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7 베타를 아이폰에 설치한 모습.
iOS7은 이름에 쓰인 숫자처럼 애플의 7세대 모바일 운영체제다. 6년째 조금씩 손보던 디자인은 완전히 새로운 스마트폰을 쓰는 것처럼 새로워졌다. 6월10일 첫번째 베타 버전이 개발자를 대상으로 공개됐고 앞으로 몇 차례의 베타 테스트를 거쳐 가을에 정식으로 공개될 예정이지만, 이미 큰 틀에 대해서는 WWDC(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에서 발표와 현재 공개된 베타 버전에서 그리 크게 달라지진 않을 전망이다. 아직 베타1은 아이폰용만 나와 있다.
확 달라진 디자인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과 화면 구성, 그러니까 이용자가 직접 접하는 인터페이스(UI)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특히 새 아이콘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밝은 형광빛 중심의 아이콘에 강렬한 두 색이 서서히 변하는 그라데이션 효과는 ‘젊어졌다’는 평가와 ‘지나치게 튄다’는 엇갈린 평가가 팽팽히 맞서게 했다.
기본 앱 구성도 달라졌다. 특히 ‘스큐어모피즘’으로 불리던 화면 구성을 싹 덜어내고 흰 바탕에 텍스트로 화면을 꾸민 것이 전혀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큐어모피즘은 각 앱을 아날로그 기반으로 쓸 때와 비슷한 경험을 주기 위한 디자인을 일컫는다. 그간 iOS6까지 메모 앱은 실제 메모지처럼, 음악 재생기는 카세트 플레이어처럼 디자인해 왔다. 새 iOS는 이를 싹 걷어내고 최대한 단순하고 깔끔하게 단장했다. 이 역시 디자인 면에선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지만, 대체로 더 현대적이고 화면이 넓어보이는 효과가 있다는 평이다.
‘밀어서 잠금해제’ 스위치가 사라졌다. 대신 화면 전체를 옆으로 밀면 된다. 아이콘 디자인이 완전히 새로워졌다.
기본 앱 새단장
전체적인 디자인의 틀이 달라지면서 기본으로 깔리는 앱에도 변화가 생겼다. 날씨 앱은 야후 날씨 앱처럼 현지의 날씨 상황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 준다. 사진첩은 날짜와 장소를 기반으로 자동 분류해준다. 메일과 메시지도 흰색에 텍스트 위주로 꾸몄다. 뒤로가기나 추가, 편집처럼 화면 위에 달려 있던 버튼들도 버튼의 모양을 지우고 글자와 화살표로 대치됐다. 일정과 메모는 수첩, 다이어리같던 디자인을 버리고 온전히 새로 디자인했다.
기본 앱 디자인이 싹 달라졌다. 큰 틀만 그대로 두었을 뿐 분위기는 전혀 새로운 운영체제 수준이다.
제어판 들락거리는 불편 없앤 ‘콘트롤 센터’
스마트폰에도 여러 기능이 더해지면서 수시로 껐다 켜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기능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버튼이나 스위치를 줄이면 줄였지 늘리진 않는다. 이 때문에 블루투스를 켜려고 해도 ‘설정’을 열고 블루투스 항목을 찾아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iOS7에선 콘트롤 센터가 더해지면서 이런 불편이 사라졌다.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리면 간단히 무선랜, 블루투스, 방해금지 모드 등을 켤 수 있고 화면 밝기도 조절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에서 많이 보던 알림창 기능과 비슷한데, 위에서 끌어내리는 알림 메시지와 화면을 분리하면서 공간적으로 콘트롤 센터에는 더 많은 기능을 넣을 수 있게 됐다. 음악을 재생하거나 파일을 전송하는 것도 된다. 특히 뒷면 카메라 옆 플래시를 켜 전등처럼 쓸 수 있는 버튼이나 계산기, 카메라, 시계 등을 곧바로 실행할 수 있게 된 점은 편리하다. 지금까지는 아이폰을 탈옥하고 유료 앱을 설치해야 이 기능을 쓸 수 있었지만, iOS7에선 더 강력한 콘트롤 센터가 기본으로 더해졌다.
화면 아래를 밀어 올리면 콘트롤 센터 메뉴가 나온다. 아이콘만으로도 대강 어떤 역할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콘트롤 센터는 잠금을 풀지 않은 상태에서도 곧바로 접근할 수 있다.
한국어 지원 강화
애플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iOS7 베타1에는 한글 입력시 쿼티(QWERTY) 뿐 아니라 ‘천지인 한글자판’도 제공된다. iOS7의 공식 업데이트 내용은 아니고 아직은 내부 테스트로 이뤄지고 있는데, 반응에 따라 정식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이지한글’이나 ‘스카이한글’ 등 다른 한글 키보드는 아직 더해지지 않았다.
베타1에서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지만 정식 버전에서는 한국어 사전도 추가된다. 웹사이트나 아이북스 등을 보다가 어디서든 단어를 눌러 한영, 영한 사전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텍스트를 입력할 때 오타를 잡아주기도 한다. 음성 비서인 ‘시리’는 전체 언어 엔진을 싹 뜯어고쳤는데 한국어 시리도 이전에 비해 말을 더 잘 알아듣고 대답도 개선됐다. 시리의 목소리는 조금 어색하게 바뀌었다.
화면 아래 키보드는 디자인도 살짝 달라졌고 ‘천지인’ 한글 자판도 더해졌다.
