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도로변의 나무는 더운 여름철에 그늘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을 정화하는 기능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가로수는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막아 주는 역할도 한다. 나뭇잎이 소음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 도심의 대기 오염이 심한 까닭에 정화는커녕 오염으로 인해 가로수가 죽는 일마저 생기고 있다. 이 때문에 대도시의 가로수로는 대부분 대기 오염에 내성이 강한 수종을 심는다. 대도시의 가로수로 많이 심는 양버즘나무, 은행나무 역시 대기 오염에 대한 내성이 강한 나무이다. 가로수의 수종은 도시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서울의 가로수로는 양버즘나무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대전은 쥐똥나무의 비율이 가장 높다. 그렇다면 이 모든 수종 중에서 어느 나무가 대기 오염에 가장 강할까? 1992년 국립환경연구원이 우리 나라에서 조경용으로 많이 심는 산수유, 서어나무, 감나무, 수수꽃다리, 백목련, 앵도, 호두나무, 복숭아, 주목, 자두나무, 섬잣나무, 측백나무, 미인송 등 13종의 수목을 대상으로 어떤 나무가 오염물질에 대해 내성이 강하며, 오염물질을 잘 정화하는지 연구한 바 있다. 대도시의 주요 대기 오염 물질인 아황산가스와 오존에 나무를 노출시켜 그 피해를 관찰하고, 잎의 함수율을 측정하여 어느 나무가 대기 오염에 강하고 대기 오염 물질 정화 능력이 나은가를 살펴본 것이다. 조사 결과 아황산가스에 내성이 가장 강한 나무는 수수꽃다리, 산수유, 백목련, 자두나무로 나타났다. 또한 오존에 대해 내성이 강한 수종은 수수꽃다리, 미인송, 감나무, 주목, 측백나무 등이었다. 13종의 수종 중에서 특히 수수꽃다리는 아황산가스와 오존 모두에 대해 내성이 강한 나무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각 지방 자치 단체와 민간 단체에 대기오염에 저항력이 강한 나무를 심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가로수나 조경용 나무로 대기 오염에 강한 나무를 심는다는 생각은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도 없지는 않다. 대기 오염에 강한 나무를 심음으로서 어지간한 대기 오염에도 잘 자라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대기 오염을 실제보다 덜 심각한 것으로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식물은 대기 오염을 알리는 훌륭한 지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대기오염에 약한 수종을 심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래야 사람들이 대기 오염의 정도를 알고 이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은 대기 오염 물질의 종류와 농도에 따라 성장, 개화, 결실, 잎의 변색과 같은 여러 가지 변화를 보인다. 오염물질에 대한 반응은 식물의 종류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이처럼 식물이 오염물질에 대해 반응하는 특성을 이용하여 대기질을 측정하는 방법이 지표종을 이용한 대기 오염 측정방법이다. 모든 식물이 대기 오염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종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표종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대기 오염과 식물 생리학적 반응의 관계가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상관 관계가 명확하다 하더라도 이를 정량화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현재까지 국내 연구를 통해 대기오염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종으로 알려진 것은 들깨이다. 대기 오염이 심해짐에 따라 들깻잎에 나타나는 피해 반점의 종류와 면적을 조사하거나 잎속에 있는 수용성 황함량을 측정하여 대기 오염정도를 판정하는 것이다. 들깨 외의 지표종으로는 배나무, 사루비아 같은 식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