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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말해줘] 11
S#1. 하숙집 거실
병수, 현관에서 들어와 석관의 방 쪽으로 간다.
능옥, 정말 병순지 눈을 씻고 다시 보는데,
영채, 이층에서 내려오다 병수를 보고, 병수, 인사도 잊고 석관의 방으로 들어가면
석관, 병수의 뒤를 따라서 현관으로 들어온다.
S#2. 석관의 방
새우처럼 꼬부리고 불쌍하게 잠 들어 있는 오상무.
그런 오상무를 선 채로 내려다보고 서 있는 병수.
S#3. 거실
능옥과 영채를 모아놓고 소곤거리는
석관 : (석관의 방 쪽을 흘긋 거리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뭔지는 몰라도 억수로 심각한가바예.
아무도 몬들어오게 해 달라고 부탁했십니더.
영채 : .....
능옥 : .....
이층에서 이 닦다 말고 칫솔을 입에 문 채 뛰어내려오는
을채 : 뱅수 오빠 소리가 났는데 뱅수 오빠야 왔나? (입안에서 칫솔이 뱅뱅 돌아간다)
석관 : 쉿!
을채 : ?
영채 : (석관의 방을 바라보는)....
S#4. 석관의 방
샛눈 뜨고 보는 오상무. 보고 서 있는 병수.
눈 질끈 감는 오상무. 오상무 앞에 앉는 병수.
음냐음냐하며 돌아눕는 오상무.
병수 : (조용히) 일어나세요.
오상무 : (긁적긁적 쿨쿨)
병수 : (조용히) 일어나세요.
오상무 : (드르렁~)
S#5. 거실
능옥과 영채와 석관과 을채, 궁금하고 걱정되는 얼굴로 서로 있는데 갑자기 석관의 방에서
병수 : (E 버럭) 일어나시란 말예요!!!
S#6. 석관의 방
기절하게 놀라서 자동반응처럼 벌떡 일어나 앉는
오상무 : 나.... 화장실 좀... 응? 화장실 다녀와서 응?
하고 후다닥 튀어나가는 오상무.
S#7. 거실
오상무 튀어나와 그대로 현관 밖으로 달려나간다. 뒤이어 병수가 튀어나와 오상무를 쫒아가고,
영채와 능옥과 을채, "병수야"도 못 부르고 황망하게 서 있는데, 석관만 "뱅수야!" 하며 따라나간다.
S#8. 마당
오상무 마당을 가로질러 계단으로 뛰어올라가고 반야가 그런 오상무를 보고 컹컹 짖고
병수 "오상무님!!" 하며 오상무를 쫒아가고
뒤따라나온 석관, 그런 두 사람을 쫒아가다 다시 돌아와 반야 데리고 따라간다.
이층 베란다에서 희수가 나와 그런 세사람을 보고 있다.
희수의 얼굴에 살짝 불안이 스친다.
S#9. 성곽길
오상무, 열나게 뛴다.
병수, 쫒아온다.
병수 : (따라뛰며) 오상무님.... 제말... 제발....(터지는)
그런 병수 앞을 반야의 개줄을 쥔 석관이 앞질러 오상무를 쫓는다.
S#10. 동네일각
오상무 헥헥대며ㅡ 이제 안 오겠지 뒤돌아보는데, 석관과 반야가 바짝 따라 뛰어오고 있고,
병수, 그 뒤에서 열심히 쫓아오고 있다.
오상무, 앗 뜨거라 또 뛴다.
S#11. 공원입구
오상무 열심히 달려 공원으로 쑥 들어가려고 하는데,
반야가 달려와서 오상무 앞을 가로막으며 으르렁대고, 석관이 도착하고,
오상무 숨이 턱끝까지 닿아서 외친다.
오상무 : 그... 그만 뛰자... 헥헥... 내가 졌다.
석관 : 와...(헥헥) 내한테....(헥헥) 반말인데...
오상무 : (헥헥) 병수는 그렇다 치구... 자네는 뭐땜에 따라 뛰었나?
석관 : 뱅수가...(헥헥) 띠가가... 기양... 따라 띴다....
병수, 헉헉대며 도착한다.
오상무와 석관, 그런 병수를 본다.
S#12. 공원안
노숙자들이 슬슬 깨어나는 시간.
공원 구석의 인적 없는 곳의 벤치에 앉아있는 오상무.
병수, 머릿속이 텅- 비었다, 멍하게 오상무를 내려다보고 있다.
병수 : (멍하게) 다시... 다시 한번만 말씀 해 보세요.
오상무 : (후욱 한숨을 쉬고) 얌마, 김병수. 너무 그러지 말구 왜 그런 거짓말까지 해야 했는지를 생각해 봐.
얼마나 좋았으면 다른 사람두 아니구 조이나가 (하는데)
병수 : 오상무님. 다시 한번만 말씀 해 보세요.
오상무 : 아 그러게 말하구 있잖아! 조이나 같이 쿨한 여자가 이렇게 까지 이성이 마비됐을땐 그럴 만한 이유가 (하는데)
병수 : 오상무님!
오상무 : 아 그럼 내가 어떡하냐구. 너한테 그렇게 말해달라구 울구 불구... 아 너라두 그떄 조이나의 모습을 봤으면
무슨 부탁이라두 들어줬을 거라구. 나두 어쩔수가 없(하는데)
병수 : 그러니까.. 오상무님이 술 취해서 하신 그 말씀이 사실이란 거죠...
오상무 : (헷갈리기 시작하는 오상무!) 아 사실이 아니구 거짓이라니까.
병수 : 그 거짓말이 그러니까.. 사실이라는 거죠.
오상무 : 아 글쎄 사실은 거짓말인데 거짓말을 해 달라구 부탁한 조이나가 거짓말을 한거구 나는 다만 사실을 알구서두 거짓말을..
병수 : 임신과 유산이... 모두 거짓말이라는게.. 사실이라는 거죠....
오상무 : 아 사실이 아니라 거짓말이라니까!!
병수, 충격으로 얼어있는데, 오상무는 계속 떠든다.
오상무 : 아 씨 뭐야 헷갈려 죽겠네, 그러니까 임신 했다는 게 거짓말이니까 유산했다는 것두 당연히 거짓말이구,
그러니까 그 거짓말이 사실이냐는 말은 임신이 사실이냐는 말이냐구 묻는 거냐 아니면 임신했다는 거짓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말이냐..... 아 씨 뭐야아... (하고 보면)
병수, 없다.
