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두북 수련원에서 손님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한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4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이동하는 동안 창밖으로 날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차 안에서 원고 교정과 업무를 보았습니다.
차로 3시간 30분을 달려 아침 7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손님들을 맞이했습니다. 스님이 미국 LA를 방문할 때마다 운전 봉사와 식사 준비를 도맡아 준 이경택 거사님 부부와 필리핀 JTS 대표를 맡고 있는 노재국 거사님 부부가 함께 두북 수련원을 찾아왔습니다.
점심 식사를 함께 한 후 오후에는 주변에 있는 천전리 암각화와 반구대 암각화를 둘러보고, 저녁 늦은 시간까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필리핀JTS에서는 올해 민다나오에서 장애인 학교 5개, 원주민 학교 5개를 짓고 있는데, 현재까지의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오랫동안 해외에서 봉사를 해주고 있는 두 부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어제(15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금요 즉문즉설 강연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아내와 시댁 사이의 갈등이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제 고민은 아내와 시댁 간의 갈등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3년 전에 결혼했는데, 지금 아내와 시댁 사이의 갈등이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부터 의견 충돌이 잦아지며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고, 결혼 후에도 부모님의 가부장적인 태도와 이에 상처 받은 아내 사이에 갈등이 지속되었습니다. 결국 1년 전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발언으로 큰 말다툼이 벌어졌고, 그 후로는 제가 혼자 부모님을 찾아뵙고 있습니다. 현재 양측 모두 서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양쪽 다 속으로는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선뜻 다가가서 풀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떤 태도와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질문자가 부모님과 아내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네요. 부모님과 아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데서 생긴 번뇌예요. 표면적으로는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양쪽 모두로부터 불만이나 비난을 듣기 싫은 겁니다. 어머니께는 ‘아내에게 빠져 부모의 말을 안 듣는다’ 하는 소리를 듣기 싫고, 아내에게는 ‘마마보이’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균형론자가 된 겁니다. 그렇게 어중간한 입장을 가지니까 고민이 생긴 것입니다.
질문자가 만약 저처럼 70대라면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 있습니다. 30년 전에는 질문자처럼 행동하면 ‘괜찮은 남자’라는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옛날에는 부모님께는 효자 노릇을 하면서 아내에게는 믿음직한 남편이 되는 게 이상적인 모습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태도가 적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요즘 기준으로 보면,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은 결혼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님과 아내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부모님과 아내의 갈등이 너무 심각해서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이혼을 선택하면 됩니다. 그게 아니라 아내와 함께 살기로 마음 먹었다면, 지금처럼 어중간하게 양쪽을 배려하려는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되고 전적으로 아내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부모님 댁은 과거에 질문자가 살았던 집입니다. 질문자는 그 집의 멤버였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결혼해서 독립된 가정을 꾸렸습니다. 이제는 질문자가 새로 이룬 가정, 즉 아내와 함께 사는 가정을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아내와 함께 꾸린 가정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으로서의 역할입니다. 아내의 동의가 있다면 부모님과 관계를 맺는 것도 괜찮지만, 아내의 동의 없이 양쪽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태도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에요.
이 문제는 질문자의 입장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지금 여기서 입장을 정리하세요. 제가 불효를 하라는 뜻에서 아내의 편에 서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질문자가 속한 곳은 아내와 함께 꾸린 가정이고, 질문자는 그 가정의 가장입니다. 그러니 가장으로서 입장을 분명히 정립해야 합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어중간하게 행동하다가 아내와 이혼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게 더 큰 불효가 아닐까요?
아내의 입장을 중심에 두고, 아내가 동의하는 범위 내에서 부모님을 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때 아내가 십만 원을 드리라고 하면 십만 원을 드리고, 오만 원을 드리라고 하면 오만 원을 드리세요. 아내가 주지 말라고 하면 안 드리고, 더 드리라고 하면 더 드리면 됩니다. 시댁에 가라고 하면 가고, 가지 말라고 하면 가지 마세요. 이렇게 아내의 입장에 서서 분명하게 행동하면 됩니다. 이러한 태도를 3년만 유지하면 문제가 다 해결될 거예요. 그러면 아내의 마음 속에 맺힌 의심이 풀릴 것이고, 부모님도 질문자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될 겁니다. 부모님이 ‘괜히 아들이나 며느리에게 잔소리를 했다가는 아들 얼굴도 못 보겠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가 되어야 갈등이 해결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을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부모님과 통화하거나 찾아뵐 때, 부모님께서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울부짖으시면 저도 마음이 무척 힘들어집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무난히 견뎌낼 수 있을까요? 또 부모님께서 뭐라고 하시면 제가 그 감정을 아내에게 쏟아내며 화를 내기도 합니다. 지나고 나면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금 모자란 사람 같네요.(웃음) 그 문제도 결국 질문자가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정하지 못해서 생기는 겁니다. 예를 들어 스님이 출가해서 수행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절 앞에 와서 ‘안 나오면 죽겠다’ 하며 약 봉지를 들고 협박을 하신다면, 저는 계속 절에 있어야 할까요?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야 할까요? 만약 제가 그때 집으로 돌아갔다면 지금의 법륜 스님은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 질문자의 고민도 같은 맥락입니다. 질문자가 만약 어머니를 괴롭히거나, 어머니의 돈을 빼앗거나, 어머니께 욕설을 한다면, 그런 행동은 즉시 멈춰야 합니다. 하지만 내가 내 길을 가는데 어머니가 나를 붙들고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죽겠다고 하신다면, 그건 어머니의 문제입니다. 만약 그런 감정적인 말들에 휘둘렸다면, 저 역시 오늘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겠죠. 만약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장례식은 정성껏 치러 드려야겠지요. 하지만 그 외에는 관점을 명확하게 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교통 정리가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질문자는 계속 그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어머니가 우시든, 죽겠다고 하시든, 그것은 어머니의 사정입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 들어본 후 ‘잘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하면 됩니다. 지금 아이는 있어요?”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드리세요.
‘저는 이 여자 아니면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어머니께서 선택하세요. 어머니께서 이 여자가 마음에 안 드시는 건 알지만, 제가 죽을 때까지 혼자 사는 걸 원하십니까, 아니면 이 여자와라도 함께 살아가는 걸 원하십니까?’
이렇게 딱 잘라서 말씀을 드리면 어머니도 입장 정리를 하게 될 겁니다. 질문자는 균형을 잡기 위해서 그런다고 스스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부모님과 아내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겁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담마스쿨 수업을 듣고 있는 영어권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하루 종일 전국 법사단 연수 교육에 참석하여 법문을 한 후, 저녁에는 모레 열리는 행복한 대화 제주도 즉문즉설 강연을 하기 위해 대구 공항을 출발하여 제주도로 이동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