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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읽기 55강 (73장)
(1) 제73장 원문
民不畏死, 奈何以死懼之. 若使民常畏死而爲奇者. 吾得執而殺之, 孰敢. 常有司殺者殺, 夫代司殺者殺, 是謂代大匠斲. 夫代大匠斲者, 希有不傷其手矣.
민불외사, 내하이사구지. 약사민상외사이위기자, 오득집이살지, 숙감. 상유사살자살, 부대사살자살, 시위대사장착. 부대대장착자, 희유불상기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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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畏) : 두려워하다. 으르다. 협박하다. 죽다. 옥사하는 일. 억울하게 죽음을 당함.
내(奈) : 어찌. 어찌 (나)
하(何) : 어찌. 무엇. 얼마.
내하(奈何) : 어찌.
구(懼) : 두려워하다. 위태로워하다. 겁이 나다. 으르다. 협박하다.
약(若) : 같다. 너. 만일. 만약.
사(使) : 하여금. 시키다. 좇다.
기(奇) : 기이하다. 부정하다. 바르지 못하다. 뛰어나다. 갑자기.
득(得) : 얻다. 이익. 이득. 덕(德). (손에) 넣음. 차지함.
집(執) : 잡다. 지키다. 가지다.
사(司) : 맡다. 벼슬. 관리. 관아.
장(匠) : 장인. 기술자. 우두머리.
착(斲) : 깎다. 깎아내다. 베다. 나무를 베다. 새기다. 아로새기다.
희(希) : 바라다. 드물다. 성기다.
상(傷) : 상처. 닿다. 이지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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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역
백성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찌 죽이는 것으로 백성들을 겁나게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사람들에게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게 해 놓은 상태에서 부정한 자가 있을 때, 내가 그를 잡아넣어 죽인다면 어느 누가 감히 (부정을 저지르겠는가)? 항상 죽이는 일을 맡은 자가 있어서 죽이는 것이다. 무릇 죽이는 일을 맡은 자를 대신해서 죽이는 것을 일러 뛰어난 기술자(목수)를 대신해서 나무를 벤다고 한다. 무릇 뛰어난 기술자(목수)를 대신하여 나무를 베는 자 중 그 손에 상처를 입지 않는 자가 드물다.
(3) 해설
74장은 73장과 72장에 이어 인위적인 행위를 하면 안 되는 이유가 거듭 설명되고 있다. 특히 국가를 통치하는 일은 백성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이번 74장에서 노자는 칼, 톱, 도끼 등 위험한 물건을 다루는 일에 있어서는 뛰어난(숙련된) 기술자가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점을 예로 들고 있다. “무릇 뛰어난 기술자(목수)를 대신하여 나무를 베는 자 중 그 손에 상처를 입지 않는 자가 드물다.”(夫代大匠斲者 希有不傷其手矣) 일에 서툰 자가 위험한 장비를 가지고 일을 하면 거의 다치게 된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서툰 통치자들이 위험한 장비인 군사무기를 가지고 백성들을 위협해서 말을 듣도록 강제하고 있는 모습이 노자의 눈에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우리들은 일상에서 일에 서툰 자가 일을 했을 때 손을 다칠 수 있는 정도만 예상되어도 그런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않는다. 숙련된 기술자가 직접 일을 하면서 일에 서툰 자를 가르치고, 일에 서툰 자는 숙련된 기술자의 일을 도우면서 배워간다. 그러다가 일에 서툰 자가 어느 수준에 이르게 되면 숙련된 기술자가 보는 앞에서 직접 일을 하게 된다. 숙련된 기술자가 보기에 이제는 안심이 된다는 수준에 이르면 서툰 자가 스스로 하도록 놔두게 된다. 이러한 패턴은 자동차 운전처럼 위험이 동반된 일을 할 때에도 해당된다. 운전면허를 따고 난 뒤에 마지막으로 전문기사가 옆에 탄 상태에서 도로주행실습을 마쳐야 비로소 스스로 운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손을 다치는 정도에 머물 일도 이렇게 신중하게 처리되는데, 모든 백성의 목숨을 빼앗는 일을 뛰어난 기술자가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항상 죽이는 일을 맡은 자가 있어서 죽이는 것이다. 무릇 죽이는 일을 맡은 자를 대신해서 죽이는 것을 일러 뛰어난 기술자(목수)를 대신해서 나무를 벤다고 한다.”(常有司殺者殺 夫代司殺者殺 是謂代大匠斲) 여기서 ‘죽이는 일을 맡아서 하는 자’를 노자는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겠는가? 가장 쉽게 생각하면 사형집행관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사형집행관은 상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이번에는 사형집행의 명령을 내린 그 상관에게 그런 권한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 권한을 준 사람의 정점에 국가의 최고 통치자인 군통수권자(軍統帥權者)가 있다. 그래서 결국 ‘죽이는 일을 맡아서 하는 자’는 통치자이다.