오상무, 두리번 거린다. 병수, 공원 출구를 향하여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오상무, 그런 병수의 뒷모습을 보며 이제 풀려났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후- 쉬면서 벤체의 등받이에 기대고,
다시 멀어져가는 병수의 뒷모습을 보다가... 가만히- 보다가...
뭔가 정신이 번쩍 드는 듯한 느낌으로 오상무 벌떡 일어나 병수에게 달려간다.
달려와 병수 앞을 가로막고 서는
오상무 : 기... 김병수...
병수 : 예...
오상무 : 마.. 말 할거야? 조이나한테?
병수 : ......
오상무 : 저기 김병수, 조이나한테 말 할거야? 내가 말 했다구? 어휴... 나 그럼 큰일나는데... 알지? 나 지금 쫓겨나면
우리 새롬이하구 새롬이 돌봐주시는 우리 노모하구.... 못먹여살려... 저기 김병수, 이미 지난 일이구, 뭐 이렇게 됐다구
나쁜 것두 아니잖아? 옛날 일 들춰내 좋을 게 뭐 있어? 말... 말할거야? 내가 말 했다구?
병수 : ... 오상무님..
오상무 : 어 그래 김병수.
병수 : (멍하게) 알았어요... 말 안할게요... 그러니까 오상무님두, 말씀하지... 마... 세요....
오상무 : ....
가던 길 가는 병수. 바라보는 오상무.
S#13. 거리
출근시간의 거리. 한떼의 사람들이 마을버스에서 내려 일제히 지하철역 쪽으로 움직인다.
병수, 점퍼 주머니에 손 푹 찔러넣고 사람들을 거슬러서 거꾸로 걸어가고 있다.
S#14. 하숙집 동네
희수가 영채를 태우고 출근하고 있다.
멀리서 보고 있는 병수.
S#15. 차안
희수 운전하고, 영채는 희수 옆에 앉아있는데, 저 뒤에서 병수가 보고 있고,
영채, 문득 뭔가 당기는 느낌으로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S#16. 하숙집 동네
병수, 남의 집 담 뒤로 숨었다가 다시 나와서, 멀어지는 희수의 차를 보고 서 있다.
병수... 문득 뭔가의 느낌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반야가 병수의 신발을 핥고 있고, 뒤이어 석관의 "반야야!!!" 찾는 소리가 들린다.
병수 보면, 석관, 저쪽에서 반야를 부르며 찾아 헤매다가 병수와 반야를 발견하고 반색을 하며 달려온다.
웃으며 달려오는 석관을 보고 병수, 울컥 반갑다.
웃는 병수.
석관 : (달려와서 반야에게 목줄을 씌우며) 둘 다 여 있었네... 근데, 니 그기 무신 일이고?
뭐 때문에 식전 댓바람부터 누구를 쫓아가고 띠 댕기고 그랬노?
병수 : 석관아...
석관 : 어...
병수 : 나 심심해...
석관 : ...??
병수 : 나랑 놀자.
석관 : (보다가... 씩 웃으면)
병수 : (같이 웃는다)
S#17. 달리는 희수의 차
영채와 희수, 각각 다른 생각에 잠겨있다.
골똘한 영채 얼굴 위로
S#18. 하숙집 거실(플래시백)
하숙집 현관 안으로 들어와 석관의 방으로 들어가던 병수(#1)
S#19. 영채네 신방 (플래시백)
(10회의 #72)
영채, 뭔가 이상해서 아직 못 나가고 문간에 서 있고 희수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아
희수 : 우리일 뭐? 오상무가 병수한테 뭐? (하다가 영채가 아직 거기 서 있는 걸 알고 멈칫).....
영채 : ...(뭔가 이상한)...
희수 : (당황하는)......... 나.........나중에 전화할게. (끊는)
S#20. 제주도의 호텔 (플래시백)
(9회 #55)
심상찮은 태도로 서로 노려보고 있는 이나와 희수
S#21. 희수의 차 안
영채, 문득 희수를 본다.
희수, 골똘하게 생각에 잠겨있다. 그런 희수의 얼굴 위로
이나 : (E 침착하려고 애 쓰는) 오상무... 깨워... 깨워서 물어봐. 우리일을... 오상무가... 병수한테.. 말한거 같아.
희수 : ....
영채 : 지나쳤어요.
희수 : (생각에서 깨고, 영채를 보는) ... 어?
영채 : 지나쳤다구요... 회사.
희수, 바깥을 본다. 올인원 앞을 한참 지나치고 있다.
희수, 차 돌리려고 하는데
영채 : 돌리지마요, 그냥 여기서 내려 걸어갈게요.
희수 : 어.. 그럴래?
희수, 차를 세우면 영채, 내리려고 문고리를 잡다가 문득
영채 : 그런데요....
희수 : (긴장)...어?
영채 : ...(보다가)... 아니에요.
영채, 내린다.
S#22. 올인원 앞
걸어와서 건물로 들어가던 영채, 꺼림칙한 기분으로 희수가 간 쪽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S#23. 올인원 복도
영채 들어온다. 직원들과 마주치면 인사도 한다.
마케팅실로 가면서 여기저기 눈으로 기웃거려보는 영채.
S#24. 올인원 기획실 앞
지나가면서 들여다보는 영채. 병수, 없다.
S#25. 이나의 집무실 앞
영채, 지나가면서 슬쩍 본다. 이나도 없다. 그 위에
이나 : (E) 오선배는 전화기 전원을 꺼버린 상태구
S#26. 희수의 작업실 부근
희수와 이나, 자동차 나란히 세워두고 그 앞에 서 있다.
이나, 초조하고 안절부절 못하며...
이나 : 병수는... 전화를 안받아.
희수 : 오선배, 잔뜩 취해 새롬엄말 부르면서 울더라. 새롬엄마 재혼 때문에 속상해서 취했구, 취한 김에 나한테 온거야.
그뿐이야. 침착해. 이럴 거 없어.
이나 : 근데 병수가 뭐땜에 거기까지 오선밸 찾아가? 오선배한테 꼭 들어야 할 말이 있댔단 말야!
오선배한테 꼭 들어야 할 말이 뭐냔 말야!
희수 : (신경질) 내가 오선배야? 왜 나한테 따져?
이나 : (아랑곳없이) 오선배 술 취하면 말실수 많이 하잖아. 혹시 취해서 자기가 아는 걸 다 발설 해 버린 거 아냐?
희수 : 오선배가 아는 게 뭔데.
