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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대기원시보 사이트에 올린 기사입니다. 본사는 뉴욕에 있고 전세계 17개국 30개 도시에서 중문으로는 다 나가고 각 나라 언어로 같이 발행되고 있는 신문입니다. 화인분들이 많이 보는 신문이라 중국관련 기사가 많고요. 다음에 좋은 행사 있으면 다시 찾아뵐게요.^^
라면 한 그릇에 담은 행복 | |
등록일: 2008년 08월 10일 | |
하루에 열개라도 먹을 수 있어(허이) 후루루 짭짭 후루루 짭짭 맛좋은 라면! -둘리 ‘라면과 구공탄’ 노래 가사 중 일부-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에 등장하는 마이콜과 둘리, 도우너는 노래자랑에 나가 ‘라면과 구공탄’을 불렀다. 만화영화에 삽입된 이 노래는 80~90년대 어린이 사이에서 최고 인기곡이었다. 지금도 라면매니아 사이에서 이 노래의 인기는 여전하다. 우리나라엔 유독 라면매니아가 많다. 1인당 라면소비량도 세계 최고. 이쯤되면 정부가 분류한 생필품 목록에 라면이 당당히 이름을 올릴 만도 하다. 좋다 나쁘다 말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배고픈 사람들에게 라면은 그저 고마운 존재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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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전, 얼굴에 떨어지는 햇빛이 아플 만큼 따끔거렸다. 혼자 있어도 그 열기를 감당하기 힘든 날 중계동 사회복지회관에 라면을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들 열 댓명이 모였다. 다음카페 라면천국 회원들이다. 그들은 아침 일찍부터 라면 봉지를 뜯고, 파를 다듬고 달걀을 깨트렸다. 11시 경, 복지관으로 모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익숙한 듯 자리를 잡았다. 이때부터 부엌에선 전쟁이 벌어졌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면과 가루스프, 건더기스프는 미리 분리해 두었다. 진작 불 위에 올려놓은 솥엔 물이 용암처럼 끓었다. 시간이 되자 카페 초창기 회원인 김성준(40) 씨와 한창국 (34) 씨가 능숙하게 국자를 들고 각자 맡은 솥 앞에 섰다. 1차 스프투하. 두 사람은 적당한 스프량에 대해 간단히 의견을 나눴다. “국물을 좀 싱겁게 해야 돼”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좀 짜게 드시잖아?” 간을 보더니 다시 적당하게 스프 량을 조절했다. 저번 달 메뉴는 자장라면이었지만 이번 주엔 야채라면이다. 큼직하게 썬 배추와 당근이 국물 속으로 첨벙! 잠시 후 주인공인 라면을 넣고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달걀을 떨어뜨렸다. 몇 초나 흘렀을까?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라면과 야채는 어느새 열정적인 탱고를 추고 있었다. 국자로 라면을 휘젓는 두 사람의 몸짓이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보는 것 같다. 더운 여름 솥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그들의 얼굴은 벌겋게 익고 온 몸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국물과 면을 최종 점검한 뒤 그들은 솥만 바라보던 나머지 회원들에게 OK 사인을 보냈다. 다른 회원들은 배달을 위해 재빨리 움직였다. 그날, 백여 명이 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들이 끓인 라면으로 든든한 오후를 보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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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라면천국 회원들은 5-6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중계동으로 봉사활동을 나온다. 회원이 많아서 이렇게 봉사하는 날 처음 얼굴을 대하는 사람이 많다. 봉사현장에 찾아간 날도 모임을 주도한 한창국 씨와 김성준 씨 외에는 대부분이 처음 모임에 나온 사람들이었다. 엄마를 따라온 초등학생부터 유학을 앞둔 고등학교 여학생, 40-50대 직장인, 몸이 조금 불편한 청년, 수줍음 많은 대학생까지. 나이도 직업도 다른 사람들이 남을 돕고자하는 그 마음 하나로 모였다. 현장에 나오는 회원은 자주 바뀌는 편이다. 너무 인원이 많아도 안 되기 때문에 선착순으로 지원자를 받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가 바로 김성준 씨와 한창권 씨. 전에는 회원들이 돈을 모아 라면을 샀지만 지금은 여러 라면회사에서 협찬을 받는다. 한 번에 협찬 받는 라면 개수는 200-250개 정도. 라면에 들어가는 간단한 부식은 현장에 나온 회원들이 오천 원씩 모아서 해결한다. 라면천국 회원들은 점심시간이 끝난 후 그 자리에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저번 달에 자장라면 만들 때 진짜 힘들었는데. 그때는 몇 명 안 나오시더니 이번에는 진짜 많이 나오셨네요. 휴가대신 이곳으로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언제든지 이렇게 봉사할 수 있는 현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참 고마운 일입니다. 오늘 오신 분들은 한 번이 아니라 오래오래 같이 했으면 합니다.” 현장에 나온 회원을 체크하던 한창국 씨가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옆에서 조용히 일을 거들던 김성준 씨는 라면으로 봉사하는 게 어른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저도 라면을 좋아했죠. 근데 나이가 드니까 라면을 먹고 나면 속이 부대낄 때가 많아요. 저도 그런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오죽 하시겠어요? 또 대부분 어렵게 혼자 사시는 분들이라 평소에 라면을 얼마나 많이 드시겠어요. 그래서 가끔 죄송하기도 해요. 지금은 라면보다 봉사가 좋아서 나오는 거죠.” 별스럽지 않은 듯 말했지만 따뜻한 그의 마음씀씀이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회원들은 간단한 소개를 한 뒤 오후 두 시께 모임을 마쳤다. 헤어지기 전 그들은 복지관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건강한 나무가 모인 울창한 숲이 보인다. 이들과 같은 마음으로 산다면, 세상도 살만 할 것 같다. 이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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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감사히 잘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자축해야겠네요~드뎌 글로벌 라면천국이 되었습니다~~!감동적인 기사입니다~
홧팅 라면 봉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