그런데 이 통치자는 과연 뛰어난 기술자인가? 노자가 보기에 서툰 자이다. 왜냐하면 그는 백성들로 하여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의 폭정(暴政)을 쉽게 하기 때문이다. 서툰 통치자는 폭정을 하면 백성들이 두려움에 떨면서 자신의 말을 듣는 줄 알고 있다. 그러나 한계에 도달하면 백성들이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서 더 이상 통치자의 말을 듣지 않게 된다. 그래서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백성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찌 죽이는 것으로 백성들을 겁나게 할 수 있겠는가?”(民不畏死 奈何以死懼之) 그리고 서툰 통치자가 이것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만약에 백성들이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는 상태를 유지한다면 내 같은 사람도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다는 의미의 말을 한다. “만약 사람들에게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게 해 놓은 상태에서 부정한 자가 있을 때, 내가 그를 잡아넣어 죽인다면 어느 누가 감히 (부정을 저지르겠는가)?”(若使民常畏死而爲奇者 吾得執而殺之 孰敢)
‘죽이는 일을 맡아서 하는 자’는 백성들이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는 상태를 유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 백성들로 하여금 죽음을 두려워하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백성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희망이 지속적으로 솟아나야 한다. 즉 백성들 입장에서는 살만한 세상이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신바람 나는 삶이어야 한다. 그래야 백성들은 죽지 않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뛰어난 통치자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서툰 통치자는 백성들의 삶보다 자신의 삶을 더 우선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자신의 삶을 우선하는 사람은 노자가 소중하게 여기는 삼보(三寶 : 자애, 검소, 겸손)를 잃은 사람이다. 삼보를 지닌 뛰어난 통치자는 첫째로 백성들을 자식 보듯이 자애해야 한다. 자식들이 살만한 세상이라고 신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지 않을 부모가 있겠는가. 그는 둘째로 자신의 경제생활을 검소하게 유지해야 한다. 통치자의 검소한 생활은 자신의 권력을 지탱하게 해주는 귀족층들의 사치를 막을 수 있어 백성들의 삶을 핍박하지 않게 된다. 셋째로 겸손하게 자신의 잘났음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이 잘났다는 의식 밑에는 백성들이 상대적으로 못났다는 것이 깔려 있다. 그래서 자신은 백성들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잘못된 특권의식이 작동하게 된다.
통치자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삼보를 잃지 않은 자가 있다면, 그 자야 말로 ‘죽이는 일을 맡아서 하는 자’이다. 왜냐하면 그 자는 당연히 백성들의 죽음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군통수권(軍統帥權)을 지녀 백성들의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는 삼보를 잃기 쉽다. 군통수권을 지닌 통치자가 그 무력으로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자애, 검소, 겸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을 다루는(道를 닦는) 수행이 엄청 깊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자는 통치자가 삼보를 잃지 않으면 백성들은 통치자가 있는지만 알 정도가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노자는 17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장 뛰어난 통치자는 백성들이 다만 그가 있는지를 알뿐이다.”(太上下知有之) 백성들이 통치자가 있는지만 알뿐이면 그 통치자는 백성들을 당연히 무력으로 인위적인 겁박(劫縛)을 하지 않는다. 무력을 쥐고 있지만 무력으로 겁박하지 않고 지켜봐주면서 백성들이 위험에 처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만 말없이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통치자가 뛰어난 통치자라고 노자는 말하고 있다.
(4) 문제 제기
1. 74장에서 ‘죽이는 일을 맡아서 하는 자’를 자연(自然)으로 보면 어떤가?
2. 가정, 직장, 조직에서 長이 되었을 때, 현실적으로 조직원들이 자신을 있는지만 알 뿐인 상태에서 통치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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