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라는 말 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부산의 건설업체가 해운대구 우동에서 최근 분양한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 주상복합은 부산 최고가 분양가로 견본주택도 없이 청약 접수를 했는데 경쟁률이 평균 3대 1에 달했고 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계약에서도 70% 정도가 계약됐다.
경동건설이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 짓는 주상복합이 그 주인공. 이 주상복합은 40~47층 3개 동 규모로 아파트 175~340㎡ 278가구와 오피스텔 21실이다.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980만원으로 올해 초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킨 해운대아이파크(3.3㎡당 평균 1655만원)와 두산위브더제니스(3.3㎡당 평균 1654만원)보다도 비싸다. 3.3㎡당 평균 분양가로는 부산 역대 최고다.
경동건설은 분양가가 워낙 비싼 데다 분양시장이 극도로 침체돼 있어 분양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견본주택도 짓지 않고 일단 청약부터 받았다. 청약은 대충 받고 나중에 부유층을 상대로 ‘VVIP 마케팅’을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른바 깜깜이 분양. 그래서 아파트 이름도 짓지 않고 청약을 받았다.
실수요자들도 적지 않아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청약자가 대거 몰린 것이다. 지난달 27~29일까지 순위 내 청약 접수 결과 766명이 접수, 2.7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42억원짜리 펜트하우스(340㎡)는 1가구 모집에 5명이 접수해 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290㎡(71가구)에도 220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3대 1을 넘었다.
이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청약 열기가 계약으로까지 이어진 것. 경동건설과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초기 계약률은 60%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청약 결과도 놀랐지만 청약 열기가 계약까지 이어질 줄은 더더욱 몰랐다”며 “당초에는 내년 초에나 견본주택을 짓고 중점적으로 마케팅을 할 생각이었는데 견본주택 개관 시점을 앞당겨 이 열기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가 인기를 끈 것은 입지여건 덕분으로 풀이된다. 이 주상복합 바로 앞에는 해운대 해수욕장이 있고 부산 지하철 1호선 동백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이 주상복합 앞에는 건물이 없고 판상형으로 설계해 사실상 모든 가구에서 해운대 해수욕장을 내려다볼 수 있다.
경동건설 관계자는 “전 가구에서 바다 조망이 가능하고 지하철이 인접한 등 입지여건이 탁월한 덕분인 것 같다”며 “때문에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도 적지 않게 계약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입지여건 외에는 별달리 이 아파트의 인기를 설명할 방법도 없다. 견본주택도 없고 내부 인테리어 등의 세부 설계도 확정된 게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 설계업체에 의뢰해 아파트 외관을 특화할 계획을 갖고 있는 정도다. 그렇다고 분양가가 싼 것도 아니다.
또 유명 브랜드 아파트를 갖고 있는 업체가 짓는 것도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사업에서 입지여건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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