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요속의 빈곤, 짜오프라야 강 |
|
---|
태국은 연중 과일이 끊이지 않는 나라다. 망고스틴, 구아바, 촘푸 등 인기있는 전통 과일들은 거의 보름 단위로 라운딩을 한다. 당연히 값도 쌀 수 밖에 없다. 도시 외곽으로 나가보면 바나나와 야자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농사는 어떤가. 자신만 부지런하면 일년에 쌀 농사를 서너번을 짓고도 더 지을 수가 있다. 세계의 식량 곳간이란 별명이 그저가 아니다. 마트에 가보면 진열된 형형색색 다양한 쌀의 종류에도 놀라지만 그 저렴함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아무리 가진 게 없어도 조금만 몸을 움직이면 굶어죽을 일이 전혀 없을 나라가 바로 이곳이 아닌가 싶다.
극심한 빈부격차, 또 지역간 경제격차(방콕의 경제수준은 다른지역 대여섯개를 합친 것보다 평균적으로 열댓배가 많다)에도 불구하고, 이 때문에 야기되는 격한 사회 갈등을 찾기가 어려운 것도 기본 먹거리의 풍족함 때문이 아닐까. 천혜의 자연 환경이 태국 사람들의 유순한 성정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 된다.
차고 넘치는(?) 먹거리 형편은 특히 물 자원이 풍부한 환경에 힘입은 바가 크다. 수심이 깊은 강이 많다. 어딜가나 도랑이나 개울이 없는 곳이 없다시피 하다. 이처럼 물이 풍부하니 농수산물이 풍성하게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물 얘기를 할 때 특히 짜오프라야(Chao Phrya) 강을 빼놓을 수 없다. 짜오프라야 강은 강 주위의 광활한 농지들에 농수를 대는 역할도 하지만, 직접적으로 도시민들의 삶에 젖줄이 되기도 한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짜오프라야의 물길을 따라 집을 짓고 살고 있다. 그들은 강물을 길어서 침전물을 가라앉힌 후 밥을 짓거나 마시기도 하고, 또 그 물로 설거지와 빨래도 한다. 여기에 더해서 집안의 오물을 버리는 장소로 이용하기도 한다. 짜오프라야가 상하수도의 역할까지 맡고 있는 셈이다.
방콕에 있어서 짜오프라야는 인체의 혈관과도 같다. 크고 작은 물길들이 방콕 곳곳에 뻗치고 있다. 라마(RAMA) 로드에 접한 마을의 뒤편으로 돌아가 보면, 짜오프라야에서 갈려져 나온 크고 작은 운하를 만나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웬만한 운하는 실제 배들이 운행하면서 도심으로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마치 심장과 신체기관 사이에 서로 피를 주고 받듯이 짜오프라야는 방콕의 도심과 변두리 거주지를 연결해 주고 있다.
도로부족으로 만성적인 동맥경화증을 보이면서도, 도시기능이 마비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 것도 실은 대중교통의 상당부분을 이 짜오프라야가 맡아주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종종 러시아워때에는 교통정체를 피해 수상버스를 이용했다. 랑캄행 사원뒤 선착장에서 배를 잡아타면 약속된 일정을 어긋남 없이 소화할 수 있어서 그때마다 짜오프라야 강의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도심에서 배가 유람 용도를 넘어, 광범한 노선을 카버하는 대중 교통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은 아마 드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방콕을 베니스에 견주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방콕 역시 ‘물의 도시’ 임은 분명하다.
짜오프라야는 물이 마른 적이 없다. 크게 수량이 줄거나, 범람한 적도 거의 없다. 그러니 강에 바짝 붙여 집을 짓고 사는, 그런 생활이 오랫동안 가능했지 않았겠는가. 그 더운 날씨에도 도랑이나 개울도 마른 것을 보지 못했다. 산이 있다면 비를 저장했다가 일정하게 물을 내보낸다지만, 방콕 같이 산도 없는 도시에서 몇 달간의 우기에 내린 비를 가지고, 일년 내내 이런 풍부한 수량을 유지한다는 것은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더욱 의아스런 것은 이렇게 물이 풍부한 환경에서 정작 사람이 먹을 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많은 물도 농업 용수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먹기엔 적당치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청난 양의 물을 주변국가로부터 수입을 한다. 그야말로 ‘풍요속의 빈곤’ 이다.
