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호텔 근처 맛집에서 부산 돼지국밥을 먹고 나서 차이나타운특구(일명 상해거리)를 걷고 있다.
초량 근대 역사 갤러리를 둘러 보고 있다. 초량동은 1884년 8월 중국영사관이 들어섰고 이 일대는 중국의 조계지(치외법권을 인정받는 외국인 거류지)였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로 일본의 세력이 이곳까지 진출하면서 조계지로서의 역할은 유명무실하여졌다.
1990년대에는 이곳으로 러시아 상선들이 출입하면서 러시아 상품을 파는 가게가 많아져 '러시아거리'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이후 부산과 중국의 상해가 자매도시로 결연을 맺으면서 2007년 이곳에 상해문을 건립하고 차이나타운이라고 정식으로 명칭을 붙였다.
일제강점기에 중국영사관이 있었지만 지리적인 이점으로 일본은 이곳으로 진출하여 초량 앞바다를 메워서 부산역을 짓고 대륙 침략의 근거지로 만들고자 하였다.
부산역의 변천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 부산은 일본과 우리나라 그리고 중국을 잇는 아주 중요한 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일본 시모노세키 항에서 출발하여 부산항에 도착하여 열차를 타면 서울을 거쳐서 중국 대륙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부산항과 부산역은 병참기지 역할까지 한 셈이다.
차이나타운 상해문 앞 관우의 동상 옆에 아이들이 서 있다.
12시 30분. 우리는 태종대에 도착하여 산책로를 따라 태종사로 들어선다. 가는 길에 샘이 있어서 아이들이 물을 마시고 물병을 채우고 있다.
여기는 물을 구태여 채우지 않아도 되는 곳인데도 물을 준비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는 듯하다.
물이 제법 시원하고 청량한 맛이 있다.
완만한 경사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오늘은 코로나로 돌아볼 곳이 줄어들어 일정이 비교적 여유가 있다.
가다가 셀카도 찍고
평소 같으면 힘이 들어 그냥 지나쳤을 시민헌장 등도 꼼꼼히 챙겨 읽는다.
여기는 뭐야?
안에 책이 들어 있다. 숲 속을 산책하다가 의자에 앉아 쉬면서 책을 읽으라고 설치한 도서함이다. 초등학생들이 좋아 할 '자전거 도둑'부터 문학소녀들이 좋아할 '무진기행'까지 여러 책이 탐방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책을 읽지 않더라도 잠시 쉬어 가자!
왠 고양이? 고양이가 설명을 더 열심히 듣고 있다.
쉬고 있는 중에 아이들이 고양이를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고양이는 더 이상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왜 한 쪽 다리를 걷어부치고?
태종사 입구 정원. 여기는 수국이 유명하여 7월 초가 되면 전국에서 수국을 보러 사람들이 모여든다.
안으로 들어서면 이제 수국은 거의 볼 수가 없지만 그 찬란했던 자취는 남아 있다.
7월에 왔을 때는 30여 종의 수천 그루의 수국이 만개하여 눈이 아찔할 지경이었다.
여기는 태종대. 등대를 내려와 바닷가에 내려 섰다.
약간은 축축하고 약간은 비릿한 바닷바람.
해안으로 가는 바윗길. 일명 등대자갈마당.
조심! 모자를 날릴 정도로 바람이 세다.
태종대는 신라 때 태종무열왕이 이곳에서 활을 쏘면서 무예를 수련하였다고 하여 붙은 지명이다.(동래부지)
그런데 안정복이 쓴 동사강목에는 '신라 태종무열왕이 대마도(쓰시마)를 토벌할 때 이곳에서 잠시 머물렀다 하여 태종대라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56km 떨어진 쓰시마는 맑은 날이면 보인다고 한다. 우리는 보지 못했다.
해안 바닷가에서 아이들은 바위에 붙어 있는 어패류를 신기한 듯 보고 있다.
다같이 모여서 태종대 탐방 기념 촬영.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조선시대 '태종이 큰 가뭄이 들자 이곳에 신단을 설치하고 기우제를 지냈는데 영험이 있었다. 후에 가뭄이 들면 동래부사가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시 영도등대로 오른다.
등대로 오르는 길. 내려올 때는 쉬웠지만 올라가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해안에서 영도등대 중간 쯤에 등대휴게소가 있다.
놀다 보니 점심이 늦었다. 지금이 1시 50분. 등대 휴게소에서 컵라면을 하나씩 시켜서 먹는다.
컵라면을 먹으면서 바라보는 태종대 앞바다. 조망이 시원하여 눈이 상쾌하다.
태종대 일원은 2013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지질공원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3대 자연환경 보전 제도이다.
건강과는 별개로 컵라면은 여행 시 가장 사랑받는 음식 가운데 하나이다.
여기는 태종대전망대.
코로나 유행으로 휴게소는 문을 닫았다.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춥다.
평소 같으면 다누비 열차를 운영하였을 터인데 오늘은 운행이 정지되었다. 어제 부산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모자상. 이곳은 옛날부터 자살자가 많아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하여 세운 동상이다.
자살하려는 사람이 이 동상을 보고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떠올려 생을 포기하려는 마음을 접고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할 목적으로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