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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rt, 5
-재민's story-
제 이름은 안재민 입니다.
진광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일학년이구요,
우리 가족은 아빠와 나 이렇게 둘입니다.
엄마가 어디 갔냐구요?
저도 모르겠어요. 아빠가 말을 안해주거든요.
제가 가끔 엄마에 대해 물어보면
아빠는 늘 눈이 빛납니다.
조용히 날 바라볼 뿐입니다.
싸나이는 울지 않는다면서, 아빠는 거짓말쟁이인가봐요.
엄마얘길 해주는 대신 아빠는,
친구얘기를 해줍니다.
난 아빠가 해주는 친구얘기를 듣는것을 좋아해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아빠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하게 되거든요.
우리 아빠는 참 멋집니다.
진짜 싸나이에요.
"재민아, 싸나이는 말이야 친구간의 의리를 자켜야 해."
"응, 아빠!!근데 의리가 뭐야?"
"의리라는건 말이야,
음...아빠가 중학생때,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고 있었어.
그런데 동네에서 무서운 형들이 아빠한테 오더니 돈을 내놓으라는거야.
아빠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너무 무서웠어."
"히익! 정말 무서웠겠다!!"
"그치? 돈이 없다는걸 알게된 형들은 아빠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어.
그런데, 갑자기 골목 반대편에서 그 형들을 욕하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경찰아저씨들이였어!?"
"아빠도 처음엔 그런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아빠 친구가 저-쪽에서 소리를 지른거였어."
"아빠친구가 아빠를 구해준거야?"
"그렇지. 근데 우린 둘다 힘이 없어서 형들에게 엄청 맞기만 했어.
모른척 했다면 나만 맞았을텐데..바보같지, 아빠친구?"
"응, 바보아저씨다."
"형들이 돌아가고 난 후에 아빠가 그랬어.바보냐고, 왜 소리쳤냐구.
그런데 아빠친구가 뭐라고 했는줄 알아?"
"뭐라고 했는데??"
"씨익- 개구진 웃음을 짓더니
친구잖아.
한마디 하더라구."
"이상해...싸움에서 졌잖아!"
"재민아, 그런게 의리야. 친구가 맞으면 같이 맞아주는거.
비록 친구를 위해 싸워서 이길순 없어도
친구와 항상 함께 해주는거.아빠는 재민이가 그런 사람이였으면 좋겠어."
아빠의 친구얘기는 때로는 너무 어렵습니다.
내가 조금 더 키가 크면 알수 있을꺼라고, 아빠는 얘기해요.
아, 빨리 키가 자랐으면 좋겠어요.
나는 3학년이 되었습니다.
3학년이 되어서도 아빠의 친구얘기는 여전히 재미있습니다.
"남자는 말이야, 친구를 함부로 사귀면 안돼."
"왜? 친구가 많으면 좋잖아!"
"단 한명이라도 마음속에 깊이 새길수 있는 친구가 진짜 친구란다."
"마음속에 새길수 있는 친구?"
"응, 친구가 많으면 생일 선물도 많이 받고,
놀때도 더 재밌겠지만 진짜 친구는 네가 힘들때 곁에 있어줄꺼야."
"그런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아빠."
"재민이의 키가 조금 더 자라면 알게 될꺼야."
나는 이제 6학년이 되었습니다.
아빠는 점점 더 어른스러운 얘기를 합니다.
"재민아, 담배는 진짜 친구랑 피워야 한다"
라던지,
"친구네 집에서 자게 되면 꼭 술을 한번 마셔봐.
어른들 몰래 마시면 얼마나 재밌는지.하하"
"고등학생이 되면 수업을 빼먹고 떡볶이 먹으러 가봐.
진짜 꿀맛이야!캬..."
라는 말이에요.
좋은 말 같지 않아서 표정을 찡그리자 아빠는
"진짜 남자는 적당히 나쁜짓도 할줄 알아야 하는거야!"
라며 내 어깨를 툭툭 쳐 주었어요.
적당한 나쁜짓.
멋진 말이에요. 가슴이 쿵쾅쿵쾅 뜁니다.
난 언제쯤 진짜 남자가 될까요?
빨리 아빠같은 싸나이가 되고 싶어요.
.....
..........
......
..............
나는 이제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해요.
모르는 아줌마가 우리 집에 찾아왔습니다.
"아줌마는 누구세요?"