이나 : 다! 다 알잖아! 다 알구 있는 유일한 사람이잖아. 병수를 잡으러구 임신했다구 거짓말한 거, 유산됐다구 말 한 거,
그리구 당신하구 내 관계까지 다! 당신이 일부러 꼬맹이한테 접근했다는 건 당신 입으로 오선배한테 꽈바치지 않았어?
희수 : ... 나하구 당신 관계가 어떤 관곈데?
이나 : ... 뭐?
희수 : 당신하구 내 세월은 아무것두 아니라며? 그렇게나 오래 만나왔단 거 자체가 피차 가벼웠단 증거라며?
그렇게 가벼웠던 관곌 가지구 뭐하러 그렇게 겁을 내?
이나 : 희수씨... 잊었어?
희수 : ...?
이나 : 당신... 꼬맹이랑 결혼 했잖아..
희수 : (멈칫)...
이나 : 무거웠든 가벼웠든 꼬맹이가 당신하구 내 관곌 알아봐. 그리고 당신이 일부러 꼬맹일 유혹하려구 했단 걸 알면
꼬맹이가 당신한테 뭐라 그럴까?
희수 : 한가지.. 당신이 잘못 알구 있는 게 있어.
이나 : ?
희수 : 당신이 꼬맹일 나한테 떠다민건 분명한데.. 난 꼬맹이한테 일부러 접근 한 적 없어. 유혹한 적은 더더욱 없구.
이나 : 그건... 혹시라두 나중에 꼬맹이가 알게 된다면 꼬맹이한테나 할 변명이지, 나한테 항변할 필욘 없어. 안그래?
희수 : (얄미워서 이나를 보는)...
이나 : (자동차 문 열며) 오선배를 만나야 해. 그게 당신하구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라구.
이나, 차에 올라 붕~ 떠난다.
희수, 그런 이나를 보고 있다.
S#27. 달리는 이나의 차
이나, 운전하면서 전화 중.
안내 : (F) 전화기가 꺼져있어...
전화 끊고, 다시 단축번호 눌러 전화하는 이나.
S#28. 술집 (밤)
석관과 병수 술 마시며 떠들고 있다. 두 아이 적당히 취했다.
석관 : 니 거 생각 안나나? 오학년때! 우리반 아들이, 니가 은제까지 참는공 본다꼬 뱅수 화나게 하기 내기를 안했나.
병수 : 그랬나? 느그들 참말로 나쁜 놈들이네!
석관 : 그래가 체육시간에 교실에 몰라 들어와가 니 가방 통째로 숨카뿌고, 책도 공책도 엄써가 니를 샘한테 야단듣게 할라꼬
그캤는데, 아 샘들은 이상하구로 니한테는 야단을 안치고, 가방 숨카논 놈 나와! 그캐서 내만 디지게 얻어맞고....
병수 : 아 생각났다! 그때 내 실내화 속에 개똥 넣어놨던 아도 니가?
석관 : 그그는 내가 아이고 복태가 그란기고, 내는 니 도시락 훔치다가 밥은 싹 다묵어 비아뿌리고 그기다가 깨구리 집어너었제.
병수 : 맞데이! 도시락 따꿍을 뜩 열었드이 각중에 깨구리가 티나오가 내 얼굴에 특 달라붙었다 아이가.
내 을매나 시껍했는지 니 아나?
석관 : 그란데 니가 내라는 화는 안내고 하는 말이 영판 가관이드라.
병수 : 내가 머라캤는데?
석관 : (어린 병수 흉내) 느그들 이라지 마라, 깨구리가 숨막히가 죽으모 우얄라꼬 이라노?
병수 : (큰소리로 웃고) 그 대신 니는 그날 영채한테 디지게 맞았다 아이가?
석관 : 맞다. 영채한테 그날 코피 터지게 얻어맞았다. 머스마도 아이고 딸아한테 맞고 댕긴다꼬 울 아부지한테 또 맞았다.
영채가 울어무이한테 내가 도시락에다 장난한다고 일러바치가 어무이한테도 디지게 맞았제.
병수 : 쌤통이다... 나쁜놈.
석관 : (훌쩍) ...그란데... 어무이 아부지 이바구 하이까너 각중에 울 엄마랑 아부지가 보고 싶네...
병수 : ... 울 엄마 생신이 코앞인데...
석관 : 울엄마가 낄이주는 해물댄장찌개도 묵고 싶고 우리 새이야캉 행수님캉도 보고 싶네. 조카도 마이 컸을낀데.
병수 : 아직 선물도 몬 샀는데...
석관 : (벌떡 일어나며) 가자!
S#29. 거리 (밤)
술 취한 두 아이, 어꺠동무하고서 고래고래 울진고등학교 교가를 부르며 간다.
택시만 보면 "울진!!!"하고 소리치는 두 아이.
S#30. 해안도로 (낮)
달리고 있는 희수의 차
S#31. 희수의 차 안
을채를 뒤에 태우고 영채와 희수가 달리고 잇다. 을채는 코를 골며 자고 있다.
희수, 생각에 잠긴 듯 골똘한 얼굴.
영채 : (그런 희수를 보고는, 애써 밝게) 집에 가서두 그런 얼굴이면 곤란해요.
희수 : (깨서) 응?
영채 : 딸 시집보낸 부모님이 사위 표정이 어두우면 걱정할 꺼 아니예요.
희수 : 어... 그랬어? 걱정할 만큼이었어?
영채 : 엄마 생신 축하하러 가는 길이라구요. 잊어버린 것 같아서요.
희수 : 어, 미안. 생각할 게 많아서 그랬어. 생각 그만~ 그만 할 께.
영채 : ... 저기요... 궁금한 게 있어요.
희수 : 응 뭐?
영채 : (물어보려다가 ... 뒤의 을채를 의식하고)... 아니에요. 나중에 물어볼께요.
희수 : .......
S#32. 필상의 집 마당
정숙, 빨래를 탁, 탁 , 털어서 빨랫줄에 펼쳐 널고 있다.
하나 널고, 다른 거 하나 더 널다가 문득 멈추고 보는 정숙. 대문 밖에 병수가 와 있다.
정숙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와락 반가움이 스친다. 그러나 곧 반가움을 거둬들이고 다시 빨래만 탁탁 너는 정숙.
보고 있는 병수.
S#33. 필상의 방
정숙, 돌아앉아있고, 병수, 정숙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선물을 내 민다.
정숙 병수를 보지 않는다.
