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원의 행복-
편의점에서 일한지 몇 주가 흘렀다. 그동안 평일 야간아르바이트였기 때문에 몇 주간에 편의점 일에 아주 익숙해졌다. 일하다 보면 술취해서 술주정하는 손님이나 들어와서 한참을 나가지 않는 손님(주로 여자들), 새벽이 지고 아침이 올 무렵 항상 우유를 사가시는 할아버지.
솔직히 난 점원의 입장에서 그 할아버지는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기껏 날짜별로 정리해논 우유를 뒤적뒤적해놓으셔서 흐트려놓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물론 맘에 드는 손님도 있다.(손님을 좋다, 안 좋다 평가 할순 없지만) 아무튼 반가운 손님 꺼려지는 손님.. 늘어놓자면 공책한권은 나올듯하다(약간은 오바)
어느 날은 막노동스타일의 아저씨들이 아침 일찍 오신 적이 있는데 난 아침에 졸린데다가 심심하기도해서 ‘아저씨들 근처에 건물 짓나요?’ 하고 물어보았다. 아저씨들은 지금 확실히 기억은 안나는데 이렇게 말씀 하셨던거 같다. ‘상지대에다가 여자기숙사 짖잖어’.
‘아 그래요?’ 말주변 없는 나의 짧은 대답이었다. 빨간 칠 되어있는 목장갑을 건네드리고 난 다정하게 인사했다. 그 아저씨들은 거의 평일에는 아침마다 왔다. 그리고 몇주가흐르고 아저씨들은 오지 않았다. ‘이제 공사가 끝났구나’
어느 날 새벽 두시쯤 물건을 정리하고 간단히 박스정리를 해서 밖에다 쓰레기와 함께 내놓을 준비를 하고있었다. 그때 손님이 한분 들어왔는데 인상이 참 밝았다.
목장갑을 끼고 등산화에 지저분한 면바지와 긴팔티를 입고 있었다. 얼굴은 밝은 표정과는 반대적으로 연탄가루를 맞은듯 까맸다.
‘아 기숙사 공사가 아직 안끝났나?’ 이렇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물어봤다. ‘아저씨 상지대에서 야간작업 하시나봐요?’
아저씨의 대답은 짧지도 않았는데 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말투가 어눌해서). 궁금해서 다시 물어보고 싶었지만 누구나 그 입장에선 다시 물어보기가 꺼려질 것이다. 나는 ‘아... 네....’ 짧게 대답했다.
아저씨는 날보며 해맑은 미소를 띄우시며 라면을 골라서 드셨다.
난 정리를 마져 끝내고 아저씨가 라면 드시는걸 슬쩍슬쩍 훔쳐보며 책을읽고 있었다.
‘이박스 가져가도 되?’ 아저씨가 갑작스레 질문을 던졌다. ‘네????’ 라고 순간적으로 대답했다. ‘여기 이 박스 안 쓰지?’ 약간 미안해하며 다시 물어오셨다.
‘아 이 아저씨 막노동꾼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며 가져가시라고했다.
아저씨는 작은 몸으로 박스뭉치를 끌어안으시더니 수고하라는 짧은 말과함께 나가셨다.
유리창사이로 밖을 빼꼼히 쳐다보니 박스가 상당히 많이 쌓여있는 리어카가있었다.
난 그때가 돼서야 정리가 되었다. ‘이 아저씨는 박스 줏으러 다니는 분이구나.’
자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리어카를 도로로 힘겹게 끌고 다니다가 전봇대 옆에 쓰레기를 뒤져 깡통과 박스 플라스틱을 골라내서 가지고 다니시는 분들... 흔히 우리가 길가다가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분들이다. 난 차를끌고 다니며 그런 분들을 보며 ‘짜증나게 도로로 다니냐!!‘ 이런 생각을 수 십번은 했던 것 같다. 물론 위험하겠다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짜증난다는 말이 먼저 나온건 사실이다.
그 박스 아저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벽이 되면 찾아오셨다.
찾아오는 이유는 박스가 아니라 라면이었다. 박스는 매일 나오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단골이 되버린 그 아저씨와 난 금방 친해(?)졌다. 그 아저씨가 거지같은 복장으로 하고 다녔지만. 난 그 아저씨의 첫인상만으로도 좋은분이라는걸 알았기 때문이다.