말하자,
한참을 바라보며 울기만 했어요.
그러더니 아빠가 오기 전에 가보겠다며 급히 돌아갔습니다.
아빠한테는 비밀이랬어요.
아빠의 친구인걸까요?
아빠를 못만난지 꽤 오래 되었나봐요.
그렇게 우는것을 보니.
중학생이 되고 난 후, 아빠가 조금 이상해 졌습니다.
자꾸만 살이 빠지고 기침을 자주 해요.
소화가 잘 안된다면서 하얀 알약을 한웅큼씩 먹을때도 있습니다.
진짜 아빠가 소화제를 먹는것이 맞을까요?
아빠는 싸나이니까, 거짓말을 안할꺼라고 믿었지만
요즘 아빠는 거짓말쟁이가 된 느낌이에요.
아니나 다를까, 아빠가 나에게 솔직하게 털어 놨습니다.
"재민아, 아빠가 많이 아파."
"........어디가 아픈데?"
"폐가..폐가 많이 아프대."
내가 다 아픈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내가 울면, 아빠가 슬퍼할테니까
아무렇지 않은척, 난 말해요.
"...담배 피우지 말랬잖아, 아빠."
"아빠가 미안하다..흑....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웁니다.
진짜 싸나이는 우는게 아니래놓고, 아빠가 울어요.
그런데, 나도 참던 눈물이 터져버렸습니다.
아빠가 금방이라도 내 곁을 떠날까봐 덜컥 겁이 납니다.
아빠가 날 떠나면 난 어떻게 되는걸까요?....
난 친척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만나본적이 없는데....
아빠는 하루하루 살이 더 빠졌어요.
어느날부터는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습니다.
정말 죽을만큼 아픈걸까요?
걱정이 되어서 학교에 갈 수가 없습니다.
학교를 빠지고 아빠와 있는데도,
아빠는 날 혼내지 않았어요.
그저 친구얘기만 해주었습니다.
"쿨럭...재민아..아빠가...후........쿨럭쿨럭!!친구 얘기 해줄게."
"아..아빠.....힘들면 해주지 않아도 돼."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왜일까요?
"아니야...쿨럭!.....꼭.. 해주고싶은 얘기가 있어....."
아무 말도 않고 한참을 기다리자 아빠는 기침이 잦아들었는지 얘기를 시작 합니다.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어...
그여자는 너무 예뻐서 우리 동네 남자들이 다들 좋아했지.
쿨럭!!......그런데 거짓말처럼 그여자도 날 사랑하게 된거야."
말없이 들었습니다.
"쿨럭!!.....후우.............아빠랑 그여자는 함께 살기로 약속을 했어.
아직 학생이라 돈이 없었기 때문에..쿨럭!!.......결혼은 나중에 하기로 했지."
두근.
"우린 정말 행복했단다..넉넉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살았어...
우릴 닮은 잘생긴 아들도 하나 생겼지...하하......."
두근두근.
"그러던 어느 날이였어..쿨럭!!...아들녀석이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을때지..
그여자가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하더니...돌아올땐 두명인거야."
"....누구랑 같이 왔는데?"
"......아빠랑 제일 친한 친구."
쿵.
"후우.....아빠는..쿨럭!....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쿨럭쿨럭!!....
아빠가 태어나서 가장 사랑한...쿨럭!!....여자가
아빠의 제일 친한 친구를 사랑하다니..쿨럭!!!!........."
아빠의 기침이 심해집니다.
내 심장도 점점 세게 뜁니다.
"아빠의 친구는...쿨럭!!!....아빠에겐 미안하지만
그여자와......서로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어."
주먹을 꽈악 쥐어봅니다.
이야기 속 아들이 나는 아닐꺼라고 믿어봅니다.
"쿨럭!!.....그떄 아빠는..세상에서 가장...쿨럭쿨럭!!!!..
남자답지 못한 행동을 해버렸어..쿨럭!!!!
..쿨럭!!.....떠나 주기로 한거야..
아들을....후우..후우........데리고 말이야.."
가슴이.....가슴이 먹먹해져 옵니다.
눈물이 고이는게 느껴집니다.
이젠 심장이 튀어 나올것 같습니다.
그럼 그때 만난 아줌마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엄마인걸까요?
아빠는 말이 없습니다.
그저 쿨럭쿨럭, 후우.....거친 숨만 몰아 쉬어 댈 뿐입니다.