병수도 차마 정숙을 똑바로 보지는 못한다.
병수 : 내일이... 생신이라.............
정숙 : (딱딱한) 긋 때문에 이 먼데까지 내리왔드노...
병수 : 슥가이가 집에 간다캐서... 어젯밤에 같이 움직있습니데이.
정숙 : 어젯밤에? 어젯밤 막차 타고 내리왔드나?
병수 : 야. 막버스타고 새벽에 떨어졌십니더.
정숙 : 새벽에 떨어지가 잠은 어데서 잤고?
병수 : 슥가이네 집에서예....
정숙 : ..... 인자....이럴 거 없따 니.
병수 : .....
정숙 : 내 생일 챙기지 않아도 댄다 이말이다 인자.
병수 : ......
정숙 : ......
병수 : ......
정숙 : ......
병수, 부스스 일어선다. 정숙에게 꾸벅, 절 하고, 돌아서서 방문 여는데
정숙 : (고개를 병수쪽으로 휙 돌리며 버럭!) 밥은 뭇나?
병수 : ..... 야. 뭇십니더.
정숙 : (벌떡 일어나서) 묵긴 개코를 묵었나 일마야!!
S#34. 필상의 방
병수, 정숙이 차려준 밥상 앞에 앉아 밥을 먹고 있다.
정숙, 비스듬히 돌아앉아있다가 슬쩍 병수가 밥 먹는 꼴을 본다.
정숙 : (괜히 화 내듯) 팍팍 좀 무라!
병수 : ....야....(팍팍 먹는다)
정숙 : (뚝뚝하게) 거... 신김치 물에 헹군기다. 니 좋아 안하나. 다행히 한포기 남았드라.
병수, 정숙이 말 한 것을 젓가락으로 집는데,
정숙, 병수의 젓가락 사이에 낀 김치를 손으로 팍 잡아뺀다.
병수, 보면, 정숙, 손으로 김치를 쭉욱-찢어 병수의 밥 위에 놓아준다.
병수, 열심히 먹는다.
정숙 : (무뚝뚝하게) 마있나?
병수 : 야. 맛납니더.
정숙 : 마이 무라.
병수 : 야.
정숙 : (아까보다 누그러진 목소리로) 세월이 지나몬 댈끼다.
병수 : (밥먹는)....
정숙 : 뱃속에 영채 가짓을지게... 울 친정 어무아가 돌아가셨는데..
어무이가 허무하게 돌아가시고 나이... 그때까지 죽자사자 중요하게 생각댔던 긋들이 말짱 헛것만 같드라.
병수 : ....(숫가락질 느려지고)
정숙 : 내 마음이, 밤이나 낮이나 집에 몬 드가고 전혀 딴기렝서 헤매고 있는 것만 같드라.
병수 : ....(숫가락질 멈춰지고... 똑 자기 마음이다)
정숙 : 평생 마음이 추분 길거리에서 바들바달 떨고 있을 줄 알았드이... 시간이 지나이 차차 마음이 길바닥에서 집 가까이로
돌아오고, 쫌 더 지나이 마음이 집안으로 들오드라...
병수 : 시간이... 얼매나 흘러야 마음이 다부 집 안으로 돌아오겠심꺼 엄마....
정숙 : 꽁으로는 펭생 시간이 안흐를끼다.
병수 : 꽁으로 안대모 어떻게 해야 시간이 흐릅니꺼.
정숙 : 한 생명이 열심히 살다가 명을 다하고 꺼졌으이. 내한테 생명을 주고 키아주고 그칸 어무이 맹키로 생명을 만들고,
키우고, 그캐야제...
병수 : ....
정숙 : (다시 김치 찢어 병수의 밥 위로 올려놔 주며) 열심히 낳고 키았다. 글로도 모라자 니도 거뒀다. 내 배 아파 낳지 않았어도,
니도 세상에 나올라꼬 생긴 아고... 어떤 여자 하느는 니를 세상에 내 보낼라꼬 열시간 스무시간 배아 아팠을끼다...
그 생각을 하모 내가 지은 더운 밥이 니 입으로 들어가는 걸 보마 맘구석이 쩌르르 쩌르르 그카고 눈물 겹고 그캤다.
병수 : (꾸역꾸역 먹는다)
정숙 : 그래 더운밥 짓고 빨래 빨아 하얗게 입히고 그카는 동안에.... 시간에 흐르더라. 꽁으로 흐른 기 아이다...
(나물도 올려놓아주고) 천천히 무라. 체할라.
병수 : 야 엄마. (천천히, 볼따구니가 미어터지도록 먹는다)
정숙 : (그런 병수 보며)... 뱅수야...
병수 : (밥 때문에 발음도 잘 안된다) 야, 엄마...
정숙 : 니는 한 오년만 우예우예 지내보그라. 느그들 정이 얼매나 뼛속까지 깊을랑공 모리는 바는 아니지만도,
내랑 우리 어무이 정보다 깊었다는 건방진 소리는 말그라. 딱 잘라서 오년만... 새끼낳고, 새끼 키우고, 살아보그라.
병수 : (숫가락 질 다시 멈춰지는)...
정숙 : 그카다보믄.... 니캉 내캉 다시 펜하게 얼굴 볼 수 있을기다. 무시로 드나들고, 놀러 와가 자고 가고.. 그래 지낼수 있을기다.
병수 : ...엄마...
정숙 : 오야.
병수 : 밥 한그릇만 더 묵고 가고 싶어예.
정숙 : ...
병수 : 딱 한그릇만 더 묵고 싶어예...
S#35. 필상의 마당 (오후)
툇마루에 앉아있는 퇴근길의 필상.
정숙 : (E) 오야. 밥 묵고... 느그 쌤캉 아아들캉 다 딜이닥치기 전에 올라가그라. 서울서 영채 내리오고 있다카드라.....
필상, 일어선다.
경채와 빈채가 팔랑거리며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아빠" 부르는데,
필상, 그 아이들에게로 가서 그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필상 : 가자... 느그 언니들 마중가자. 마중가서... 쪼매 놀다오자.
병수 : (E) 석관아, 놀자! 석관아, 노올자!
S#36. 석관이네 집 앞 (밤)
병수, 술에 많이 취해서 석관아 놀자!!! 하고 있다.
S#37. 바닷가 술집 (밤)
석관과 병수, 술 마시고 있다. 석관과 병수, 취해있다.
병수 : ... 석관아 나는 .. 화가 나. 화가 나서 어쩔수가 없어.