무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아이튠즈 라디오’
새로 선보인 ‘아이튠즈 라디오’는 무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다. iOS7 발표 직전에는 뜨거운 관심사였는데, 막상 발표된 뒤로는 조금 시들한 분위기다. 아이튠즈 라디오는 음악을 내려받지 않고 인터넷상에서 직접 스트리밍해서 듣는 방식이지만, 국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원하는 곡을 하나하나 골라서 들을 수는 없다.
대신 큰 주제를 정한다. 90년대 팝, 최신 힙합, 한국 가요 등을 정하거나 마이클잭슨, 마돈나 등의 아티스트를 고를 수도 있다. 그에 따라 가장 분위기가 잘 맞는 곡들이 자동 선곡돼 흘러나온다. 애플이 이 서비스에 ‘라디오’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다음에 어떤 음악이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음악이 나오면 그 곡을 다시 틀지 않도록 체크할 수 있다.
아이튠즈 라디오는 무료로 곡 전체를 들을 수 있는 대신, 곡 사이마다 짤막한 음성 광고를 내보내는 것으로 수익을 낸다. 아직은 북미 지역 이용자들에게만 서비스된다.
아이튠즈 라디오는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인터넷 라디오다. 곡이 넘어가는 사이에 음성 기반의 아이애드 광고가 나온다.
애플판 무료 인터넷전화, ‘페이스타임 오디오’
애플의 무료 영상통화 ‘페이스타임’엔 음성통화 기능이 덧붙었다. 초기 페이스타임은 무선랜 환경 안에서 영상통화만 할 수 있었는데 2012년 iOS6가 등장하며 WCDMA나 LTE 등 셀룰러 통신망에서도 쓸 수 있게 열린 바 있다. 2013년 WWDC에서 iOS7과 함께 등장한 ‘페이스타임 오디오’는 영상이 빠지고 소리만 전달하면서 전화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기술적으로야 영상을 함께 전송하는 페이스타임이 더 복잡하겠지만 통신사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통신사의 주요 수익원인 음성 통화를 OS에 통합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은 꼭 애플이 아니더라도 메신저 앱들이 대부분 음성채팅 서비스를 넣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사들도 요금제에 따라 mVoIP 기반 인터넷전화의 데이터 양을 제한하거나 음성통화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데이터 중심으로 바꾸면서 애플로서는 눈치를 덜 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덕분에 iOS7은 아이클라우드에 접속만 돼 있으면 인터넷 기반으로 음성과 영상통화, 그리고 문자메시지 등 기존 휴대폰이 하던 일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페이스타임 오디오는 기존 연락처에 통합돼 전화를 걸 때 인터넷으로 걸 지, 셀룰러로 걸 지 고를 수 있다. 통화 품질도 괜찮다.
업데이트 누르지 않아도 ‘앱 자동 업데이트’
앱을 설치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업데이트는 잘 하지 않는 것은 한두명의 이야기가 아닌가 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앱스토어 아이콘에 업데이트를 알리는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앱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버그를 없애고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을 더하는 업데이트가 모든 이용자들에게 빠르게 적용되길 바라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잘 쓰고 있는 앱을 업데이트하는 것은 꽤 번거롭기도 하고 왜 해야 하는지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용자도 적잖다.
iOS7에는 자동 업데이트 기능이 들어갔다. 이용자가 직접 접속하고 업데이트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무선랜에 접속되면 백그라운드에서 자동으로 앱을 판올림한다. 원치 않는 업데이트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OS나 앱 입장에서는 버그나 보안 문제에 대해 더 안전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자동 업데이트를 끄고 기존처럼 직접 하나하나 골라 업데이트하는 것도 된다.
앱이 자동으로 업데이트되고 그 내역을 남긴다. 앱 자동 업데이트는 설정 메뉴에서 고를 수 있다.
베타 버전 설치, 아직 참으세요
iOS7은 ‘아이폰4’, ‘아이폰4S’, ‘아이폰5’에 설치할 수 있고 아이패드는 ‘아이패드2’, 3•4세대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가 업데이트 대상이다. 아이폰3GS는 2010년 3.0 운영체제와 함께 발표돼 iOS6까지 업데이트했지만, 높은 성능이 필요한 iOS7의 업데이트 목록에서는 빠졌다.
iOS7의 베타 버전은 말 그대로 개발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판이다. 실제 운영체제로 사용하기보다는 OS의 커널이나 메뉴가 달라졌으니 정식 출시까지 제대로 작동하는 앱을 만들어달라는 의도로 미리 공개한 것이다.
달라진 기능을 빨리 써보고 싶어 따로 돈을 내고 단말기를 개발자용으로 등록하거나 약간의 편법으로 업데이트를 하는 이들이 많은데, 아직은 참아주길 당부한다. 정식 출시 전까지의 iOS7은 불안한 점들이 많고 어떤 문제를 일으킬 지 알 수 없다. 실제로 이유없이 재부팅되는 경우가 많고 정상적으로 실행되지 않는 앱도 적잖다. 아직 최적화가 되지 않아 구동 속도가 느리고 배터리 이용 시간도 들쑥날쑥하다. ‘복원’ 기능을 통해 예전에 쓰던 iOS 6.1로 되돌릴 수는 있지만 백업과 복원 과정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정식 iOS7은 올 가을께 공개될 예정이다. 그때까지는 뉴스나 리뷰 등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호기심을 해소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