그런데,
나도 말을 할수가 없습니다.
아빠에게 할 말이 너무나도 많은데,
입에 본드라도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아요.
한참 후에 아빠가 말합니다.
"그렇지만 재민아....후우...........아빠는 쿨럭!!!후회하지 않아........
아빠가...사랑하는 여자와...쿨럭쿨럭!!!!..후우......후우..
친구의 행복을..쿨럭!!!...지켜 주었잖아...후우...쿨럭쿨럭!!!!!!"
"...아빤......아빤 진짜 바보야!!!!!!!!!!!!!!!!!!!!!!!!"
그자리에 주저 앉아 오열했습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어째서 아빠는, 그 친구에게 엄마를 보낸걸까요?
왜 그 친구는, 하필 엄마를 사랑한걸까요?..
왜..........
왜....
왜.
며칠 후 아빠는 숨을 거두었습니다.
마지막에 아빠가 한 말을, 난 잊을 수가 없어요.
"재...민아....쿨럭!!..
재민이..키가......후우...조금더...쿨럭!!....자라면.. 알수.....있을꺼야."
그 말을 할때, 아빠의 눈빛은...정말.......잊혀지지 않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그런 눈빛이였습니다.
그사람들이 정말 미웠지만 난,
모두 다
용서 했습니다.
장례식에 찾아와서는 주저 앉아 오열하던 엄마도,
그런 엄마의 어깰 감싸주던 아빠의 가장친했던 친구도,
그리고 마치 죄인처럼 고개만 숙이고 있다 돌아간
그들의 예쁘장한 딸까지.
가족...이였으니까요.
그들이 나에게 보여준건, 너무나도 예쁜 가족의 모습이였습니다.
거짓말처럼 미운 마음이 녹아버렸어요.
아빠가 떠나고 난 후,
함께 살자는 엄마의 말을 거절하고는
아빠와 살던 집에 살고 있습니다.
아빠가 남겨준 유산을 조금씩 쓰고 있어요.
고등학생이 되면 아르바이트라도 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나 진짜 친구가 생긴것 같아요.
며칠전부터 같은 반의 이규범이라는 애가
저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규범이는 고아에요.
나와 비슷한 처지이기에, 더 신경이 쓰입니다.
아빠의 장례식에 와준 유일한 친구이기도 해요.
3일 내내, 아무 말 없이 앉아있기만 했는데도
힘이 났습니다.
혹시 아빠가 말하던,
내가 힘들때 함께 있어주는 '진짜 친구'인걸까요?
왠지, 엄청난 폭풍이 지난 후 다시 시작하는듯한 기분이 듭니다.
모든것을요.
****
재민이 번외입니다!
저희반에 플루 걸린 친구1명에
열나고 아파서 학교 안온 사람이 10명이나 있어서
저희 반만 내일까지 휴교....ㅠㅠ
오늘 4교시 수업 듣고있는데 갑자기 담임선생님이 와서 당장 짐싸서
점심 먹고 집에 가라는거에요..
덕분에 소설을 빨리 올릴 수 있게 됐지만...
마음이 아프네요ㅠㅠ...
여러분들도 플루 조심하세요ㅠㅠ!!!!!
첫댓글 네. 님도 조심해요. 그나저나 가슴아픈 이야기네요. 재민이가 순수한것 같아요.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재민이는 순수청년 하앍
재민이 이야기 슬퍼요ㅠㅠ 난짱님 화이팅!!^0^~~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열심히 쓸게요ㅠㅠ
안타까워요!! 그런 아픔을 갖고 있었다니ㅠ 이리와 내가 따뜻하게 품어줄께*-_-* 절대 사심 담긴거 아니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사심 가지셔도 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ㅜㅜ재민이가 그런슬픈사연이...ㅠㅠ
재민이ㅠㅠ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으앙 그거는 너무 슬픈 과거네여 재민이는 행복해 질수 있겠져> 그쵸> 짝가님그렇다고 말씀해 주떼여
지금 행복하게 지내구 있자나여~ㅋㅋㅋㅋㅋㅋ
그래도요불행하게 만들면 안데여아시겠져 네 ㅠ0ㅇ
넹ㅋㅋㅋㅋ행복하게 할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봤어요. ㅋㅋ 재민이의 아빠 이야기가 더 슬프다.ㅠㅠ 둘이 같이 살고 있군아~~ 점점 재미있어지네요. 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