석관 : 화가 나? 김뱅수가 화가 날때도 있디나? 김뱅수가 드디어 화가 나는 인간이 댔다꼬? 허허이- 그 참 반가분 일이네....
병수 : 화가 날 땐.... 어떻게 해야 해?
석관 : 우예 하긴! 화가 나몬 화를 내몬 대제!
병수 : 화를.... 낸다구?
석관 : 니 같은 부처님 사촌은 잘 모리나본데, 내 같은 중생은, 화가 나몬 화를 낸다. 화가 나는데 화를 못내모 그기 홧병인 기라고,
울 어무이가 늘 그래 말슴하시믄서 울 아부지한테 화를 내싰다. 그란데 니... 와 화가 났노? 누구때문에 화가 났노?
병수 : 나한테..
석관 : 어?
병수 : 나한테 화가 나. 나한테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그러면 나는 누구한테 화를 내야 해? 어떻게 하냐구.
석관 : (보다가)... 일나그라.
병수 : (본다)
석관 : 일나그라 퍼뜨윽!
S#38. 대나무숲(밤)
석관과 병수, 마주보고 서 있다. 두 아이, 취해있다.
석관 : 내를 니라꼬 생각하고, 패 보그라.
병수 : 니가 왜 나야.
석관 : 하이 이 개미 똥구녕 같은 셰끼야. 그라이까네 내를 니라꼬 치고, 패라카이! 니한테 화가 난다 안캤나!
그라모 니를 패주야 대는데, 지가 지를 우예 패노! 그라이 내를 니라 생각하고 패라 이말이다.
병수 : 이러면 되겠다. 석관아, 니가 나를 때려줘.
석관 : 내가 니를?
병수 : 맞구 싶어. 죽도록 맞구 싶어. 죽도록 패 줘, 석관아.
석관 : 으하하하 니 내한테 맞으몬 뼈도 몬 추린다.
병수 : ... 때려주지 좀... 뼈두 못 추리게 패주지...
석관 : 하 일마 이거 열 받게 하네. (병수를 툭툭 건드리며) 자, 잔소리 말고 퍼뜩 패라카이. 내가 니다!
내가 니를 화나게 한 김뱅수란 말이다! 화 안나나? 열불 안터지나? 내가 니다. 내는 김뱅수다.
병수 : ....
석관 : (잽, 잽... 병수를 짧게 치며) 내는 김뱅수다. 내는 김뱅수라카이! 화도 몬내는 바보천치 김 뱅수라카이!
병수 : (석관을 노려본다)
석관 : (자꾸 약 올리듯 잽을 날리며) 어쭈구리! 야리몬 우짤낀데.... 화도 몬내는 바보 빙추이 김뱅수가 내다!
내가 김뱅수다! 내는 김뱅수다!
병수 : (주먹을 쥔다)
석관 : 아쭈, 주먹 쥐몬 우얄낀데! 패 바! (하고 주먹을 세게 퍽! 날리며) 패 보라카이 셰꺄!!
병수, 퍽 나가 떨어진다.
석관, 오라고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며 "내는 김병수다" 노래부른다.
병수, 곰처럼 꺽꺽 거리며 석관에게 달려든다. 두둥.. 석관, 피한다.
병수, 달려들어 주먹을 날린다. 석관, 피한다. 병수, 또 달려든다.
석관, 또 피하면서 "내는 바보 김뱅수다! 화도 못내는 바보다!" 약 올린다.
병수,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부웅- 주먹을 날린다. 석관에게 정통으로 맞는다.
석관, 나가 떨어진다. 병수, 그런 석관에게 달려든다.
석관, "나는 김병수다" 틈나는 대로 놀려주며 병수에게 맞아준다.
병수, 석관에게 주먹질한다. 그러다가 석관, 점점 아파진다. 석관도 점점 약 오른다.
석관, 병수를 밀어내고 병수 위에 올라타서 팬다. 병수, 다시 석관을 밀쳐내고.
두아이, 엉켜서 엎치락 뒷치락 주먹질 한다. 장난 아니다.
석관은 계속 자기가 김병수라고 하고, 병수는 곰처럼 꺽꺽 대며 석관을 패고, 석관에게 맞고 그런다.
S#39. 대나무 숲 (밤/시간경과)
이른 아침부터 대나무 숲에 울진 고등학교의 교가가 울려퍼진다.
석관과 병수, 울면서, 나란히 뻗어서 고래고래 교가를 부르고 있다.
두 아이 다 얼굴이 터지고 부어올랐다. 동네 개들이 깨서 짖는다.
노래 소리와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
S#40. 이나네 집 거실 (밤)
이나, 전화기를 팽개치듯 테이블에 던지고 서성거린다.
겉옷과 가방 챙겨들고 밖으로 나가는 이나.
S#41. 올인원 건물 로비 (밤)
이나, 전화하며 들어가고 있다.
이나 : 아, 이철민씨! 혹시 지금 김병수씨, 현장에 있나요?
철민 : (F) 아뇨... 삼일째 안보입니다.
이나 : 오상무님은요?
철민 : (F 수화기 손으로 막고 내는 소리) 야!! 크레인!! 크레인! 거기가 아니잖아 임마!! (다시 수화기에서 손 떼고)
죄송합니다, 조대표님. 오상무님은 집에 일이 있으시다구, 한 일주일 휴가라고 하시던데요?
이나 : .....
S#42. 올인원 복도 (밤)
이나, 들어오고, 밤샘중임 몇몇 직원들을 보면서 이나, 숙직실로 향한다.
S#43. 올인원 숙직실 (밤)
이나, 문 열면, 숙직실 불 꺼져있고 침대도 비어있다.
이나 : ....
이나 : (E) 희수씨, 지금 어디야? 나 좀 만나줄 수 있어? 병수가 며칠째 연락이 안되구, 오선배두 사라졌어. 나 미칠 거 같아.
S#44. 필상의 집 앞 (오후)
희수, 차 트렁크에 대게 박스를 싣다 말고 이나의 전화를 받고 있는 중이다.
마당 안에서는 을채가 엄마를 껴안고 "엄마 잘 있그라 또 오꼐" 인사하고 있고,
필상과 영채가 이야기 하고 있고, 경채와 빈채는 희수 앞에서서 쭈볏쭈볏 하고 있다.
희수 : (마당 쪽 눈치를 보며) 나 지금 처가야. 어제 저녁에 내려왔다 지금 올라가는 중이야. 나중에 전화할 게. 끊어.