짜오프라야의 물에는 석회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태국 사람의 이가 비교적 누렇고, 치석이 잘 끼는 것도 그 탓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인들의 경우 양치질을 할 때도, 수돗물 보다 생수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한번은 물풀을 키우려고 수돗물을 유리항아리에 받아둔 적이 있었다. 하루가 지났는데 바닥에 뽀얀 가루가 가라앉아 있었다. 석회 가루였다. 빨래를 할 때도 그런 물의 성질이 나타난다. 단백질을 녹이는 석회의 성질 때문에 실크나 양모로 짠 옷은 십중팔구 상하기 일쑤다. 흰 옷의 경우 몇 번 세탁하면 금새 누렇게 색이 바랜다. 그래서인지 방콕 사람들은 더운 날씨에도 원색이나 짙은 색의 옷을 즐겨 입는다. 특히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이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식수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성질에다가, 부실한 관리까지 더해져서 짜오프라야 강의 혼탁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식수 적합도를 어림잡을 수 있는 혼탁도(ntu)에 있어서, 짜오프라야는 평소 적게는 30ntu에서 많게는 150ntu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2006년 우기때에는 무려 2000ntu를 기록해 수돗물 자체를 만들 수 없었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의 식수원인 팔당호의 원천수가 2ntu, 그리고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이 보통 0.5ntu임을 감안하면, 짜오프라 강의 혼탁도가 어느 정도 심각한 지 알 수 있다.
방콕의 수상버스 난간에는 늘 두꺼운 청색 비닐이 둘둘 말려있다. 이 비닐은 강물이 배안으로 튀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베일 역할을 한다. 그래도 튀는 강물을 맞는 경우가 있는데 거의 구정물이다. 냄새도 고약하다. 수상가옥들의 오폐수를 처리하는 배수시설이 있다는 말이 무색하다. 여기가 식수원이란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유엔환경계획(UNEP)도 연차 보고서에서 현재의 방콕시의 물 관리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앞으로 더욱 극심한 물 부족 현상을 겪게 될 지역에 방콕을 포함시켰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강물에는 팔뚝만한 물고기들이나 거북이들로 우글대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방콕 노점에서 유리찬장에 보관중인 구이용 돼지고기, 닭고기가 그 더운 날씨에도 상하지 않는 것을 보며 불가사의 하다고 느꼈던 것과 맞먹는다.
방콕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과거에 비해 나아지면서, 먹는 물에 대한 인식도 분명 달라지고 있다. 웬만한 마을 마다 비치되어 있는 수많은 유료 정수기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정수기에 1바트를 투입하면 1.5리터 정도의 물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며칠 단위로 큰 통에 정수된 물을 받아 생활용수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먹는 물에 대한 태국 당국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장래 더욱 커져갈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티벳 칭짱고원에서 발원되어 나오는 원천수 기반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이 칭짱고원 일원의 수원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중수북조공정계획(중수북조)’ 을 추진하기 시작함으로써, 머지않아 중국과의 물 마찰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물’이 아시아에서 가장 큰 정치 이슈가 될 날도 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펌>
첫댓글 태국에도 예쁜 건물 많이 있네...왜 몇일간 뜸을 들인거야? 얼마나 보고 샆었는데^^
태국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곳....그래 놓고 밑에 바로 아가씨랑 둘이 찍은 사진이 나타나니까 이상한데요 ㅋㅋㅋ
ㅎㅎㅎ 항돈이가 뭔가 알고 싶은게 많은 눈치인데... 사진의 저 아가씨의 꿈은 돈많이 벌어서 남자로 성전환하는거라더라...