첫인상도 첫인상이지만 그 아저씨의 표정은 가히 평화롭다고 말하고싶다.
말하는투는 어눌해서 잘 못 알아들을 정도지만 그 해맑은 미소는 여느 사람보다 진실되었다.(순전히 내생각)
한번은 그 아저씨가 라면 값에 200원이 모자라 나에게 꾸어서 사드신적이있는데,
몇일 뒤에 갚으시며 ‘그치 나좋은 사람이지?’ 라고 말씀하셨다. 평소에도 아저씨는 나에게 자기는 좋은 사람이라고 달래듯 말해왔다. ‘누가 뭐래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무튼 이걸로 아저씨가 사기꾼은 아니란 것이 입증(?)되었다.
이렇게 우리는 새벽마다 만나왔다. 아저씨의 집은 횡성이고 예전에 여자친구랑 여자친구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고 현재 나이 40의 솔로라는 것도 알았다.
아저씨는 자기이야기를 매일매일 해주었다. 나도 무언가를 얘기 하고 싶었지만 특별이 할 이야기가 없었다.
하루는 내가 궁금증이 생겼다. 길거리에서 자주 스쳐지나간 것.....
‘아저씨 근데 리어카 한가득(굉장히 높이 쌓인다.) 팔면 얼마 주는데요?’ 난 이제 아저씨가 친근해서 편하게 물어보았다. 아저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해 주셨다. ‘응? 저거? 7000원 정도 주겠다~’
그 산더미 같은 박스와 깡통 플라스틱들이 7000원이었다. 약간의 혼란이 왔다.
많이 받는 건가? 적게 받는 건가? 아저씨가 가시고 난 곰곰이 생각했다.
쓰레기를 줏은걸로 치면 많다고 할 수 있겠지만.. ‘라면=1000원, 디스(담배)=2000, 아침에는 밥 사드신다고 했으니까 ’3000~4000원‘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남는게 없었다.
그이후로 난 아저씨에게 주제넘는 얘기지만 차라리 막노동을 하라고 말씀드렸다. 아저씨는 받아주지도 않는다고 하셨다.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밤새도록 걸어 다니며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모은 박스들이
내가 날마다 게임방에다 담배에다 군것질하며 써버린 10000원 보다도 적었다.
그 아저씨는 그렇게 하루를 벌어 하루를 위해 쓰시는 분이었다. 횡성이 집이라고 하셨지만
차 비만해도 왕복 2000원이 들텐데 노숙하는게 틀림없었다.
피차 거지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확실한 것은 정말 열심히 사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육교위에서 손을 벌리고 구걸하는 거지들, 겉은 깔끔하지만 남 등쳐먹는 사기꾼들이나 도둑놈 적어도 이런 사람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착하고 성실하신 분, 그분이 바로 이 아저씨며
그 아저씨처럼 박스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난 이런 분 들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우리가 은근히 무시하는 그런 사람들은 헛되이 하루를 낭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낼 때 그들은 하루를 살기위해 오늘도 어디에선가 박스를 찾아 거리를 활보 할 것이다.
지난 2005년 봄 난 그 박스아저씨를 만났으며 그 아저씨와의 이야기를 짧게 써보았다.
-끝-
첫댓글 세상을 따스하게 보실줄 아는 맑은 심성을 가지셨군요. 글을 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저 역시 글을 어떻게 써야 될지 잘 모르지만 님의 글을 읽다 보면 산만하다는 느낌이 제일 먼저 듭니다. 시간을 두고 몇번이고 읽다보면 군더더기가 보일 것입니다. 그럴땐 과감히 삭제해 보시지요. 건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전 작가가 되고싶은 한 사람으로서 아직 많이부족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꼬집어 주시길..
좋은 소재를 가지셨으나 문체와 문장이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고 주제 넘게 한마디 해봅니다. 전 요즘 1000원의 행복 찍습니다. 벌써 한달째 천원으로 살고 있지요. 제목보고 그냥 생각나서 제 얘기도 해보았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다음엔 좀 더 다듬어진 글을 쓰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님도 항상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