희수, 전화를 끊는다.
영채가 그런 희수를 보고 있다.
S#45. 이나의 집무실
이나, 끊긴 전화를 내려다보고 있다.
후욱, 한숨 쉬는 이나.
S#46. 대나무 숲
희수의 차가 대나무 숲을 빠져나가고 있고,
뒤에서 필상부부가 지켜보고 서 있고, 경채와 빈채는 만원짜리 한장씩 손에 들고 손수건처럼 흔들어댄다.
차가 사라지고 나면, 필상부부와 두 아이가 돌아서서 가고,
맞고 터져서 얼굴이 엉망이 된 병수, 이쪽 끝에서 나와, 떠나는 영채네 차를 바라보고 있다.
S#47. 달리는 희수의 차
을채를 뒷자리에 태우고 달리는 차.
을채 : (문득) 아 참 언니야.
영채 : 어.
을채 : 언니 니 따라댕기던 박한주이 알제? 학원에서 내캉 한반 인 아...
영채 : 어.
을채 : 금마 저분에 내한테 와서 이상한 말을 하드라?
영채 : 이상한 말?
을채 : 미국에 있는 즈그 부모님한테 영영 간다카믄서, 언니한테 이 말을 전해달라카드라.
영채 : ?
한준 : (E 임원희) 이세상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S#48. 인서트
며칠전 영채네 하숙집 앞.
을채, 한준을 멀뚱멀뚱 올려다 보고 서 있고
한준 : 깊고도 깊은 고통, 그 사랑의 고통을 알게 해 준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을채 : (멀뚱멀뚱)
한준 : (E 노래소리)
S#49. 하숙집 앞
어디선가 한준의 아리아가 들리고 있고 (파리넬리에 나온 "울게 하소서" 정도)
희수, 트렁크에서 대게 박스를 내려놓는다.
을채와 영채, 적당히 그것을 드는데
희수 : 둘이 들어가.
영채 : .......
을채 : 와예?
희수 : 작업이 많이 밀려서, 아무래두... 밤샘을 해야 할 것 같아...
영채 : .... 알았어요.
을채 : 외박은 삼가 거절이라꼬 하싰는데?
희수, 그런 을채한테 눈 찡긋 하고 차에 올라탄다.
S#50. 성곽길 (밤)
희수의 차가 천천히 굴러내려오는데, 한준의 아리아가 점점 크게 들리고
희수, 창문 내리고 누가 부르는 노랜가 보니, 한준, 성곽에 우뚝 서서 온몸으로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그런 한준을 보며 스쳐가는 희수.
S#51. 하숙집 안 (밤)
하숙생들, 능옥이 막 쪄내서 쟁반에 수북이 담겨져 나온 대게를 보고 마구 환호성을 올린다.
능옥 : (식탁 위에 쟁반을 놓으며) 영채 부모님이 보내신거여. 살점 하나두 허투루 튕기지 말구 쏙쏙 맛나게 빼 내 먹어야 혀.
아이들 : 예! 감사합니다! 이모도 드세요...
능옥 : 먼저들 먹어.
아이들 개떼처럼 달려들어 대게를 뜯고.
능옥은 다시 주방으로 가 찜통에 따로 게 몇마리를 담고 있다.
능옥 : (중얼중얼) 게 살두 쏙쏙 맛나게 빼먹고, 손가락 까정 쭉쭉 맛나게 빨아먹구 하더니... 흐이유...
영채, 그런 능옥의 옆으로 와 능옥을 돕는다.
영채 : 혼자서 중얼중얼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이모?
능옥 : 비응수 그넘 말여.. 이걸 보니께 그넘이 밟혀.
영채 : ...
능옥 : (찜통에 뚜껑 덮어 영채 손에 들려준다) 갖다 줘.
영채 : ... 병수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요, 이모...
능옥 : ?....... (딱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영채를 보는데...)
영채 : ....?
S#52. 희수의 작업실(밤)
희수는 앉아있고, 이나는 서서 왔다갔다 한다.
이나 : 불안해서 못 견디겠어. 나 왜 이렇게 불안하지, 희수씨?
희수 : 가만히 앉아있든지 가든지 그래, 정신 사나워 죽겠어.
이나 : 혹시.. 울진에서 병수 못 봤어?
희수 : (휙 보는)...
이나 : 영채 어머니 생신이었다며... 그러니까 혹시... 어머니 뵈러 내려간 거 아냐?
희수 : (딱하고, 신경질나고, 짜증을 확 낸다) 안왔어!! 안왔다구!!!
이나 : 그럼 대체 어딜 간거야!!
희수 : 아유 진짜.....
이나 : (가방 휙 집어들고 나가려는데)
희수 : 어디 가!!
이나 : 몰라!
이나 문 팍 여는데, 영채도 막 문을 열다 깜짝 놀란다.
영채, 찜통 들고 서 있다.
이나와 희수 당황한다.
영채 : ....
희수 : ....
이나 : (당황했다가.. 빠른 시간에 침착해지며.. 웃으면서) 왔어? 난 가는 길이야.
메인테마가 나왔대서 씨디 가지려구 지나가는 길에 들렸어.
영채 : ...네...
이나 : 회사에서 보자. 안녕.
S#53. 희수 작업실 앞(밤)
이나, 뛰어나와 자기 차 쪽으로 가는데 덜덜 떨고 있다.
이나 : 떨지 마.... 떨지 마... 뭘 잘못 했다구 떠니 조이나...
S#54. 작업실 안 (밤)
이나 나간다.
희수, 부스스 일어나고.
영채, 찜통을 바닥에 내려놓고 희수를 본다.
S#55. 성곽 (다음날 낮)
영채, 심란하고 복잡한 얼굴로 성곽위에 앉아있다.
S#56. 플래시백
영채가 희수 작업실에 들어섰을떄 눈에 띄게 다황했던 이나와 희수
제주도 호텔에서의 이나와 희수의 이상했던 모습
S#57. 성곽
영채, 발끝을 달랑달랑하고 있는데
석관 : (E) 영채 니 거서 모하노?
영채, 보면. 석관도 뭔가 한보따리 들고 올라오고 있다.
석관의 얼굴이 터지고 부어서 말이 아니다.
영채 : (놀라는) 너.... 얼굴이 왜 그래?
성곽 위에 나란히 올라앉는 석관과 영채. 보따리도 올려놓아져 있다.
