋ
너무너무 반가운거 있죠ㅠㅠㅠ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제야 보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휴정말.. 진짜 반가워요 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
아 님!! 돌아오신겁니까?? 오랫만에 들어왔더니...
정말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