석관 :이 상처는, 뜨거운 우정의 상처로서, 대 울진 고등학교의 뜨거운 애교심과 대 울진군 금남면 행곡리의 뜨거운 애향심의
징표인기라. 니 같은 딸아들은 절대 모리는 사나들만의 뜨거운 우정의 징표인기라.
영채 : 도데체 몇번이나 뜨거운거니? 데어죽겠다 야. 대체 누구랑 싸운거야? 나이가 몇살인데 싸우구 댕기는 거야, 너?
석관 : 사우긴 누가 사왔다 그카노! 뱅수와 나으 펄펄 끓는 우정의 징표라카이.
영채 : ......병수?
석관 : 그래. 어끄지께 병수캉 내캉 한잔 트윽 걸치다보이 각중에 엄마 아부지가 보고잡픈기라. 병수도 사모님 생신이라카믄서
가고잡다 카길래 그냥 사나이기리 팍 삘 받아가 울진에 안갔다 왔나. 가서 또 사나이끼리 뜨급게 한잔 크윽 하다가...
영채 : ... 병수가... 집에... 갔었단 말야?
석관 : 하모! 내랑 같이 내리갔다 같이 올라왔다 아이가.
영채 : .....
석관 : 니는 안바도 내는 보기로 했다. 우리는 뜨거운 친구 아이가! (영화 <친구>흉내) 친구 끼리 미안한 거 엄따!
영채 : .......
안내 : (E)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S#58. 이나네 집 거실 (밤)
이나, 전화기 팽개치고 청소기 찾아든다.
신경질 부리듯 거실을 청소하기 시작하는 이나.
S#59. 이나네 서재 (밤)
이나가 빡빡 걸레질 하고 있다. 두개의 책상이 있고, 하나는 이나의 또 하나는 병수의 책상이다.
이나, 병수의 책상 밑을 걸레질 하다가 병수의 짐가방에 손이 간다.
이나의 걸레질 하던 손이 멈춘다. 가방을 책상 밑에서 꺼내는 이나. 가방 지퍼에 손이 올라가는 이나.
문득 멈추고 도로 책상 밑에 집어넣으려는 이나. 그러다 또 멈추고, 도로 꺼내는 이나.
가방의 지퍼를 여는 이나. 가방 안에 책 몇권, 들어있다.
이나, 도로 지퍼 채우려는데, 뭔가 발견. 가방 안쪽에 돌돌 말려있는 것 꺼내는 이나.
펼치면, <봄날> 포스터다. 포스터 안에 대학시절의 병수가 영채의 무릎위에 누워있다.
얼어붙는 듯한 이나 위로
희수 : (E) 옛날에 그 녀석이.. 꼬맹이 무르팍에 누워서...
S#60. 이나의 상상 / 병수의 회상
<봄날> 포스터가 실사로 바뀐다.
(6회) 병수, 영채의 무릎에 누워 하늘 보고 있고.
병수 : 니 무릎에 누워서 보는 하늘 만큼만 보구 살아두 좋겠다... 평생...
영채 : (책에다 시선 고정한 채로)...
병수 : ....
S#61. 올인원 앞(밤)
이나의 차가 주차되고 있는 위로
경림 : (F) 조대표님, 퇴근 하다가 뭘 빠뜨리구 나와서 다시 회사에 들어갔는데요,
이나 내려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S#62. 올인원 복도(밤)
병수, 석관에게 맞아 터진 엉망인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온다.
숙직실을 향해 걸어가는 병수. 그 위로
경림 : (E) 병수씨가 누구한테 얼마나 맞았는지 얼굴이 엉망이 되어서 회사루 들어왔더라구요.
무슨일이냐구 물어두 웃기만 하지 대답은 안하구요... 얼른 가보세요...
S#63. 숙직실 앞 (밤)
병수가 숙직실 쪽으로 가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나가 병수를 발견한다.
병수, 돌아보고, 이나, 터질듯 한 얼굴로 병수의 몰골을 씩씩대며 보고 있고,
병수, 그냥 숙직실로 들어가고,
이나, 입을 일자로 꾹 다물어 눈물을 참으며 병수를 따라들어가는데.
S#64. 숙직실 안 (밤)
병수, 등을 보이며 서 있고,
이나, 들어와서 병수의 등짝을 노려보며 스위치를 올린다. 환해지고.
이나 : (이를 악물고 화를 참으며) 꼴이 그게 뭐니.....
병수 : (입 꾹 다물고)......
이나 : 왜 전화 안받니...
병수 : (힘이 들어가는 손....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고)...
이나 : 나... 유령이니? 나 너한테 안 보이니? 안들리니?
석관 : (E) 화가 나몬 화를 내몬 대제!
이나, 더 참지 못하고, 병수에게 달려들어 병수의 등짝을 마구 팬다.
이나 : (패며) 내가 너한테! 너한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이 자식아! 시간 주면 노력해서 나한테 온댔잖아! 노력한댔잖아.
나는 피가 마르게 그 시간이란 걸 기다린 죄 밖에 없어.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뭘 잘못 했냐구 이자식아...
병수 : (이나 쪽으로 확 돌아서는데)
이나 : (여전히 패며) 니가 날 이렇게 유령 취급할 수 있어? 내가 너한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두 않는 사람이니?
내 집에다 니들 둘의 과거를 보란 듯이 전시해 놓구 일에 열심인 척, 일이 즐거운 척, 너무너무 행복해 죽겠단 얼굴로
회사에서 마주보고 순간순간 눈 맞추며 니들,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어? (하는데)
병수 :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그런 이나의 팔을 확 하고 움켜잡으면)
이나 : 놔! 놔 이 자식아!
병수 : (버럭! 곰처럼!) 제발 그만해요!!
병수, 소리 지르고 나서 이나의 팔을 놓고 숙직실을 빠져 나간다.
S#65. 복도
병수, 숙직실에서 나오고, 이나, 쫓아나온다.
이나 : 병수야. 병수야!!
석관 : (E) 화가 나몬 화를 내는기라. 그기 인간인 기라!!
병수 : (확 돌아보며) 잘못은 내가 했구, 다 내 잘못이구, 나란 놈이 웃긴 놈이구, 나란 놈이 병신같은 놈이라서!
그래서! 그래서 이렇게 됐다구요! 내 잘못이라구요! 내 잘못인데! 그런데!!
이나 : ....
병수 : 그래두... 안되는 거잖아요...
이나 : ....
병수 : ...사람이... 그럴수는 없는 거잖아요!
하며 병수, 기획실 쯤으로 들어간다.
이나, 설마하는 느낌으로 유리문 밖에서 그런 병수를 보고 서 있는데
S#66. 기획실
병수, 서랍을 열어 가방에다 몇가지 짐을 아무렇게나 챙기면서
병수 : 고작 나 같은 놈이 욕심 나서..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이나 : (따라들어와서) .... 병... 수... 야... 오상무님한테 무슨 얘기를 들은 거니?
병수 : 무섭지두 ... 않았어요? 생기지두 않은 생명을 생겼다구 하구, 있지두 않은 생명이 죽었다구 하구... 그럴 순... 없잖아요!
이나 : ...(멍하다)
병수 : 그런 거짓말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거 잖아요...
이나 : .....
병수 : 사람의 생명을 놓구 그런 장난을 치면 안되는 거잖아요!!
이나 : 벼......병수야.... 나는...
병수 : 나는 부모가 없었지만,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잃었지만 나는!! 버려지려구 태어나지 않았어요! 버려질 뻔 했던 생명이지만
엄마 아빠 대신 할아버지가, 할아버지 대신 스님들이, 스님들 대신 영채 부모님이 거두구 키워주셨어요!
한번두 나를 내버리신 적이 없어요!
이나 : ....
병수 : 나두 그렇게 하려구...... 태어나려구 생긴 생명을 모른 척 하면 안되니까... 내 생명을 거둬준 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았어요.
이나 : (확 올라서) 니가 그런 놈이니까!
병수 : ......
이나 : 넌 절대루 자기 아일 가졌다는 여잘 손톱만큼두 의심 할 줄 모르는 놈이니까!
내가 널 붙잡을 방법은 그거 밖에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병수 : 이봐요.......
이나 : 내가 할 줄 아는 게 그거밖에 없으니까!! 니가 나한테 조금만 다른 틈을 줬더라면 나두 그런 거짓말 따위 지어 내며
떨지 않아두 됐어!
병수 : 이봐요!!!
이나 : 니가 그렇게 뿌리치구 대번에 달아나버리지 않았더라면, 니가 아주 잠시라두 내 마음을 들여다 봐 줬더라면,
내가 그렇게 무리해서 욕심 나는 걸 차지하려구 애 쓰지 않았을지두 모른다구! 그래! 욕심났어 니가! 니네들이 너무 예뻤어!
내가 못 가진 걸 니들이 가져서 정신이 돌 정도루 질투가 났어! 욕심났어! 나두 갖구 싶었다구!!
병수 : 아무리 욕심이 나더라두.. 그런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거예요. 생명을 가지구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구요.
이나 : ....
병수 : 영채는 날... 용서해 주려구 했었어요...
이나 : ...
병수 : 난... 용서 받구 싶었어요... 염치없지만.... 그러구 싶었다구요!
이나 : ......
(F.O)
S#67. 희수의 작업실 (밤)
희수, 가방에 씨디들 챙겨넣으며 통화중이다.
희수 : 짜식들 좀 찾으러 오든지 파일루 받으라니까... 나 정말 바쁘단 말야, 일두 많이 밀렸다구... 알았어 알았어! 알았다구!
간다구 임마! (버럭) 아 언제긴! 지금 안가면 시간이 없잖아!
희수, 전화 끊고, 컴퓨터 전원 꺼서 정리하는데, 전화벨 또 울린다. 보면, "조이나"
희수 : (보다가... 받는) 응.
이나 : (술에 잔뜩 취한) 희수씨....
희수 : ? 술 취했니?
이나 : 희수씨.... 보구 싶다....
희수 : ? 왜그래?
이나 : 나 지금 너무 슬프다... (우는) 왜 이렇게 사는 게 힘이 드는 거니...
희수 : .....
S#68. 영채 신혼 방 (밤)
영채, 짐 챙기고 있는 위로
희수 : (E) 내 작업실에 와서 씨디 가지구 그때 같이 만났던 밴드한테 좀 갖다줄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그래.
그쪽엔 전화해 놨어. 내 작업실 키 있지?
영채, 희수의 작업실 키를 다시한번 확인해서 가방에 넣고 나선다.
S#69. 달리는 희수의 차 (밤)
희수, 운전하며 통화중
희수 : 어디야, 지금! 거기 어디냐구!!
이나 : (F 근처의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소리, 술에 진탕 취했다) 아저씨 여기 어디에요-?
희수 : 무슨 술을 그렇게 마신 거야!!
S#70. 밴드의 연습실
피어싱족 밴드들 연습중이다.
S#71. 그 사무실 복도
영채, 와서 문을 두들긴다. 반응 없다.
S#72. 밴드 연습실
영채, 문 열고 들어오면 밴드들, 그래도 계속 연주중이고,
밴드 중 누군가 하나가 영채를 발견하고 연주를 멈추면, 그에 따라 모두 악기를 손에서 놓는다.
영채, 꾸벅 인사한다.
영채 : 안녕하세요? 박희수씨 심부름 왔어요. (하며 가방을 여는데)
밴드1 : 어라? 어부인 보낸댔는데?
영채 : 예... 제가 그 사람입니다.
밴드2 : 아, 그럼 말루만 듣던 조이나씨?
영채 : ...(가방 속에서 씨디 꺼내다 말고)...? (고개 들어보면)
밴드들, 밴드2를 향해 허공에다 마구 주먹을 날리고 있다. 아우성.
영채가 바라보자 주먹질 뚝 그치고. 쌔-한 침묵.
영채 : 조...이나......씨요?
밴드2 : (눈치없이) 아 그 형이 결혼하면 조이나씨랑 하지 누구랑 해요? 조이나씨 아니에요?
영채 : .....
밴드들 : (어휴.. 너 이제 죽었다 하는).......
S#73. 거리 (밤)
영채, 멍하게 걷고 있다. 그 위로
S#74. 플래시백
4회의 뒷부분, 인천으로 가는 희수의 자동차 안
희수 : 몸두 부실해 감기 한번 들면 반드시 폐렴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는 주제에...
영채 : (본다)..... 누구요?
희수 : 누군 누구야, 그 망할 조이나지!
영채 : .....
희수 : 아프기만 해봐 아주......
S#75. 올인원 앞 (밤)
영채, 복잡한 얼굴로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얼굴이 터진 병수가 짐을 챙겨서 나오고 있다.
병수, 영채를 보며 쭈삣 서고, 영채, 그런 병수의 눈을 똑바로 보는데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